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은 누구나 갈 수 있지만, 아무나 못 간다.
고소 적응이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곰곰이 따져 본다. 카트만두(1,300m)에서 비행기로 40분 날아가 트레킹
시작 지점인 루클라(2,840m)에 도착 후 점심 먹고 바로 트레킹을 시작하여 팍딩(2,610m)에 도착한다. 루클라
에서 픽딩까지 오는데 지극히 정상적이었다. 팍딩에서 1박 하고 점심때 몬조(2,835m)를 출발하면서 고산병 예방
약 다이아목스(125㎎)을 복용했다. 몬조에서 조르살레(2,740m)까지는 가벼운 내리막이고 남체(3,440m)까지는
단 번에 700m의 고도를 높인다. 이 구간을 남체 바자르 깔딱고개라 한다, 깔딱고개에서 오른쪽 다리 종아리에 심
한 통증을 동반한 쥐가 났다. 발에 힘을 줄 수가 없으니 걸을 수가 없고 엎친데 덮친 격으로 숨마저 가쁘기 시작했
다. 죽을힘을 다해 간신히 남체에 도착하여 말 못 할 시름에 빠졌다. 저녁을 앞에 놓고 속이 메스꺼워 식사도 제대
로 할 수가 없었다. 이게 시작에 불과했다.
(07:20) 로부제(Lobuche 4,910m) 출발
오늘은 로부제~고락셉(4.5km)~EBC(3.5km)까지 가서 다시 고락셉(3.5km)으로 돌아오는 총 11.5km를 걸어야
한다. 출발 시간을 30분 앞당기는 것을 보니 험난한 여정임을 암시한다. 고락셉에서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까지
의 왕복(7km, 4시간) 구간은 컨디션에 따른 선택 사항이다. 고락셉을 EBC의 범주에 포함시킨 것을 보면 고소 적
응에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의미하며 고락셉까지 왔다가 돌아가는 일정(외국)도 많다고 한다. 다시 말하면 고락셉
~EBC 왕복 코스는 하루 일정으로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서리 밭을 밟으며
햇볕이 들기 전 골짜기는 푸르스름한 빛을 띤다. 마녀의 성을 찾아가는 길처럼 금방 귀신이라도 튀어나올 것 같은
으스스한 분위기다. 딱딱한 물체에는 서리가 앉고 물웅덩이는 얼음이 얼었다. 밤에는 영하로 내려갔다가 한낮에
는 15도 이상 올라간다. 일교차가 심한 것은 히말라야 고산 지대의 특징이다.
화려한 야크
방울소리에 놀라 길을 내준다. 고개를 낮추고 시선은 땅바닥 어딘가를 보며 옆구리, 꼬리에 털이 수부하게 달고
다녀 작달막하게 보인다. 등에 덮인 천과 목에 붉은 계통의 수술을 주렁주렁 달아 멀리서도 눈에 잘 띄게 화려하
게 치장했다. 뿔이 앞으로 휜 놈은 성질이 있으니깐 조심해야 한다.
포터 짐의 무게 (법적 30kg으로 제한)
포터도 쉬어 가고
해발 5,000m 고도를 넘어서다 (2017년 11월 8일 오전 8시 10분)
'요산의 하루'
만사가 싫다. 앉아 있을 힘도 없어 바위에 기대어 몸을 의지한다. 죽은 듯 꼼짝 안 한다. 눈꺼풀이 내려앉으며 졸
음이 찾아온다. 맥을 놓고 쉬어도 그때뿐 무기력증이 나아질 기미가 안 보인다. 가이드 보기 미안해 일어선다. 10
보 걷고 1분 쉬어 가기를 반복하면서...
푸모리(Pumori 7,165m)
푸모리(Pumori 7,165m)와 칼라파타르(Kalapathar 5,550m)는 에베레스트 뷰 포인트이다.
빙하 퇴적지대 통과
쿰부빙하(Khumbu Glacier)
빙하, 아이스 폴, 크레바스, 빙퇴석, 모레인 지대
칼라파타르(Kalapathar 5,550m),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EBC 5,364m) 전경
전면에 보이는 산맥이 마하랑구르 히말(Mahalangur Hlnal)이고 에베레스트가 있으며 중국과 국경을 이루고 있다.
왼쪽 삼각뿔처럼 생긴 산이 푸모리이고 시계 방향으로 중앙 잘록한 아래 어디쯤인가 EBC가 있고 오른쪽 크게 보
이는 산이 눕체, 에베레스트는 눕체 뒤로 산봉우리만 보인다.
고락셉 로지 전경
루클라~EBC 트레일 중 마지막 로지이며 칼라파타르 산 아래 빙하 둔치에 자리 잡고 있다. 히말라야 원정대나 트
레커들을 위한 로지 시설이 전부이다.
(11:40) 고락셉(Golakshep 5,140m) 도착
로지 휴게소
로지 숙소
가이드를 불러서 EBC(왕복 7km)까지 도저히 갔다 올 수 없음 통보했다. 그토록 기다렸던 EBC를 목전에 두고
포기한다는 것이 서운했지만, 체력이 고갈난 상태에선 불가피한 결정이었다. 나로 인해 일정에 차질이 생겨 일행
들에게 피해가 간다면 절대 안 되는 일이다. 점심 후 EBC로 떠나는 동료를 전송하고 휴게소 양지바른 곳에 자리
잡아 그들이 돌아올 때를 기다리며 긴 침묵에 빠져든다. 당나귀를 타고 가는 방법, 산소통을 착용하는 방법 등이
있었지만, 느린 걸음 때문에 운행 중 저체온 현상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두 번 다시는 없다. 향후 5,000m
이상 절대 올라가지 않겠다.
2017년 11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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