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따라 소문따라/철원, 연천, 포천 한탄강 지오트레일

포천 영북면 자일리 한탄강 주상절리길 화적연

안태수 2021. 12. 13.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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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겁의 세월 온갖 풍상을 견뎌낸 바위덩어리

 

포천 중리 관인봉 종주를 마치고 지장마을로 내려서니 아직도 해가 중천에 떠있다. 서울서 약 100km 떨어진 곳, 이곳까지 오는데 들어간 시간과 비용이 아까워 돌아가는 길에는 가까운 명소를 둘러보기로 하고 전번 비둘기낭 폭포에 이어 이번에는 화적연과 재인폭포를 골라 먼저 화적연으로 향했다. 관인면 중1리 지장마을에서 영북면 자일리 화적연까지 찻길로 13,4km, 비둘기낭 폭포에서 화적연까지 한탄강 주상절리길로 9km, 오늘은 차로 다음은 한탄강을 걸어서 답사해 볼 작정이다.      

 

 

화적연(禾積淵) 명승 제93호

경기도 포천시 영북면 자일리 산 150 한탄강 중, 상류에 위치해 있다. 요즘 산골과 계곡에는 어김없이 캠핑장이 들어서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둘레길에 이어 캠핑장까지 경쟁적으로 건설하고 있다. 이곳도 예외가 아니다. 화적연 선상지에 캠핑장과 주차장 건설이 한창이다. 일요일인데도 이렇게 한산한데 평일에는 파리 날리겠다. 먼 훗날을 보고 벌리는 사업이라 이래라저래라 할 말은 없다. 

 

 

한탄강 지질공원 탐방안내소

 

 

광장 쉼터

 

 

화적연 단풍

 

 

破虜湖(파로호)는 강원도 화천군에 있는 파로호(화천댐)라는 지명인데 경기도 포천 화적연에 비석으로 서 있게 된 까닭은? 

 

 

화적연 서쪽 河岸

강가로 내려왔다. 강물이 크게 굽이처 흐르면 유속이 빠른 사면은 하안단구 같은 하식애가 생기고 유속이 느린 사면은 퇴적사면이 발달하여 물이 흐르지 않는 구하도 (舊河道)가 된다. 선상지나 삼각주가 생기는 이치와 비슷하다. 모래 자갈 같은 퇴적물이 쌓이고 달뿌리풀 같은 모래나 자갈을 좋아하는 식물이 자란다. 

 

 

화적연 동쪽 河岸

한탄강은 지상을 흐르는 게 아니라 지하를 흐르는 것처럼 보인다. 철원평야가 홍수에 끄덕도 하지 않는 것도 한탄강이 제방이 없는  협곡을 흐르기 때문이다. 강바닥에서 보면 산줄기처럼 보이는 하안단애는 바로 지상이다. 

 

   

이 일대를 화적연(禾積淵)이라고 한다. 벼가 쌓인 모습의 돌덩어리(화강암)가 강물이 만든 연못(沼)에 떠 있는 모습이 기이하기 때문에 왕년에는 시인 묵객들을 요즘은 관광객과 지질 공부에 관심 있는 학도들을 불러 모은다. 수 억 년 전 땅속에 묻혔다가 지표로 드러나 온갖 풍상을 겪고 지금의 모습을 하고 있다. 세월이 지난 시간만큼 흐르면 조약돌이나 모래가 되어 어느 강바닥에 뒹굴고 있겠지. 우리는 지금 그 찰나를 보고 있다. 

 

 

이 장면은 마치 오리가 새끼(새끼암 2基)를 거느리고 물가를 유유히 유영하는 모습이다.

 

 

뱀, 용, 거북이, 달팽이 등 다양한 형상이 전해오고 있지만 내 눈에는 누에처럼 보인다. 

 

 

화적연 파노라마 사진

 

 

흘러가는 물길 따라 고개를 돌리면 

 

 

바위덩어리는 뱃머리가 되어

 

 

잔잔한 물결 위를 유유히 지나간다.

 

 

한탄강

철원 용암대지는 고생대(선캄브리아기 5억7천만 년 전)부터 중생대(트라이아스기 2억4천만 년 전~쥐라기~백악기 6천오백만 년 전) 신생대 (제4기 70만 년~27만 년 전)에 이르는 다양한 암석층을  형성하고 있다. 평강 오리산에서 분출한 점성이 약한 용암은 남서쪽으로 흘러 지금의 철원평야 일대를 메우고 옛날 한탄강을 따라 임진강 하류까지 흘러갔는데 그 길이가 자그만치 96km나 된다고 한다. 중생대 백악기 말과 신생대 제3~4기 사이에 여러 차례 화산 활동으로 지각의 틈을 따라 점성이 약한 용암을 쏟아내 저지대와 골짜지를 메우며 철원평야를 만들고 한탄강 舊줄기를 타고 아래로 흘러 용암대지, 협곡, 절리, 폭포, 폭호, 하식동을 만들어 각종 지질 명소를 낳았다. 

 

 

한탄강의 모래와 각종 크고 작은 자갈은 강물이 절벽을 훑고 강바닥을 긁어 운반하다가 큰 돌 순으로 퇴적한 것들이다. 온갖 종류의 암석들이 자갈로 강바닥에 쌓였다.  내 눈에는 평범한 돌멩이처럼 보이지만 고생대에서부터 신생대에 이르기까지 지질의 역사가 고스란히 뒹굴고 있다니 발걸음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검은색에 구멍이 숭숭 난 현무암, 석영, 장석, 운모가 분명한 화강암, 밝은 바탕에 검은 줄무늬가 확연한 편마암, 사암, 이암, 규암 이 정도면 암석 박물관이다. 

      

 

 

 

 

 

 

2021년 10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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