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 달라진 문화 자동차, 건물, 사나운 女心
모처럼 마누라가 부탁을 해왔다. 이번 여름에 울릉도 가서 한 일주 있다가 오자꼬, 괜찮으면 겨울에 가서 눈 속
에 한 한 달가량 살고 싶다고 한다. 역마살이 끼여 산행과 여행이라면 산전수전 다 겪은 사람 한데 낭만적인
감성은 어울리지 않는 사치스러운 생각이다. 말끝에 토를 달았다간 더욱 찌증스러운 여름이 될 것 같아 순순히
응하며 4박 5일간 일정을 짜서 승인을 받았다. 배편은 셔틀버스와 연계 예약하고, 호텔은 넉넉했고, 랜터카는
대기로 예약했다.
(03:30) 서울시청역 2번 출구 셔틀버스로 출발
(07:00) 묵호항 도착
오늘 해상 컨디션은 만점이다. 가벼운 해무가 수면 위로 끼었고 하늘은 파란색 일색에 뭉게구름 떠다니며 바다
는 빙판처럼 매끄럽고 조용하다.
(08:50 묵호여객선터미널 출항
(11:50) 울릉도 사동항 도착
픽업 나오기로 한 호텔 직원이 눈에 안 뜨인다. 복잡하던 주차장이 배에서 내린 사람들이 다 빠져나가고 썰렁할
때쯤 회색 봉고차량이 우리를 지켜보고 있는 것 같아 다가가 여쭈었더니 이름을 잘 못 알고 나온 것이었다. 호텔
에 확인하고 차에 올랐다.
4박 5일 숙소 마리나 관광호텔이다. 울릉도의 유일한 관광호텔이다. 울릉도 와서 도동↔사동 간 재를 넘을 때마
다 숲 속에 호젓이 자리 잡고 있어 눈에 들었다. 그 좋았던 기억이 단숨에 사라졌다. 말이 호텔이지 시설물은 낡
아 빠졌고 서비스 업종이라고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사전 대실료금 책정에 서로 착오가 있어 한바탕 따지
고 했지만 손님을 이해시키기 보담 싫으면 방 빼라는 태도에 내가 졌다.
상호 형님과의 추억
도동항 소공원 관광안내소 만남에 광장이다. 상호 형님이 생각난다. 남들은 할아버지로 부르는데 나는 같이 늙
어가는 처지라 형님으로 불렀다. 정신지체장애인으로 74년간 울릉도 도동항 주변에서 허드레 일로 살아가는
상호 형님은 어느 날 MBC 다큐멘터리 '상호 할아버지'에 출연함으로써 일약 울릉도의 유명 인사가 되었다. 그
런 상호 형님이 이제 돌아가셨단다.
도동항 행남능선 석향
천년석향
도동 행남 능선에 있는 수령이 2,000년 되는 우리나라 최고령 향나무는 높이 4m, 둘레 2m 경상북도 지정보호
수이다.
도동항 전경
도동 모습
도동↔저동 해안산책로 입구
첫날 오후 일정은 도동항을 출발하여 저동항 촛대바위까지 해안 산책로를 걷고 남는 시간은 저동항 구경, 쇼핑,
저녁식사를 한 후 사동 숙소로 돌아가는 일이다. 울릉도는 내 손바닥 안에 있다. 과거 두 차례 단독으로 입도해
서 지도에 있는 명소를 버스, 택시, 도보로 섭렵하여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도동↔저동 해안산책로 기점
도동↔저동 해안산책로 다리
해식굴
해식터널
타포니
용궁횟집
각력암
응회암과 용암
재퇴적쇄설암
해안산책로 계단
현무암
비늘구조
조면암
층암구조 (조면암 현무암 응회암)
응회암
행남 도동↔저동 해안산책로 끝 지점
행남 1박 2일 촬영지
행남 1박 2일 촬영지에서다. 강아지 한 마리가 혼자 돌아나니길래 불렀더니 싹싹하게 다가와 꼬리를 흔들며 애
교를 부린다. 잠시 후 뒤따라오던 주인과 대화를 나누었더니 육지에서 울릉도까지 와서 버리고 간 강아지라고
한다. 나도 개를 무척 좋아하지만 절대 의인화(擬人化) 하지 않는다.
행남 이정표
도동↔저동 해안산책로는 도동 여객선터미널에서 저동 촛대암까지 2,68km이고 그 중간이 1박 2일 촬영지 행
남이다. 여기서 해안을 버리고 깍개등을 넘어 저동 산책로와 연결된다. 되돌아 가는 사람도 많다.
행남등대 갈림길
마누라가 낑낑대기 시작한다. 믿고 따라오는 게 아니라 나름 머리를 굴리니 생각이 상반되기 일쑤다. 등대까지
가지 않더라도 능선까지 올라가는 길에 동백, 곰솔나무가 얼마나 잘 자라고 있는지 꼬드겼다.
가파른 비탈에 늘어선 곰솔나무
바람골까지 왔다가 등대는 포기하고 저동 길로 찾아든다. 바닷바람이 수면에서부터 한참에 몰려오는 골이다.
바람골도 내가 붙인 지명이다. 촛대암, 북저바위, 빨간 등대 저동 앞바다 풍경을 내려다보고 있자면 절로 시원
해 진다.
행남동 도동↔저동 옛길 도동군청 분기점
무슨 연유인지 저동 해안산책로로 통하는 길을 아무런 설명도 없이 막아 놓았다. 하는 수 없이 저동 옛길을 택
할 수밖에, 저동 옛길은 해안산책로가 개발되기 전에부터 있던 말 그대로 옛길이다. 도동 군청에서 출발하여 저
동으로 넘어가는데 도동항 우측 산을 넘는 일이다.
도동↔저동 해안산책로
뒤에 알았지만, 산사태가 수시로 발생하여 다리 등 시설물 파괴가 잦고 최근 학생 한 명이 떨어지는 돌에 맞아
사망하고 다리가 부서지는 일이 발생하여 일부 구간을 폐쇄한 상태이다.
도동↔저동 옛길에서 행남등대 전망
도동↔저동 옛길에서 저동항 전망
저동 도동↔저동 옛길 입구
쉬엄쉬엄 두 시간 걸려서 종주했다. 옛길 구간은 비탈이 심해 다리가 아팠다고 절둑거린다.
저동항 먹자 골목
저동항 독도새우 전문집 천금수산
울릉도 오면 독도 새우를 먹어봐라, 도동에서 맛집 찾지 말고 저동에서 찾아라, 울릉도 사는 후배한테 들은 얘
기다. 1, 2층 손님들로 꽉 차고 대기 명단에 올려 기다렸다. 새우가 바닥이나 지금 독도서 새우 잡아 막 돌아온
배에서 내리는 중이라 한다. 오늘은 바빠서 여러 가지 메뉴 중 독도새우 메뉴만 취급한다. 1kg 120,000원에
생새우와 새우머리튀김 그리고 밑반찬과 앙념 한 번에 족했다.
저동항 관해정 후박나무 아래 비석 전면에
'大統領權限代行 國家再建最高會議議長 陸軍大長 朴正熙將軍 巡察記功碑'라고 쓰여 있고 뒷면에는
'朴議長閣下記功碑取旨文'으로 당시 울릉도를 방문하여 울릉도 숙원 사업인 저동항 신설공사 지원을 약속한
내용이 담겨 있다. 그 후 몰라보게 달라졌다. 새로운 건물이 들어서고 최근 유행하는 업종이 우후죽순 들어섰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