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는 벼락, 겨울에는 빙벽 조심
서울에 살면서 관악산, 청계산 다음으로 많이 다닌 산이 북한산이다. 사진도 많이 찍었는데 어느날 컴퓨터에서
북한산 사진 폴더가 날라가버렸다. 컴퓨터 초자 시절에 일어난 일이라 지워진 이유는 지금도 모른다. 그 후 폴
더가 삭제되는 일은 없었다, 왜 이런 얘기를 하느냐 하면 의상봉 능선도 그때 사진이 다 없어져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가야할 산은 많고 시간은 없고...
(10:05) 백화사(白華寺)
오늘 일기예보는 맑은 날씨에 바람은 적고 기온은 최저 영화 6도 최고 영상 3도이다. 겨울 날씨 이 정도면 산행
하기 좋은 날이다. 집에서 버스 두 번 갈아타고 1시간 조금 지나 목적지 입곡 삼거리에 도착했다. 그새 요령이
생겨 구파발로 돌아가는 버스를 외면하고 연신내에서 기자촌 방향으로 가는 버스를 이용한다. 입곡 삼거리에서
백화사까지 약 500m, 거기서 의상봉 능선 입구까지는 100m도 체 안 된다.
백화사 무량수전
아침에 볼 일 보고 나왔는데 배가 살살 아파서 도중에 내릴까 하다 참고 왔는데 버스에서 내리자 급해졌다. 백화
사 해우소가 유일한 해결소다. 마당질을 하고 있는 스님에 해우소가 급하다고 하자 웃으면서 가리켜준다.
백화사 마애삼존불좌상 아미타여래(中) 관세음보살(좌) 대세지보살(우)
굴러온 돌인지 옮겨다 놓은 돌인지 적당한 크기의 바위에 불상이 조각되어 있다. 국내 그 많은 마애불상 중에 이
렇게 정교하게 조각된 것은 흔치 않다. 요새 만들어진 것이라 보물 축에 낄려면 하세월이 걸려야 되겠지만 작품
의 주인공이라도 소개했으면 좋았겠다.
(10:10) 백화사 의상봉 능선 입구
북한산 둘레길 제10구간 백화사에서 산성탐방지원센터 가는 내시묘역길에서 의상봉 능선 백화사 코스가 시작된다.
작동이 멈춘 개수대, 사람이 없는 지킴터, 세금 낭비 현장이다.
가사당암문 갈림길
산성탐방지원센터에서 올라오는 탐방로와 만나는 지점에서 단체 산행팀과 섞이다.
돌계단을 지나 본격적인 능선에 진입하면
밧줄이 메여 있는 리지가 시작된다.
철주와 로프가 설치되어 있는 구간에서 바위가 미끄러워 정체 현상이 빗어진다. 팔힘이 부족하고 다리가 짧고
아이젠을 착용하지 않은 사람들 때문이다.
가파른 리지에서는 정체가 더욱 심하고
의상봉 직전 긴 리지
슬랩에 비스듬히 걸쳐있는 기암괴석은 주전자 혹은 자라처럼 생겼다.
암벽을 감고 올라오는 데크 계단
계단 상단에 서 있는 홀로 산행 나선 용감한 노년(女)
원효봉과 염초봉 그리고 삼각산 (백운대 인수봉, 만경대) 파노라마 사진
의상봉 다음 봉 용출봉 전망
요산의 하루
(12:00) 의상봉 도착
백화사 입구에서 의상봉까지 1.5km 1시간이면 충분한 거리를 50분이 더 걸렸다. 휴일 사람이 몰리는 시간대에
정체 현상까지 빗어졌으니 어쩔 수 없는 일. 간단하게 점심(1회용 수프, 찹쌀떡, 소보루빵, 사과)을 먹는다.
의상봉(502m) 표지목과 기념촬영
의상봉 능선은 북한산 국립공원 법정탐방코스 중에서 난이도가 제일 높은 코스이다. 의상봉, 용출봉, 용혈봉,
증취봉, 나월봉, 나한봉, 715봉, 문수봉 여덟 봉우리 중에서 나월봉, 나한봉을 빼곤 나머지 여섯 봉우리는 암봉
을 직접 넘도록 코스가 짜여져 있다.
의상봉과 용출봉 안부 셩벽구간 여장
그리고 의상봉에서 문수봉까지 약 3km 거리에 일곱 봉우리가 촘촘히 늘어서서 급하게 오르 내리는 굉장히 빡
신 코스이다.
뒤돌아 보니 의상봉과 원효봉이 형제 같구나!
북한산은 어떻게 만들어졌나? 1억 5천만 년 전 중생대 때 마그마가 지표 부근에서 딱딱하게 굳어져 땅속에 있
다가 암석(화강암)을 덮고 있던 땅이 오랫동안 빙하, 빗물, 바람의 침식작용에 의해 깍이여 나가고 암석만 남은
것이다. 북한산은 화강암 덩어리이다.
(12:50) 용출봉(571m) 통과
용출봉에서 다음봉 용혈봉, 증취봉 연속 전망
국민학교 학생이 낀 가족 산행팀
할미바위
뒤돌아 보면 위풍당당한 용출봉과 의상봉이
(13:05) 용혈봉(581m) 통과
용혈봉과 증취봉은 깊은 안부를 사이에 두고 서로 붙어 있는 꼴이다.
(13:20) 증취봉(593m) 통과
비교적 넓은 바위 테라스에 증취봉 표지목이 있고 여기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점심 식사 하느라 분산하다.
증취봉에서 나월봉 전망
9부 능선에서 나월봉 정상은 출입을 막고 있다. 통제 이유는 모르겠고 못 가게 하니 안 가는 거다. 금지선을 넘
고 더나 드는 흔적이 있어 유혹하지만, 준법정신을 발휘한다.
나월봉 9부 능선에 정상으로 가는 길을 차단하고 우회로를 열어 놓았다.
부왕동암문 통과
의상봉 능선과 삼각산 조망
염초봉과 삼각산 전망 노적봉은 백운대와 붙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나한봉 전망
나한봉을 우회하면 성곽이 나타나고 성벽이 715봉까지 이어진다.
715봉 통과
청수동암문 위에 있는 봉이 문수봉이다 ,직접 올라갈 수는 없고 대남문까지 갔다가 셩벽을 따라 거슬러 올라가
면 문수봉 정상이 나타난다.
(15:00) 문수봉(727m) 도착
문수봉은 북한산 남쪽에서 바라보면 보현봉에 가리고 서쪽에서 보면 제대로 보이며 다른 방향에서는 보이질 않
는다. 문수봉이 얼마나 잘 생겼는지 님을 봐야 뽕을 따듯이 제대로 봐야 그 진가를 안다. 비봉 능선을 타고 사모
바위, 승가봉, 문수봉 리지를 타야 전위봉의 기에 눌리고 문수봉, 문수암봉에 넋이 빠지는 건데 문수봉 뒤통수
로 올라왔으니 리지를 타는 스릴은 없었고 장엄한 경관만 펼쳐보았다.
문수봉 표지목과 기념촬영
문수봉에서 삼각산, 도봉산 조망
보현봉은 비탐방구역이다. 가까이서 보는 것만 해도 황홀하다.
문수봉 암봉
문수봉 전위봉
대남문
(15:15) 대남문 통과하여 구기계곡 구기터널 방향으로 하산한다.
데크계단 구간
문수봉이 가장 잘 드러나 보이는 전망처에서
깔딱고개 쉼터
돌계단 구간에 잘 다듬어진 돌은 성벽 공사를 할 때 남은 돌인가? 계단을 쌓기 위해 일부러 가공하지는 않았을
텐데...
승가사 갈림길
구기계곡
빙폭
(16:25) 구기탐방지원센터
깔딱고개부터 빨간 재킷을 입고 홀로 하산하는 여인이 말을 건다. "사진 왜 찍는데요?" "자연은 사람과 같이
하므로 훨씬 아름다워진다"는 것을 설명해줬다. 단속 요원인 줄 알았다고 한다. 부산댁이고 연희동에 살아 북한
산만 매주 다니며 다른 산은 잘 모른다고 한다. 내가 아는 산 얘기 들려주며 구기터널 버스정류장까지 동행하며
도중에 장모님 해장국에서 선짓국에 막걸리 한 잔으로 뒤풀이하고 헤어졌다. 나는 산에 혼자 다니는 것에 익숙
해졌다. 절대 심심하지 않으며 위험도 느끼지 않는다. 집중해서 걷다 보면 잡다한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고 마음
을 단순하게 가지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가능하다면 주변에 민폐를 끼치고 않고 살아가는 게 소망이다.
2019년 2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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