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있거라 안나푸르나 다시 보자 마차푸차레
안나푸르나와 작별 시간이 점점 다가온다. 밤새 잠을 설친 것은 고산증이 채 가시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취침 전
에 5시에 일어나 일출 전망대까지 산책하기로 했다. 까만 밤, 하늘에 무수한 별, 살짝 살얼음이 언 한기, 이상하게
도 바람은 한 점 없다. 조심조심 전망대에 도착하여 여명의 안나푸르나와 마주한다. 지금 이 순간 우리가 해 할 것
은 무엇인가? 계속 탄성과 탄식만 쏟아 낼 일인가? 강 선생이 제주도에서 공수해온 참이슬과 내가 포카라에서 부
터 짊어지고 온 생수를 제물로 차려 큰절을 올린다. 엎드려 비나이다. 난생처음 이렇게 큰 산을 봅니다. 지구의 끝
이 아니라 또 다른 행성을 보는 듯합니다. 세상에서 제일 높으신 산신령이시어 극동에 작은 산들로 꽉 차 있는 나
라에서 왔습니다. 거기에도 산신령이 계십니다. 산을 사랑하는 사람을 돌봐주는 마음은 히말라야와 신령과 조금
도 다를 바 없을 겁니다. 산과 영혼을 같이 할 것을 맹세합니다. 건강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잘 보살펴주십시오.
또 오겠습니다.
(05:15) 동트기 전에 상(참이슬, 생수, 육포, 초코릿) 차리고 엎드려 기원하다.
(05:50) 일출 대기
일출 장면을 보기 위해 전망처에 늘어선 사람들
(06:20) 안나푸르나 South, 안나푸르나 일출
안나푸르나 일출
마차푸차레 일출
마차푸차레
마차푸차레
(08:00) ABC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 4,130m, 뱀부 16.2km, 날씨 맑음, 기온 4도) 출발.
들떴던 마음을 가라앉히고 일상으로 돌아가려고 노력한다. 간밤에 고소증세는 가쁜 호흡부터 시작됐다. 얼굴이
붓는 것은 기압이 낮아 모든 사물이 팽창하는 이치로 과자 봉지가 빵빵하게 부푼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사람의 인
체 장기도 확장되는 모양이다. 잦은 소변과 멈추지 않는 방귀, 몸을 뒤척일 때 가쁜 숨결은 시간이 지나야 진정 된
다. 별다른 고통은 없었지만, 이와 같은 현상이 계속 반복되었다. 짐을 다 꾸리고 하산 길에 들어서니 어저께의 일
을 까맣게 잊는다.
강 선생은 물리학이 전공이라고 한다. 선생님답게 히말라야 생성 과정을 자세히 설명해 준다. 암모나이트 화석
아시죠? 달팽이처럼 생긴 조개로 중생대에 바다에 살던 동물인데 히말라야산맥 고지대에서 발견되고 있는 것은
해저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맥이 되었다는 증거다. 지구의 맨틀 위에 지각층이 여러 개의 판으로 구성되어 있는
데 지각은 고정되어 있지 않고 맨틀 위를 떠다니다가 서로 부딪치기도 하여 이때 산이 만들어지기도 하고 화산이
나 지진 같은 것도 일어난다. 히말라야 산맥은 인도, 오스트레일리아판과 유라시아판이 서로 부딪쳐 해저의 퇴적
층이 위로 솟아오른 것이다. 이와 같은 작용으로 지금도 히말라야는 1년에 10cm 가량 들어올려진다고 한다.
트래커를 배웅하는 간판 (Thank You 4 Being Together With U. Have a Fantastic Trekking. See You Again.)
눈이 지배하는 세상에는 생명이라곤 보잘것없는 잡초 더미 땅바닥에 볼품없이 붙어있다. 벌판은 황무지고 사방
하늘 높이 솟은 산은 만년설을 이고 살며 굴곡진 산비탈은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하다. 사람이 살 수 없는 땅.
나마스떼! 안나푸르나
네팔 정부의 공식 발표에 의하면 네팔 히말라야에는 6~7,000m급 봉우리가 1,165개, 7~8,000m급 봉우리가
127개, 8,000m급 이상이 8개가 미 확인된 6,000m급 봉우리가 더 있다고 한다. 공식적으로는 고봉 1,370개
중 개방한 산은 고작 160개에 불과하다.
칸데에서 출발하여 ABC까지 상행 6일, 다시 ABC에서 시와이까지 하행 3일, 총 9일간의 생츄어리 트래킹 일정이
다. 하산 첫날은 뱀부까지 3일에 걸쳐 올라온 길을 하루 만에 간다. 내리막길을 걸으니 가슴이 펴지고 시야가 넓
어져 올라올 때 못 본 경치를 다시 본다. 날씨도 정 반대 현상으로 계속 맑음의 연장이다. 고산병 걱정이 없으니
마음 놓고 달려본다. 하산길은 빠르게 진행한다.
(09:00) 마차푸차레 통과
MBC와 데우랄리 사이 협곡 진입
5,000m 계곡에서 쏟아지는 폭포
산사태, 눈사태 위험 지역 통과
협곡을 빠져나와 광활한 평원으로 진입
산사태 진행 구간
혼탁한 빙하수
환상적인 트레일을 지나간다.
네팔 히말라야 트래킹 코스 중 생츄어리 코스를 트래커들의 천국이라 한다. 다른 코스를 경험하지 못해 개인적인
의견은 없다. 다만 9일간의 코스 답사를 통해서 네팔의 열악한 도로 사정과 비교하면 상대가 안 될 정도로 잘 조
성해 놓았다. 일정한 폭 유지(평균 1.5m), 오르막과 내리막에 돌계단 처리, 강에는 출렁다리, 협곡에는 외나무다
리, 평지 길은 흙으로 다져있다. 트래일은 산 6, 7부 능선에 주로 놓여 있으며 능선 위나 고갯마루, 두 강이 만나
는 지점에는 롯지와 편의시설을 건설하여 숙식과 생필품 구입 등을 용이하게 했으며 트레일은 고도를 높여갈수
록 활엽수, 원시림, 침엽수, 수목한계선을 거쳐 자연스럽게 빙하지대로 나아간다.
초르텐과 마차푸차레
(10:25) 데우랄리 통과
데우랄리(Deurali 3,230m) 전경
폭포
계곡 외다리 건너기
힌쿠(Hinku Cave 3,170m) 유적지
볼더링 오버행 솜씨를 보이는 외국인 트래커
폭포의 굉음에 산천이 진동하고
(11:30~13:00) 히말라야(Himalaya 2,920m) 도착 점심.
원시림 속으로 트래킹 행렬
실타래처럼 풀어 젖힌 폭포
초르텐과 타르촉
랄리구라스
포터 짐의 무게
(14:00) 도반(Dovan 2,600m) 통과
산 너머 뭣이 있길래 폭포
(15:00) 뱀부(Bamboo 2,310m 기온 14도) 도착. 저녁, 숙박.
금주령 해제하고 고산병 내려놓으니 술맛이 꿀맛이다.
하산 길 16.2km를 5시간 30분 만에 내려왔으니 날아온 셈이다. 그래도 중간에 물 다 마시고 쉴 거 다 쉬었다.
고산병 때문에 참고 참았던 근질근질한 다리 근육 확 풀고 나니 몸이 한결 가볍다. 그놈의 고산병만 아니라면
ABC는 건강한 사람이면 누구나 오를 수 있는 코스다. 하루에 평균 걷는 거리가 6km 정도밖에 안 되니 심한 말로
기어서라도 갈 수 있다. 히말라야 특별한 사람이 가는 곳이 아니라 동네 뒷산 부지런히 다니는 사람이면 누구나
오를 수 있다. 생전에 처음 보는 산에 많이 놀랄 것이다.
2016년 10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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