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 세상/이태리 돌로미테 산군

돌로미테 알타비아 NO.1 트레킹 첫날 브라이에스호수~비엘라산장~페데루산장

안태수 2022. 9. 8.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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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변 장애를 무시하고 트레킹에 나서다

 

요통과 요실로 밤새 화장실을 드나들며 속옷은 물론 침대 시트까지 적셨다. 본격적인 트레킹이 시작도 되기 전인데도사태가 더 악화되지 않을까 하는 염려와 과연 트레킹을 완주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아침을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12명의 일행과 함께 차로 20여 분 달려  트레킹 출발지점인 브라이에스 호수에 도착했다. 간밤에 추적추적 내리던 비가 아침에는 파란 하늘과 눈부신 햇빛 그리고 뭉게구름으로 바뀌었고 에메랄드빛 호수와 하얀 백운암 산괴가 잠시 고통을 잊게 했다.

         

브라이에스 호수 유료주차장 

백운암 암봉에 넋을 잃어 죽어도 좋으니 따라가겠다고 가이드에게 폭탄선언을 하자 일행들은 박수로 환영하고 일부 전문 산악인은 도움을 자처하고 나섰다. 수건으로 아랫도리를 단단히 감싸고 등산화로 갈아 신고 배낭을 메고 스틱도 뽑아 들어 일전의 자세를 나아간다.  

 

Lake Lago Di Braies (해발 1,494m)

브라이에스 호수는 돌로미테 최고의 호수 중 하나로 관광명소이다. 호수 둘레가 3,5km, 천천히 둘러보는데 1시간 30분 소요된다. 호텔, 카페, 보트, 수영, 등 위락시설 즐비하고 산책로를 따라 걸음을 옮길 때마다 새로운 풍경과 경이로움을 만나게 된다.

 

전망대에서 호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호수 가장자리로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고 하늘을 찌르듯 독일가문비나무가숲을 이루고 있다. 에메랄드 빛 호수, 물놀이에 여념 없는 보트, 돌로미테를 상징하는 백운암 산괴, 오늘따라 파란 하늘과 뭉게구름이 한 폭의 그림이다. 그 어떤 사진보다 더 아름다운 현실 이게 바로 반전이라는 것이다. 

 

걸을 때마다 계속 바뀌는 호수 주변 풍경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브라이에스 호수 水口 방향

 

브라이에스 호수 出口 방향

 

'요산의 하루'

지금껏 등산을 하면서 신체에 이상이 생긴 건 처음이다. 돌로미테 트래킹을 앞두고 나름대로 컨디션 조절해 가며 최상의 상태로 출발했는데 인천~두바이 간 기내에서 소변장애가 잃어 난 것이다. 불편한 좌석 때문에 소변을 오래 참은 것이 화근이었다. 뒤에 브루네코 종합병원으로 후송되어 안 사실이지만 전립선에 문제가 생겨 소변 배출을 막고 장시간경과하면서 세균에 감염된 것이라고 한다. 요통과 요실로 아랫도리에 수건을 감싸고 트레킹 중이다.

 

해당화

 

솔나리

 

호수와 맞닿은 거대한 산맥 사이로 눈, 얼음, 돌사태가 흐르는 카르, 꿀르와르, 너덜겅, 지금은 황량한 돌강으로 비쳐진다.

  

마지막 뒤돌아본 브라이에스 호수 후경

 

알타비아 No.1 트레킹 코스는 이태리 권역 북부 알프스 돌로미테 산군의 중심 지역 해발고도 1,500m에서 3,000m사이를 넘나들며 돌로미테 백운암 산지의 가장 아름다운 풍광과 3,000m급 이상의 침봉(Croda)과 마주하는 코스이다.  Alta Via'는 '高道' 높은 길이라는 뜻이며 현재까지 알타비아 No.10까지 개발되어 있는데 숫자가 높을수록 난이도가 높다고 한다.

  

호수가 끝나고 큰 자갈 사면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등산로가 시작된다.

 

이정목

펑퍼짐한 자갈밭은 과거에 빙하가 흐르다 마른 모레인 지대, 지금은 눈사태와 산사태 결과가 모여드는 돌강, 기부에 풍화작용으로 무너져 내린 자잘한 돌무더기 스크리, 지형은 끊임없이 변하며 알프스는 빠른 속도로 침식으로 낮아지고 있다고 한다.

 

호수를 벗어나 광활한 골짜기 들어선다. 바위에서 부서져 나온 자갈과 모래 지대이다. 날카로운 침봉들은 항상 침식이잃어 나고 있다는 반증이며 언제 바위가 무너지는 돌발사태가 발생할지 모르는 위험군이다 그래서 일 년에 6~9월까지 개방하는 것은 아닌지?  

 

바위 위에 양쪽에 빨간색 가운데 '1' 子 표시한 마크는 알타비아 No.1 코스를 가리킨다. 이정목에도 이런 표시되어 있어 주의를 기울인다면 길을 잃을 염려는 없다.

  

돌로미테 산군 파노라마 사진

 

트레일은 초록색 숲 사이 꿀르와르를 올라 좌측 암봉 기저부를 지나 봉우리 사이 고개를 넘는다. 

 

돌강(자갈강)

 

돌로미테 산괴가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바위 능선과 백운암 침봉들 그리고 빙하의 흔적 카르, 트레일은 바위 사이 협곡 꿀르와르와 풍화작용으로 퇴적된 스크리 지대, 눈사태와 산사태에 실려온 자갈과 모래 지대를 통과한다. 잘못 발목이 젖힐 수 있으니 목이 긴 등산화를 신어야 한다.

     

독일가문비나무

 

갈림길 이정표이다, 여기는 이정표에 소요 시간을 표기해 놓았다. 브라이에스 호수를 출발하여 이곳까지 오는데 2시간30분 소요되었고 점심 장소인 비엘라 산장까지는 1시간 30분 남았다. 가이드와 전문 산악인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가 배낭을 들어주겠다고 한다. 정중히 사양하고 그들을 떠나보내고 잠시 쉬고 있는데 일행 중 한 명이 다른 길로 갔다가 되돌아오는 중 나를 발견한 것이다. 정상 루트를 가르쳐 주고 나는 계속 후미로 쳐졌다. 

 

해저 퇴적층이 융기한 지표이다. 퇴적암 중 석회암으로 마그네슘 함량이 석회암보다 많은 암석을 백운암(Dolostone)이라 한다. 돌로미테는 백운암 산군으로 유명하다. 

 

하늘과 맞닿은 산릉 중앙 끝 부분을 넘어야 한다.

 

백운암봉 골격과 주름

 

독일가문비나무와 백운암 바위를 경계로 수목한계선 관망

 

가로 세로 절리가 거북이 등짝처럼 촘촘히 발달했다.

 

퇴적층, 융기, 습곡, 침식, 스크리의 현장 파노라마 사진

 

퇴적층, 융기, 습곡, 풍화의 결과물 산재

 

아래서 보던 하늘과 맞닿은 지점이다. 산봉우리를 오르는 일을 제외한다면 더 오를 일은 없다. 우리들의 트레킹은 정상은 오르지 않고 기저부 즉 발치를 지난다. 능선 마루에 올라서니 구릉지 고원이 펼쳐진다. 크고 작은 바위가 더 이상 갈곳이 없어 바닥에 뒹굴고 있다.

 

초지, 야생화, 바위 부스러기 스크리, 암봉, 사이로 트레일이 지난다.

 

오후 시간대 고지대 일기는 시시각각 변한다. 저지대의 따뜻한 공기가 상승하면서 기류가 요동을 친다. 파란 하늘과 구름이 번갈아 하늘을 덮는다.

  

오늘은 토요일 주말이다. 커다란 바위에 올라서 있는 사람은 현재 진행 중인 산악마라톤인지 트레킹 행사인지 하는 대회를 안내하는 안내원이다. 이곳을 고비로 대회 무리들과 떨어졌다. 대회 행렬 때문에 숨어 아랫도리를 추스를만한 곳을 찾지 못해 소변을 참고 오느라 요통은 더 심했다.

  

고개 마루이다. Pass라고도 하며 우리말로 안부라고도 한다. 흔히 지역을 나누는 경계 역할을 한다. 성모 마리아상을 모신 성당 그리고 뒷에 있는 정상은 대회 반환점이다. 이곳을 기점으로 브라이에스 호수 방향은 가파른 경사를 유지하고 돌레미테 산군은 광활한 고원을 품고 다양한 산 그림을 그리며 해발 3,000m 넘나드는 백운암 침봉들이 병풍처럼 펼쳐진다.  

 

돌로미테 산군 파노라마 사진 한 장으로 돌로미테 핵심 전모가 잘 나타나고 있다. 바위에 오르지 못한다면 돌로미테는 이곳에서도 충분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우리가 진행하는 알타비아 N0.1 코스는 브루넥 브라이에스 호수를 기점으로 북에서 남으로 약 90km 돌로미테 산군 중심 지역을  통과하여 코르티나 담페초에서 끝을 맺는다. 

 

비엘라 산장 전망 

 

비엘라 산장(해발 2,327m) 모습

 

비엘라 산장에 들어서니 먼저 도착한 일행들이 환호와 박수세례를 보내왔다. 내가 꼴찌 도착이다. 가이드가 수고의 인사를 건네며 선생님은 예정 시간에 도착했고 여기분들은 1 시간 일찍 도착했다고 한다. 도착지까지 여유가 있으니깐 천천히 점심 드시고 푹 쉬어라고 한다. 이럴 땐 수프가 먹고 싶었지만 단체식엔 마카로니, 피자, 소시지, 야채샐러드 그리고 음료에는 생수, 맥주, 에스프레소가 전부였다. 요통 때문에 음식이 받질 않았다.    

 

비엘라 산장 야외 식탁

 

오늘의 종착지 페데루 산장 이정표 확인

 

돌로미테 산군을 배경으로 기념촬영

점심을 먹고 잠시 쉬었다가 다시 걸으려고 하니 허리가 끊어질 것 같은 통증이 일어났다. 허리, 방광, 腸을 포함한 전방위 요통이다. 바위를 붙잡고 허리를 이리저리 움직여 봤지만 소용이 없다. 가이드가 건네준 소염진통제를 처방하고 일행들을 먼저 떠나보내고 난 뒤 천천히 걸으면서 통증을 가라앉혔다.   

 

해저 밑바닥을 연상케 하는 지형이다  해발 2,000~2,500m을 넘나드는 구릉지가 끝없이 펼쳐져 있고 그 사이로 여러 갈래 트레일이 조성되어 있다. 이정표를 잘 보고 진행해야 한다.    

 

이정표에 표기된 트레일 넘버만 알고 진행하면 안되고 중간 중간 거쳐가는 산장의 이름도 알아야 한다. 여기 이정표는 N0.1의 표지판은 없고 N0.6에 Sennes 산장만 표기되어 있다. 두 코스가 겹친다는 얘기며 세네스 산장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야생화의 천국

 

키드니베치

 

천상의 화원

 

세네스 산장이 내려다 보이는 곳 

 

Sennes 산장 통과

 

우리 일행들이 초원을 가로지르고 있다.

 

예수그리스도 상이 있는 기도하는 곳

 

걸음을 옮길 때마다 비슷하면서도 다른 풍경의 연속이다. 돌로미테는 알프스 암벽등반의 메카이다. 수많은 산악인들이 저마다 명예를 걸고 알프스의 험준한 봉우리에 초등자의 이름을 새기기 위한 훈련장으로 유명하다. 히말라야 8,000급 14좌 세계 최초 완등자 라인홀트 메스너가 이 고장 티롤 출신이며 그의 등반 서적을 탐독하면서 자연스럽게 돌로미테를 알게 되었고 기회가 되면 한번 찾아오고 싶었다.

 

No.7과 N0.1 겹쳐진다, 포다라 산장과 페데루 산장이 표시되어 있다.

 

어린 학생들과 조우

 

뒤에 안 사실이지만 이곳 갈림길에서 선두와 중간, 후미조가 각 다른 방향으로 진행하는 바람에 서로 찾는 불상사가 일어났다. 꼴찌인 나는 초지일관 페데루 산장을 가리키는 이정표 방향으로 진행하고 있었는데 선두 조에 나와 룸메이트인 잠실 산악회 대장 하시는 분이 내가 루트를 이탈한 줄 알고 뒤쫓아 찾아 나서는 소동까지 벌어졌다. 어쨌든 미안하다고 정중히 사과했다.

  

포다라 산장 통과

 

페데루가는 길은 차도와 트레일 둘로 나누어진다. 

       

여기에서 중간 팀과 합류하여 진행하는데 선두 조가 다른 곳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고 하여 각기 위치를 서로 확인할 수 없어 일단 페데루 산장으로 하산하기로 했다. 수목한계선 아래로 내려선다. 

 

예수그리스도 像 기도 장소, 쉼터

 

리트리버가 멍때리고 있다. 

 

페데루 산장 전망 

 

페데루 산장( 해발1,548m) 도착

브라이에스 호수를 출발하며 트랭글 Gps를 작동시켰더니 페데루 산장까지 궤적이 잘 그려졌다. 총 18,48km, 8시간 44분이 걸렸다. 나를 찾아 뒤쫓은 사람이 맨 마지막으로 도착했다. 기다렸다가 만나 이유 불문하고 수고와 감사를 전했다. 산장 실내는 등산화를 지하에 따로 보관하고 슬리퍼를 신고 다니기로 되어 있다. 룸은 다양하다. 남자들은 다인실(10人)을 쓰고 여자는 어떻게 방 배정을 했는지 모르겠다. 작은 사우나(공용)도 있고 화장실과 샤워실이 좋았으며 식사는 내가 못 먹어서 그렇지 훌륭했다. 출입구와 가까운 쪽에 침대를 정하고 밤새도록 화장실과 샤워실을 드나들었다. 이쯤에서 결단을 내려야 한다. 병이 깊어지면 귀국길도 늦어질 수가 있어 남은 트레킹을 포기하고 가까운 병원으로 이동하여 진료를 받고 난 후 일정을 조율하기로 한다.            

 

 

 

 

 

 

2022년 6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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