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제일 위험한 비행장에 무사히 착륙
혼자 출발하면 편할 길을 짝을 맞추다가 하마터면 놓칠 뻔했다. 작년 안나푸르나 같이 갔던 팀원 중에 EBC 같이
가기를 희망한 사람이 몇 있었다. 나는 진작부터 10~11월에 무슨 일이 있어도 출발한다고 선언한 상태이고 나머
지 분은 일정을 조율한다면서 결정을 못 내리고 차일피 하다가 막바지에 와서는 포기 선언을 했다. 그 사이 네팔
에서 가이드(너버라즈)가 한국을 다녀 가며 사장님 혼자 오셔도 차질 없이 진행시켜준다는 약속도 했다. 문제는
비행기 예약이다. 네팔은 지금 히말라야 트래킹 성수기라 항공권 예약이 끝난 상태이다. 단체로 움직이는 팀에 묻
어갈까 이곳저곳 기웃거리다가 '산이 좋은 사람들'이라는 여행사에 내가 원하는 날짜가 공지되어 있는 것을 발견
불문가지 두번째로 신청을 하고 기다렸다. 두 사람만 되면 진행한다는 여행사의 안내 메일을 받고 예약금을 송금
하고 잔금은 여행사 내용을 알아 볼 겸 직접 방문해서 지불했다. 그사이 한 명이 더 늘어나 세 명이 됐다. 여행 준
비는 작년 안나푸르나 다녀왔기 때문에 별로 할 게 없다. 있는 거 챙겨서 간단하게 짐을 쌌다. 출발 전 날 여행사
에서 반가운 소식을 전해왔다. 한 명이 더 늘어 트래킹 중 한식을 제공한다는 것이었다.
인천공항 출국장
백두대간, 우리 명산 100 답사를 마치고 할 일이 없어져 멍한 상태로 빠져들었다. 깊은 수렁이 눈 앞에 어른거린
다. 마음을 다잡고 독서도 하고 산책도 하고 친구들과 어울려 봤지만, 그때뿐이다. 나는 또 산으로 가야 하나보다.
그러면 가야 할 산도 정해야 한다. 우리나라에 이름 있는 4,000 여 산이 있지만, 큰 의미가 있는 산은 백두대간
과 우리 명산 100에 다 포함되어 있다. 혹자는 200 산 315 산 정해 다니지만 다 부질없는 짓이다. 한반도의 산
은 같은 시기에 형성된 한 통속이다. 눈만 감으면 떠오르는 설산이 있다. 네팔 가이드는 히말라야에 한 번 온 사람
은 반드시 다음에 또 찾는다고 했다. 그 말이 영 잊히지 않는다. 천국으로 가는 길처럼 느껴져 생각만으로도 편안
하고 행복해진다.
(18:00) 카투만드 트리부번 국제공항 도착
7시간 비행 끝에 도착 3시간 15분의 시차 발생 휴대폰은 자동적으로 시간이 변경되고 카메라 등은 시각 조절을
해야 한다.
카투만드 트리부번 국제공항
눈에 익은 풍경들이다. 비자를 국내에서 받고 왔기 때문에 공항에서 비자받기 위한 긴 줄은 안 서도 된다. 간단하
게 입국 수속을 마치고 짐을 찾는 곳에서 세이브한 시간을 다 뺏겼다.
빌라 에베레스트 (타멜가 한국식당, 네팔 한인협회)에서 삼겹살로 저녁
(20:00) 예티&야크 호텔 투숙
(05:30) 우리 일행(중간에 현지 가이드)
카트만두~루클라 비행은 고산지대의 불순한 날씨 때문에 정해진 시각에 출발한다는 것은 여간한 행운이 아니다.
그나마 이른 시간대에 비행기 뜰 확률이 높아 다들 꼭두새벽부터 공항에 나와 차례를 기다린다.
탑승 수속 대기선
국내선 청사 내부 모습
(10:00) 이륙 준비
공항에서 4시간 30 여분 대기 끝에 탑승한다. 만약에 날씨가 계속 나쁘면 일정을 맞추기 위해 헬기라도 타야 한
다. (개인 부담 $150)
조종석
18인승 경비행기
갈 때는 좌측 창쪽에 앉아야 히말라야 산맥을 보면서 날아가고 돌아올 때는 우측 창쪽에 앉아야 아름다운 히말라
야를 본다고 한다. 안 그래도 앞으로 보름 동안 히말라야 실컷 볼 건데 금방 들어도 잊어버려 맨 앞 빈자리에 그냥
앉았다.
히말라야 산맥
루클라 공항 상공
우측 상단에 호수에 떠 있는 가랑잎 같은 활주로 (460m×15m) 산비탈을 깎은 짧은 활주로 전 후 절벽과 암벽이
도사리고 있어 세상에서 제일 위험한 공항이라고 한다. 에베레스트를 초등 한 텐징과 힐러리 이름을 따 일명 '덴
징~힐러리' 공항이라고도 부르며 쿰부 히말라야 관문이다.
(10:40) 루클라(Lukla 2,840m) 공항 도착
루클라 공항 활주로 주변
루클라 마을
내가 지금 얼마나 높이 올라왔는지 도무지 실감이 안 난다. 백두산보다 100m를 더 높이 올라왔는데도 히말라야
는 사람이 살고 가축이 돌아다니고 신령이 산다는 백두산과는 천지 차이다. 백두산도 하루속히 속세로 끓어내려
야 한다.
공황을 빠져 나오면 루클라~에베레스트 BC 트래일이 시작 된다.
공항 휀스를 끼고
비행기 이,착륙의 아슬아슬한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가던 길 멈추고 철망에 늘어선 트랙커들
루클라 중심 도로
롯지, 레스토랑, 카페, 등산용품점, 식료품 가계, 기념품 판매점, 은행, 우체국, 약방, 환전소, 일거리를 찾는 포
터, 당나귀, 좁교, 트랙커들로 거리는 활기가 넘친다.
쿰부 롯지 & 레스토랑
가는 날 점심, 돌아 오는 날 숙박을 한 집이다.
(13:15) 우리는 루클라에서 15일간 한식을 제공할 조리팀과 포터 대신 짐을 나를 좁교(암소와 숫 야크 교배종)
를 만나 한 팀을 이루어 출발한다.
초르텐과 무명봉
사방 병풍처럼 둘러쌓인 산, 산 봉우리에 만년설이 묻어 있으면 6,000m가 넘는 이름 있는 봉이고 그 이하는 대부
분 이름 없는 무명봉이다.
매표소(Ticket Counter) 통과
파상 라무(Pasang Lhamu Sherpa 1961,12,10~1993,4,22) 추모 게이트
네팔의 국민적 영웅, 여성 셰르파 출신으로 네팔에서 유일하게 에베레스트를 등반한 여성. 4년 연속 도전하여 네
번 만에 성공한 후 하산 길에 동료 셰르파와 8,000m 남봉 근처에서 실종, 18일 만에 동료 셰르파에 의해 차디찬
시체로 발견됐다.
좁교(암소와 숫 야크 교배종)는 당나귀, 야크, 포터와 함께 주요 운반 수단.
고목
파상 라무 추모 게이트를 지나면서 본격적인 트래킹이 시작된다.
루쿨라(2,840m)~체플룽(2,660m)~갯(2,492m)~팍딩(2,610m)까지 8.56km 오늘 하루 걷는 거리다. 갯은 두
드코시 강 하상에 있는 마을로 강 바닥까지 350m 내려 갔다가 다시 팍딩까지 120m 오르막이다. 이곳 가이드는
거리 관념은 없고 소요 시간으로 거리를 계산한다. 다행히 첫날은 루클라 보다 고도가 낮은 팍딩에서 1박을 하여
고소 걱정은 없었다.
쿠슘캉가루(Kusum Khangkaru 6,370m) 조망
첫날부터 6,000m가 넘는 산이 앞을 가로 막는다. 험로가 예상되는 순간이다. 에베레스트 트래킹을 위해 많은 노
력을 기우려왔다. 매주 산을 찾아 다니면서 체력을 다졌고 여름 내 고생하던 기침도 병원을 드나들면서 많이 사그
러들어 출발하는 시점에는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했다. EBC 정보도 꼼꼼히 챙기고 각종 준비물도 작년 안나푸르
나 때 사용했던 것에 약간 보안하는 것으로 마쳤다.
체플룽(Chheplung 2,660m)
채플룽 (가이드 니마 마우리 셰르파의 집)
35세 결혼 1녀, 15년간 한국 사람만 선택 가이드, 한국어 유창, 에베레스트 7,500m 캠프까지 등정 기록, 코미디
언 이봉원과의 교류, 청계산 매봉 등산이 힘들었다는 너스레, 아버지부터 대를 이어 한국 사람과의 인연, 한국은
무엇이던 다 좋다는 친한파, 우리는 이런 사람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지리(Jiri)~루클라 올드 트레일 (7일 소요)
루클라 공항이 생기기 전 에베레스트 원정대는 카트만두에서 버스로 10시간가량 지리로 이동하여 지리에서 캐러
밴을 시작했다고 한다.
마니차, 라마 경전을 새긴 석판, 향로 동네 어귀마다 갖추어져 있다. 글씨, 만든 솜씨가 일률적이라 최근에 한 사
람의 작품이 아닌가 여겨진다. 경전은 현지 사람도 잘 읽지 못하는 내용 기껏 해서 '홈마니 반 매흠' 字 찾기도 급
급하다.
하이웨이 트레일
갯(Ghat 2,592m)
제주도처럼 돌담, 하교하는 학생들에게 초코릿을 나눠 주는 국산 트랙커들, 트레일 주변에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잘 사는지 알기나 하는지 모르겠다.
차 마시며 쉬어 간 곳
두드코시 강
음수대
쓰레기 분리해서 버리는 곳
산사태 지역 통과
롯지(에티 마운틴 홈 팍딩)
집집마다 세워 둔 마니차 무엇이던 많으면 천하게 보여지는 법,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노릇 그렇다고 그 수 많은 것
을 다 돌릴 순 없고 차라리 모르는 척한다.
팍딩(Phakding 2,610m)
두두코시 강 (에베레스트 빙하 발원지)
(17:05) 팍딩 롯지 도착
온도계가 11도를 가리킨다. 체감 온도는 그 이하이다. 밤새 영하로 떨어질 태세다. 에베레스트의 차가운 바람이
두드코시 우윳빛 강물 위로 매섭게 불어 닥친다. 산은 해가 일찍 진다. 고산지대는 더욱더 일찍 진다. 어둠이 밀려
오는 속도가 눈에 보일 정도다. 따뜻한 곳이 필요하다. 롯지 휴게소는 오후 5시부터 불을 지펴 8시에 끈다. 땔감
(야크 똥, 죽은 나무)이 부족해 그 이상은 어렵다고 한다. 침낭에 들어가 체온으로 난방하는 길 밖에 없다. 가이드
는 양치질을 제외한 세수와 발 닦기까지 금한다.
요산 70회 생일
히말라야에서 보는 달은 구름에 약간 가려 보름달엔 조금 못 미치지만 요산의 생일은 언제나 밝고 휘영청한 달이
떤다. 생일잔치는 출국 전 환송식을 겸함 가족모임으로 초졸 하게 치렀다. 달을 쳐다보고 있노라니 문득 혼자라는
생각에 흠칫 놀라 숙소로 돌아온다. 내일부터는 고소와 싸울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한다. 잠을 잘 자는 일이 급선무다.
2017년 11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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