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 세상/네팔 에베레스트 EBC

네팔 히말라야 에베레스트 BC 트레킹 10일차 (고락셉~로부제~딩보체)

안태수 2018. 1. 5.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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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은 호강하고 몸둥아리는 죽을 고생을 했다.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에 이어 칼라파타르까지 포기를 선언했다. 고산병의 여러 가지 증세 중  숨 가쁨, 하지근

력 약하, 식욕 장애, 무기력증과 같은 증세가 나타난 게 그 이유이다. 새벽에 출발하는 동료들을 문 밖까지 배웅하

고 돌아와 참을 수 없는 고통과 괴로움에 뜬 눈으로 밤을 새웠다. 다시 올 수 있을까? 이다음에 로체나 초오유 BC

트레킹 길에 한 번 더 도전해봐 고소 적응을 완벽하게 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시간이 자유로운 나 홀로 트레킹이

최선이다. 네팔 가이드도 두 사람이나 알고 있고 카트만두 지리도 어느 정도 익숙해 용기만 있으면 언제든지 도전

해 볼 수 있겠다. 이 게 끝이 아니고 시작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의 평정을 되찾을 수 있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하산

길에 들어선다, 

        

(08:30) 고락셉(Golakshep 5,140m) 출발

오늘은 새벽 3시 30분 숙소를 출발하여 에베레스트 뷰 포인터 칼라파타르(Kalapathar 5,550m)에 올라 다가 7시

30분까지 숙소로 돌아와서 아침 식사를 하고 하산한다. 칼라파타르는 도상 거리 왕복 1km, 고도차 410m, 경사

도 3~40도에 육박하는 오르막이다. 일행 중 젊은 尹군과 고령인 樂山 둘이 빠지고 박 사장과 황 팀장이 가이드와

함께 갔다 왔다.


고락셉 로지, 칼라파타르, 푸모리 전경

로지는 빙하 둔치에 위치하고 주변은 산 자락과 빙퇴석이 쌓인 작은 언덕으로 둘러 싸여있다. 마을을 벗어나려며

는 작은 고개를 넘어야 한다. 하산 길 오르막에 하지근력 저하 현상이 어떻게 일어날지 무척 궁금했다. 왜냐하면

고산병을 치료하는 방법 중 첫 번째가 무조건 하산이기 때문이다.


마하랑구르 히말(Mahalangur Hlnal) 전경

호흡이 좀 길어지니깐 하지 근력도 좀 나아지는 것 같다. 오늘 목적지 딩보체까지 14.9km, 보통 5시간이면 충분

히 도착할 수 있는 거리, 로부제에서 점심 먹는 시간을 제외하곤 각자 능력껏 해지기 전까지 도착해야 한다. 가이

드와 꽁무니를 주거니 받거니 한다.   


눕체가 연봉을 거느리며 에베레스트와 로체를 가리고 있으니 멀리서 보면 에베레스트인 줄 착각한다. 눕체에서

흘러내리는 빙하(khumbu Glacier)가 설사면의 경계를 줄로 처 놓은 듯 생태계를 확연하게 드러낸다. 빙하 밑으로

흐르는 물소리가 들리는지 귀를 기울여보자. 


모레인 지대 크레바스 

빙하가 흘러내린 자국이 강의 하류처럼 광활한 땅 모양을 하고 있다. 고산에 어떻게 이 같은 지형이 생겨났을까?

아래로 내려가면서 협곡과 좁은 하천이 발달하는 것을 보면 땅이 솟아오르면서 종잇장처럼 구겨진 모습이 연상된다.


너덜지대


모레인 지대


얼음 구간


눈사태 발생

구름이 산 골짜기에 갇혀 넓게 퍼져 있는 모습을 보고 운무, 운해라고 하는데 보시다시피 하늘에는 구름 한 점 없

고 바람 또한 한 점 없는데 왠 운해, 꼼짝 않고 있는 모습이 정지된 화면 같다, 가이드가 눈사태가 일어났다고 한

다. 타보체, 촐라체 부근이다.     


눈사태 지역 확대 사진


시간이 지나면서 구름으로 변한다.


높은 곳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숨이 차지 않고 다리 피로도 덜 하다. 그게 어디고! 발바닥이 둔

해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산지를 걸으면서 평지, 내리막, 오르막을 알아차리는데는 발바닥이 먼저고 숨결이 그다

음 시각은 맨 마지막이다. 우측 산자락을 따라 계속 고도를 낮춘다.   


'요산의 하루'

하산이 훨씬 쉽다. 에베레스트 캠프 5(7,800m)까지 올라간 네팔 가이드가 우리나라 지리산을 다녀와서 하는 말

이 한국산이 잦은 꼬불꼬불, 오르락내리락에 훨씬 힘들었다고 했다. 딩보체에서 고락셉까지 등고선을 그려보면

완만한 곡선을 유지한다. 그놈의 산소만 충분하다면 뛰어도 갈 수 있다. '요산' 지금 잘 내려가고 있는 중이다. 

     


빙하가 실어나른 바위(Boulder)


볼더링 대상 바위


(10:45) 로부제(Lobuche 4,910m) 도착 점심

한국사람처럼 자기 나라 음식을 유별나게 사랑하는 나라는 없을 거다. 네팔 트레킹 음식문화는 일부 셰르파나 포

터를 위한 음식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유럽의 음식문화를 그대로 옮겨 놓았다. 소위 우리가 말하는 양식이다. 트레

킹 중 한국과 일본은 요리사를 대동하고 자기 내 나라 음식을 만들어 먹지만 서양은 로지에서 제공하는 음식을 사

먹는다. 어설픈 현지 요리사가 만든 한식보다 오랜 세월 유럽인의 입맛에 맞추어온 양식이 더 현실적이다. 나는

양식을 더 좋아한다.   

 

(11:35) 로부제 출발

로부제에서 투클라까지는 2.5km 빙화 퇴적 지대 가장자리로 난 트레일을 따라간다. 내려가는 도중 아마다블람과

타보체, 촐라체가 전면에 등장한다. 다양한 각도에서 산을 바라보는 재미도 솔솔하다.


푸모리(Pumori 7,165m)



야크


이정표는 종라, 촐라체 패스, 고쿄 가는 방향. 산등성이로 난 길은 딩보체 가는 길.


산에서 굴러 내려온 바위


죽어 명당에 묻히다.  

셰르파의 무덤 (에베레스트 희생자 추모지)은 셰르파뿐만 아니고 에베레스트 등반 중 희생자의 무덤과 실종자의

귀환을 애타게 기다리는 가족, 친지들의 염원을 담은 케른이 조성되어 있다.  


너덜 구간 횡단


몰려 다니는 트레커들


아마다블람 조망


(13:50) 투클라(Dughla 4,620m) 통과


;

너덜겅 횡단


페리제 갈림길


딩보체 가는 산등성이 트레일

로부체 콜라(계곡) 페리체~로부제 트레일


목동 움막


비산비야(非山非野)

산도 아니고 들도 아닌 것이 고도 4,000m EBC 트레일에 존재한다. 낭가르창 산기슭이다. 딩보체에서 산등성이

를 가로질러 능선에 올라서면 로부체 콜라와 쿰부 빙하가 만나는 곳까지 약 3km의 넓은 지평이 펼쳐진다. 누운

향나무와 잔디 같은 작은 풀이 자라 야크 방목장으로 안성맞춤이다. 이 구간에는 일정한 트레일이 없다, 밭고랑처

럼 생긴 흠집이 트레일을 따라 쭉쭉 뻗어 사방으로 흩어져 걷는다. 이 넓은 천지에 가이드와 나 둘이서 숨바꼭질

하며 간다.    


바다의 등대 같은 길잡이 초르텐(불탑)


딩보체 마을 전경


(15:00) 딩보체(Dingboche 4,410m) 셰르파 랜드 로지(Sherpa Land Lodge) 도착

거의 정상적인 걸음으로 무사히 도착했다. 걷다가 오르막을 만나면 약간의 힘은 들었지만 죽을지경은 아니었다.

정당히 쉬면서 호흡을 가다듬으며 물흐르듯이 걸어왔다. 오후에는 위로 올라가는 트레커들은 없다. 전부 오전에

출발했기 때문이다.

♡EBC→고락셉(3.5km)→로부제(4.4km)→투클라(3.25km)→딩보체(7.25km) 〓 18.4km    


박사장이 태극기를 준비해 왔다. EBC, 칼라파타르에서 태극기를 배경으로 인증 사진 찍고

 

참가자 전원 서명하여


EBC, 칼라파타르 트레킹 성공 기념으로 로지 주인의 허락을 받아 휴게실  벽면에 붙였다.


셰르파 랜드 로지 휴게소

영국을 비롯한 몇 나라 국기가 붙여있다. 우리가 들른 로지마다 상징물이 붙어 있어 우리도 이런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살피던 중 딩보체가 딱 걸렸다. 태극기 게양 의례를 마치고 네팔 가이드에게 잘 지켜 달라는 당부의 말도 잊

지 않는다. 금주령이 해제되고 씻는 것도 허락됐다. 입맛도 조금 돌아오고 기분도 좋아져 고산병의 부담감도 내려

놓는다.     





                                                      2017년 11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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