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5 조선일보 선정 산/포천 여우, 천주, 수원, 청계, 원통, 아가

가평 신상리~아기봉~철암재~유창가평석 일주

안태수 2022. 3. 28.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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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록볼록 아가봉 사형제가 발길을 더디게 하다.

 

아가봉이라고 괄시를 하는지 운악산을 지척에 두고 찾는 이도 없고 한북정맥도 코 앞에서 비켜가고 등산로 또한 부실

하기 짝이 없다. 보이는 거라곤 운악산 허리가 잘라 돌을 케는 처참한 광경과 보지 않아도 상상이 가는 돌을 싫어 나르

는 대형차의 소음과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는 산천초목, 희망이라곤 제2 포천 아트벨리의 출현이다. 요즘 한북정맥을

중심으로 포천, 가평의 산을 다니며  88 올림픽도로, 강변북로, 동부간선로,  세종 포천 고속도로, 37번 국도, 지방도를

뻔질나게 이용하고 있다. 아가봉 등산로는 가평군 조종면 신상리와 포천시 내촌면 37번 국도 변 봉수리(가평군 상면)에

있는데 지도에는 신상리 방면만 표기되어 있다.  

 

 

 

 

아가봉 밑 발치 민가 (가평군 조종면 신상리 559-11) 

신상리 신상교에서 조종천 지류를 따라 유원지(캠핑장)가 가득한 골짜기를 약 2km 거슬러 올라가 몇 채 없는 집 사이

로 등산로를 찾느라 길을 누비며 돌아다니다가 개 짖는 소리에 주민이 문을 열고 나왔다. "아가봉 등산로 입구가 어디

있습니까?" "저쪽 능선으로 가십시오" 산을 수없이 찾아다녔지만 이렇게 황망하기란 처음이다.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저 쪽 능선으로 왔다. '가는골'이란 지명이다. 화전인지 산불이 났는지 벌목 지대인지 소관목, 억

새, 잡초 등 덩굴식목이 무성한 개활지이다.

 

 

가는골 입구 개활지 쪽으로 사람의 발길이 희미하게 나 있고 능선 쪽으로는 등산로가 도저히 있어 보이질 않는다. 능선

을 포기하고 골짜기를 오른다. 멀리 보이는 능선을 목표로 짐승의 흔적을 쫓 듯 감각기관을 총동원하여 조심에 조심을

한다.

 

 

여러 번 진로를 수정 끝에 능선 마루에 올라섰다. 능선도 낙엽이 수북이 쌓여 애매하기는 마찬가지다.  본능적으로 길을

찾아간다. 나뭇가지의 형태, 낙엽이 양쪽으로 쏠림, 사람이 버린 쓰레기 등 참고가 될만한 것들을 모조리 챙기면서 능선

을 놓치지 않으며 위로 위로 올라간다. 

  

 

드디어 사진에서 보는 누에바위를 우측으로 돌아 나왔다. 가는골을 가운데로 양쪽 능선이 합류하는 지점이다. 초입에

능선길이 와닿는 곳으로 짐작이 된다. 지금부터 아가봉까지는 외길이다.

 

 

바위와

 

 

암벽(고릴라바위)이 기승을 부리다가 

 

 

멋진 전망처와 쉼터를 낳는다. 운무가 끼어 시계가 흐릿하지만 東으로 운악산 운악리 아가봉 신원리 일원과 썬힐 CC 

 

 

南으로 한북정맥 수원산 방향이다. 저마다 이름 없는 봉이 지평을 가득 채우고 있다. 산봉우리에 올라서면 언제나  불가

사의하게 느껴지는 것이 있다. 과연 조선 시대 '대동여지도' 제작자 김정호(?~1866)가 이 산도 올랐을까? 그렇다면 김

정호는 지리학자 이전에 훌륭한 등산가였을 것이다. 

 

 

655봉에서 남쪽 방향 조망

추가령구조곡이 東에서 西로 비스듬히 지나가는 곳이다. 지하 맨틀이 그 틈을 뚫고 지표를 올라오다가 깊은 곳에서 서

서히 식은 암석이 화강암이다. 화강암은 단단하고 결이 곱고 무늬와 색깔이 좋아 건축자재로 많이 쓰인다. 포천(포천

석), 가평(가평석)은 우리나라 화강암 산지의 명소이다. 

  

 

드디어 655봉에 올라서니 아가봉과 그 연봉이 뜀뛰기봉처럼 나란히 솟아있다. 저렇게 다닥다닥 붙은 산은 보기는 아름

다워도 다가가면 요철이 심해 등산하는 데는 죽을 맛이다.

  

바윗길 로프 타기

 

 

▲675봉

 

 

▲695봉 모습

 

 

675봉에서 아가봉 모습

 

 

아가봉은 바위 덩어리이다. 수직 수평 판상 절리가 발달하여 사방으로 쪼개져 어떤 것은 떨어져 나간 것도 있다. 마치

바위 덩어리를 쌓으며 아무렇게나 올려놓은 형상이다. 

 

 

(12:50) 신상리 방향 아기봉 표석

 

 

이게 마지막인줄 알고 아가봉 표석과 기념촬영 마치고 나서

 

 

뒤로 돌아가니 운악산 방향 아가봉(772m) 표석이 또 있다. 선답자의 산행기에서 본 눈에 익은 장면이다.

 

 

카메라 기댈만한 것이 없어 셀프로 이기봉 표석과 기념 촬영하다.

 

 

아가봉을 뒤로하고 운악산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능선을 따라간다. 잠시 흙길을 걷는다. 화강암이 부식이 되어 소위 떡

(썩은바위)바위 되었다가 광물의 종류에 따라 자갈 모래 실트 점토가 되어 강으로 바다로 흘러든다.

  

 

기암괴석에 소나무가 비집고 섰는 궁뎅이 붙일 만한 바위에 걸터 앉아 

 

 

(13:10~25 ) 점심을 먹는다. 나의 점심은 항상 일정하다. 떡류가 주식이다. 백화점 식품 코너에서 마감 전 떨이 때 4

개 만원 주고 사 와 냉동실에 넣어 두었다가 등산할 때마다 한 팩 씩 넣고 나와 점심시간까지 끌고 다니면 적당히 녹아

먹기 좋다. 목이 마르지 말라고 일회용 수프를 준비하고 후식으로 사과 한 알, 입가심으로 맥심 커피 한 봉지, 식수로

500ml 온수와 생수, 만약에 산행거리 10km 넘으면 미군 전투식량 Beanee Weenee(콩+소시지)한 켄을 더 비상으로

준비한다. 

 

 

(13:35) 윗봉수리(2,2km) 갈림길

짧은 점심시간 툴툴 털고 일어나 발길을 재촉한다. 포천 내포면 방향으로 내려가는 갈림길이 나타난다. 이쪽에서 올라

올까 하다가 지도에 등산로가 표기되어 있지 않아 포기했는데 이정표 따라 내려다보니 등산로가 멀쩡하다. 37번 국도

와 군도 봉수로가 동시에 지나가고 대안사 전 버스정류장이 있다.

 

 

바윗길 로프가 처져 있고 

 

 

짧은 리지 구간이다.  발치에 우회로가 있다. 

 

 

리지 중간에 암벽에 설치된 쇠봉과 로프를 잡고 오르면 잠시 리지를 따라 걷는다.

 

 

리지 종료 지점에서 뒤돌아 보면 멋진 바위와 소나무 사이로 아가봉은 하얀 설산으로 변해있다.

 

 

운악산 남쪽사면 화강석 채석장 '유창가평석' 전망

 

 

(14:05) 한북정맥 갈림길이다. 37번 국도(2,03km)와 접속하여 수원산으로 달린다. 

 

 

운악산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철암재까지 짧은 한북정맥을 걷는다.

 

 

철암재

포천시 화현면 대안사와 가평군 신상리 유창가평석 경계 고개이다. 대안사는 등산로 있고  유창가평석으로는 등산로가

폐쇄되어 있다. 채석장이 들어서기 전에는 철암재는 아가봉은 물론 운악산과 한북정맥을 잇는 주요 등산로 분기점 역할

을 하였는데 채석장이 들어서고 서는 안전사고의 위험 등으로 등산로를 폐쇄하고 만 것이다. '유창석재'는 신상리 아가

봉 등산로를 하루속히 열어줄 것을 기대한다. 

 

 

채석장 골짜기는 양쪽 능선 사면이 완만하게 만나 급경사를 이루다 계곡으로 진행하는 지형이다. 무턱대고 골짜기로

내려가다가 깊은 계곡과 맞닥트리면 어려움에 처한다. 채석장을 시야에서 놓지지 않으며 능선을 이탈하면 안 된다. 

 

 

비탈길에 산악회 리본 발견 안도의 한숨

 

 

(14:40) 드디어 채석장 작업로와 접속한다. 도로 끝에 창고 같은 건물이 보이고 대형차가 지나다닐 수 있는 넓은 도로

가 개설되어 있다. 

 

 

채석장 작업로

 

 

채석장 內 아가봉 등산로 (채석장 진입 불가)

 

 

폭포(철암폭포?)

 

 

산성 성벽 흔적(?)

 

 

아가봉 전망

 

 

유창가평석  출입 통제소 

약 2km 작업로를 따라 여러 공정의 화강석, 아가봉 등산로 2 개소, 폭포 줄기 2 개소, 산성 흔적 성벽, 아가봉 등, 하산

로를 머릿속으로 정리하며 내려왔다. 일요일 통제소는 비었다. 진돗개 두 마리가 사납게 짖으며 통제소 밖까지 쫓아오

며 짓는다. 아무리 얼르고 달래도 막무가내다. 쫒기 듯 빠져나와 하산을 마무리한다. 

 

 

(15:15) 아가봉과 운악산 전망

전원주택 마당에 부부가 사람이 다가오는 것도 모르고 나무 손질에 여념이 없다. "여보세요" 하고 불러 세웠다. 남자는

하는 일을 계속하고 부인이 인사를 받는다. 아가봉 쪽을 가리키며 "아가봉이 어느 것입니까?" 운악산 방향을 가리킨다.

지금 아가봉 등산하고 내려오는 길인데 산 밑에서 보는 아가봉은 어디일까? 남편이 나선다. "우리 안 가 봐서 모릅니

다"라고 한다. 아가봉 산 밑에 사는 사람도 모르는 아가봉을 다녀왔다. 아가봉은 이렇게 천대를 받아도 괜찮은지 미래의

채석장으로 몰릴까 걱정이 된다.  

 

 

 

 

 

 

2022년 02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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