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다 보니 한북정맥도 어느덧 후반에 들어서다.
우리 명산 100, 조선일보 선정 315 산을 등산하면서 강원(철원, 화천), 경기(포천, 가평, 양주)의 산을 넘다 보니 어느덧 한북정맥과 이어지게 되었다. 60대 중반에 우리나라 산경 1 대간 1 정간 13 정맥 중 백두대간 단독 종주를 마치면서 얼마나 고생었던지 나머지 정맥은 생각하기조차 싫었다. 그렇다고 산을 계속 오르는 한 피할 수 있는 없는 노릇이었다. 우리나라 산은 백두대간을 중심으로 정맥, 기맥, 지맥과 최종적으로 분맥, 단맥으로 까지 이어져 섬의 산처럼 단독으로 솟은 산맥은 없다. 우리나라에 이름 있는 산이 4,443개가 된다는 사실을 언젠가 신문 보고 알았다.
(06:10) 수피령 (해발 780m)
철원군 근남면 육단리와 화천군 상서면 다목리를 잇는 고개이며 한북정맥 남한 구간이 시작되는 기점이다. 양주 사패산 등산을 마치고 화천 사창리로 이동하여 토마토 모텔에서 하룻밤 자고 이튿날 새벽 모텔 사장의 드라이브로 수피령에 도착했다. 가는 도중 실내고개가 수피령인 줄 착각하고 우리를 내려놓고 가버린 것이다. 수피령 표지석과 들머리를 찾아 이곳저곳 기웃거리고 있는데 자동차 클랙슨 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모텔 사장이었다. 차에 다시 타라고 황급히 손을 젓는다, 만약에 우리가 임도 따라 산속으로 들어갔다면 큰일 날뻔했다.
수피령 대성산지구전적비
6.25 격전지 중의 한 곳으로 1951년 6월 9일 국군 2 개 대대가 1041 고지에서 중공군 1개 연대와 벌였던 전투에서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국군 영령들의 넋을 추모하고 숭고한 뜻을 기리기 위해 세운 碑이다.
한북정맥은 백두대간 추가령에서 분기한 한강과 임진강 사이를 지나는 산줄기이다. 이북구간 적근산, 대성산을 지나 휴전선을 넘어 남쪽구간 수피령에서 시작된다.
출발 전 한 선생과 요산의 하루 기념촬영
등산로 입구를 가리키는 이정표 방향으로 임도가 개설되어 있다. 산불을 예방하는 방화선일 수도 있고 군사작전도로 일 수도 있다. 나무가 울창하고 잡풀이 무성하여 시야를 가리고 발걸음을 더디게 한다.
수피령 맞은편 북쪽으로 절개지 보안공사 모습
수피령애서 135m 지나온 지점으로 복계산 까지는 2,053m 남았다. 수피령에서 복계산까지 총거리는 2,188m이다.
야자메트 깔린 등산로가 나타난다. 이곳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고 이런 걸 깔았을까? 오늘이 5월 31이다. '트랭글'에 기록된 나의 복계산 등정 순위가 125位로 찍힌다. 야자메트는 인간의 발에 의해 닳지 않고 저절로 썩는다. 아까운 돈을 깔아 놓은 셈이다.
이정표를 확인해 보니 복계산 방향으로 능선(한북정맥)과 임도(복계산) 두 갈래로 갈라진다. 능선길에 촛대봉과 칼봉이 자리 잡고 있어 위험한 모양이다. 우리는 임도로 복계산으로 간다.
비닐창고는 軍의 소유 같다
임도 위 이정표
비탈길 좌측 절벽 나무 가지 사이로 희끗희끗 바위가 드러난다
함박꽃나무
층층나무꽃
(07:05) 복계산 3 지점 팻말(철원군청 제작)이 있는 곳까지 왔다. 복주산(한북정맥)과 복계산 갈림길로 복계산까지는 왕복 1km, 이왕 여기까지 올라온 거 복계산을 다녀오자.
헬기장
헬기장 이정표 (←감성마을 5,782m, ↓ 수현공원, 복계산 92m→)
감성마을은 화천군 상서면 다목리에 있는 이외수문학관이 있다. 이외수(1946~2022)는 향년 75세의 나이 폐렴으로 저 세상으로 떠났다. 직업군인인 아버지를 따라 초등학교 5(함양, 대구, 화천, 양구, 인제) 곳을 전전긍긍하며 졸업하고 인제 중. 고등 춘천교육대학을 졸업했다. 우리와 동 새대를 산 사람으로 가난은 누구도 자유로울 수가 없는 황경이었다. 다행히 글재주가 있어 작가로 등단하면서 가족들을 굶기지 않고 살았다고 한다. 그의 진보적인 성향 때문에 책은 한 권도 잃지 않았다.
(07:20) 복계산(1057,2m) 도착
강원도 철원군 근남면 잠곡리에 있는 복계산은 불행하게도 한북정맥에서 벗어나 있는 산이다. 다만 남한 최북단 등산코스 및 한북정맥 구간 기점인 수피령과 이어져 있다는 점 때문에 많은 등산가의 발길이 끊어지질 않는다. 정상에 서면 휴전선 일대의 산들이 그림같이 펼쳐져 있다.
복계산 정상석과 기념촬영
한 선생과 요산의 하루
복계산 정상에서 남쪽을 바라보면 화악산 그리고 한북정맥 복주산, 광덕산, 백운산, 국망봉이 거대한 산줄기를 이루며 남으로 내러가고 있다.
한북정맥 산악회 리본
복계산 이정표 (←수피령, 촛대봉, ↓ 매월대)
매월대는 복계산 서남쪽 기슭 해발 595m에 솟은 깎아지른 층암절벽(선바위)을 말한다. 조선 시대 수양대군이 단종을 몰아내고 왕위를 찬탈한 것에 분개한 생육신의 한 사람인 김시습이가 관직을 버리고 이곳에서 은신하며 살았다는데 그의 호를 따라 선바위를 매월대로 부르고 가까이 있는 폭포를 매월대 폭포라고 불렀다고 한다.
(07:45) 다시 복계산 3 지점으로 돌아와 한북정맥을 올라타고 복주산 방향으로 진행한다.
'J3 CLUB' 리본 발견
삼거리 이정표 (←복주산 10,7km, ↓ 수피령 1,5km, 복계산 0,7km→)
수피령(대성산지구전적비)에서 1,105m 올라온 지점에서 임도를 버리고 능선(한북정맥)을 따라가면 닿는 지점이다. 숲이 우거져 시야가 가려져 확인은 할 수 없지만 지도상으로 볼 때 임도는 촛대봉과 칼봉을 우회한 것 같다.
급경사 구간 쇠봉과 로프로 안전가드 설치
여러 가지 나무가 뒤엉켜 발길 틈도 내주지 않는다
칼바위라고 이름 지어봤다. 지리산 중산리 계곡 입구 칼바위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08:50) 복계산 4 지점 통과 이정표 (←수피령 3,7km, 복계산 2,5km, 복주산 8,5km→)
이정표를 화천군, 철원군, 산림청에서 각자 만들었기 때문에 약간은 거리의 혼선을 불러 일으키지만 그래도 없는 거 보단 났다.
모처럼 시야가 트이는 곳을 지나가며 한북정맥 남은 구간에 복주산과 광덕산을 전망한다.
감성마을(1,730m) 갈림길 이정표
강원도 화천군 상서면 다목리 이외수(1946~2022) 문학관이 있는 마을이 감성마을이다.
진달래 철쭉 같은 관목으로 둘러싸인 등산로
키 작은 참나무 숲 사이로 오솔길 같은 등산로
복계산(6,1km) 복주산(5,3km) 중간 통과 지점 이정표
헬기장①
인적이 없는 등산로 평의자 두 개 위로 널브러진 가지 사람이 쉬었다 간 흔적이 없는 쉼터 을씨년스럽구나!
(11:45) 복주산 6 지점 이정표 (←복주산 3km, ↓ 복주산휴양림 2,72km, 복계산 8,4km→)
복주산 휴양림은 산림청이 운영하는 국립자연휴양림이다. 강원도 철원군 근남면 잠곡리 복주산 일대 자연림과 인공림이 계곡과 조화를 이루는 울창한 자연환경이다. 복주산 등산로가 개설되어 있다.
엮은 통나무 트레일
실내고개 (화천) 갈림길
아침에 모텔 사장이 수피령인 줄 알고 착각하여 우리를 내려준 고개이다. 그대로 계속 올라았다면 이곳에 도착했을 것이다. 황당한 일이 벌어질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실내고개에서 시작한 임도 (방화선겸 군작전도로)와 접속한다. 임도는 DMZ 평화의 길이 지나간다. 이정표에 ←화천군 사내면 영월 2리 정류장, ↓ 철원군 근남면 잠곡 3리 정류장으로 이어진다.
임도
쓰러진 나무줄기와 부러진 가지가 임도를 덮어 걷기에 매우 불편했다. 임도는 복주산 직전 500여 미터까지 계속된다.
헬기장 ②
헬기장③
(13:35~14:05) 복주산 5 지점 정상 도착했다. 정상 직전 높이 10미터 남짓 암봉 두 곳을 넘는데 죽을힘을 힘을 다했다. 나이 탓인지 정상을 눈앞에 두고 이렇게 주저앉은 적은 거의 없었다. 그동안 2 리터 가량의 물도 다 소비하고 마땅한 쉼터가 없어 쉬지 않고 강행군한 것이 더위에 녹초가 되어버린 모양이다. 저체온증은 더위를 먹어도 일어나는 증세이다. 모텔에서 서비스로 삶아 준 계란, 새벽 식당에서 준비해 준 주먹밥이 목구멍으로 넘어가지 않았다. 비상으로 준비해 간 통조림(비니&위니)으로 간신히 허기를 달랬다.
복주산(1,152m) 정상석
강원도 화천군 상서면, 사내면과 철원군 근남면에 걸쳐 있는 산이다. 한북정맥에 속하는 산으로 북쪽으로 복계산, 휴전선 이북에 대성산이 솟아있고 남쪽으로 광덕산이 솟아 있다. 산은 전반적으로 가파르며 군 작전지역에 속해 인적이 드물어 등산로가 원활하지 못하다.
복주산 정상석과 기념촬영
한 선생
한 선생과 요산의 하루
복주산 등산안내도
오늘 산행 목표는 수피령에서 광덕고개(24,1km)까지인데 물도 다 떨어지고 컨디션도 최악이라 한 선생의 동의를 얻고 하오현고개(15,2km)로 탈출하기로 한다. 여기까지 오는 길에 수많은 봉을 넘나들었지만 산이름 하나 얻지 못한 무명봉이 수두룩했다. 산은 자고로 마을을 품어야만 이름하나 얻어걸린다.
복계산과 한북정맥 전망
화천군 사내면 사창리 일원 전망
하산 바윗길 우회로
앵초
괴목(물푸레나무)
폐타이어 하산로
(15:20) 하오현고개 도착 ( ↓ 복주산 1,84km, ↑ 한북정맥 광덕산)
하오현 옛길 따라 하산한다
내려가는 길에 옹벽에 강원도 20대 명산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아직 미답의 산(청대산, 운봉산, 남산, 쉰움산, 어답산)이 보인다.
화천과 철원을 잇는 463번 지방도 하오터널 입구이다. 모텔사장을 콜 했다. 모텔 2박 투숙 조건으로 수피령, 하오현고개 두 곳을 픽업해 주기로 했다.길가 그늘에 약 20분간 퍼지고 앉아 있으니 픽업차량이 나타났다. 우리를 대단한 분이라고 추켜세운다.
사창리 토마토 모텔에서 이틀 자는 동안 사내면 종합문화센터에는 시네마, 도서관, 장병쉼터, 퀴즈카페, 카페, 사우나 등을 운영하고 있는데 토마토 사우나에서 경로 우대(@2,000원)로 2회 목욕을 했다. 주민 자율로 운영하고 있는데 시골 답지 않게 깨끗하고 깔끔한 목욕탕이었다. 사창리에서 2박 하면서 숙박비 80,000원, 차량지원 40,000원, 사브사브와 막국수로 저녁 두 끼. 카페에서 목욕 후 얼음음료 2 회까지 다 만족할 만한 비용이었다. 과거 군 입영시절 103보에서 오음리, 사창리 하면 최악의 배치 지였는데 격세지감을 느낀다.
명품 특산물 화천 토마토
화천 사내면 복주산 해발 4~600m 고랭지에서 재배하는 토마토는 육질이 탱글탱글하고 당도가 높은 것으로 유명하다. 입소문을 타고 전국으로 유명해지면서 매년 8월 첫째주 토마도 축제가 열린다. 토마토는 화천의 대표 농산물로 올해로 20회 축제를 맞이한다고 한다.
2024년 05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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