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해걸음으로 15, 16코스 연속 도전하다.
오늘 일기 예보는 하루 종일 구름이 꽉 끼었고 바람도 세차게 불며 오후부터는 5mm의 비가 오는데 3시부터 올
확률이 60%가 넘는다. 다행히 낮 최고 기온이 영상 10도를 유지해 바람과 비만 잘 대응하면 걷는데 별 문제가
없을 것 같다. 우산 대신 우의로 준비했고 버프는 아예 착용하고 나섰다. 올레 15-b코스는 생긴 지 얼마 안 된
해안 코스로 한림항에서 고내포구까지 13.5km이며 16코스 광령리까지는 내륙 중산간 코스로 15.8km이다. 오
늘 목표 29.3km 평소보다 1 시간 일찍 출발한다.
(06:20) 더 퍼스트 호텔(제주시 한림읍 한림로)
쪼잔한 얘기 한 마디 해야겠다. 호텔이라고 이름 붙었는데 깎아달라고 하니 어림없다는 투여서 대단한 줄 알았
는데 제주도 5박 중에 대실료는 제일 비쌌고(45,000원) 방은 다른 곳에 비해 매우 협소했다.
중앙사우나
배낭을 싸다가 어제 목욕하고 갈아입은 속옷이 안 보인다. 목욕 후 들린 곳은 매일시장 內 식당과 호텔 앞 편의
점이다. 비싼 속옷 같으면 버리고 가겠는데 허저분한 속옷이라 뒤가 켕긴다. 호텔에서 사우나까지는 약 500m
역순으로 찾아 나섰다. 편의점 주인은 친절하게 매장을 한 바퀴 돌아봐 주시고 시장 안 식당은 문 열려며는 한
참 걸린다. 사우나에 도착하니 문이 열였고 어제 그 아주머니가 찾아보라고 한다. 남탕 구두닦이 선반에 흰 비
닐봉지가 그대로 놓여 있다. 얼마나 반가운지...
한림 매일시장
고기잡이 배
(06:50) 한림항 제주올레 15코스 출발
한림해안로
한수리 한림해안로 '아름다운 바다' 전망처
가로등 불빛이 흐릿하게 느껴지는 새벽 바다에서 불어오는 강한 바람을 안고 걷는다. 다행인 것은 기온이 영상
이기 때문에 그다지 춥지는 않다, 날씨가 흐려 바다나 하늘이 같은 잿빛으로 경계조차 모호하다. 큰 파도가 부딪
치는 소리와 물거품이 유일하게 살아 움직인다.
대수포구
한림항에서 2차선 한림 해안로를 따라 대수 포구까지 부지런히 걸어왔다. 여기서부터 해안로를 버리고 내륙 중
산간으로 들어간다.
팽나무
육지에 마을을 지키는 당산나무로 느티나무가 있다면 제주도는 팽나무가 있다. 포구나 마을 어귀에서 한 두 그
루는 쉽게 만나 볼 수 있다.
수원리 사무소
올레 15코스는 여기서 A, B코스로 나뉜다. A코스는 처음 길을 낼 때 만든 코스이고 B코스는 2017년 4월에 개
통했다. 나는 B코스 바닷길을 선택했지만 A코스는 선운정사. 과오름, 망오름 오름 두 개와 중산간 마을을 들렀
다가 고내포구로 돌아 나온다. A코스는 16.6km이다.
수원리 일대 구름들
올레 15코스 A, B 분기점으로 B코스는 구름들을 관통하여 다시 한림 해안로와 접속하여 바닷길로 나아간다.
양배추, 비트, 콜라비. 파, 무 등 채소밭이 초지처럼 펼쳐있다. 잘 정지된 구릉지 없는 들판은 지평선과 수평선
하늘이 맞닿았다. 밭에서 일하고 계시는 분을 만나 "구름들이 어딥니까?" "운야 말입니까?" 하고 되물으며
"이 일대가 구름들입니다". 구름 (雲), 들야 (野) 하도 넓어서 구름도 쉬었다 가는 곳이랍니다.
한림읍 귀덕리 켄싱턴 리조트 입구에서 다시 한림 해안로와 접속한다.
수원리 용운동 코지
해안로를 따라 걷다 보면 화려하게 장식한 집들을 많이 보게 된다. 그 으뜸이 리조트 같은 숙박시설이고 카페,
음식점들도 마찬가지이다. 새로 신축한 건물이 있는가 하면 옛날 집을 리모델링한 곳도 많다. 선진국 풍경과 견
주어도 손색이 없다. 한 가지 걱정이 되는 것은 업소 주인이 외지에서 온 젊은 젊은이 같고 경륜이 짧아 보였다.
여름휴가철을 빼곤 한산하다.
관음도량 해운사(海雲寺)
한수풀 해녀학교 전경
한수풀해녀학교 ↔귀덕1리 간 이정표
귀덕리 팜스조이 펜션
이곳 지명이 '망밭'이다. 밭만 있다는 뜻이다.
귀덕, 곽지, 한담, 구엄, 해안 전망
한림해안로가 귀덕1리에서 1132번 일주도로와 접속
귀덕1리 어촌계 복지회관
귀덕리 제주 영등할망 신화공원
영등할망은 제주도 어촌마을의 전설에 나오는 神이다. 영등신은 영등하르방, 영등할망, 영등대왕, 영등호장,
영등우장, 영등별감, 영등좌수 등 여러 이름으로 나타나지만 결국 하나의 영등신을 일컫는다. 영등굿은 영등신
을 모시는 제사다. 영등신은 제주도의 날씨, 농사, 어업을 관장하는 바다 '바람의 神'으로 어부와 해녀들의 소원
을 들어준다. 일 년에 한 번 음력 2월 초에 제주도 해안 포구(귀덕리)로 들어와 섬에 머물다가 보름에 빠져나가
는데 이 기간 동안 영등제를 올린다.
바다 '바람의 神' 영등할망
작은여 위에 영등호장, 돗대불, 멀리 큰여에 거북등대
영등신이 섬을 찾아오는 길목 복덕개 포구
장흥 돌밭
금성리 1132번 일주도로 금성 교차로와 접속하여 곽지 해수욕장으로 들어간다.
독채펜션(초가집)
폐가옥
(08:50) 곽지해수욕장 도착
곽지해수욕장 중앙광장
노천탕
곽지해수욕장은 백사장 길이 350m, 폭 70m, 평균수심 1.5m라고 한다.
곽지 과물해변 산책로(곽지리)와 한담 산책로(애월리)를 잇는 해변은 용암이 바다로 떨어지면서 만든 지형이다.
여러 가지 형태의 단애와 용암대지가 만들어지고 기기묘묘한 바위도 생겨났다. 검은 바위가 물속에 잠겼다 나타
나기를 반복하는 절벽 밑으로 약 1km의 길을 뚫었다. 파도가 암초에 부딪치며 만들어내는 물보라를 뒤집어쓰며
걷는다.
한담해안 산책로 ↔ 곽지 과물해변 산책로
얼굴바위(해골바위)
인동초
치소기암(鴟巢奇岩)
소나무 아래 검은 바위 뭉치가 솔개(소리개 鴟)가 보급자리(새집 巢)를 힘차게 날아오르는 형상이라고 하는데
우리 눈에는 긴가 민가 하다.
아기공룡바위도 그렇고
갑자기 분재석이라는 '야생초분재석' 대신 일관성 있게 '야생초분재바위'라 하자.
한담 산책로 전경
창바위는 숨은 그림 찾기다.
'가린돌'이란 어장터를 가린 큰 돌이라고 하는데 연상이 안 되고
고양이바위는 각도와 빛에 따라 나타난다.
악어바위
붉은고래바위
한담(漢潭) 산책로
장한철(1744~)은 제주도 애월읍 애월리 사람으로 산방산을 오르고 한라산을 정복한 용맹한 산악인. 표해록
(漂海錄)은 1770년(영조 46) 향시에 합격하고 한양 대과에 응시하려 출항하였으나 풍랑을 만나 류큐국(일본
오키나와)의 호산도(虎山島)에 표류하여 1년간 표류 생활을 일기 형식으로 기록한 책이다.
한담해변 카페마을
움푹 들어간 조그마한 해변에 한 줌 모래가 깔려있고 바다는 기가 막히게 초록빛을 낸다. 언덕바지에 올라앉은
마을은 작고 앙증맞은 바다를 한눈에 내려다본다. 이런 풍광 때문에 마을은 온통 카페 천국이 되었다. 우리 같은
늙은이는 눈만 휘 둥굴레 질뿐 아무 도움이 안 된다. 얼른 넓은 공터로 빠져나왔다.
'하이클라스 제주 리조트' 야외 카페
애월리 신설동 버스정류장
한담공원 카페 거리와 펜션과 리조트가 밀집된 지역을 빠져나와 다시 애월해안로를 따라 차도를 걷는다.
애월포구
애월항
애월해안로
고내포구
고내횟집
2010년 친구 도영수의 초대로 이종화와 같이 온 식당이다. 당시 고내포구에서 유일한 횟집이었다. 주인이 어부
라서 앞바다에서 직접 잡아 회를 떠 준다. 찌게다시도 투박했지만 푸짐했다. 그 기억을 되살려 2014년 일본 사
돈을 제주도로 초청하여 마지막 날 이 집에서 저녁을 대접했다. 잘 먹었다는 인사를 수 차례 받았는데 겉 인사가
아니고 정말로 잘 먹은 것 같았다. 오늘은 불행하게도 개점 1 시간 전에 도착해서 헛탕쳤다.
(10:36) 고내포구 16코스 출발점 도착
한림항에서 6시 50분 출발하여 고내포구까지 오는데 13.5km를 4시간 조금 넘게 걸렸다. 그리고 마땅히 식사
할 곳도 없어 여기서 멈추지 말고 광령리까지 15.8km에 한 발짝이라도 더 다가가자. 날씨는 아침이나 마찬가지
다. 바람 그리고 언제 내릴지 모를 비를 감춘 찌푸린 하늘.
2018년 11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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