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하가 물러가고 빙퇴석만 널부러진 계곡
같은 방에서 자고난 대원들의 얼굴이 조금씩 부은 듯하다. 다들 정년 퇴직한 연세에 몇일간 험한 산길을 고도를
갈아치우며 걸었으니 힘도 들었겠다. 오늘부터 고산병에 대한 주의가 각별히 요청되는 순간이다. 대원 각자가 많
은 준비를 하고 왔겠지만, 고소병에 관한 정보를 공유하면서 어떤 약을 먹는지도 관심사였다. 약간씩 긴장하고 있
는 표정이다. 오늘도 하루 적정 고도(300m)보다 조금 높은 470m 고도를 높인다. 대신 이동 거리는 약 3km로 짧
아 시간당 1km의 속도로 걷는다면 오전에 MBC에 도착할 수 있다. 오후에는 긴 휴식 시간을 가질 수 있으니 천천
히 쉬면서 주위 풍광을 즐기며 걸으면 된다.
(07:20) 룸메이트(6인실)
폭포
아무리 쳐다봐도 도무지 물길이 없어 보이는 곳에서 폭포가 쏟아지니 기가 막힐 일이다. 눈이라도 쌓였으면 빙하
가 흐른다고 하면 되겠지만, 지금 안나푸르나에는 6,000m 이하 산에 눈이 없다. 우리나라 같으면 인공폭포를 만
들었겠지 하면 되겠지만, 이곳에서는 올라가서 확인해 보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07:50) 데우랄리(Deurali 3,230m, 날씨 맑음, 기온 6도) 아침(미역국)
데우랄리는 좁은 협곡 언덕바지에 자리 잡아 남북으로 길게 뻗은 계곡과 양쪽 5,000m급 준봉들이 즐비하게 늘어
서 있다. 햇빛이 비치려면 한참이나 기다려야 하며 그 전에는 여명이 오래간다. 하늘은 맑고 푸르러 갈 길을 재촉
하고 계곡의 음산한 기운은 발길을 붙든다.
(08:00) 데우랄리 출발
롯지 뒤 저 고갯마루에 올라서면 속세와 선계로 나누어진다. 계곡 오른쪽 깎아지른 암벽에 부처님 한 분이 안나푸
르나를 오르내리는 사람들을 지켜보고 있다.
히말라야에서 부처님을 보다.
데우랄리의 명물로 마차푸차레 능선 약 5,000m급 산 중턱 깎아지른 절벽에 마치 화강석 마애좌불이 검은 벽을
두른 모습을 하고 있다.
마애불처럼 누군가 정교하게 조각한 사람의 솜씨라고 생각이 들지만, 누가 절벽까지 가서 무슨 수로 만들었을까?
불가사의한 일이다.
크게 확대해서 보니 형태를 알아볼 수 없는 암벽 표면으로 검은 층의 암벽이 절묘하게 깎여나가 흑백의 조화가
만들어낸 부산물이다. 세계에서 제일 높은 곳에 자리 잡은 자연 부처상으로 최고의 기도발을 믿어 마지않는다.
듣기로 에베레스트의 아마다블람 서봉 서북쪽 상단 절벽에도 연화좌에 가부좌를 튼 부처님 형상을 한 마애불이
있다고 하니 몹씨 기대가 된다.
저 언덕에 올라서면 빙하 지역의 흔적이 남아 있는 광활한 개활지로 나간다.
산사태, 눈사태 위험지역 통과
케른
돌무더기로 초기에는 길 표시로 돌을 쌓다가 지나는 사람들에 의해 돌탑이 만들어지고 누군가 정성을 쏟아 추모
지로 변했다. 지금은 바람이 실어온 타르촉이 나부낀다.
실폭포
폭포는 타래실을 풀어 놓은 듯 검은 벽은 마를 날이 없겠다.
(08:30) 트래킹 시작 30분 만에 만나는 마차푸차레는 강한 햇빛에 반사되어 그늘진 부분만 보이고
음과 양의 조화
마차푸차레 계곡
하늘로 치솟은 산봉우리는 바람이 깎고, 눈이 휩쓸고, 비가 쓸어내린 암 탑, 새의 부리처럼 날카롭다.
계곡 상류 혼탁한 빙하수
(08:55) 반쪽의 아침 계곡
데우랄리를 출발한 지 1시간이 지났지만, 아직도 계곡은 산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반쪽만 해가 비친다. 쪽빛
하늘, 설산, 설선 아래 검은 바위, 길게 굽은 트레일이 한 폭의 그림이다. 봄에는 야생화가 만발하고 우기에는 물
로 넘쳐나며 겨울에는 흰 눈으로 덮여버리는 곡절 많은 계곡 질퍽한 골짜기다. 그놈의 산소만 충분하다면 움막 짓
고 살고 싶다.
요산
다행히 위험한 벼랑길을 빠져나와 평지와 다름없는 계곡 바닥을 졸졸 흐르는 개울물 소리 들으며 걷는다. 고소병
도 잠시 잊은채 포터들과 따사로은 햇빛을 즐긴다.
한동호 강창선 제주도 선생
가이드(나바), 한선생, 강선생, 셀파(딜레드)
강선생
지금까지 요산의 고산 증세는 얼굴이 좀 붓고 조그마한 언덕에서조차 호흡이 거칠어지고 계속 걸으면 숨통이 터
질 것만 같았고 조금 쉬면 괜찮아지기를 반복한다. 꼼짝 않고 쉬는 것이 좋은 예방법이다.
강은 상류로 가면서 점점 좁아지는게 마련인데 자꾸 넓어지니 계곡이 언제 끝날 지 모른다는 일이다. 안나푸르나
까지 가 봐야 알겠다.
뒤 돌아 본 계곡
종잇장처럼 구겨진 암벽
진행 중인 산사태
후미 대원들
외국인 트래커들의 휴식 장면 여유가 넘친다
(10:00) 마차푸차레 베이스캠프(MBC)가 보인다. 설산은 히운출리와 안나푸르나 South 눈에 빤히 보이는 거리
를 1시간 간다. 지평선이나 수평선 한가운데 서면 방향 감각을 상실하고 거리 측정이 불가능해진다. 광활한 산간
지방 지금이 그런 꼴이다.
MBC 도착 직전
MBC에서 가장 가깝게 볼 수 있는 안나푸르나 연봉 안내판
피쉬 테일(Fish Tail 6,997m), 히운출리(Hiunchuli 6,441m), 안나푸르나 남봉(Annapurna South 7,719m),
안나푸르나Ⅰ(AnnapurnaⅠ 8,091m), 안나푸르나Ⅲ(AnnapurnaⅢ7,555m), 안나푸르나 팡(Annapurna Fang
7,647m), 텐트 피크(Tent Peak 5,695m), 강가푸르나(Ganggpurna 7,454m), 강다와출리(Gandhgarwachuli
6,248m), 글라이서 돔(Glacier Dome 7,069m) 등이다.
「요산의 하루」
ABC(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가는 이정표
MBC에서 북서쪽으로 뻗은 ABC 가는 길
(11:00) MBC(마차푸차레Machapuchare B,C 3,700m. 데우랄리 2.64km, 기온 13.8도) 도착. 점심 (수제비)
오후가 되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구름 떼
북쪽 안나푸르나부터 가리기 시작하여
마차푸차레를 덮친다.
구름에 안간 힘을 쓰는 마차푸차레 오늘은 여기서 끝인가 보다.
사방에서 밀여오는 시커먼 구름은 마차푸차레 덮고 안나푸르나를 덮친다. 오전이 끝나려면 아직 몇 십분 남았는
데 천기는 틀림없이 찾아온다.
구름에 휩싸인 마차푸차레
지금부터 조망이 끝나 잠시 서운하지만, 안나푸르나 조망 기회는 복 받았다고 한다. 내일 오전부터 시작하는 일출
과 구름 한 점 없는 아침을 기대하며 가스가 잔뜩 낀 캠프 주변을 한가롭게 산책한다. 보이는 것이라곤 구름, 안개뿐.
2016년 10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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