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다 보니 한북정맥 원시림이 여기 있다.
경기 북부지역 연천, 포천, 동두천, 양주를 중심으로 하는 산군을 답사한 지 두 달이 지나 이 지역 일대의 산들이 눈에 들어오고 산을 오가는 길도 익히기 시작한다. 우리나라는 대중교통의 천국이다. 환승이라는 독특한 제도와 광역화라는 행정단위 때문에 1회 버스요금으로 지역 내 구석구석까지 간다. 원거리 산행은 아침 일찍 일어날 수 있도록 부지런해야 하고 장시간 버스 타는 일이 즐거워야 한다. 서울 노량진서 지하철을 타고 의정부역에서 내려 포천 가는 버스로 환승하여 포천에서 다시 목적지까지 환승할 수 있다. 시간에 쫓기는 사람은 예외이다. 포천까지 잘 와서 직두리 수원산 입구까지는 택시를 탔다. 요금이 8,100원 나왔다. 택시 기사와 잔돈 100원을 서로 양보하려고 밀고 당기고 했다.
(08:40) 직두2리 마을회관
쥐 죽은 듯이 고요한 마을 정적이 감돈다. 어디를 둘러봐도 사람 하나 안 보인다. 멀리서 개 짖는 소리만 들려온다. 그 흔한 등산 안내판조차 없다. 지도에는 1, 2코스로 나누어져 있다. 처음엔 1코스로 올라가서 2코스로 하산할 계획이었으나 현지에 도착해서 산세를 직접 보니 반대로 진행하는 것이 나아 보인다.
직두2리 마을 어귀
이곳이 등산안내판이 서 있을 자리이다. 포천시에서 수원산을 어떻게 취급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포천에는 산이 많다. 포천 산에 오르면 포천을 사이에 두고 양주, 동두천, 연천, 가평, 화천, 철원의 산이 남북으로 둘러싸고 있다. 산악지대에 같이는 꼴이다. 이러고 보니 관리할 산이 한두 개가 아니다. 수원산은 우선순위에 밀려 방치된 느낌이다.
수원산 전망
포장도로를 따라 먼발치로 향한다. 만약 승용차로 이곳까지 온다면 단숨에 갈 수 있는 거리를 제법 길게 마을을 관통한다. 마을 이곳저곳 구경하면서 걷는 재미를 등산 일정에 넣으면 등산이 한결 즐거워진다.
연리지 (칼국수 전문집)
칼국수하고 어울리지 않는 그런 규모의 건물이다. 어렸을 때 칼국수를 너무 많이 먹어 청, 장년 시절에는 처다 보지도하지 않았다. 언제부터인가 칼국수를 즐겨 먹게 되었는데 안동국시부터 시작인 것 같다. 진작 안동에는 유명한 국시집이 없다. 안동에서 안동국시집 찾다가 실패했다. 국수는 만드는 사람마다 맛이 다르다. 그 맛에 국수를 즐기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즐겨 찾는 집은 명동 교자집, 양재 소호정, 종로 할머니칼국수집이다. 쉬는 날 없이 하루 종일 손님들로 북적거리는데 이곳 연리지는 안타깝다.
대승사
전원주택
수원산 오토캠핑장
잣나무 숲길
(09:10) 부부송 마을
차에서 내리자 배가 꿀렁거렸는데 마땅한 곳이 없어 참고 오다가 부부송 마을 공중화장실에서 시원하게 해결했다
부부송 마을 이정표
이정표가 잘 못 표기되었다고 투정하는 사람을 많이 본다. 주로 거리 표시, 지명, 현재의 위치 등이다. 등산로 전 구간에 설치한 이정표가 일관성이 없으면 불안한 산행을 하며 잘 못 길을 잃고 위험에 빠질 수도 있다. 등산 전문가에게 용역을 주면 단번에 해결된다.
달마사
포천 직두리 부부송(夫婦松 천년기념물 제 460호)
수령 300년 추정 처진소나무 두 그루가 자생하고 있었다. 당초 '처진소나무'라 부르다가 문화재청에서 천년기념물(2005, 06, 13)로 등재하면서 마을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다시 작명하였다고 한다.
부부송
부부송 파노라마 사진
고급 전원주택 지역
누구든지 한번은 도회지를 벗어난 산속, 강가, 바닷가 등 호젓한 곳에서 전원주택 생활을 꿈꾸어 봤을 것이다. 산을 다닌답시고 전국을 돌아다녔다. 아름다운 금수강산 한반도 어디든 막대기만 꽂아도 명당이다. 눈길 가는 곳마다 그림 같은 집들이 즐비하다. 어떤 능력 있는 사람들이 살까? 국내 재벌그룹 회장까지 지낸 친구가 있다. 지인을 통해 북한강 기슭에 전원주택을 소개했는데 부담이 간다며 조그마한 주택을 골랐다. 아! 저기 사는 사람들은 그 이상의 수준이구나 하고 많이 놀랐다.
(09:30) 제2코스 등산로 입구이다. 마을회관에서 이곳 발치까지 오는데 50분이 걸렸다.
잡목으로 뒤 덮인 등산로
수원산은 등산객이 잘 찾지 않는 산이다. 동네 사람들이 나물이나 약초를 캐기 위해 들락날락하는 정도이다. 길은 잡초에 덮였고 나뭇가지가 길 위로 뻗었다. 얕은 산이라 깔보고 스틱을 두고 왔더니 헤쳐나가기 힘들다.
바위가 튀어나온 곳이 간혹 있다.
잣나무 숲
평의자가 있는 쉼터
주능선 진입 오르막 길
사라진 등산로
주능선에 있는 정상 직전 헬기장
정상 이정표
(10:45) 수원산 도착 쓰러진 정상석 바로 세우고
수원산(水源山 709,7m) 정상석과 기념촬영
수원산 정상석
(11:10) 제1코스로 하산
정상에는 군 시설물이 있고 철책으로 둘러싸여 있다. 철책 사이로 잡초가 덮여있다. 근무자가 없는 모양이다. 국가 시설물을 이렇게 방치해도 되는지 군기가 빠졌다. 이정표가 꼭 있어야 할 장소인데 없다. 좌우로 기웃거리다.
군 시설물 담장 좌우로 길 다운 길이 안 보였다. 우리나라 산지는 대부분은 東高西低 지형이다. 동쪽은 가파르고 서쪽은 완만하다. 서쪽 숲 사이로 어렴풋이 길이 보였다. 담장공사를 할 때 파 헤쳐 논 작업로 였다. 능선 진입로를 찾지 못해 500여 미터 비탈을 헤맸다.
우측으로 통하는 바람에 길을 잘못 들어 20여 분 산비탈을 헤맨 후 겨우 주능선을 찾았다. 은근히 화가 났다.
한북정맥 길
잠시 임도와 겹치고
약수터 정상 방향으로 들어선다. 참고로 약수터 정상은 제1코스에 있다.
산악회 리본이 펄럭인다. 한여름에도 낙엽을 밟는다니 멋진 숲이다. 조금 전 알바한 감정이 싹 가신다.
바위가 길을 가로 막고 섰다.
등산객 발견 직두리 방향 길을 묻다.
포천 천보산악회 사무장이다. 혼자 한북정맥 종주 중이라고 한다. 오늘은 명덕삼거리에서 작은넋고개까지 운행한다고 한다, 나도 구태여 직두리로 돌아갈 필요가 없다. 서울 가려면 내촌으로 하산하면 바로 의정부 가는 버스를 탈 수 있고 훨씬 빠르다고 한다.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얼른 따라나섰다. 포천의 산들 이야기 많이 들려주었다.
(11:45) 한북정맥 이정표
이 구간은 한북정맥 (명덕삼거리~수원산~불정산~국사봉~작은넋고개)이 지나간다. 몇 번째 구간인가는 중요하지 않다. 왜냐하면 사람마다 다르게 알고 있기 때문이다,
삼거리 이정표
내촌은 한북정맥 국사봉 진행 방향이고 약수터정상은 직두리에서 올라오는 수원산 등산 제1코스와 약수터를 통해 직두리로 하산하는 분기점이다.
산딸나무
으아리
조록싸리
(12:20~55) 잣나무 숲
잣나무 옆길에 앉아 점심을 먹는다. 요즘 쑥떡으로 김밥을 대신한다. 음식은 항상 생각 나름이다. 꼭 밥을 먹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고 싶다. 제철 과일을 곁들여 먹었다.
(13:30) 불정산(641m)은 지도에 바위봉이라고 나와 있고 트랭글gps에는 명시되어 있다. 삐죽삐죽 솟은 바위가 정상석을 대신한다. 수원산에서 구름에 가려 못 본 조망도 실컷 본다. 동행을 만나 기념촬영도 다양하게 했다.
포천 천보산악회 사무장 정용수
수원산 전망
내촌 소하리 채석장
주금산, 철마산 조망
국사봉, 죽엽산 전망
소나무 군락지
'모난 돌이 정 맞는다'고 못 생긴 소나무라 목수의 톱날을 피했구나!
두 그루가 엉켜붙은 소나무
억새밭 통과
(14:35) 국사봉(540m) 정상석과 기념촬영
천보산악회 정용수 사무장
국사봉에서 한북정맥을 이탈하고 말았다. 국사봉에서 산악회 리본 아치 밑으로 당연하듯 지나갔다. 그 후 리본은 보이지 않는다. 두 사람이 길을 잘못 들였다는 것을 알고 하산을 시작한다. 47번 국도 방향으로 제일 가까운 마을을 택하여 산비탈과 골짜기를 지그재그 길을 내며 내려왔다.
가족 납골당을 지나
임도를 만났다.
레이크밸리 승마클럽
우금1리
우금1리 마을 입구
(15:35) 우금1리 버스 정류장
아무 일 없이 잘 도착했다. 혼자였더라면 국사봉까지 원위치했을 건데 포천 산 전문가와 동행했으니 그를 따랐다. 배낭을 정리하고 조금 있으니깐 의정부역까지 가는 33번 버스가 왔다. 그 사람은 송우리에서 내리고 나는 의정부역에서 내렸다. 아침에 봐 둔 서부역 사우나를 찾아갔다. 알아서 경로 할인을 해준다. 목욕을 마치고 신세계백화점 식당가로 이동하여 냉콩국수로 점심 겸 저녁을 먹었다. 그리고 보니 오늘 온종일 먹은 게 쑥떡 두 조각, 얼린 바나나 두 개, 사과 하나, 콩국수가 다다. 마누라는 잘 먹고 다니라 하지만 혼자 잘 먹는 메뉴는 없다. 약간 허기진 듯 배가 고픈 게 마음이 더 안정된다.
2018년 6월 17일
'315 조선일보 선정 산 > 포천 여우, 천주, 수원, 청계, 원통, 아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평 신상리~아기봉~철암재~유창가평석 일주 (1) | 2022.03.28 |
---|---|
포천 화현면 원통산 일주 (0) | 2022.03.19 |
포천 기산리 청계산 청계저수지~길매봉~길마고개~정상~칡나무골 일주 (0) | 2022.01.28 |
포천 여우봉 상동주차장~비선폭포~여우봉~등룡폭포 일주 (0) | 2021.09.19 |
포천 천주산 (기지1리~천주산~자주봉~하성북리) 종주 (0) | 2018.06.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