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 세상/네팔 에베레스트 EBC

네팔 히말라야 에베레스트 BC 트레킹 8일차 (딩보체~투클라~로부제)

안태수 2017. 12. 29.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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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베레스트 심장부를 향하여


히말라야 트레킹은 언제 가면 좋으냐 묻는다면 건기가 시작되는 우리의 가을 같은 9~11월이 좋다. 네팔은 아열

대 지방에 속해 크게 두 절기 우기와 건기로 나누어지고 우리나라와 같은 사계절이 있다. 여름(6~8월) 우기와

울(12~2월) 건기는 피하는 것이 좋고 트레킹이 몰리는 10~11월 시즌에는 항공권, 한국어 가이드 수배, 로지

약 등이 어렵기 때문에 서둘러야 한다. 국내 전문 여행사를 통해 갈 경우 빠른 예약이 필수이고 자유여행인 경

우 항공권을 미리 확보해야 한다. 자유여행도 좋다. 호텔이나 식당에서 오더 할 수 있을 정도의 영어 실력이면 충

분하고 네팔의 믿을만한 여행사만 소개받으면 아무 걱정없 이 다녀올 수 있다.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고 우기

때 비와 건기 때 눈은 가능한 피해야 한다.          



(07:50) 딩보체(Dingboche 4,410m) 출발

오늘 일정은 딩보체를 출발하여 루클라, 로부제까지 약 7km의 여정이다. 딩보체 뒷산을 약 10분 동안 가파르게

오른 다음 낭가르창 전망대 가는 능선 갈림길에서 평편한 고원을 가로질러 느릿한 오르막을 약 2시간 오른다. 로

부체 콜라와 쿰부 빙하가 만나는 지점에서 쿰부 빙하 너덜지대를 건너 투클라(Thokla 4,620m)에 도착해서 점심

후 가파른 경사를 따라 히말라야 등반 사고자의 추모지가 있는 언덕을 지나 바람과 경사가 심한 빙하를 약 2km

북상하여 로부제(Lobuche 4,910m)에 도착한다. 하루 300m 이상 고도를 높이지 말라는 경고를 무시하고 500m

의 고도를 높인다. (중간에 로지 없음)    

    

딩보체 뒷산


돌담길을 따라 마을을 벗어나면 


로부제, 추쿵 가는 길

딩보체에서 EBC 트레일과 추쿵(Chukhung 4,730m)으로 갈라진다. 추쿵 트레일로 임자체와 로체 BC로 간다.

Che를 '체' 혹은 '제로 표기하는데 발음은 똑 같다. 산(체) 혹은 산 아래 마을(제)을 뜻한다.


낭가르창 (전망대) 갈림길까지 오는데 30분이 걸렸다. 산등성이를 가로지르는 길이 눈에 빤하게 보여 단숨에 오

를 것 같은데 실제로 걸어 보면 평상시 속도가 나지 않고 엉금엄금 기게 된다. 숨 가쁘고 종아리 근력의 무기력한

상태 공기 중 산소 농도가 60%밖에 안 돼서 그렇다.   


딩보체~로부제 EBC 트레일은 산자락 비탈진 평평한 고원 위를 지나고 페리체~로부제 트레일은 로부체 계곡 위

둔치를 지난다. 두 계곡이 나란히 달려 어떤 차이가 있는지 가이드한테 확인한 결과 페리체~로부제 구간은 바람

이 강하고 경사가 심한 곳이 있다고 한다. 돌아올 때 그 코스를 원했는데 쓸적 말아 넣는다.     


야크 방목장


하염없이 나를 기다리는 가이드


트레킹 코스를 나누는 방법도 갖가지다. 나 홀로 트레커는 20kg의 배낭을 짊어지고 하루에 20km씩 걸어 3일에

고락셉에 도착하고 (이런 사람들은 고소 적응을 마친 상태) 고소 적응 수칙을 철저히 지키면서 하루 300m 이상

올라가지 않고 1,000m 올라가면 하루 쉬고 5,000m 이상은 올라가지 않는다는 원칙주의자도 있다. 여행사 패키

지로 온 사람은 하루 10km 이내 고도 300m를 높이지 않는 선에서 일정이 짜여 고소 적응을 위한 휴식 2일을 포

함하여 고락셉까지 9일간 올라간다 (중간에 탈락자 발생). 이 밖에 남체 바자르까지 왔다 가는 사람, 헬기로 투어

하는 사람 등 일정을 순조롭게 마치려면 고소 적응이 관건이다.         


로부체 콜라(계곡, 강)

페리체~로부제 트레일은 산을 좀더 가까이서 실감나게 보는 즐거움이 있다. 


타부체, 촐라체


카르카

야크 방목장, 돌담, 목동의 쉼터, 트래커들도 피난처 등으로 이용.


목동 움막


타부체, 촐라체


'요산의 하루'

상대적인 높이는 2,000m에 불과해 당장이라도 오를 것 같은 충동을 느낀다. 산이 가지고 있는 여러 지형이 두드

러지게 드러내 바위산의 골격미가 한껏 표출한다. 가까이 앉아서 좋아하는 산을 실컷 구경한다.   


촐라체(Cholatse 6,335m)

타부체와 촐라체 사이 빙하가 흐른다. 상류 만년설 구간과 하류 빙퇴석 구간이 완연히 다른 색갈이다. 지구 온난

화로 빙하가 뒤로 자꾸 물러나고 있다고 한다. 모래인 지대 어딘가에 베이스 캠프를 차리고 산을 오른다. 리지가

정상을 향해 여러 갈래로 뻗어 있다. 빙하 위로 크레바스, 세락, 아이스폴이 발달해 눈사태를 피하기 위해 빙하

가장자리로 리지에 붙는다. 경사도가 70도 이상 수직 리지는 암벽과 빙벽으로 되어 있다. 오버행에 매달리고 걸

리 사이로 첨예한 청빙이 길을 막아 여러 차레 트레버스를 한다. 정상을 향한 마지막 리지에 올라선다 눈 처마가

위태롭게 아래를 내려다 보고 어깨가 백설로 덮여있다. 설원을 지나 드디어 정상이다.     


촐라체(Cholatse 6,335m) 북벽

2005년 산악인으로서 장래가 촉망받던 박정헌(1971년), 최강식(1980년) 두 산악인이 히말라야 최대 암벽 중

하나인 촐라체 북벽을 알파인 스타일로 왕복 1박 2일 예정으로 등반 중 장애물을 만나 3일 만에 정상에 오르고

하산 도중 최강식이 크레바스에 빠져 두 다리가 골절되고 박정헌은 갈비뼈가 부러져 생사를 넘나드는 사투 끝에

9일 만에 구조된다. 그 후 두 사람은 동상에 걸린 손, 발가락을 잘라내고 그토록 고대하든 고산 등반의 꿈을 접는다.


촐라 레이크(빙하호)


푸모리(Pumori 7,165m)를 에베레스트의 작은 누이라고 부른다.


산사면에 흙, 모래, 자갈이 깔린 대표적인 모습


로부체 (Lobuche East 6,119m) 뒤에 작게 보이는 봉이 로부체(Lobuche West 6,145m)이고 빙하 둔치에 투클

라 로지가 보이고 우측 흰 삼각산은 푸모리이다.


투클라 로지


종라, 촐라 패스 이정표


휴식 중인 일행을 따라 붙다.


쿰부 빙하(Khumbu Glacier) 너덜 사이로 물이 흐른다. 물살을 피하느라 계곡을 바로 건너지 못하고 빙빙 도는

바람에 힘이 많이 빠졌다,  


빙퇴석 지대


너덜겅


(11:20)투클라(Thokla 4,620m) 도착 점심

식욕 장애가 점점 더 심해져 음식을 앞에 놓고 먹고 싶어도 울렁증 때문에 먹지를 못하니 체력이 점점 떨어져 걷

기 조차 힘든다. 오후 일정은 두 차례 가파른 오르막과 완만한 경사길에 너덜이 깔려 있으며 바람도 심하게 분다.

4,000m 부근의 고도가 가장 견디기 힘든 저산소 장벽이라는 것을 책에서 본 적이 있다. 극복하는 방법은 천천히

걸으라고 하는데 천천히 걸을 수도 없으니 어찌하면 좋나? 로부제까지 평지나 내리막은 없고 오로지 오르막 연속

이다.            


(12:20) 투클라~로부제 EBC 트레일

쿰부 빙하는 여름 우기에는 물이 흐르고 겨울 건기에는 30~60피트의 눈이 쌓인다고 한다. 우리는 빙하 바닥을

걷고 있는 중이다.     


빙하가 넓은 고원을 지나간다. 물이 없다, 물이 흐른 흔적도 말랐다. 눈이 쌓이면 설원이 된다. 장관이 연상 된다.     


돌무더기 사이로 가벼운 걸음으로 하산하는 사람


에베레스트 희생자 추모지


셰르파의 무덤

에베레스트 등반 희생자 무덤 앞에 삼가 조의를 표합니다.


산에서 굴러 내린 돌더미


빙하가 실어 나르고 산사태로 무너지고 강바닥은 돌무더기 천지


빙하(Khumbu Glacier) 넘어로 삼각봉 푸모리, 그 아래 칼라파타르, 그 아래 보이지 않는 고락셉 로지, 금방이라도

다달을 것 같지만 내일까지 가야 한다. 


푸모리가 길잡이 역활하고


야크 행렬


촐라 패스 이정표

트래커들의 모습도 갖가지다. 모자, 고글, 버프, 배낭, 스틱, 장갑은 기본으로 착용하고 외부로 피부가 노출되는

것을 최대한 방지한다. 숨 쉬기 위해 노출된 코와 입 주변은 하나같이 햇빛에 까맣게 탔고 순례자처럼 긴 행렬을

지어 묵묵히 걷는다. 앞서 나갈 힘도 없고 숨이 차면 길옆으로 나 앉는다. 시간도 넉넉해 바쁠 게 없다. 제대로 된

느림의 미학을 터득하는 순간이다.      


저 돌무더기 언덕 넘어서면


(15:20) 로부제(Lobuche 4,910m) 도착

위로 올라갈수록 로지 수가 점점 줄어드는 게 이상하다. 그러면 아래는 공급과잉이고 위는 적정 숫자인가? 아니

면 중간에 되돌아가는 사람이 많아서 그런가? 로지도 최소한의 편의시설만 갖추고 있어 을씨년스럽다.   


(16:30) 로부제 휴게소 난로 점화 시각

트레킹 중 배가 고프다고 느낀 적은 한 번도 없다. 평소 소식에 아침을 거르고 점심 저녁 두 끼 식사 습관으로 단

련되어 배고픔을 모르고 지냈다. 장거리 산행이나 단체 여행인 경우 분위기 때문에 가끔 먹었지만, 현재 숨이 가

쁘고 다리가 천근만근인 것은 고소증에 체력이 떨이진 상태라 여겨져 매 끼 뭐라도 먹어야 한다는 일념이 머리에

꽉 찼다. 하지만 식사를 앞에 두고 기도하는 자세가 길어지면 동료들이 걱정을 한다. 울렁증에 도움이 되는 메뉴

누룽지에 밥을 마 것이다.      






                                                     2017년 11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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