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지유신의 발상지 萩(하기) 시 탐방
조슈의 하기(萩) 시가 일본의 그 많은 도시 중 두 번째 방문이니깐 나와는 인연이 있는 모양인가? 그렇지 않다. 일본의 서남단 변방 조선과 엎어지면 코 닿는 시골마을 조슈의 일개 사무라이들에게 조선이 당했기 때문이다. 그 위세가 어디서 나왔는지 직접 보고 싶었다. 일본의 정한론은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임진왜란을 시작으로 다시 메이지 유신의 리드 격인 요시다 쇼인에 의해 주창되고 그사이 사쓰마의 사이고 다카모리가 정환론으로 치고 나왔지만 결국은 조슈의 요시다 쇼인의 제자들이 조선 징벌의 주역으로 나서고 이토 히로부미가 그 중심인물이 된 것이다. 그래서 하기는 조선과의 지울 수 없는 업보를 가지고 있다.
(09:00) 야마구치시 유다온천호텔 '토키와(西 常盤)'에서 1박 하며 아침과 저녁 두 번 온천하며 석식은 일본정식, 조식은 간편식으로 먹고 萩(하기)로 떠난다. 유다온천은 온천마을이다. 마을 곳곳에 큰 건물과 대지가 넓은 집은 온천을 보유한 호텔과 료칸이다. 특별한 감회는 없고 온천과 가이세키요리를 먹은 게 전부이다.
대지가 넓은 료칸 앞을 걸어 지나가며 일본 전통 복장을 한 남자가 대문 밖 은행나무 낙엽을 쓸고 있는 장면을 목격했는데 일본은 옛 것을 자연스럽게 지켜가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09:20) 유다온천 시외버스정류장이다. 오전에 한 차례만 운행하는 하기行 버스를 타고
야마구치 시내를 관통하여
일본 국도를 동서로 횡단하는 262번 국도와 縣道를 따라 야마구치현 산간도로를 달린다. 우리나라와 많이 닮은 산세 한국의 산길을 달리는 느낌이다. 한국은 가을이 다 지나갔는데 여기는 이제 가을이 시작인 것 같다. 혹시나 일본 단풍을 구경할 수 있을까 기대했는데 꽝이었다.
시외버스 구간 요금표이다. 한참 들여다보니 어떻게 요금이 계산되는지 알았다. 15번에서 탔다면 0번 1870에서 15번 1490을 빼면 380이 요금이다. 계산기가 있어야 할 것 같고 노인들은 도움을 받아야 할지도 모른다. 일본은 아직도 이러고 산다.
(11:05) 유다온천에서 약 1시간 45km를 달려 하기시 관광안내소 버스정류장에 도착했다.
萩관광안내소 도착했다. 하기(萩)시는 삼각주 형태의 섬의 도시다. 섬 양쪽으로 흐르는 강은 크기와 주변 산세를 봐서는 삼각주가 형성되기는 어려울 것 같고 해자를 두른 인공 섬처럼 보인다. 섬을 감싸고 흐르는 강이 세 줄기다. 중앙 아부가와(阿武川)가 하기 입구에 다달아서 오른쪽은 마쓰모토가와(松本川), 왼쪽은 하시모토가와(橋本川)로 나누어져 동해로 빠져 들어 간다. 江자를 붙이지 않고 川자를 붙인 것을 봐도 폭과 길이가 동네 하천 정도이다.
◇萩(하기)마츠리
마츠리 지휘부
하기시대부터 내려오는 마츠리 하기시대를 재현하는 행사로 조슈번의 번주 모리가를 기리는 제사와 축제의 장이다.
하기 중앙공원에서 펼쳐지는 조슈 기병들의 총포 사격 재현
발사
마츠리 전경
마츠리(祭)는 신사에서 神에게 올리는 제사가 축제로 진화한 것이다. 지방이나 신사마다 숭배하는 신(인물)과 의식의 목적 시기에 따라 달리하며 통산 고대 전통에 따라 치러진다. 몸을 단정하게 하고 신을 모셔 각종 음식과 재화를 제수하며 풍작, 사업번창, 무사고, 무병장수, 가내평화, 등을 기원한다. 제사가 끝난 후 뒤풀이로 사제와 신도가 마련한 음식물을 나누어 먹고 마신 후 전통놀이에 이어 형렬이 진행된다.
축제 참가 기념촬영
야대(屋台)
마츠리는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곳인 만큼 행사장 주변에는 일본식 포장마차와 기념품 가게가 몰려든다.
◇萩 明倫學舍
하기(萩)시대 상급무사가 운영하던 교육기관 명륜학사 전경
명륜학사는 일본서 가장 오래된 목조 건물로 현재 하기(萩)시에서 역사 기념관으로 운영
입구 매표소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 1841,10,14~1909,10,26 조슈번 스오구니 출생)
일본 초대, 5,7,10대 내각총리 역임하고 한일합방 후 조선 초대 통감을 지냈으며 요시다 쇼인의 쇼카손주쿠 문하생으로 메이지 유신의 최고 수혜자로 일본 현대화에 크게 기여한 인물이다. 1909년 중국 하얼빈에서 안중근에 의해 암살 당하다.
하기가 배출한 지사 8인 가운데 일본 총리가 5명이다. 일본 총리 총 62명 중 야마구치縣이 배출한 총리가 9명이다. 아직도 한 명의 총리도 배출하지 못한 縣이 반이 넘는다고 한다.
요시다 쇼인(吉田松陰 1830,8,4~1859,10,27 조슈번 나카토구니 출생)은 하급무사의 아들로 태어나 학자이자 교육자로 성장하여 그가 고향에 세운 쇼카 손주크(松下村塾)가 메이지 유신의 발상지가 되며 그가 기른 제자들이 메이지유신을 완성하고 일본 근대화의 주역들로 자라 일본 근대화의 아버지라 불린다. 요시다 쇼인은 막부 요인 암살 모의에 주동자로 체포되어 참수당한다.
◇萩(하기) 성하마을 탐방
하기성 성하마을 이정표
일본 국내 일개 번 청이었던 조그마한 하기(萩) 그것도 무사 마을 한곳에서 나라를 혁신하고 선진국이 되는 데 공을 세운 사람들이 줄줄이 태어난 것은 어찌 된 일인가? 천하의 명당인가, 하늘이 도운 건가, 일본 천신이 도운 건가, 한반도에서 불어오는 대륙의 정기가 그들에게 전해졌는가 19세기 이후 지금까지 일본의 권력은 아직도 그들의 손아귀에 있다. 일본 역대 총리 62명 중 야마구치 현에서 9명 그중에 4명이 하기 출신이다. 아직도 한 명의 총리도 배출하지 못한 縣이 반이 넘는다고 한다.
인력거 관광매표소
엔세이지절(丹政寺)
일본의 신도와 불교가 결합한 神佛習合 대표적인 종교 형태로 메이지 유신의 주역 다카스키 신사쿠, 이토 히로부미의 어린 시절 면학소이기도 하다.
다카스키 신사쿠(高衫晉作 1839,8,20~1867,4,14)는 죠슈번의 번 청인 하기의 상급 사무라이 집안 출신으로 요시다 쇼인이 세운 쇼카손주쿠에 입숙하여 쇼인의 애제자가 된다. 존왕양이 운동에 적극 참여하여 막부 타도와 함께 메이지 유신의 선봉장이 된다. 사무라이 해체, 기병대(奇兵隊) 창설, 서양 신무기 도입, 샷쵸동맹으로 막부와의 전승을 큰 업적으로 꼽는다. 신사쿠는 28세의 젊은 나이에 폐병으로 죽는다.
정문
本殿
내부 모습
金毘羅社殿
하얀동백
붉은동백
성하마을 산책①
하기의 100년 전 에도시대 지도나 지금의 지도가 별로 달라진 게 없다고 하니 얼마나 잘 보존하고 왔는지 실감이 난다. 단정한 건물, 티끌하나 없는 거리, 오래된 나무들, 하나같이 고풍스럽다.
기도 타카요시(木戶孝允) 탄생지
본명 가쓰라 고코로(桂小五郞) 죠슈번 출신으로 요시다 쇼인의 쇼카손주쿠 문하생으로 입문하여 정치 지도자의 길로 나선다. 도사번의 사카모토 료마와 일본 최고의 검객 자리를 다투기도 했고 료마의 주선으로 앙숙인 사쓰마와 샷쵸동맹을 맺으며 기도 다카요시, 오쿠보 도시미치, 사이고 다카모리( 메이지 유신 3傑)와 함께 메이지 유신의 중심에 선다. 막부 정권 종식, 왕정복고, 폐번치현, 애도 천도, 정한론 반대 등 굵직한 정사를 실현한다. 지병으로 사망했다.
겨울밀감
Cafe & Beer
성하마을 산책②
하기의 성하마을은 고전으로 보여주는 마을이 아니고 실제로 사람이 살아가는 공간이다. 도시개발이라는 열풍에 에 휘말리지 않고 옛날 것을 그대로 본존하고 지켜나가는 것을 보니 신기하다. 100년 전의 모습에 이끼와 때가 묻어 더욱 고풍스러워 경외감마저 생긴다.
성하마을 무사가와 상인가의 구분③
가래나무 숲
모리가 하기 저택
하기성 조감도
에도시대 죠수번의 번조(藩祖) 모리 데루모토(毛利輝元 1553,2,4~1625,6,2) 초상
모리 저택 정문
하기8경 유람선 선착장
성하마을 산책④
하기城 입구 모리 데루모토(毛利輝元) 像
하기성 입구
모리 데루모토는 세키가하라 전투 때 서군 지휘를 맡아 도쿠카와의 동군에 패해 영지를 몰수당하고 은거를 당해 스오, 나카타국 2국만 겨우 남게 되었다. 1604년 나가타국 하기에 축성하여 번청을 옮기고 거성으로 삼았다. 1874년(메이지 7년)에 반포된 폐성령에 따라 천수각, 망루등 건물이 해체되고 석벽만 남았다.
하기 성터 표석
해자와 석곽교
旧益田家址
益田家物見矢倉
석축, 창문, 외벽, 기와 등 건축구조
성하마을 산책⑤
빨간 도리이 모형
천수원 모리가 묘소
천수원 대나무 숲
호텔 호쿠몬 야시키(北門家數) 상급무사 저택지
세계유산 하기 성하마을 상급무가 址
호텔 호쿠몬 야시키(北門屋數) 현판
체크 인
성하마을 상금무사 가옥을 리모델링하여 호텔로 운영하고 있다. 이렇게 일본가옥은 바깥에서 볼 때와 안은 판이하게 다르다. 속과 겉이 다르다는 말이다.
온천탕
노천온천탕
석식 일본정식
상급무사가옥 일본 정원 분재가 중심인 구역
계절 꽃
연못과 수초들
호텔 레스토랑
후원
조식(간편식)
(09:25) 비가 제법 온다. 체크 아웃 하고 대절 택시로 이동한다. 2회의 하기 방문 기회가 다 허겁지겁 지나간 기분이다. 처음은 친구들과 자동차를 렌트하여 찾았다. 하기 구석구석 돌아다닐 줄 알았는데 성하마을과 요시다 쇼인의 신사만 들러보고 갔다. 시간도 많고 여유도 있었는데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사전에 지식이 부족해 지도에 의지해 알만한 곳만 다닌 것 같다. 이번에는 가족이란 대부대가 찾아와 꼼꼼히 챙겨 볼 수가 없었다. 일본 바깥사돈이 가이드하는 대로만 따라다녔다. 그러다 보니 내 보기에는 수박 겉할기식이 되어버렸다. 인구 4만 정도의 조그마한 시골도시를 마음만 먹으면 하루에 답사를 끝낼 수 있는데 이번에도 하기의 바닷가와 성터를 먼발치에서 구경만 하고 돌아간다.
2023년 11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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