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은 물러가고 맞아도 좋은 비가 내린다.
오후에는 제주 한 선생님이 마중을 나와 같이 걷기로 했다. 만날 장소는 정하지 않은 것은 한 선생이 내 일정을
아니깐 어디선가 불쑥 나타나기를 기대하면서 말이다. 나는 산행이나 트래킹 중에는 트랭글 앱을 사용하기
때문에 배터리를 아끼기 위해 비행기 탑승 모드로 돌려놓는다. 별도의 충전기를 갖지고 다니지만 그것은 절대
적 비상용이다. 차라리 핑계 인지 모르지만 걸을 때는 누구의 방해도 받기 싫어서다. 광령리 도착 후 통신을 확
인하니 한 선생한테 문자, 전화가 여러 차례와 있었다. 한 선생은 15-a 코스로 나를 찾아다녔다.
(10:35) 고내포구 제주올레 16코스 출발
지나오면서 봤지만 옛날 포구가 아니다. 고깃배 대신 모터보트가 더 많이 정박하고 옛날 집은 아예 일선에서 사
라지고 그 자리에 어촌과 어울리지 않는 카페, 레스토랑, 호텔, 스파, 편의점 등이 즐비하다. 환경이 바뀌고 생업
도 변했다. 고기잡이 대신 유흥업으로 어부는 사라지고 젊은 바리스타나 셰프가 차지했다.
씨스테이 (호텔&스파)
다락쉼터
애월 해안로는 고내 포구를 지나 구엄 포구까지 바닷가 절벽을 끼고 달린다. 따라서 올레도 차도와 벼랑을 오가
며 용암이 바다와 최후로 만난 장면을 목격한다. 해안 절벽을 단애라고 하는데 용암이 여러 차례 쌓이며 만들어
진 지층이다.
다락쉼터 벼랑에 포세이돈 얼굴큰바위
하얀둥지 펜션
애월 해안로
파란 라인은 제주 일주 자전거 코스이고 올레는 억새 사이로 난 오솔길로 접어든다.
신엄포구 전경
고내리 근린공원 축구장
(11:10~12:05) '돈 파스타 정원'에서 점심
해물돈카스
제주흑돼지, 문어다리, 전복, 소라, 방울토마토, 귤, 야채샐러드, 라이스, 메뉴와 식재료는 훌륭한데 음식이 식
었고 매우 싱거웠다. 음식 맛의 기본이 짠맛의 조화인데 돈카스 소스를 추가하여 음식마다 다 찍어 먹어도 소
스 자체도 밍밍하여 속이 니글거려 혼났다. 양식은 다 좋아하는데 이런 것은 아니다. 커피까지 추가하여 20,000
원 결재했다.
(12:10) 신엄포구
고내리 신엄 해안에 호텔, 리조트, 펜션, 카페, 식당이 널려 있다. 눈에 확 드어오는 건물이 '다인오세아노' 호텔
과 스타벅스 커피 집이다. 스타벅스가 조그마한 포구까지 찾아와 문을 연 것을 보면 장사가 되는 모양이다. 해변
가는 화려함의 극치이다.
테우 (선수 240cm× 선미 180cm× 길이 550cm)
제주도의 전통적인 연안 고기잡이 배로 통나무(구상나무, 삼나무)를 엮어 만든 뗏목배이다. '테'란 '떼'를 일컫
는 방언이다.
현무암 큰 자갈이 널려 있는 것을 보며 화산탄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작은 용암 덩어리가 하늘을 날라 유선형
고구마처럼 만들어진다고 하는데 다 그렇지 않은가? 아니면 작은 암괴가 바닷물에 서로 부딪기며 갈고 닦기는
풍화작용에 의한 것은 아닌지...
잠시 자갈밭을 걷다가 다시 애월 해안로 오른다.
젊은 캠핑족이 점령한 연청정(聯靑亭)은 공공장소다. 캠핑 장비를 늘어놓고 취사하는 행위는 캠핑문화를 잘 못
이해하는 아류(亞流)들이다.
다시 벼랑길로 내모는 간세
애월해안로와 올레
나두연대(煙臺)
연대는 해안으로 침범하는 적을 알리는 봉수(연기, 횃불), 경계, 전투하기 위해 설치한 석축 구조물로 제주의
38개소 연대 중에서 제주도 기념물로 지정된 것은 23개소이다.
거창한 집
제주올레 거리 표지판에 16코스 15.7km 중 현재 3km 지점 통과를 가르친다. 추가로 현 위치의 지명도 표기해
주면 내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다. 길을 잃는 것은 내가 어디에 있는지를 모르기 때문이다.
신엄리 원담(垣潭)
조수 간만의 차를 이용해 해변가 움푹 들어간 후미진 곳에 돌담을 쌓아 고기 잡는 돌그물 어장.
신엄포구↔구엄포구 間 해안단애
다양한 절리 구조
여러 가지 종류의 용암층
용암터널
돌고래 전망대
구엄리 '바다의 노을' 펜션
파호이호이 용암과 아아 용암 장면 보기
구엄리 돌염전
돌염전
(13:20) 구엄포구
멍청하게 해안로를 계속 걷다가 올레 길 안내의 상징인 리본을 잊어버렸다. 길을 잃으면 마지막 확인 지점까지
되돌아와 다시 찾아야 한다. 구엄 포구에서 직각으로 꺾어 마을 안쪽을 통해서 중산간 내륙으로 들어간다. 10분
왔다리 갔다리 했다. 이런 장소에는 올레 표지물을 왕창 설치해도 좋다. 자세히 보면 좌측 코너 '돌벌레식당' 무
릎까지 오는 시멘트 축대에 파란색 화살표가 그어져 있다.
수산봉이 눈 앞에 나타났다.
구엄 마을 빨간 컨테이너 하우스
마을로 접어들며 길은 복잡해진다. 골목길이 이리저리 퍼졌기 때문이다. 표시물을 꼼꼼하게 달아 놓았다면 다
행인데 그렇지 못한 경우도 많다. 이럴 때 인터넷 검색에서 봤던 그림 같은 것이 나타난다면 얼마나 반갑겠나...
수산봉
수산리 1132번 일주도로 횡단
수산봉 서쪽 입구
제주도는 오름의 효율적인 관리를 위해 2011년 '1 단체 1 오름 가꾸기 운동'을 전개하여 민관이 공동으로 추진
하기로 했다. 당시 100여 개의 단체가 가담하여 적극성을 보였으나 지금은 글쎄요다. 그동안 올레에 놓여 있는
오름은 다 올라봤지만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는 인상은 못 받았고 관리 단체의 역량에 따라 많이 차이가 났다.
수산봉 둘레길
수산봉 분화구에 물이 있어 '물메오름'이라 하고 마을을 수산리로 불렀다, 그 뒤 분화구를 메우고 봉수대를 설치
했다. 지금은 체력단련장으로 사용 중이다.
분화구 둘레에 소나무가 우거지고
나무계단 내려가
수산봉 동쪽 출구로 나온다.
수산저수지와 종려나무
물과 산이 아름답다고 하여 水山里로 부른다. 산은 수산봉을 말하여 물은 수산천을 막아서 만든 인공저수지이
다. 면적 1,550㏊에 저수량은 68만 톤으로 제주도에서 두 번째로 크다. 그런데 왠지 水構가 막혀 물이 흐르지
않는다고 한다. 갇혀 있는 물은 썩기 마련, 농업용수로 부적합한 상태이다. 단절된 하천과의 입, 출구를 연결하
여 물이 흐르도록 하는 게 급선무다.
'물메밭담길'은 수산저수지를 한 바퀴 도는 둘레길이다. 올레도 흐지부지하게 유지되고 있는데 중산간 골짜기까
지 이 광경을 보러 외지에서 찾아오는 손님이 과연 있을까? 마을 주민들의 휴식처로는 규모가 너무 크다.
수산천 수산교
수운교(종교시설 사찰)
먼나무
갈퀴나무꽃
중산간 전원주택
누구나 한 번쯤 제주도에서 살아봤으면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 살아 본 사람들은 한사
코 손을 내 젖는다. 우울증 같은 것이 온다고 했다. 마누라한테 물어보면 똑같은 소리를 한다. 가고 싶으면 혼자
한 달이고 일 년이고 집을 빌려 살아보라고 한다. 나이 든 백수는 자식들에게도 귀찮은 존재이다. 정작 자신만
모를 뿐이다. 실제로 주변에서 조용히 사라지면 금방 잊힌 존재가 된다. 아마 제주도의 수많은 외지인 중에 이런
부류의 사람들이 많을 것으로 짐작한다. 제주도 한 선생께 제주도에서 한 번 살아보고 싶다고 하니 해변에서 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