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 적응을 위한 가벼운 등반 낭가르창 전망대
딩보체는 해발 4,410m 안나푸르나 BC(4,130m) 기록을 훨씬 뛰어 넘는다. 식욕장애와 오르막 구간에 숨 가쁨
현상만 빼면 고소를 적응한 상태로 보아야 할 것 같은데 가이드는 자꾸 나이탓으로 돌린다. 트레킹 둘째날부터 고
소 예방약 다이아목스(125㎎)를 아침, 저녁 식 후 잘 먹고 있다. 밤에 두 서 차례 화장실 가는 거 외는 잠도 잘 잔
다. 그리고 아무 것도 안 하고 있으면 그 어떤 문제도 없다. 귀국 후 친구(의사)는 기본적인 고소병 증세라 일러줬
다. 남체에서 딩보체는 약 1,000m의 고도 차가 난다. 고소증 예방 수칙대로 하루 쉬어간다.
(08:40) 딩보체 로지 출발
딩보체는 6,000m 넘는 히말라야 고봉들을 사방으로 둘러싸고 있는 가운데 낭가르창을 중심으로 右로 임자체, 로
체를 향한 빙하가 남북으로 흐르고 좌로 로부체 빙하가 임자콜라에 합류한다. 두 빙하의 하구 지역으로 넓은 평원
이 분지처럼 조성되어 있다. 남체 바자르 다음으로 트레킹 요충지이다.
눕체 연봉의 톱날 같은 능선이 하늘을 찌를 듯이 솟아 있고 에베레스트는 눕체에 가려 숨어 있다. 로체는 눕체
어께 너머로 봉우리만 살짝 드러내고 로체샤르는 무시무시한 설릉을 동반하고 구름꽃을 피우고 있다. 딩보체 마
을 빠져나가다 보면 손에 잡힐 듯 하지만 사흘을 더 가야 산 밑에 도달한다.
딩보체 뒤로 낭가르창 산을 오른다. 로지 휴게소 창 밖으로 산을 가로질러 능선으로 향하는 등산로에 트레커들이
줄지어 올라가는 게 보인다. 멀리서 봐도 가다가 쉬며 힘들어하는 모습이 남의 일 같지가 않다.
낭가르창(Nangkar Tshang 5,616m) 전망대는 에베레스트, 눕체 연봉, 로체, 로체샤르, 임자체, 마칼루 등을 감상
하는 최고의 전망처이다.
타보체와 초르텐
경사면을 가로질러 능선에 도달하니 사방이 툭 터져 내일 갈 길이 보이고 언덕 위 초르텐은 타르초를 허리에 감고
바람에 육자 진언을 실어 보낸다. '옴마니반메흠'
낭가르창 기슭 평원지대가 끝없이 펼쳐 있다. 타보체, 촐라체, 아캄체, 사이로 로부체 빙하가 지나고 이름 없는
쿰부히말 연봉이 병풍처럼 둘러싸 있다.
타보체(Tabuche 6,495m)와 촐라체(Cholatse 6,335m) 여기에 남쪽 캉테가(Kangtega 6,783m) 북벽을 포함시
켜 쿰부 히말라야 3대 거벽이라 부른다. 해발 4,000여 미터에 솟아 있는 바위산은 수직 암벽 구간이 1,500m나
된다. 타보체 같은 경우는 오버행 구간에 등정 루트가 있는지도 궁금하다.
로부체 콜라(계곡) 위로 페리체~투클라 EBC 트레일이 지나간다.
촐라체(Cholatse 6,335m)
제목이 '끈'이라는 히말라야 촐라체 등반기 책이 있다. 2005년 산악인으로서 장래가 촉망받던 박정헌(1971년),
최강식(1980년) 두 산악인의 히말라야 최대 암벽 중 하나인 촐라체 북벽을 알파인 스타일로 등반한 기록이다.
왕복 1박 2일 예정이 생각지 못한 장애물을 만나 3일 만에 정상에 오르고 하산 도중 최강식이 크레바스에 빠지는
사고가 발생하여 최강식은 두 다리가 골절되고 박정헌은 갈비뼈가 부러진다. 죽음의 지대에서 비박을 하며 생사
를 넘나드는 사투 끝에 9일 만에 구조대에 의해 생지로 돌아온다. 그 후 두 사람은 동상에 걸린 손, 발가락을 잘라
내고 그토록 고대하든 고산 등반의 꿈을 접는다.
낭가르 창 전망대 가는 등산로 시각적으로는 펑퍼짐한 평범한 능선처럼 보이지만 맞닥트린 순간 인간이 개미처럼
느껴진다. 어느 세월에 다 올라 간담...
(10;25) 낭가르창((Nangkar Tshang 4,675m) 제1전망대 도착.
딩보체 로지에서 약 1km 떨어진 거리 놀면서 올라왔다. 구경한다는 핑계를 대며 자주자주 쉬었다. 남가르창 전망
대는 다음 봉우리이다. 가이드 얘기로는 고도가 5,616m가 되어 위험하고 전망은 여기와 비슷해 더 올라갈 것을
만류한다. 일부 올라가는 사람들도 있다.(아마다블람 배경 사진)
전망대에서 남쪽 시계 방향으로 캉테가, 탐세르크
트레킹 첫날 루클라에서 봤던 쿠슘캉그루
서쪽 타보체, 촐라체, 아캄체, 기타 무명봉
북쪽 임자 콜라 주변으로 눕체, 에베레스트, 로체, 로체샬, 임자체 마칼루로 이어진다.
중앙에 임자체 (일명 아이슬랜드 피크), 초폴루가 자리 잡고
아마다블람은 어느새 동쪽으로 옮겨와 있다.
'요산의 하루'
(10:50) 하산길에는 힘이 난다. 숨 가쁨 현상은 언제 그랬냐는듯 사라진다. 길 바닥엔 흙먼지 날고 누운 향나무
뿌리가 발길에 체인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지나다녔길래 벌거숭이 능선이 되었다. 돌탑(케른 : 이정표 용도)의
원조는 한국인데 누가 한 짓인가?
등산로에 늘어선 트레커들
바람이 세게 지나는 곳엔 타르초가 무더기로 나부끼고
초르텐이 바다의 등대처럼 길을 밝힌다.
(11:25) 딩보체에서 제1전망대까지 왕복 2.3km 산행 구름 한 점 없는 청명한 하늘 한 낮 기온이 14도를 육박하
고 바람 없이 햇볕은 따사롭다. 점심 식사 후 자유시간이다. 일행인 젊은 친구는 비디오 카페에 영화 구경 가고 박
사장은 수석 탐사차 강바닥으로 내려갔다 황 팀장은 나무(땔감)하러 산을 오른다. 나는 양지바른 쪽 골라 다니며
독서삼매에 빠졌다.
(17:00) 석양에 빛나는 히말라야 보석 아마다블람
쿰부히말 저녁노을
해만 지면 따뜻한 곳이 간절하다. 로지 관리인은 황 팀장이 주워 온 나무로 30분 일찍 불을 피워 준다. 황 팀장은
감기에 걸렸고 나는 유난히 추위를 탔기 때문이다. 저녁은 한식을 물리치고 피자와 크림수프를 시켰다. 주방에서
직접 조리한 게 아니고 덥히고 끓인 것이라 입맛을 돋우지는 못했다. 남은 일정을 제대로 소화하기 위해 고육지책
으로 삼킨다. 바깥 날씨가 너무 춥다. 화장실 다니기도 힘드는데 밤하늘 별 구경은 언감생심 잠시잠시 눈에 들어
오는 별은 왕방울만 하게 빛나는 북두칠성이다.
2017년 11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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