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관악산 육봉 내친김에 팔봉까지
언제부터인가 관악산 등산이 산책으로 바뀌면서 일정한 코스만 이용하게 되었다. 아마 백두대간 종주가 끝나고
우리 명산 100 답사가 끝난 시점으로 기억한다. 장거리 산행에 필요한 체력단련의 필요성이 줄어든 때문이 아닌
가 생각한다. 관악산은 매주 오르는 산이다. 10년간 서울을 벗어난 적만 제외하곤 꾸준히 다녔으니 그 횟수는
세기 어려울 정도가 될 거다. 관악산의 등산로 1~2급, 계곡 탑방, 암봉 오르기, 유명 바위 답사, 국기봉 연결 산
행, 사찰 순례 등 전문분야가 아닌 야생화와 클라임을 제외하곤 구석구석 안 다녀 본 곳이 없다. 자칭 冠岳山人'
이라고 칭하고 다닌다. 나이가 들어 총기가 자꾸 떨어져 깜박깜박해서 그렇지 그래도 관악산에 관한 한 많은 것
을 알고 기억한다.
(08:20) 정부과천청사역 6번 출구
집 앞 7호선 숭실대역에서 두 정거장 지나 이수역에서 4호선 갈아타고 사당, 남태령, 선바위, 경마장, 서울대공
원 과천이다. 과천에 3개 정거장이 있다는 것을 깜빡했다. '아는 길도 물어가라'는 속담을 무시하고 아무 생각
없이 과천에서 내려 관악산 가리키는 표지판 쪽으로 긴 계단 대신에 엘리베이터를 타고 바깥으로 나왔다. 종합
청사가 안 보인다. 즉시 잘못 내린 것을 알고 버스로 두 정류장 이동하여 과천청사 입구에 도착했다.
과천 관악산 전망
관악산 좌측에 하얗게 보이는 능선이 바위로만 옹골차게 뭉쳐 있는 6봉능선이다. 발치 방향으로 나 있는 길을
따라 가면 교육원삼거리에서 좌측에 과천중앙고등학교, 우측으로 국사편찬위원회가 나오고 그 끝나는 지점에
청사 부지 사이로 통로를 열어 놓았는데
문원폭포 이정표 (국사편찬위원회 담장)
(08:55) 6봉 등산로 입구 (백운사)
과천청사역 6번 출구에서 약 1.2km 떨어진 거리 중간에 화장실 들리느라 다시 지하철 탑승장까지 내려갔다 오
는 바람에 지체됐다.
두 사람이 겨우 지나칠 통로이다.
6봉 등산 안내소
백운사, 용운암 마애승용군 답사는 생략하고 곧장 산행에 들어간다.
세심교(목교)
야자 매트가 깔린 등산로 초입
지방자치단체가 돈이 많은 모양이다. 우리 같은 사람은 돈이 생기면 빛을 갚는 데 제일 먼저 쓴다. 자식들에게도
빛을 지지 않고 살라고 신신당부한다. 우리나라는 현재 등산로마다 야자 매트를 까는 것이 전국으로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누가 말리는 사람이 없다. 야자 매트를 공원 산책로나 등산로에 깔기로 기획한 주체가 반드시 있을
것이다. 이는 대단한 이권 사업이다. 녹색연합인가 자연보호단체는 어떤 의견을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
너럭바위 통과
너덜겅
데크 다리
문원폭포 아래 계곡
(09:20) 문원폭포
수량이 형편없어 폭포 구실을 못 하고 있다. 관악산은 소위 말하는 돌산이라 계곡의 물이 금방 마른다. 비 온 뒤
다음 날을 기대해보자.
마당바위
폭포 상단 너럭바위가 마당바위이다. 과천청사역에서 약 1시간 거리 2.5km 떨어진 지점이다. 가벼운 산행에 적
당하며 계곡과 폭포, 숲을 함께 즐길 수 있다.
마당바위부터 등산로는 초보자 코스와 상급자 코스로 둘로 나누어진다. 상급자 코스는 암릉을 넘어가는 리지 코
스이고 초보자는 암봉을 우회하는 코스이다. 오늘은 옛 기억을 되살려 도전해보기로 한다.
기도원 (막다른 절벽 아래 위치)
6봉 능선 진입하다
1봉 암릉을 알리는 주름 투성이 바위가 능선을 온전히 가라막고 섰다. 걸어 넘던 기어 넘던 타 넘어야 한다. 걸
을 수 있을 정도의 경사를 유지한 바위가 주욱 깔려있다.
1봉으로 착각하기 좋은 암봉이다. 가까이서 보면 봉우리처럼 생겼지만 멀리서보면 연속하는 능선에 불과하다.
독립된 봉우리가 되려면 앞뒤 안부라는 움푹한 지형을 가져야 한다. 딛고 일어서는 선반이나 테라스 정도의 수
준이다.
1봉 정상
2봉 모습
장군봉 전망
2봉 홈이 파인 자국을 따라 슬랩을 오른다.
2봉 암벽 오르기
크랙, 홈, 침니를 이용해 릿지를 오르다.
2봉 거대한 주름벽을 걷는 사람도 있어 자세히 보니 릿지화를 신었다. 릿지화를 신지 않아도 한 번쯤 걸어본 사
람은 루트를 알고 있어 평지 걷듯 올라가도 나는 그래 못 한다. 바위에 배를 착 달라 붙여서 스파이더맨처럼 기
어 올라간다.
2봉 중간지점에서 슬랩 구간을 내려다보면 1봉은 숲에 가려 바위 부분만 희게 보이고
2봉 암벽 중간 테라스에서 내려다보면 가마득하게 올라온 게 느껴진다. 과천 종합청사가 보이고 과천 시가지 뒤
로 서울대공원 그리고 청계산이 펼쳐있다.
2봉 정상 모습
2봉 암릉 정상에서 지나온 능선 감상
육봉 능선 3봉, 4봉, 5봉은 4봉에 가려 있고 6봉 국기봉 모습
지나온 2봉 모습은 암봉이라기보다 돌무더기처럼 보인다.
2봉 상징 코끼리바위
3봉 중간 테라스에서 우회
등산로 폐쇄 조치 (3봉 경고문)
가지 말라면 안 가면 되는데 릿지에 맛 들인 사람들은 저런 경고문은 아예 무시하고 보란 듯이 지나다닌다. 안전
장비와 경험자의 리드가 필요한 구간이다.
3봉 우회로
육봉능선 4, 5, 6봉 모습
4봉 안부에 있는 경고문
4봉
아주머니, 배 나온 아저씨, 등이 굽은 할아버지 등 내가 봐도 어설퍼 보이는데도 잘도 오르내린다. 솜씨를 보니
한두 번 한 경력자가 아니다. 횟수를 거듭할수록 간이 부어 점점 위험한 행동을 저지른다. 편안한 루트가 있으면
우선하자.
5봉 우회로
(11:05) 6봉 도착
거의 두 시간이 걸려 올라왔다. 햇볕은 사정없이 내리쬐고 바위는 불같이 달궈져 있다. 바람은 죽은 놈 코 찜처럼
미동도 하지 않고 땀은 왜 그렇게도 많이 나는지 봉우리마다 쉬면서 많은 물을 소비했다. 등산하기엔 최악의 날
씨다. 바나나 얼린 것, 쑥떡, 얼린 커피로 점심을 먹다.
6봉 국기봉 모습
6봉 국기봉과 기념촬영
카메라를 뭘 잘 못 건드렸는지 계속 연사 촬영이 된다. 매뉴얼을 아는 데로 다 건드려봐도 회복이 안 된다. 최후
수단으로 리셋을 설정하여 카메라의 최초 기능으로 되돌린다. 그 후 필요한 기능은 다시 설정해야 하는 번거로
움이 따른다. 지금은 그래도 총기가 남아 있으니깐 주물럭대지만, 세월이 지나가면 이런 문명의 利器와도 멀어
지겠지.
청계산 전망
6봉에서 뻗어 나간 관양능선 인덕원 방향
팔봉 거쳐 연주대 가는 관악산 주 능선은 계속되는 암릉과 각종 형상을 한 바위가 즐비하다. '노인과 바다' 헤밍
웨이의 소설을 연상하는 바위는 노인과 아이가 먼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모습의 형상인데 봉화바위, 천검바위,
가물치바위와 더불어 정말 그럴듯하다.
육봉 모습
KBS 중계소 전망
팔봉능선 파노라마 사진
불영사 갈림길
불영사
불영계곡 관악산, 삼성산 통틀어서 제일 깊은 곳에 있는 절인 것 같다.
팔봉
팔봉 국기대
관악산 최고의 능선으로 제일 길고 제일 험하다. 봉우리마다 바위가 눌러앉아 있고 그 모양과 크기도 가지각색
이다. '팔봉 능선을 걷지 않고는 관악산을 말하지 마라' 산꾼들이 흔히 하는 말이다. 모처럼 통과 했더니 안전시
설물이 많이 보강되어 편했다.
팔봉능선 분기점
여기서 무너미까지가 팔봉능선이다. 능선 위에 8개의 봉우리가 솟아있는데 봉우리마다 전체적인 골격은 화강암
바윗덩어리로 이루어져 있다. 꼭대기에는 큰 돌들이 둥게둥게 쌓여 있고 암벽도 있고, 슬랩도 있고 바위를 타 넘
는 일도 있다. 이런 등반이 계속된다.
7봉 전망
숲으로 위장한 거대한 돌덩어리
8봉 하강은 길게 메인 로프를 잡고 내려선다.
7봉은 절벽 수준에 가까운 경사도가 6~70도나 되는 암벽을 밧줄 잡고 오른다. 당기는 힘과 버티는 힘이 필수이다.
7봉 하강은 바위 사이로 내려가는 길이다. 안전한 우회로가 있는데 클라이밍을 즐기는 친구를 만났다.
"바위 한번 타 보실래요?" 유혹을 한다. 전문가가 리드를 하면 따라 할만하다. 그동안 지나쳤던 루트를 오늘에야
통과 해본다.
6봉 전망
6봉 하강 루트
6봉, 5봉 사이 안부
5봉
4봉 모습
제1왕관바위
3봉에서 팔봉능선 모습
3봉
2봉
2봉 코끼리바위
1봉 두꺼비바위(개구멍바위)
팔봉 하산로
팔봉계곡은 무너미고개에서 수목원계곡과 합류하여 안양천으로 흘러간다. 무너미고개를 분기점으로 신림동 도
림천과 안양천의 분수령이 되며 관악산과 삼성산으로 나누어지고 서울과 안양의 시계를 이룬다.
무너미고개
약수터 삼거리
약수터
도림천 계곡 피서객
관악산공원
(15:30) 서울대 정문
무너미고개부터 일사천리로 내려왔다. 약수터, 제4야영장 지나면서 등산객들이 피서객들로 바뀐다. 계곡 바닥
에는 앉을만한 자리는 사람들로 꽉 찼다. 계곡물에 발 담그고 갖은 음식들을 펼쳐놓고 먹고 마시고 떠드느라 물
소리 바람 소리는 온데간데없고 사람들이 질러대는 아우성과 음식 냄새가 계곡을 분탕 칠하 고 있다. 저들이 떠
나고 난 자리에는 한동안 쓰레기들로 채워지겠지. 저 무지한 국민들을 두고 선진국은 아직 묘연한 일이다.
2018년 7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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