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本 북알프스 전지 훈련차 설악산 다녀오다.
난 사돈이 일본 사람이다. 나고야에 살며 바깥사돈은 은퇴한 상태이고 안사돈은 학교엘 나간다. 애들은 서울에
살며 슬하에 두 딸이 있다. 초등학교 3학년과 내년에 입학하는 공주, 손녀들은 일 년에 두세 차례 일본 외갓집
에서 방학을 보내곤 한다. 한국과 일본을 열심히 익혀나가는 중이다. 일본어도 유창하다. 사돈은 한국을 너무 좋
아한다. 학교가 쉬면 한국에 와서 지낸다. 우리와도 자주 만나 국내 사돈끼리의 서먹한 관계를 뛰어 너머 한국
음식 무얼 좋아하고 내가 산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서로가 알 정도로 잘 지낸다. 어느 날 일본 명산 100(상, 하)
과 지도책을 선물로 받았다. 기회가 되면 도전해보라는 웃음 섞인 권유와 함께...
드디어 일본 3,000m급 고봉이 즐비한 북알프스 연봉을 4박 5일간 트래킹하는 여행사 상품을 신청하고 출발
날짜를 기다리는 가운데 체력 점검차 설악산을 오른다.
(07:25) 남설악탐방지원센터 오색분소
동서울터미널에서 오색등산로 가는 첫 버스가 06시 30분에 있고 같은 자리에서 서울로 돌아오는 막차가 19시
15분에 있다. 버스 타는 시간은 약 2시간 30분, 9시부터 산행을 시작한다고 보면 된다. 오색을 출발하여 대청
봉 찍고 한계령으로 하산하는 데는 13.3km, 9시간 걸리는 코스이다. 날씨가 더워 예정한 시간보다 늦어질 수가
있어 차를 가지고 2시간 일찍 출발했다.
입산 통제소 통과
2시간 30분이 걸려 오색등산로가 있는 남설악탐방지원센터에 도착했다. 등산로 입구가 협소해 주차 공간은 갓
길에 몇 대 그어져 있는데 벌써 만차다. 주차 구획을 벗어 난 맨 꽁무니 차 뒤에 주차하고 대기 중인 택시기사와
손짓으로 괜찮다는 사인을 주고 받았다.
남설악교
탐방로 입구 독주골 초입에 걸쳐있는 다리이다. 계곡을 따라 위로 올라가면 끝청과 맞닿는다. 독주골 코스는 비
탐방 구역이다. 대청봉은 다리 건너 능선을 타는 것부터 시작이다. 일기예보는 낮 최고 기온이 서울이 32도 설
악산은 25이다. 설악산 25도는 어디를 기준으로 삼았는지 모르겠다. 다만 땀이 저절로 나는 온도는 아니라도
만사 불여튼튼이라고 물 준비에 신경 많이 썼다. 얼린 물 900mL, 얼린 차 500mL, 찬물 500mL, 스포츠음료
500mL 합계 2.4L 물만 2.4kg 짊어졌다. 여름 산행은 물하고 전쟁이다.
첫 이정표
대청봉 4.8km, 오색 공원 입구 0.2km 대청봉~오색 5km는 4시간짜리 코스이다. 등산을 오래 한 사람은 지형
에 따라 자기 나름의 속도가 있다. 절대 주위의 분위기에 휩쓸려 걷지 않는다. 산악회를 따라서 오면 이런 요령
을 익히는 데는 적절치 않다. 새벽 3시에 오색입구에 내려놓고 7시 대청봉에서 만납시다. 라고 하면 산행의 즐
거움은 사라지고 체력단련장으로 둔갑한다.
앞서가는 부부를 추월하고
설악산 대청봉 올라가는 가장 짧은 코스는 오색분소에서 출발이다. 옛길을 따라 한계령을 넘어 오색으로 가다
보면 산비탈이 얼마나 험준한지 사람이 도저히 드나들 수 없는 산으로 보인다. 오색은 그런 가운데 길이 나 있는
것이다. 능선인지 등성이인지 구분조차 안 되는 비탈을 힘겹게 올라가면 나무가 많고 큰 돌도 많이 나뒹굴고
있다. 계곡은 보잘것없어 물은 말라 버리고 바람은 숲에 갇혀 미동도 하지 않고 보이는 것이라곤 울창한 숲뿐이다.
중청대피소에서 1박하고 대청봉 올라 일출 보고 하산하는 부지런한 부부.
첫 산마루에 도착했다.
(08:30) 하늘이 보이고 바람이 불어오는 곳이다. 이정표에 오색 제1쉼터라고 쓰여 있다. 약간의 빈터에 평의자
가 놓여 있고 우측으로 등산로가 잘 다듬어져 있다. 얼린 바나나가 적당히 녹아 아이스크림 맛이다. 짐도 줄이고
시장끼도 달래고 뒤에 먹는다고 남기면 꿀꿀이 죽이 되어버린다.
구조표시목 등장이다. 대청봉 3.6km, 남설악탐방지원센터(오색) 1.4km
나무계단
너덜지대
설악골과 나란히 가는 등산로
(09:45) 설악폭포교 건너다.
다리가 놓인 자리가 설악폭포 상단이다. 몇 가닥 지류가 모여 폭포를 이루어 물 떨어지는 소리가 요란하다. 소리
만 들리고 잘 보이지는 않는다. 물 보충할 수 있는 곳이다.
설악폭포교
너덜이 한바탕 깔린 비탈을 오른다.
(09:55) 두 번째 산마루에 도착했다. 해발 1,110m 지점으로 급한 경사면에 비교적 순탄하게 조성한 등산로를
따라 간다.
대청봉 1.6km 남은 지점 통과
(10:50) 오색 제 2쉼터 통과
노루오줌꽃
모시잔대
이질풀
물레나물
(11:15) 세 번째 산마루 도착하니 하늘이 열리다.
주목 군락지
천국이 따로 있나 파랗게 물든 하늘
살아천년 죽어천년 누워천년 주목
(11:50) 나를 추월해서 먼저 대청봉 찍고 원점으로 회귀하는 두 젊은이 다 왔다고 힘 내시라 한다.
대청봉 어깨이다. 키 큰 나무는 사라지고 관목 같은 잡목만 무성하다. 한 무리 산악회가 요란하게 하산한다. 한계
령에서 출발하여 오색 주전골, 만경대, 용소 답사 후 귀가 한다고 한다. 그들은 버스를 대절하니깐 교통편 걱정은
없다.
불필요한 이정표
(12:00) 대청봉 도착
대청봉 이정표
오색 5.0km, 한계령 8.3km, 백담사 12.9km, 비선대 8.0km 어느 코스이던 하루에 통과하기란 버겁다. 중청, 소
청, 희운각에 대피소가 있으니 적절하게 이용하면 즐겁고 편안한 산행이 되겠다.
대청봉(大靑峰 1,708m) 정상석
남한에서 한라산(1,950m), 지리산(1,915m)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산이다. 오늘은 제대로 된 대청봉을 본다.
푸른 하늘을 사정없이이고 있다 하여 大靑이라하지 않았던가? 하늘 한 가운데 눈부신 태양 이외는 구름 한 점
없고 바람 한 닢 없다. 사방에 눈에 익은 지형들이 맑고 환하게 빛나 그저 반갑고 좋기만 하다. 죽은 민우 손에
이끌려 대청봉 처음 오른 지 엊그저께 같은데 벌써 10년이란 세월이 흘렀구나!
대청봉 정상석과 기념촬영
화채봉능선
남설악 점봉산 전망
인제군 북면 가리봉과 주걱봉 조망
공룡능선 전망
중청대피소 모습
공룡능선을 배경으로 '요산의 하루'
(12:10) 중청대피소
근무자도 이용객도 한 사람도 없다. 중청대피소에서 점심을 만들어 먹으려고 1인용 코펠과 스토브 그리고 간편
식 황태국밥을 준비해 왔다. 바깥에는 그늘이 없어 실내 취사장으로 들어가 물을 끓인 후 조리방법에 따라 그럴
듯한 황태국밥을 만들었다. 조리 시간도 얼마 걸리지 않고 뜨끈한 국물이 속을 편하게 했다. 후식으로 준비해 간
쑥떡, 자두, 바나나를 먹고 나니 배가 든든하다.
(13:00) 중청대피소 출발
(13:00) 중청(1,665m) 통과
동자꽃
말나리
전망대
(13:40) 끝청(1,610m)
용아장성, 공룡능선, 황철봉, 상봉, 향로봉까지 조망
끝청을 내려서다.
여섯 줄기가 엉켜 붙은 떡갈나무
오래간만에 바람도 솔솔 부는 편안한 탐방로를 걷는다.
신갈나무(참나무)
산악회 리본
(14:25) 1,461봉 통과
(14:40) 중청부터 끝청까지는 철쭉 같은 관목과 고산식물이 빼곡히 자라는 가운데로 혼자 걸을 정도의 좁은 길
이 나있어 오늘 같이 바람 없고 더운 날은 찜통 속 같고 끝청을 지나면서 1,456봉까지는 펑퍼짐한 평지 사이로
걷기 좋은 능선 길이다. 고목이 된 떡갈나무가 갖가지 모양을 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1,456봉 통과부터 서북릉
삼거리까지 삐죽삐죽한 암봉이 늘어서 우회하느라고 너덜과 암릉을 교대로 지난다. 크게 위험한 지역은 아니지
만 속도가 나지 않으며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발 밑으로 너덜겅 시작
점봉산 전망
가리봉과 주걱봉 전망
용아장성 전망
등산로가 능선으로 나 있다. 너덜이 숲에 가려 있어 한 20분을 이러고 지나야 한다.
계단 구간 통과 큰 암봉을 만나면 피해 가고
너덜지대
(15:35) 1,401봉 통과
우회 할 암봉
백두대간 한계령~서북릉삼거리 암릉 구간 우회로
떡갈나무(참나무)
주목 이런 나무들은 눈에 확 띈다.
(16:20) 서북릉 삼거리 도착
잊지 못할 삼거리이다. 종주 산행 중 여기까지 오면 탈출이 쉬워 한숨 돌리는 곳이다. 한계령이 2.3km 남았으니
굴러서라도 간다. 두 팀이 쉬고 있다. 지도를 열심히 검색하고 있길래 뭐하냐고 물었더니 물을 준비하지 않아 샘
터를 찾고 있다고 한다. 이분들은 하산도 아니고 대청으로 가는 중이다. 물 한 모금 달라고 한다. 나도 얼음 뼈다
귀를 녹이며 참고 왔는데 선 듯 내키지 않았다. 순간적으로 별의별 생각이 떠올랐다. 도울 수 있는 방법은 없고
한계령으로 철수하는 길 밖에 없는데 내 말을 들을까? 불편해서 얼른 자리를 피했다.
좌측으로 뻗은 능선이 백두대간이다. 암릉에 침봉들로 솟아 등산로 개발이 어려운 산세로 사람이 다닐 수 없는
지형이다. 암릉 밑발치로 우회로롤 만들어 한계령까지 있는다.
한계령 1km 남은 지점
제2, 제3의 물 구걸을 받았다. 물이 없다고 말해 줄 때 안타까웠다. 노인이 바위에 누워 퍼져있다. 한계령까지
1.8km 남았으니 천천히 오시라는 말 밖에 다음은 장년의 친구가 물 사정을 한다. 같은 대답이다. 긴장을 하는
덕분에 갈증이 확 달아났다. 119 대원과 마주쳤다, 두 노인 부부를 보셨냐고 묻는다. 제1, 제2, 제3 물 구걸자까
지 위치를 말해 주었다. 여름 장거리 산행은 물과의 전쟁이다. 넉넉하게 짊어지고 산을 오르자.
계단 구간
남설악 점봉산 전망
다리를 쩔뚝거리며 내려가는 젊은이
한계령 출입통제소 통과
한계령 탐방지원센터
한계령 위령비
남설악과의 경계를 짓고 인제 북면과 양양 서면을 잇는 44번 국도는 군인들이 투입되어 개설한 도로로 공사 중
사망(108명)한 장병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새운 비석이다.
설악루(雪岳樓)
108계단
(18:00) 한계령 휴게소 전망대에서 바라본 남설악의 절경 만물상이다. 언제나 한계령을 지나면서 양양 방면 필
례령을 막 지나 펼쳐지는 칠형제봉을 보며 얼마나 많은 감탄사를 쏟아냈는지 벼르고 벼르던 끝에 어느 가을날
칠형제봉을 돌아봤다. 흘림골, 여심폭포, 등선대 하나 같이 절경이었다. 지금은 느긋하게 저 봉우리 너머로 무엇
이 존재하는지도 충분히 인식하면서 '아이스 카라멜마끼아또' 얼음 꽉 채워서 갈증을 해소하고 오색에서 대기
중인 콜택시를 불러 다시 오색으로, 요금은 한결같이 15,000원이다. 차를 회수하여 오색온천으로 이동 1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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