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 세상/네팔 에베레스트 EBC

네팔 히말라야 에베레스트 BC 트레킹 5일차 (남체~풍기텡가~텡보체~디보체)

안태수 2017. 12. 19.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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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아마다블람


남체 바자르는 아래 위 고도 차가 100m 이상이 난다. 루클라를 출발한 에베레스트 BC 트레일은 남체 마을 입구

에서 중앙을 관통하여 마을 꼭대기에서 세 갈래로 나누어진다. EBC는 우측으로 양지바른 산등성이를 휘감고 북

으로 뻗어간다. 남체는 히말라야 고산지대의 거점 마을답게 넓은 개활지가 인상적이다. 옛날에는 야크나 노새를

이용한 상인과 등 짐꾼들의 주요 거처였다면 지금은 세계 각국에서 몰려오는 트레커들이 쉬어가는 곳으로 인간

전시장을 방불케 한다. 공공기관, 불교사원, 학교, 병원, 시장, 숙박시설, 식당, 은행, 환전소 등 생활환경도 완벽

하게 갖추고 있어 남체에서 트레킹을 끝내는 여행 상품도 있다.           


(08:10) 남체에서 캉주마까지 4.29km 6부 능선 산등성이를 따라 구비구비 돌아간다. 약간의 오르막과 내리막이

공존하지만 거의 평지 수준에 가깝고 캉주마에서 사나사는 엎어지면 코 닫는 거리 쿰중에서 넘어오는 길과 만나

다시 고쿄로 가는 길과 나누어 진다. 풍기텡가는 두드코시 강 바닥에 있는 마을로 약 3km 가량 산을 내려 간다.              


약간의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지만 잘 다듬어져 하이웨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건기에는 먼지가 많이 나는 것이

흠이다. 자세히 보면 길 위를 걸어 다니는 모든 것들이 문제를 야기시킨다. 야크 행렬은 긴 먼지 띠가 일으키고 지

친 트레커는 발을 끌며 걷는다. 버프로 코를 감싸고 고글로 눈을 가려 죽은 듯이 걷는다.    


트레일은 쿰비율라 산괴의 6부 능선을 지나간다. 수목한계선 부근이라 키 큰 나무는 사라지고 허리만큼 자란 히

말라야 향나무가 산등성이를 차지하고 있다.

 

모롱이 돌 때마다 나타나는 에베레스트는 놉체, 로체 등을 대동하고 흰구름을 감고 장엄하게 솟아있다. 손에 잡힐

듯 가까워 보이지만 몇 날 며칠을 가도 지금 모습 그대로 서 있다. 산이 얼마나 높아야 인간의 시야를 벗어날 수

있을까? 크다는 의미를 곱씹어 본다.     


40kg의 짐을 진 포터나 야크 행열과 겹치거나 마주칠 때가 있다. 야크는 목에 방울을 매달고 멀리서 부터 종소리

를 울리며 다가온다. 이때 주의할 점은 산등성이 쪽으로 몸을 피해야 한다. 무심코 벼랑 쪽에 섰다가 야크의 등짐

에 바쳐 바닥으로 떨어지는 장면을 목격한 적이 있다. 다행히 높지 않은 밭이라 큰 사고로 이어지지 않았다.     


초르텐, 룽다, 타르초, 마니차, 마니석, 케른은 라마교의 주요 佛具이다. 네팔은 힌두교 신자가 80% 이상이라고

한다. 그렇지만 히말라야 고산 지역은 티베트에서 건너온 이주민들이 삶의 터전으로 자리 잡으면서 티베트 불교

라마교가 뿌리 깊게 성행하고 있다. 초르텐은 라마 스투파의 형태를 축소한 탑으로 신을 모시는 장소이고 타르초

는 라마 경전을 오방색 천에 새겨 줄에 매달아 마을 어귀 등 성스러운 장소에 매달아 초르텐을 깃발처럼 만들어

하늘 높이 세운 룽다와 같이 경전을 바람에 실어 방방곡곡 우주 만물에 복음을 전한다.        


'요산의 하루'


에베레스트, 눕체, 로체 조망

가이드가 일부 구간이 '코리아 하이웨이'로 명명되었다고 한다. 안내판 같은 게 없어 확인할 순 없었지만, 누군가

트레일 안전공사 사업을 지원한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약 2m 폭으로 산비탈을 절개하여 난간을 돌로 다지고

바닥에 고운 흙을 덮어 마치 포장도로 같다. 중간중간 험난한 곳이 남아 있지만 기부금이 모이는 데로 점차적으

로 공사를 한다.


캉주마~풍기텡가~텡보체 트레일은 V자 형식으로 급하게 두드코시 강으로 내려섰다가 곧장 고개를 쳐들고 산등

성이로 나아가는 모습이 선명하게 보인다. 지금까지 평지나 내리막은 숨 가쁨 없이 정상 호흡으로 잘 왔다. 오르

막에 어떤 현상이 벌어질지 궁금하다. 강바닥에 있는 마을이 풍기텡가이다.  


타보체(Tabuche 6,495m)

시커먼 산자락 선반 같은 마을 포체(Phortse 3,810m)는 팡보체~포체~고쿄리 트레일이 지나가는 마을이다. 텡

보체는 우측 평편한 능선 위에 자리 잡고 있다. 가파르게 올랐다가 끝엔 평편해진다. 평상시에는 산의 높낮이에

별로 신경을 안 썼는데 지금은 그럴 형편이 아니다. 오르막은 계속 신음을 내며 올라가기 때문이다.    


타보체, 에베레스트, 아마다블람


코리아 하이웨이


코리아 하이웨이(남체~캉주마 트레일 일부 구간) 유지 보수비 기부처 금일봉 기부하다.


기부함 관리인 부부


(09:45) 캉주마(Kyangjuma 3,550m) 도착 탐세루크 로지 레스토랑에서 휴식


♡황종대(57세, 안산, 회사 인사팀장, 전문 산악인, 우리 명산 100좌 완등, 일본 북알프스 종주)

내 배낭을 짊어진 친구다, 힘이 장사여서 넘치는 힘을 주체 못 할 지경이라 장난삼아 '산적'이라고 불렀다. 다부진

체격, 큰 목소리, 술고래, 대식가, 설악산을 종횡무진 누비고 다닌다.   


랄리구라스 (네팔 국화) 군락지


자작나무 서식지


사나사(Sanasa 3,600m) 고쿄 갈림길 이정표


쿰부히말 안내도 (쿰중)


노새에 실려 하산하는 고산병 환자 헬리콥터도 부지런히 날아다닌다. 고산병은 체력과 상관없다고 한다. 시간을

갖고 천천히 행동하며 예방 수칙을 잘 지켜야 한다. 고소증을 피해 가는 길은 고소 적응 여부에 달려있다. 말 한

번 타는데 $150, 헬리콥터 부르는데 $3,000 개인 부담이다.


험준한 구간, 히말라야 아니면 볼 수 없는 광경, 넋 놓고 보아도 좋다. 앉을 곳은 무수히 많다. 널브러진 바위, 굴

러다니는 돌멩이가 다 쉴 곳이다. 숨차다는 핑계로 하염없이 시간을 보낸다.    


아마다블람 주봉(6,814m)에 피어나는 구름


텡보체 조망


(11:15) 풍기텡가(Phungi Thanga 3,250m) 에버그린 로지 레스토랑

풍기텡가에서 점심을 먹고 일광욕을 잠깐 즐긴 후 오후 트레킹에 들어간다. 첫 번째 도착 마을은 히말라야 쿰부

지역 최대 사원이 있는 텡보체(3,860m)이다. 풍기텡가에서 두드코시 강을 건너 가파른 산등성이를 구불구불 2.5

km 고도 약 600m를 단숨에 올려야 한다. 남체 깔딱고개 이어 두 번째로 힘든 고개이다. 오늘 마지막 종착지 디보

체(Deboche 3,710m)는 텡보체에서 약 1km 내리막 길이다.        



마지막 출렁다리

두드코시 강은 고쿄리 빙하가 녹는 지점이 발원지이고 임자 콜라는 임자체가 발원지이다. 풍기텡가에서 두 강이

합류하여 두드코시 강 이름으로 여러 지류와 합류하여 인도 갠지스 강으로 흘러 들어간다.   


(12:25) 출렁다리 통과


풍기텡가는 두드코시 강과 임자 콜라 강이 합류하는 지점이다.  


자작나무 군락지

다리를 건너자마자 깔딱고개가 시작된다. 텡보체까지 2.4km, 고도 600m를 올라가려면 상당히 가파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고산이 아니면 2 시간 내에 한두 번 쉬면서 충분히 올라간다. 산등성이가 앞을 가로막아 전망도 형편

없는 가운데 잡목 투성이 사이로 기어 올라간다. 삼보 일배 하는 심정으로 50보 1분 쉬면서 일행들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 한다.       


촐라체(Cholatse)와 타보체(Tabuche)의 남쪽 사면이 오후 시간대 구름이 몰려오는 가운데 무시무시한 자태로 모

습을 드러낸다. 히말라야 산은 무섭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산이 거기 있으니깐' 올라간다는 전문가의 말에 감동

하여 국내 산을 겁 없이 오르내렸는데 히말라야는 아니다. 내 산 지식이 통하지 않는 곳이다. 정해진 루트 외에는

한 발자국도 벗어 날 용기가 없다.


타보체(Tabuche)


야크 행렬

방울소리가 들려온다. 소리만 듣고도 야크, 좁교, 노새인지 구분이 간다, 길고 오랫동안 울리면 야크 방울 소리다.

야크는 트레커들의 짐 따위는 실지 않는다. 산간 지방의 생활필수품과 자기가 먹을 건초를 싣는다. 여러 마리가

기차처럼 때를 지어 많은 짐을 운반한다. 무표정 얼굴, 번뇌를 초월한 눈, 묵묵히 걷는 자세가 순례자 같다.   


(14:50) 텡보체 케니게이트 통과

케니게이트는 불교 사찰의 일주문 같은 형식으로 신성한 지역을 알리는 상징물.   


텡보체 사원 입구

사원으로 들어가는 정문 불교 사찰의 사천왕문 같은 것으로 호불신장이 문을 지키고 있다. 관람하는 데는 절차와

비용이 따른다.     

텡보체 사원 전경


사원 앞 초르텐


텡보체(Tengboche 3,860m) 광장

에베레스트 최고의 전망대, 축구장 서너 배 넓이, 야크 쉼터, 캠핑 구역, 로지, 식당, 휴게소, 음수대 등 편의 시설

이 골고루 갖추어져 있다. 오후 구름에 갇혀 시계가 제로이다. 


텡보체 게스트 하우스

먼저 도착한 일행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얼마나 기다렸는지 이때가 죽을 맛이다. 다들 일으켜 세워 다음 목적지

로 출발한다. 디보체까지 약 1km 내리막 길 평지와 내리막에는 지극히 정상적인 보행을 한다. 랄리구라스가 가로

수처럼 빼곡하다.

 

랄리구라스는 우리나라 동백이나 철쭉처럼 군락을 지어 서식한다. 사철 푸른 잎을 간직하는 것을 보면 동백 같

 봄에 꽃 피며 온산을 붉게 물드리는 것을 보면 철쭉 같다. 울창함은 소백산 철쭉 군락지와 비슷하다. 꽃 피는

것을 한 번도 보지 못했지만 상상이 간다. 


(15:35) 디보체(Deboche 3,710m) 도착

트레킹이 끝나고 숙소에 도착하면 할 일이 없다. 고소증 때문에 모든 행동거지가 제한을 받는다. 금주, 낮잠 자지

말 것, 쓸데 이 돌아다니지 마라, 샤워는 물론 머리도 감지 마라, 찬물에 손, 발 담그지 마라, 속옷은 최대한 오래

입고 빨래는 귀국해서 해라. 수건에 물 적셔 얼굴, 몸, 발 훔치는 정도로 만족한다. 사람은 환경의 지배를 받는다

고 시간이 흐를수록 짐 나르는 포터와 흡사한 꼴로 변한다.   

 





                                                      2017년 11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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