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다가 자빠지면 쉬어가자
2022년 6월 23일부터 7월 3일까지 (10박 11일) 간
혜초여행사에서 모집한 이태리 북알프스 돌로미테 알타비아 N0,1 코스 트래킹을 2년 전에 출발할 예정이었으
나 코로나 사태로 말미암아 중단되었다가 방역 패스가 열리자마자 가이드 포함 12명의 트랙커가 바로 출발했
다. 해발 고도 2,000~3,000m를 넘나드는 고산 백운암 산군을 일일 평균 13km씩 7일간 총 89,5km를 걷는 일정
이었다. 나름 체력 훈련이 되었다고 보는데 나이가 들어 고산에서 숨쉬기가 제대로 될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네
팔 히말라야 안나푸르나(ABC), 에베레스트(EBC), 일본 북알프스(야리가다케) 트레킹 경험이 있어 무사히 마치고
돌아오지 않을까 생각했다. 특별히 준비할 것도 없다, 집에 항상 사철 아웃도어가 구비되어 있으니 계절과 기간
을 감안하여 배낭을 꾸리면 된다.
(23:55)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출발
여행 일정을 들여다보면 인천공항을 출발하여 두바이 도착(10시간 15분), 환승 대기(4시간 40분), 슬로베니아國 류블
라냐 공항까지 6시간 15분 비행, 그리고 이태리 브루니코 브루넥 돌로미테 현지 호텔까지 4시간 버스 이동 자그마치
25시간이나 이동에 시달려야 했다. 참고로 2년 전 일정은 인천→ 베네치아(아시아나)→코르티나 담페초(버스) 16시간
이동 거리였습니다.
(10:00) 두바이 국제공항 출발
생각지도 않던 복병을 만났다. 비행 5시간이 지났을까 소변이 마려워 화장실을 갔는데 좀 불편했지만 오래 봤다. 나이
가 들어 그러려니 하고 별생각 없이 나와 자리에 앉아 다시 마렵기 시작했으나 좌석이 통로 안쪽이고 양 옆이 외국인이
라 두 시간여 참았다. 하는 수 없이 양해를 구하고 화장실을 갔는데 이번에는 소변이 나오지 않는다. 이때부터 화장실
가는 일이 잦아지며 배뇨장애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겠지 하는 생각이 부질없었다. 두바이 공항
약 5시간 환승 대기 중 보세구역 긴 통로를 수 없이 왕복하며 화장실마다 들리는 고통이 계속되었으며 요실은 바지까지
젖어들었다.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다 시킨다고 국제공항에서 내가 그짝이었다.
(14:15) 슬로베니아 류블라냐 국제공항 도착
마침 두바이→류블라냐 간 아랍에미레이트 항공에 한국인 여승무원이 탑승하고 있었다. 반갑게 인사 나누고 비행기 이
륙 후 소변 장애가 있다는 것을 알리고 화장실 바로 앞 통로쪽으로 자리를 옯겼다. 마침 좌석에 여유가 있어 두 자리를
혼자 쓰며 눕기도 하고 화장실을 마음대로 이용하며 왔다. 소변이 마려운 증상 막상 보면 찔끔찔끔 요실은 나도 모르게
일어나고 앞으로 걱정이 태산같이 밀려왔다.
루블라냐~브루넥 버스 이동 중 휴게소
슬로베니아→오스트리아→이태리 국경을 넘었는데도 버스는 거침없이 달린다. 고속도로 톨게이트 어디쯤이 국경 검문
소였나 본다. 이태리 휴게소이다. 제번 큰 쇼핑몰이 있어 무료로 화장실을 이용했다.
숙소 브루니코 브루넥 (Hotel Post Alpine Cityflair)
저녁 비가 부슬부슬 오는 가운데 호텔에 도착했다. 시간이 늦어 짐은 로비에 맡기고 식당으로 먼저 갔다. 현지인들이 꽉
찬 붐비는 시간대였다. 몸에서 냄새도 나는 것 같고 입맛도 사라져 저녁 먹기를 포기하고 숙소로 돌아와 샤워하고 잠자
리에 들었다. 배뇨장애 증세는 조금도 나아질 기미가 안보였다.
6월 25일 트래킹 첫째 날이다. 돌로미테 알타비아 NO,1 기점 브루넥 브라이에 호수(해발 1,494m) 주차장을 출발한
다. 나의 건강 상태로 보아서는 트래킹은 절대 할 수 없는 처지인데 가이드를 포함한 일행들은 나의 이런 설명을 심각하
게 받아들이지 않고 웬만하면 같이 출발하자고 한다. 푸른 하늘, 눈부신 바위산, 키 큰 독일가문비나무, 에메랄드 빛 호
수가 나를 유혹한다. 가다가 쓰러지는 한이 있더라도 산에서 죽는 것이 소원이라 하지 않았던가?
첫째 날 최고 고도 비엘라 산장(해발 2,327m)에서 점심
산악마라톤 대회 아니면 하이킹 대회를 열고 있는지 각종 유니폼을 입은 트래커들이 트레일에 꼬리를 물고 늘어섰고 이
따금 가족단위, 연인들, 친구끼리 사이사이에 포진하고 느린 걸음으로 산을 오르고 있었다. 소변을 자주 봐야 하는 처지
에 공식 화장실은 입구에 하나밖에 없고 트레일에는 아예 없다. 눈치껏 해결해야 하는데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들끓으
니 숨을만한 곳이 없었다.
트래킹 첫째 날 페데루 산장 숙박
브라이에스 호수(해발 1,494m)→비엘라 산장(해발 2,327m)→페데루 산장(1,548km) 도상 거리는 약 14km인데
실제 거리는 18,48km였다. 힘든 코스였지만 돌로미테 산군을 한눈에 꿰뚫어 볼 수 있어 좋았고 다만 식사를 제대로 하
지 못해 컨디션은 엎친데 덮친 격이었다.
6월 26일 브루니코 종합병원 도착
둘째 날 일행은 트래킹 떠나고 나는 병원으로 향했다. 낮 설고 물 설은 외국 땅에서 그것도 병원 신세를 져야 한다니 눈
앞이 캄캄했다. 백두대간 단독 완주하며 느낀 술회는 겁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택시 기사가 병원 주차장에 날 내려주고
가려는 것을 불러 앞장을 세워 안내에서 접수까지 도움을 받고 돌려보냈다. 대기실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의사가 나와
나를 부른다. 어떤 진료를 받아야 할 지 사전 검진이다.
소변 검사, 피 검사, 요로 검진 후 바퀴 달린 침대에 누워 X-레이 찍고 비뇨기과에 대기시켰다. 이제부터 누워만 있으면
간호원이 이리저리 알아서 끌고 다닌다. 여자 셋 (의사 1 간호원 2) 앞에서 아랫도리 다 내리고 진료 후 의사가 휴대폰
번역기로 '요로감염'이라고 보여주었다. 요로에 배뇨 기구(호수)를 삽입하고 소변 주머니를 연결하여 입원, 요로 감염
을 집중적으로 치료했다.
입원(2박 3일)
배뇨 기구를 달고 강제로 라도 소변을 배출하고 나니 살 것만 같았다. 창밖으로 알프스가 지나가고 산자락엔 알프스 전
통 하우스가 푸른 초원에 독일가문비나무와 사이좋게 자리 잡아 바라만 보아도 하염없이 즐거웠다. 점심시간이 훨씬 지
나 간호사 보고 배고프다고 하니 기다렸다는 듯이 식사를 들고 들어왔다. 보기만 해도 먹음직스러웠다. 그동안 배뇨 장
애로 입맛을 잃어 기내식, 호텔식, 산장식 다 뿌리쳤더니 이제 살만하니깐 금색 식욕이 돌아왔다.
6월 26일 점심(스테이크, 삶은감자, 어긴감자, 시금치, 야채사라다)
저녁(연어, 각종훈제, 야채수프, 빵, 과일)
6월 27, 28일 아침(빵, 우유, 커피)
점심(삶은고기, 라이스, 마늘쫑, 마카로니, 옥수수야채사라다, 키위, 살구)
저녁(삶은 브록콜리, 고기수프, 푸딩)
6월 28일 퇴원 (중앙홀)
아침 의료진 회진 때 요로 감염은 치유되었고 배뇨장애는 전립선과 연관되어 단시간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고 설명하
며 배뇨 기구를 제거하고 서서 소변을 볼 수 있으면 퇴원하라고 한다. 그때부터 소변 보기를 여러 차례 시도해보았으나
찔금 찔금 흘리기만 할 뿐 소변은 나오지 않고 방광만 팽창해지며 요통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간호사가 오고 의사가 왔
다. 다시 배뇨 기구를 삽입하고 강제 배뇨 후 이제부터는 한국까지 착용하고 가서 한국서 제거하라고 하며 퇴원을 종용
했다.
병원비가 얼마가 나올지 몰라 국내 카드회사에 전화를 걸어 결제 한도를 올려놓고 1층 결제 창구에 갔다. 당사자 이메
일 주소와 혜초여행사의 이메일 주소를 확인한 뒤 10일 후에 청구서가 갈 것이라며 그때 송금하면 된다고 하며 후불로
퇴원을 결정해주었다. 한국이 신용도가 높아졌다는 의미인지? 혜초여행사란 지위가 알려져 그런지 아무튼 신기했다.
약국은 병원에서 5분 거리 물어물어 찾아갔다. 소염진통제와 전립선관계 약이었다. 우리나라처럼 진료와 처방은 분리
되어 있었다.
퇴원하게 되면 가이드가 택시를 보내주기로 약속했다. 브루니코 종합병원에서 코르티나 담페초 프란체스키 파크 호텔
까지 58,3km 택시로 달려왔다, 기사분은 담페초 택시회사 사장 부인이며 택시요금은 140유로 카드로 결제했다.
코르티나 담페초 Hotel Franceschi 도착
6월 28일~7월 1일까지 4박 5일 간 머문 호텔이다. 코르티나 담페초는 인구 6,000여 명의 작은 도시 1956년 제7회
동계올림픽이 열린 곳이며 2026년 다시 동계올림픽이 열릴예정이다. 돌로미테 최대의 산악 마을로 각종 편의시설과
다양한 숙박시설을 갖추어 트래킹, 등산, 클라이밍, 사이클, 바이크, 드라이브, 스키, 스노보드 등 산악스포츠의 중심지
이며 돌로미테 거점 마을로 이태리 북부 최고 휴양지이다.
코르티나 담페초(해발 1,224m) 돌로미테 안내도
호텔에 짐을 풀고 바로 로비에서 지도를 챙겨 올라왔다. 배뇨 기구를 착용하고 2~3시간마다 강제 배뇨를 해야 하기 때
문에 활보는 할 수 없지만 산책은 가능하다. 담페초에 머무는 4박 5일을 알차게 보내기 위해서 일정을 짰다. 마을 구경,
길거리 음식 탐하기, 기념품 구입, 쇼핑몰 방문, 산악 관련 기념물 찾아보기, 케이블카 타고 토파나, 팔로리아 전망대 올
라가기, 미주리나 호수와 아우론조 산장 구경, 등은 트래킹에서 만날 수 없는 또다른 풍경이다.
6월 29일 코로티나-토파나 케이블카 탑승장(해발 1,224m)
마을 외곽 호텔에서 걸어서 10분 거리다. 08시 30분부터 운행 하는 걸로 알고 나갔다가 09시부터 운행 시작이다. 일
착인줄 알았는데 중년 일본 남성이 먼저 와 있고 이어 60대 한국인 부부가 도착했다. 왕복 38,00 EUR 내고 체어리프
트(1회) 케이블카(2회) 갈아타고 전망대에 내렸다.
잠깐 현기증이 일어났지만 고소 증상이라는 것을 금방 알아차렸다. 바위를 붙잡고 안정을 한 다음 정상까지 약 200m
가파른 비탈을 와이어 로프를 따라 거슬러 올라갔다. Tofana Di Mezzo(해발 3,244m) 돌로미테 산군 제2봉이다. 제1
봉은 마르몰라다(해발 3,343m)라고 우리 트래킹 기간 중 빙하가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한 곳이다. 가까운 지역이라 다
행이었다.
정상에서 토파나 전망대와 코르티나 담페초 건너편 팔로리아 전망대를 바라보면서 한마디로 말하면 무엇하랴 우리나라
와 다른 풍광에 한동안 넋을 잃었다, 일본 북알프스는 산 높이가 비슷하니 같은 풍광이 연출되었고 히말라야는 수목한
계선 수준이라 숲으로 덮여 있었다. 사방으로 솟은 암봉은 세상 풍상을 다 겪은 얼굴에 주름처럼 파고들었다.
6월 30일 팔로리아 케이블카 탑승장 23,50 EUR
팔로리아 전망대는 크로티나 담페초를 사이에 두고 토파나 전당대와 서로 동,서로 마주보고 있다. 11시경 도착하여
23,50 EUR를 내고 왕복이용권을 구매하여 단번에 올라갔다. 무주구천동 설천봉 올라가는 리프트코스와 비슷했다.
Faloria(해발 2,133m)
초록 고원지대가 끝없이 펼쳐지고 멀리 돌로미테 산군의 침봉들이 평풍처럼 둘러섰다. 바라만 보아도 좋은 곳 곳곳에
스키 활강장이 과거의 동계올림픽 개최지임을 알려주고 앞으로 열릴 2026년도 동계올림픽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코르티나 담페초와 맞은편 토파나 연봉 전망
7월 1일 미주리나 호수(해발 1,756m)
트래킹 마지막 날이다. 알타비아 NO.1 코스와는 별개 코스이다. 전체 일정을 조율하기 우해 조각한 것이다. 담페초에
서 버스로 약 1시간 거리 돌로미테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곳에 자리 잡은 유명한 '트레미치 디 라바레도' 라운드 코
스를 한 바퀴 돌기 위해 가는 길에 명소 미주리나 호수가 있다. 차가 올라가는 아우론조 산장까지 따라가기로 했다.
아우론조 산장(2,320m)에서 '트레미치 디 라바레도' 라운딩 트래킹(9,5km)이 시작된다. 좌우 어느 방향이던 이곳이
기점이며 종점이다.
트래커, 바이크族들이 줄지어 출발한다. 우리 일행도 환자인 나만 남겨놓고 홀연히 떠났다.
전용버스(아우론조 산장 대기 중)
7월 2일 베네치아 마르코폴로 공항
한국으로 돌아가는 길이다. 담페초에서 지방도로 고속도로를 경유해서 2시간 30여분 걸려 베니스 마르코폴로 공항에
도착했다. 올 때의 憂를 다시 범하지 않기 위해 체크인부터 주의를 했다. 발권할 때 환자임을 주지시키고 통로 쪽 화장
실과 붙은 자리를 배정받고 게이트 통과 때는 우선 배려받았다. 인천공항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 공항버스도 있고 지
하철도 있다. 도보로 이동하는 거리가 길어 상암동에 거주하는 둘째를 전화로 불렀다. "공항이다" "인자 도착했다" "아
부지 아푸다" 엄마 한데 아부지 아푸다는 얘기 하지말고 니만 알고 나온나".
이태리 돌로미테 트래킹 중 있었던 일들은 여행의 한 과정이라고 생각하며 추억하기로 했다.
2022년 07월 0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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