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군청 뒷편으로 오르는 행남산길
하나 뿐인 목욕탕이라 그런지 주인 마음대로다.
입구에서 입장료만 철저히 챙기고는 그 뒤 부터는 손님이 알아서 해야한다. 울릉도가 자랑하는 도둑없는
세상이지만 옷장 열쇠들이 영 믿읍지가 않다.
그래도 따뜻한 물과 사우나를 번갈아 들락날락 하다 보니 몸이 한층 가쁜해진다.
오후 4시 석양빛을 받으면서 오늘의 마지막 일정인 울릉군청 뒷산으로 시작하는 행남산길을 찾아간다.
해안 산책로가 아직 없을 때 주민들이 이용하던 산길이다.
해발 200~300m 사이를 오르 내리는 바다쪽 경사진 면을 깍아 만든 길로서 해안산책로가 발 아래로 보인다.
울릉군청
군청을 옆으로 가면 바로 행남능선이 앞을 막아 선다. 고개가 뒤로 젖혀 한참이나 올려봐야 산마루가
보인다, 마루금이 칼날처럼 날카로워 보여 사람이 다닐 수 없는 길처럼 보인다 아니 다닐 필요가 없는 길
처럼 느껴진다.
산길은 잠시도 틈을 주지 않고 바로 오르막으로 시작한다. 동네 뒷산치곤 엄청나게 가파르다. 이렇게 올라
가다 가도 조그만한 공터가 있으면는 어김없이 사람이 사는 집이 나온다. 길은 집과 집 사이를 이어가며 산
허리를 돌고 있다.
군청 뒷동네
천년기념물 제51호 섬개야광나무와 섬댕강나무 군락으로 능선 좌우 급한 절벽 일정한 곳에 밀집하여
자생하고 있어 가까이 가기 어렵다. 처음 대하는 사람은 안내판 뒤에 있는 나무가 천년기념물로 착각하기
싶다. 안내판을 아무데나 세워두고 방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도동의 섬개야광나무와 섬댕강나무 군락지
길은 삼거리인데 이정표란 놈은 누워있다. 좌측 길은 능선을 향하고 있고 우측 길은 바다로 향하고 있다.
머뭇거림도 없이 능선길을 택한다. 길도 잘 나있고, 사람이 다닌 흔적도 뚜렷하고, 능선을 향하고 있고...
위로 올라 갈 수록 이상하게 느껴진다. 길은 희미해지고 산은 더 가팔라진다. 서 있기 조차 힘들 정도로 비
탈지다. 이런 길을 「걷기건강코스」로 지정 할 일 없다. 능선을 코 앞에 두고 빠꾸한다.
내려 가기가 더 힘든다.
바다로 향하는 길이 옳았다.
바다쪽으로 절벽이다. 추락방지용 철책을 단단히 세워 놓았다.
낭떨어지다.
동백이 제법 피었다.
울릉도 군민들 한데는 이정도는 걷기 건강코수가 될런지는 모르겠지만 육지에서 온 사람들에게는 시종일관
혼을 빼놓는 난코스다.
해안산책로 쉼터 용궁으로 내려가는 길
행남등대와 저동항으로 갈라지는 곳
해안산책로가 발아래로 보인다.
섬개야광나무
행남등대
죽도, 북저바위. 빨간등대
행남등대
저동 시가지
저동 시가지
저동항
촛대바위
행남 산길
저 산의 뒤로 돌아 소나무가 우거진 사이로 해서 동네 뒤로 내려오면 저동이다.
◇ 저동항 이모 저모
어선들이 다 출항하고 텅빈 부두 모습
저동항 활어판매장
부두가
시가지
관해정
비문 전면에
「大統領權限代行
國家再建最高會議議長
陸軍大長朴正熙將軍巡察記功碑」라고 쓰여 있고
뒷면에는 당시 울릉도를 방문하여 울릉도 숙원 사업인 저동항 신설공사 지원을 약속한 내용이 쓰여져 있다.
「朴議長閣下記功碑取旨文」
관해정 후박나무
정애분식
큰딸 이름을 따서 상호로 쓴다고 한다.
바깥양반은 우리보다 서너살 아래고 안주인은 곧 환갑이 되는 모양이다
안주인의 음씩 솜씨가 훌륭하다.
울릉도에서 아무도하지 않는 떡복기,오뎅, 깁밥 부터 시작한 것이
지금은 울릉도 5味 중 약소고기 빼곤 다 한다.
대구에서 자라 30년, 신랑 따라 인천에서 30년, 갈 곳 없어 찾아온
울릉도. 이젠 자리잡아 돈도 벌고, 자식들 다 제구실 하고, 울릉도
귀신이 될 일만 남았다고 한다.
3박 4일 동안 일정을 무사히 마치고 돌아 올 채비를 한다.
4일 동안 식사를 하면서 식당 부부와 친해져 마치 오누이처럼 그 동안 살아 온 얘기들로 즐거운 시간을 가
졌던 일. 식당에 자주드나들던 이웃 토산품 가게 아주머니 나이 자랑하다가 금방 나한데 눌려 동상으로 격
하되던 일. 못다한 여행 남기고 떠나는 아쉬운 감정, 남양리 골짜기에 폐허로 방치된 집 이 모든 것을 추억
으로 간직하며 발길을 추스린다.
2012년 3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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