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따라 소문따라/제주올레

제주올레 16코스(고내포구~구,신엄포구~수산봉~항몽유적지~광령1리마을회관)㉕

안태수 2018. 12. 20.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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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은 물러가고 맞아도 좋은 비가 내린다.


오후에는 제주 한 선생님이 마중을 나와 같이 걷기로 했다. 만날 장소는 정하지 않은 것은 한 선생이 내 일정을

아니깐 어선가 불쑥 나타나기를 기대하면서 말이다. 나는 산행이나 트래킹 중에는 트랭글 앱을 사용하기

때문에 배터리를 아끼기 위해 비행기 탑승 모드로 돌려놓는다. 별도의 충전기를 갖지고 다니지만 그것은 절대

비상용이다. 차라리 핑계 인지 모르지만 걸을 때는 누구의 방해도 받기 싫어서다. 광령리 도착 후 통신을 확

인하한 선생한테 문자, 전화가 여러 차례와 있었다. 한 선생은 15-a 코스로 나를 찾아다녔다.    



(10:35) 고내포구 제주올레 16코스 출발

지나오면서 봤지만 옛날 포구가 아니다. 고깃배 대신 모터보트가 더 많이 정박하고 옛날 집은 아예 일선에서 사

라지고 그 자리에 어촌과 어울리지 않는 카페, 레스토랑, 호텔, 스파, 편의점 등이 즐비하다. 환경이 바뀌고 생업

도 변했다. 고기잡이 대신 유흥업으로 어부는 사라지고 젊은 바리스타나 셰프가 차지했다.     


씨스테이 (호텔&스파)       


다락쉼터

애월 해안로는 고내 포구를 지나 구엄 포구까지 바닷가 절벽을 끼고 달린다. 따라서 올레도 차도와 벼랑을 오가

며 용암이 바다와 최후로 만난 장면을 목격한다. 해안 절벽을 단애라고 하는데 암이 여러 차례 쌓이며 만들어

진 지층이다.      



다락쉼터 벼랑에 포세이돈 얼굴큰바위


하얀둥지 펜션


애월 해안로

파란 라인은 제주 일주 자전거 코스이고 올레는 억새 사이로 난 오솔길로 접어든다.  


신엄포구 전경


고내리 근린공원 축구장


(11:10~12:05) '돈 파스타 정원'에서 점심


해물돈카스

제주흑돼지, 문어다리, 전복, 소라, 방울토마토, 귤, 야채샐러드, 라이스, 메뉴와 식재료는 훌륭한데 음식이 식

었고 매우 싱거웠다. 음식 맛의 기본이 짠맛의 조화인데 돈카스 소스를 추가하여 음식마다 다 찍어 먹어도 소

자체도 밍밍하여 속이 니글거려 혼났다. 양식은 다 좋아하는데 이런 것은 아니다. 커피까지 추가하여 20,000

결재했다.    


(12:10) 신엄포구


고내리 신엄 해안에 호텔, 리조트, 펜션, 카페, 식당이 널려 있다. 눈에 확 드어오는 건물이 '다인오세아노' 호텔

스타벅스 커피 집이다. 스타벅스가 조그마한 포구까지 찾아와 문을 연 것을 보면 장사가 되는 모양이다. 해변

가는 화려함의 극치이다.


테우 (선수 240cm× 선미 180cm× 길이 550cm)

제주도의 전통적인 연안 고기잡이 배로 통나무(구상나무, 삼나무)를 엮어 만든 뗏목배이다.  '테'란 '떼'를 일컫

는 방언이다. 


현무암 큰 자갈이 널려 있는 것을 보며 화산탄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작은 용암 덩어리가 하늘을 날라 유

고구마처럼 만들어진다고 하는데 다 그렇지 않은가? 아니면 작은 암괴가 바닷물에 서로 부딪기며 갈고 닦기는

화작용에 의한 것은 아닌지...   


잠시 자갈밭을 걷다가 다시 애월 해안로 오른다.

 

젊은 캠핑족이 점령한 연청정(聯靑亭)은 공공장소다. 캠핑 장비를 늘어놓고 취사하는 행위는 캠핑문화를 잘 못

이해하는 아류(亞流)들이다.  


다시 벼랑길로 내모는 간세


애월해안로와 올레


나두연대(煙臺)

연대는 해안으로 침범하는 적을 알리는 봉수(연기, 횃불), 경계, 전투하기 위해 설치한 석축 구조물로 제주의

38개소 대 중에서 제주도 기념물로 지정된 것은 23개소이다.


거창한 집


제주올레 거리 표지판에 16코스 15.7km 중 현재 3km 지점 통과를 가르친다. 추가로 현 위치의 지명도 표기해

주면 내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다. 길을 잃는 것은 내가 어디에 있는지를 모르기 때문이다. 


신엄리 원담(垣潭)

조수 간만의 차를 이용해 해변가 움푹 들어간 후미진 곳에 돌담을 쌓아 고기 잡는 돌그물 어장. 


신엄포구↔구엄포구 間 해안단애


다양한 절리 구조

여러 가지 종류의 용암층


용암터널


돌고래 전망대


구엄리 '바다의 노을' 펜션


파호이호이 용암과 아아 용암 장면 보기


구엄리 돌염전


돌염전


(13:20) 구엄포구


멍청하게 해안로를 계속 걷다가 올레 길 안내의 상징인 리본을 잊어버렸다. 길을 잃으면 마지막 확인 지점까지

되돌아와 다시 찾아야 한다. 구엄 포구에서 직각으로 꺾어 마을 안쪽을 통해서 중산간 내륙으로 들어간다. 10분

왔다리 갔다리 했다. 이런 장소에는 올레 표지물을 왕창 설치해도 좋다. 자세히 보면 좌측 코너 '돌벌레식당' 무

릎까지 오는 시멘트 축대에 파란색 화살표가 그어져 있다.    


수산봉이 눈 앞에 나타났다.


구엄 마을 빨간 컨테이너 하우스

마을로 접어들며 길은 복잡해진다. 골목길이 이리저리 퍼졌기 때문이다. 표시물을 꼼꼼하게 달아 놓았다면

인데 그렇지 못한 경우도 많다. 이럴 때 인터넷 검색에서 봤던 그림 같은 것이 나타난다면 얼마나 반갑겠나...      


수산봉

수산리 1132번 일주도로 횡단


수산봉 서쪽 입구

제주도는 오름의 효율적인 관리를 위해 2011년 '1 단체 1 오름 가꾸기 운동'을 전개하여 민관이 공동으로 추진

하기로 했다. 당시 100여 개의 단체가 가담하여 적극성을 보였으나 지금은 글쎄요다. 그동안 올레에 놓여 있는

오름은 다 올라봤지만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는 인상은 못 받았고 관리 단체의 역량에 따라 많이 차이가 났다.

       

수산봉 둘레길


수산봉 분화구에 물이 있어 '물메오름'이라 하고 마을을 수산리로 불렀다, 그 뒤 분화구를 메우고 봉수대를 설치

했다. 지금은 체력단련장으로 사용 중이다.   


분화구 둘레에 소나무가 우거지고


나무계단 내려가


수산봉 동쪽 출구로 나온다.


수산저수지와 종려나무

물과 산이 아름답다고 하여 水山里로 부른다. 산은 수산봉을 말하여 물은 수산천을 막아서 만든 인공저수지이

다. 면적 1,550㏊에 저수량은 68만 톤으로 제주도에서 두 번째로 크다. 그런데 왠지 水構가 막혀 물이 흐르지

않는다고 한다. 갇혀 있는 물은 썩기 마련, 농업용수로 부적합한 상태이다. 단절된 하천과의 입, 출구를 연결하

여 물이 흐르도록 하는 게 급선무다.


'물메밭담길'은 수산저수지를 한 바퀴 도는 둘레길이다. 올레도 흐지부지하게 유지되고 있는데 중산간 골짜기까

지 이 광경을 보러 외지에서 찾아오는 손님이 과연 있을까? 마을 주민들의 휴식처로는 규모가 너무 크다.


수산천 수산교


수운교(종교시설 사찰)


먼나무


갈퀴나무꽃


중산간 전원주택

누구나 한 번쯤 제주도에서 살아봤으면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 살아 본 사람들은 한사

코 손을 내 젖는다. 우울증 같은 것이 온다고 했다. 마누라한테 물어보면 똑같은 소리를 한다. 가고 싶으면 혼자

한 달이고 일 년이고 집을 빌려 살아보라고 한다. 나이 든 백수는 자식들에게도 귀찮은 존재이다. 정작 자신만

를 뿐이다. 실제로 주변에서 조용히 사라지면 금방 잊힌 존재가 된다. 아마 제주도의 수많은 외지인 중에 이런

부류의 사람들이 많을 것으로 짐작한다. 제주도 한 선생께 제주도에서 한 번 살아보고 싶다고 하니 해변에서 약

500m 이상 떨어진 중산간을 추천한다.


말 목장


애월읍 예원동 전경


(15:00) 상귀리 예원동 복지회관 통과

예원동 마을로 접어들 무렵 기다린 듯 가랑비가 내린다. 빗줄기가 굵어지면 잠시 마음 놓고 비를 피해 갈 마을

버스 정류장도 있고 커다란 팽나무도 있다. 바람이 잠잠한 걸 보니 더 이상 날씨 변동은 없을 것 같아 곧장 마을

을 벗어났다.


제단공원

예원동 마을단위 소규모 쉼터로 꾸며 놓았다.  정자 아래서 잠시 쉬었다 갔다.


수산리 제주 샌디 애견 펜션&게스트하우스


수산리 1136번 도로 예원교차로 횡단


항몽유적지 장수물


올레 나무화살표


항파두성(缸坡頭城)

항(항아리 缸), 파(언덕 坡)는 '항바두리' 라는 제주 방언으로 항아리 주둥이처럼 생긴 지형에 둘레가 6km 되는

토성울 쌓고 성안에 둘레 750m 석성도 쌓았다.   


항파두성에서 바라 본 애월항


항몽유적지 복원 현장


올레는 항몽유적지 입구에서 관람을 하지 않고 유적지를 빠져나간다.


팽나무 단풍


군기

삼별초를 이끈 장수 배중손(裵仲孫) 대장은 진도 용장사에서 전사하고 뒤를 이어받은 김통정(金通精)은 항파두

리에서 城을 쌓고 3년간 저항하다가 전사한다.  


순의문


항몽순의비(抗蒙殉義碑)

'삼별초의 난'을 우리는 난(亂)으로 배웠는데 요즘 항쟁이란 말로 바뀌어 역사가 시대에 따라 자꾸 바뀌니 신뢰

가 가지 않고 또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걱정이다. 고려는 원종 11년(1270)세계 최강의 몽고와 수도를 개경에서

강화도로 옮겨가며 27년간 전쟁을 치렀다. 결국 고려가 몽고에 항복하고 강화협정을 맺고 개경으로 환도한다.

이때 강화도에서 왕을 호위하던 무신들이 왕족을 왕으로 옹립하여 왕정복고를 반대하며 항몽과 왕권을 탈취하려

고 난일으킨다. 삼별초는 려, 원연합군의 세력에 밀려 진도로 쫓겨갔다가 다시 제주도로 후퇴하여 항파두리에

서 성을 쌓고 3년 간 저항하다가 전멸당했다.

(抗蒙殉義碑는 박정희 글씨) 


제주올레 16코스 스탬프 찍는 곳


항파두성(토성의 흔적)


메밀밭 통과


감귤농장 통과

하루 종일 물 대신 귤 세 알을 따먹었다. 그것도 아침, 점심, 저녁과 장소를 달리하면서 말이다. 왜 이런 말을 하

느냐 하면 신기하게도 세 곳의 감귤 맛이 똑같았기 때문이다. 당도가 낮고 신맛이 강했으며 수분은 충분한 대신

껍질이 질겼다. 두 가지 결점 때문에 한 번에 한 알 이상은 당기지 않았다.  


고성리 숲길


고성천 건너다


숭조당 (崇祖堂)


사유지 통과 협조문


청하마을


향림사


광령초등학교


(17:00) 제주올레 16코스 광령1리 마을회관 도착 

광령리에서 밤 먹고 잘 만한 곳이 없다. 제주 도심까지 약 10km 정도 떨어져 버스도 자주 다니고 택시도 많다.

버스 정류장에서 둘 중 먼저 오는 것을 타기로 했는데 택시가 먼저 왔다. 갈 곳은 정해놓았다. "용담동 갑시다"

저녁 퇴근 시간과 겹쳐 도로는 차로 꽉 막혔다. 주요 간선도로는 하루 종일 이렇다고 하니 교통체증은 감수해야

한다. 용담동 해수사우나에서 내려 이웃한 펜션에 숙소를 정하고 목욕을 하고 횟집 거리에서 저녁을 먹고 숙소

로 돌아왔다. 바다로 향한 방에 큰 창문이 달려 배를 탄 기분이었고 제주공항이 가까워 밤새 뜨고 내리는 비행기

소음을 자장가 삼아 하룻밤을 보냈다.         






                                                     2018년 11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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