관악산 산신령 뵙고 걸어서 집까지 사십오 리
2007년 1월 9일은 작정하고 등산을 시작한 날이고 그 첫 산행지가 관악산이었다. 첫날부터 산행 일지를 적기로 결심하고 집에 돌아다니던 수첩을 챙겨 나갔던 것이다. 그 후 한 번도 빠트리지 않고 꼬박꼬박 기록한 수첩을 20 여권이나 보관하고 있다. 가끔 기억을 되살릴 일이 생기면 요긴하게 쓰인다. 매년 새해 첫 산신제는 서울 4 山을 집에서 가까운 순으로 관악산, 청계산, 북한산, 도봉산을 차례로 돌며 지낸다. 혼자 지내는 산신제는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다.제문도 없고 음식도 없고 술도 없다. 신령이 깃든 장소에서 혼자 조용히 읊조리는 게 전부다.
(08:50) 서울대 정문
산을 오른 지 15년 백두대간 단독 종주, 산림청 우리 명산 100 완답, 네팔 히말라야 ABC, EBC 트레킹, 일본 북알프스 종주, 현재 조선일보 선정 315 산 답사 중이다. 그러다 보니 국내 이름 있는 峰은 대략 1,000 峰은 올랐는 것 같다. 그중에 가장 많이 오른 산이 관악산이다. 매주 목표로 오르고 있지만, 부득이 日氣, 事情 등의 이유로 빠진 것을 감안하면 500회 이상은 오른 것 같다.
관악문(관악산공원)
관악산 등산 코스는 부지기수로 많다. 신림, 봉천, 사당, 과천, 안양, 시흥에 둘러싸였기 때문에 이 洞의 뒷산이 곧 관악산인 셈이다. 지도상에 특별히 그어놓은 1, 2, 3급 등산로를 제외하고도 산짐승들이 다니는 소로까지 합친다면 사통팔달 연결되어 있다.
폭포광장
그동안 등산로를 무작위로 골라 돌아다니다가 언제부터인가 서울대입구~제4쉼터(야영장)~자운암능선~연주대~KBS 중계소삼거리~학바위능선~무너미고개~제4쉼터로 일주하는 코스로 정착하게 되었다. 관악산의 '요산의 하루' 코스로 名命하고 돌부리 하나 소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 눈 감고도 기어올 수 있는 바윗길, 하나같이 정들어 왔다.
관악산과 삼성산 갈림길이다. 처음 오는 사람은 관악산과 삼성산이 구별이 안 돼 많이 서성거린다. 산에서길을 묻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말고 반드시 확인하고 진행하길 바란다. 혹시 누군가 나에게 길을 물으면 잘 모르면 모른다고 해야지 아는 척했다간 상대를 곤경에 빠트릴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호수공원 자하정
자하(紫霞) 신위(申緯)(1769~1845) 션생은 조선후기 詩, 書, 畵 삼절로 이름을 떨친 분으로 자하는 신위가 어렸을때 살던 지명으로 아호는 마을 이름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도림천 장관 겨울 빙폭, 여름 우기 폭포 현장 서울대학교 외곽도로 배수로에 모여든 우수가 도림천으로 흘러드는 곳이다.
계곡에 잘 어울리는 다리
산을 다니면서 계곡에 걸쳐 논 다리를 유심히 바라볼 때가 많다. 가지각색이다. 특별히 계곡과 잘 어울리는 다리를 만나게 될 경우 기록으로 남기고 싶다. 울진 응봉산 덕구계곡에 가면 계곡 약 4km 구간에 세계유명 교량을 본 뜬 다리가 13개소에 설치되어 있다. 국내 교량 2개소를 빼고는 다 생소한 다리이다. 세계유명 다리를 대상으로 선정하다 보니 다리가 놓인 본래의 환경을 무시해 버린 것 같고 디자인, 자재, 도색 등도 사실에 충실하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웠다.
제4쉼터는 야영장에서 쉼터로 명칭이 바뀌었다. 관악산은 야영은 물론 야간산행도 금지하고 있다. 서울대입구에서 도림천을 따라 산속으로 약 3km 올라온 지점에 위치하고 있으며 중간 만남의 장소이다. 좌측으로 도림천을 따라 연주대 직코스가 있고 우측은 삼성산과 경계인 무너미고개에 또 연주대(학바위능선)와삼성산 코스로 갈라진다.
자운암능선 입구 쉼터
자운암
관악산에 골짜기마다 절이 숨어 있다.
한 10년 전 관악산 삼성산을 연계하여 사찰 순례를 한 적이 있다.
대략 25개소 이상으로 기억한다.
그렇게 한 바퀴 돌고 나니 절에 대한 막연한 동경과 환상이 무참히 깨어지고 말았다.
속세 삶의 현장을 보는것 같았다.
매주 관악산을 등산하는데 옛날과 달리 정한 코스로만 다니며 자운암 능선으로 올랐다가 연주대 찍고 학바위 능선으로 하산한다.
서울공대 공학관 뒤 자운암 코스가 학업에 지장을 준다는 이유로 폐쇄되었다.
그 코스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궁금해 무단 진입을 했다.
자운암 가까이 가 보니 마당에 쓰레기 쌓여 어디서 날아온 것처럼 난장판을 이루었다.
눈에 익은 포대 화상, 동자승 석물은 쓰레기 더미에 갇혔고 대웅전, 칠성각, 산신각은 폐사가 진행되고 마애불은 꼬질꼬질한 때를 뒤집어
섰다. 자운암은 유서 깊은 절로 태조 5년(1396) 무학대사가 창건했다.
서울대학 캠퍼스가 관악산으로 옮겨오면서 알게 모르게 대학 입학을 앞둔 수험생 부모들이 자녀를 서울대에 보내기 위해서 기도하던 기
도발이 센 절이었다.
대한불교 태고종 소속 사대부중아 공염불만 외지 말고 자운암 부처님을 얼른 다른 곳으로 모셔라.
침묵바위
중생대 쥐라기 시대 지하 20km에서 생선 된 화강암이 지중퐁화를 거치며 서서히 산체 정상에 돌출한 모습이다. 기기묘묘한 기암괴석들은 지하에서 퐁화와 침식을 받을 때 어느 정도 현재의 모습을 갖춘 상태에서융기하여 암석을 덮고 있던 표피를 걷어내고 드러난 것들이다. 핵석(토르)이라고 하고 북한산 인수봉처럼바위로 된 산은 보른하르트라고 한다.
토끼바위
제3왕관바위
서울 남서부 일원 조망
골짜기 마다 절이 있듯이 봉우리마다 산신령님이 계신다. 자운암 능선 전망바위에서 오늘의 방문 일정을 그려본다. 관악산→무너미고개→삼성산→관악로→청룡산→쑥고개→장군봉→남부순환도로→봉천로→국사봉→상도근리공원→집까지 걸어가기로 한다.
자운암 국기봉
명품 소나무
글로버바위
암장(클라이밍 훈련장)
비탈바위
자운암능선 암릉 全景
관악산은 나이가 얼마나 되었을까? 1억 7천만 년 전 중생대 쥐라기 중기에 일어난 대보조산운동의 결실이다. 기반암인 편마암을 뚫고 관입한 마그마가 지하 20km에서 굳은 화강암 산괴이다. 이때에 생성된 화강암을 대보화강암(大寶花崗岩)이라 하며 서울 일원의 북한산, 도봉산을 비롯하여 강원도 설악산, 충청도 계롱산까지 우리나라 중부지역에 광범위하게 펼쳐 있다. 대보(大寶)는 평양 인근의 탄전(炭田)이 있는 지명으로 대동층군과 대보층군 간의 단층운동으로 생겨난 화강암 최초 발견 장소이다.
헬리포터
(11:15) 연주대(戀主帶 629m)
관악산 정상이다. 100여 명이 앉을 수 있는 대형 너럭바위가 정상을 차지하고 있고 기상대, 軍 통신대, 연주암 응진전이 있다. 주말에는 정상석 인증 사진을 찍기 위해 긴 줄이 선다. 국내 산봉우리 중에서 이만한 산봉우리는 보기 힘들 거다.
연주대 연주암 응진전이 맞는 말이다. 응진전을 연주대라고 하는데 연주대는 관악산 정상을 너럭바위를 두고 하는 말이다, 연주대에서 재일 높은 곳은 기상대 앞 불꽃바위이다. 언젠가 간 큰 사람이 올라 앉은 것을본적이 있다.
말바위능선 암릉구간
말바위능선
제3깔딱고개(上)
서울 신림동(서울대 입구)과 경기 과천(향교)을 연결하는 관악산 1급 등산로 주능선 고갯마루이다. 고개 바로 밑에 연주암이 있고 연주대는 말바위 능선(위험) 코스와 말바위 능선을 우회(쉬움)하는 계단로가 있다. 어리바리한 중년 부부가 말바위 능선에 도전했다. 초입에 까탈스러운 뜀뛰기바위가 있다. 남자는 용케 넘어가 마누라를 부르니 요지부동이다. 내가 나섰다. 쉬운 길이 있으니 그쪽으로 돌아가라고...
KBS중계소 삼거리 모습이다. 좌측 중계소를 지나면 케이블카 능선, 8봉 능선, 6봉 능선을 타고 우측 낙타바위를 넘으면 학바위 능선이 시작된다.
학바위 능선 삿갓승군바위 (삿갓을 쓴 승려들의 群像)
학바위능선 국기봉
학바위능선 학바위 (종이학 연상)
무너미고개
관악산 심장부에 위치하며 한 사람이 겨우 지나다닐만한 작은 고개가 관악산과 삼성산의 경계이며 서울과안양의 분수령이다. 그래서 관악산에선 유명한 지명이다.
무너미고개에서 삼성산 오르는 코스는 비교적 짧은 구간으로 많은 사람들이 오르내린다. 그래서인지 등산로가 많이 훼손되어 바위 구간을 제외하곤 흙 투성인 것을 나무계단으로 깔끔하게 정비해 놓았다. 혹자는 자연경관을 헤친다느니 불평을 늘어놓지만 지정한 코스만 이용한다면 자연의 놀라운 복원력을 보게 될것이다.
무명 암봉
삼성산(三聖山 481m)
한남정맥 수원 광교산에서 북쪽으로 갈라져나온 줄기가 삼성산과 관악산 둘로 나누어져 서울 남서부 지역구릉 형태의 지형을 이룬다. 지금은 도심 속의 섬으로 작은 공원을 이루어 시민에 사랑을 받고 있다. 삼성산정상에는 KT를 비롯한 무선 통신사의 기지국이 차지하고 있다.
장군봉 능선 거북바위
삼성산 깃대봉 국기봉
장군봉 능선 제2광장 갈림길 (서울대 3,5km)
장군봉 능선 철쭉동산 갈림길
마당바위 이정표 (장군봉 0,3km, 호압사 1,1km, 삼막사 1,6km)
장군봉(410m) 수달바위
칼바위 전망대에서 바라본 북서로 뻗은 삼성산 줄기(서울 남서지역 조망)
칼바위능선
칼바위 국기봉
곰바위
호압사 갈림길
산에 계단이 놓이고 야자매트가 깔리면서 등산코스가 아니고 산책코스로 바뀌었다. 또 무장애(無障碍)길이라는 게 생겨 휠체어 코스가 등장했다. 등산을 하고 싶은 사람은 더 높고 험한 산으로 들어가야 할 판이다.
올챙이바위
독수리바위
돌산(236m)국기봉
서울대학교 관악산 캠퍼스 全景
맨발공원
관악로 서울대입구교차로 횡단하여
청룡산 진입
청룡산(159,8m) 낮다고 깔보다가 긴 능선과 여러 갈래 계곡에 빠져들면 목적지를 놓치기 십상이다.
쑥고개
장군봉 근린공원
치와와
장군봉체육공원→남부순화도로→봉천로 횡단
삼성산 사자암(三聖山 獅子庵)
사자암은 조선의 한양 천도와 관련이 있는 절이다.
1396년 태조 이성계가 한양을 수도로 정한 후 먼산인 삼성산 자락 호암산의 호랑이상을 제압하기 위해 호압사를
창건하고 국사봉 자락에 사자암을 세웠다.
그리고 朝山인 관악산의 화기를 감당하기 위해 숭례문 옆에 南池를 파고 숭례문 현판을 세로로 달고 광화문에
해태상을 설치했다고 한다.
국사봉(179m)에 들어서면 올망졸망 아기자기 산이 갖추어야 할 요소가 빠짐없다. 정상을 향한 능선에는 참나무가 울창하고 산비탈에는 집채만 한 바위를 비롯하여 크고 작은 알바위가 뒹굴고 계곡은 가파르게 정상과 닿아 심오한 깊이를 간직하고 있다. 여기가 동네 뒷산이라고 얕보다간 큰 코 다친다.
(18:30) 상도근린공원
아침에 해 뜰 때 나갔다가 해지고 집에 돌아왔다. 점심시간을 제외하곤 한번도 쉬지 않고 계속 걸은 셈이다.
나는 산에 가면 밥 먹을 때 외는 앉지 않는다. 잘 쉬지도 않고, 먹지도 않는다. 물은 되도록이면 적게 마시려고 노력하고 유일하게 걸음을 멈추는 순간은 사진 찍는 시간과 사물을 관찰할 때이다. 모처럼 긴 걸음 했다. 산신령 핑계됐지만 과연 그분이 산에 계실까? 수많은 부처님이 존재하는 것처럼 내 안에 산신령님을 간절히 소망한다.
2021년 01월 0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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