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따라 소문따라/제주올레

제주올레 14코스(저지리~월령포구~ 금능협재해수욕장~한림항)㉓

안태수 2018. 12. 5.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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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지기 전에 먹고 잘 곳을 찾아라


저지오름을 뒤로하고 올레는 다시 바다로 향한다. 제주올레는 소문보다 더 훌륭하고 명성에 비해 찾는 사람은

드물다. 왜 그럴까? 예를 들면 주말 서울 근교산 러시아워 때는 등산로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인파가 몰린다.

제주올레는 언제 그런 날이 올까? 아니 심심찮게 마주치는 사람이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전 구간을 완주한 입

장에서 돌이켜 보면 마주치고, 추월하고, 추월당한 올레꾼을 다 기억할 정도로 그 숫자가 미미하다. 그 이유가

어디에 있을까? 유명 코스에 사람이 집중적으로 몰리는 경향은 있지만 그건 올레꾼이 아니고 관광객들이고 중

국 관광객이 끊어지고 공항 주변을 하얗게 점령한 과잉 랜트카 때문인가, 제주사람의 불친절함, 물가 등은 걷

는 사람의 행위와는 전혀 무관한 것들이다. 애초에 많은 사람들이 모일 것이라고 기대한 자체가 잘못이다.

을 이용해 무얼 얻겠다고 하면 아직 시기상조이다.                  

 


(15:00) 저지리 예술정보마을

올레는 바다와 중산간을 들락날락한다. 제주의 바다는 검은 바위와 모래사장이 바닷길과 닿을 듯 나란히 이어

특이한 바당길이며 중산간은 오름과 곶자왈이 산재한 신비한 숲이다. 이 둘을 적당히 연결하다 보니 올레의

모습이 머리에 들어오지 않는다. 제주도는 해안로를 중심으로 하는 제주올레와 한라산과 중산간을 경계로

하는 한라산 둘레길이 있다. 여기에 추가하여 중산간 곶자왈과 오름을 연결하는 중산간 둘레길의 필요성이 느껴진다.

          

저지오름 타운하우스(전원주택)와 드로우미 갤러리


나눔허브 단지 입구

1115번 산록도로는 한라산 기슭을 따라 일주한다. 다음에는 랜트카로 제주도 차도를 돌아보는 일이다. 그래야

만 제주도 탐구가 끝난다.  


배추,무, 파를 보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게 김치 그리고 김치공장이다. 한 눈에도 양질의 채소를 일 년에 수 차례

시도 때도 없이 수확하는 것 같다. 우리 집도 김치를 담그지 않고 사 먹은 지 오래됐다. 그런데 제주도 사람 김치

잘 담을까, 제주도 김치 맛 잼뱅이던데.     


제주 약용작물 허브단지 '나눔허브' 통과


(15:30) 조개왓 통과

13코스 용수리에서 저지리까지 14.8km, 14코스 저지리에서 한림항까지 19.2km를 합하면 오늘 가야 할 거리

가 34km나 된다. 새벽부터 시작했으면 가능한 거리지만 용수리 도착한 시간이 9시 40분, 바로 출발하여 여기

까지 왔는데 해지기 전 한림항까지는 어렵고 월령포구를 목표로 한다. 저지리에서 월령포구까지 약 10km 부지

런히 걷는다.      


작은소낭숲길


큰소낭숲길


오시록헌 농로

'오시록헌'은 제주 방언으로 으슥하다 또는 아늑하다란 뜻도 있다. 


저지삼거리


굴렁진숲길

구렁지며 울퉁불퉁한 숲길을 말한다.


제주시 한림읍 월림리 '서부농어촌 폐기물매립장'


월령숲길

중산간에 간간이 섞여 있는 숲은 사람이 곶자왈에 들어와서 살며 밭도 개간하고 농장도 만들어 이보다 더 험하

거친 땅만 남은 것이다.


(16:35) 무명천

무명천은 월령 바다까지 흘러가며 양 옆으로 약 3km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는데 중간중간 다리를 건너다닌다.


무명천 산책로


무명천 산책로


제주 연세선교센터


무명천 억새


(17:20) 1132번 해안일주 도로 월령교차로 횡단


선인장 재배지


해안로 접속


제주 월령리 자생 선인장 군락지

선인장, 원산지 북미, 바닷가에 서식, 열매를 백년초라 하며 만병통치약으로 선전, 제주 사람은 '손바닥선인장'

이라고도 부름. 


선인장 군락지


풍력발전과 태양광발전은 계속 늘어나는 전력 수요를 감당해 낼 지 의문이 가는 대목이다.  


월령포구 식당 '아꼬운디'

포구에 아담하게 자리 잡은 분식집이다. 요즘 사람들은 분식이라 하지 않고 고상한 말을 쓰는데 잘 모르겠고 메

뉴를 보면 우동, 라면, 김밥이 주 메뉴이고 커피, 주류 등 음료를 제공하는 일반음식점이다. 이런 한적한 포구에

는 늦게까지 영업하는 집이 없다. 마침 신장개업을 준비하는 집이었다. 주인은 부부처럼 보였고 부인이 주방을

남편이 홀 서빙을 하고 있었다.      


'보말라면' 보말은 고등의 방언이다. 고등을 삶고 갈아서 육수를 만들어 라면과 같이 끓인다. 미역, 숙주, 고추도

넣었다. 국물은 녹두죽처럼 누런색을 띄며 바다 향기가 스며 있다. 우리가 먹는 라면과 또 다른 맛이다. 첫 술에

완벽할 순 없겠지만 나가사키 짬뽕과 경쟁해 볼만한 아이템이라고 격려의 말을 남기고 나왔다.     


(17:40) 풍차와 바다 펜션 투숙

게스트하우스와 펜션을 같이 운영한다. 배낭을 매고 왔으니 게스트하우스는 공실이 없다며 난처한 표정을 짓는

다. 펜션을 원하다고 하자 금방 반가워하며 35,000원에 입실을 했다. 3층 바다가 보이는 방이다. 


펜션 내부


(11월 20일 07시 15분) 아침 식사 메뉴이다. 먹는 거 밝히는 사람이 아니라서 식단은 늘 소박하다. 또 혼자 여

행하면 잘 먹을 수도 없다. 혼자 즐길 수 있는 메뉴라곤 한정이 되어 있기 때문에 먹거리 타령과는 거리가 멀다.  


(07:45) 월령포구 풍차와 바다 체크아웃

제주 강 선생도 내가 걷기 중에는 휴대폰을 꺼 놓는 것을 알기 때문에 아침 일찍 전화를 했다. 8시경에 출발한다

고 하자 오늘은 14코스 남은 구간(한림항 비양도 도선 대합실)만 걸으시고 오후에 비양도를 들어갔다가 나와

한림항에 숙박을 하는 것이 좋겠다는 조언을 했다. 그러면 내일은 눈 딱 감고 15, 16 두 코스를 걸어야 일정에

차질이 없다. 그렇게 하기로 했다.




비양도 바라보며 바닷길 걷기


눈부신 해변


해안초소


해녀콩 서식지

철이 지나 콩은 안 보이고 쭉정이와 마른 줄기 낙엽만이 앙상하게 뒹군다. 척박한 바닷가 바위틈바구니 모래에

기대 사는 모습이 제주 해녀의 고달픈 삶과 닮았다고 하여  '해녀콩'이란 이름이 붙었다. 콩은 독성이 있어 식용

으로 사용할 수 없고 삶아서 여인네들 낙태용으로 썼다고 한다.   


벽화 따라 걷다.


쑥부쟁이


바닷가 억새 군락지


일성 제주비치리조트


아픈 간세

올레를 안내하는 표시물로는 시작점과 동시 도착점을 알리는 표지석, 현재의 지명과 진행 방향을 알리는 간세,

올레길에 매달린 리본, 갈림길에 설치한 나무 화살표, 전신주 등에 붙인 거리 표지판, 위험지역 우회 안내표지

이 있다. 이제 설치한 지 10년이 지났을 거다. 그동안 훼손되고 망가진 거 교체하고 보수했겠지만 눈에 자주

는 것은 방치한 느낌이 든다. 제주올레의 쇠락을 직면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휠체어 코스


등대와 비양도 사이 천해(淺海)의 바다


제주도의 막내 섬 비양도


연 이은 금능, 협재, 옹포, 한림 해안선

 

하늘에서 내려 앉은 비양도


들국화


금능포구


바둑이 4형제


금능해수욕장


야자나무


금능해수욕장과 협재해수욕장을 연결하는 산책로


산책로


금능해안 전경


'요산의 하루'


초록빛 에메랄드 바다와 비양도


협재해수욕장은 해변 길이가 1.1km 폭이 30~90cm 바다 수심이 5m 내외라고 한다. 바다 기반암은 현무암 층

사질이 퇴적층을 이루고 희고 고운 모래가 넓게 분포되어 있다. 우리나라에서 바다 색깔이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알려져 해수욕뿐만 아니라 바다 구경을 위해 일 년내 관광객이 몰려든다.    


기후도 변하고 환경도 바뀐다. 자연적인 현상일 수도 있고 인위적일 행위일 수도 있다. 지구는 인간이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변해간다. 모래땅이 1년에 1cm 침식당한다면 아무리 발버둥 쳐도 소용없다. 해수욕장의 모래 유실

을 막기 위해 거대한 백사장을 포대로 다 덮었다.  


협재해수욕장 바다 색깔이 에메랄드 빛 고운 색깔은 얕은 바다에 빛의 파장과 흰모래가 만든 합작품이다. 바다

색은 빛이 투과하는 파장에 따라 색깔이 달라지는데 파란색이 가장 늦게 흡수되어 바다가 파랗게 보이는 것이

다. 빛이 모조리 수되고 나면 바다는 검푸르게 보인다.     


협재해안 전경


협재포구


제주올레 거리 표지판

저지리에서 한림항 비양도 도선대합실까지 18.9km 중 15km 통과 지점 표기


제주 향나무


팽나무


한 폭의 유채화 같은 '비양도' 풍경


해안도로 (한림로)

협재포구를 빠져나와 차들이 생생 달리는 해안도로 한림로로 나왔다. 한림항 목적지까지 약 3km 아스팔트 포장

길을 타박타박 걸어야 한다. 평지를 걷는 것과 산을 오르는 것 중 다리와 발에 받는 충격은 평지가 훨씬 심하다.

평지는 일정한 부위에 계속 압력이 가해지고 산은 여러 부위로 압력이 분산된다. 그래서 등산화 대신 트래킹화

를 신고 양말을 항상 새것으로 신었다. 발에 물집이 생길 일은 없을 것 같은 예감이다.    


옹포리포구


용수사(龍樹寺)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제주본부


한림해안로

걷는 사람이라곤 나 밖에 없다. 제주도에 약 40만 대의 차가 있고 약 3만 대의 랜트카가 있다고 한다. 지역 사람

들은 아예 걷지를 않고 여행 온 사람들은 랜트카를 타고 다닌다. 나처럼 별난 사람이나 걷는다. 결과부터 얘기하

면 제주도 5박 6일 동안 175,000여 보를 걸었다. 이 건 걷기의 미학이 아니라 걷기와의 전쟁이다. 왜 무식하게

걷느냐고 묻는다면 가만히 있으면 좀이 쑤셔서 못 견딜 지경이라고 말해 주고 싶다.    


명월포 수전소와 최영 장군 격전지 기념비

'삼별초의 난' 우리는 난(亂)으로 배웠는데 요즘 항쟁이란 말로 바뀌었다. 강화도에서 왕을 호위하고 있던 軍

왕이 원나라에 항복을 하고 개경으로 천도를 하자 삼별초는 왕을 따라가지 않고 항몽과 왕권을 탈취하려고 난

일으킨다. 려원 연합군의 세력에 밀려 진도로 쫓겨갔다가 다시 제주도로 후퇴 명월포로 상륙하여 3년 간의

저항이 마무리된다. 이때부터 제주도는 100년간 원나라의 지배를 받았다. 그 후 중국도 원나라가 명나라로 바

뀌었는데도 호족들의 계속된 저항(목호의 난)에 최영 장군이 명월포로 상륙하여 이를 섬멸하였다.         


한림항 화물전용부두 출입구


한림항 어항 파노라마 사진


갈매기


(10:15) 한림항 비양도행 도선 대합실 도착 


제주올레 14코스 한림항 비양도 도선 대합실 기념촬영

첫 배는 09시 이미 지났고 다음 배가 12시다. 한림항 비양도 선착장에서 비양도항까지 약 3.2km 15분 거리 요

금은 왕복 9,000원 경로 해당 없고 유공자만 50% 할인이다. 앞으로 1시간 45분이 남았다. 어디 가서 점심을

먹고 갈까 주변을 정찰해 보니 항구에서 약 500m 떨어진 곳에 시장이 있고 번화가이다. 매표소 여직원이 비양

가서 식사하는 게 편할 거예요 하는 말이 생각났다. 다리도 쉬게 할 겸 불필요한 움직임을 자제한다. 대합실

소파 한자리 차지하고 죽친다.       






                                                     2018년 11월 19,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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