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명山 100/제주 한라산

한라산 영실통제소~윗세오름~남벽분기점~돈내코지구안내소 일주

안태수 2018. 12. 31.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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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날 입술이 부르트고 무릎에 통증이 왔다 



제주도 갈 때마다 마지막 날은 이례적으로 한라산을 오른다. 한라산 정상을 오르는 길은 성판악, 관음사 두

곳이고 어리목, 영실, 돈내코는 백록담을 중심으로 북, 서, 남 기슭을 두루는 코스이다. 이번은 영실통제소,

윗세오름, 남벽분기소, 돈내코안내소로 내려오는 12.8km 한라산 남, 서 기슭을 가른다. 어느 산이든 제대

이해하려면 사계절은 다녀봐야 한다는 뜻에서 한라산은 이제 숙원을 풀었다.

제주도 도보 여행을 하려면 교통이 편리하고 편의시설이 밀집한 도심에 숙소를 마련할 것을 권한다. 바다에 매

혹되어 해변가에 자리 잡다간 교통 문제로 많은 시간을 낭비하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제주가

교통이 불편한 것만은 아니다. 제주도 마찬가지 오지로 가는 교통은 하루에 몇 편 밖에 없다. 어느덧 시외버스

터미널 가까운 곳에 단골 숙소가 생겼다.

   



(08:35) 영실휴게소 

제주 종합운동장 정문 앞 대로변에 있는 골든 파코 호텔에서 시외버스터미널은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다. 시외버

스는 여기서 다 출발하고 웬만한 시내버스는 이곳을 다 경유한다. 오전 7시 30분 영실 가는 첫차를 탔다. 버스

는 1139번 도로 한라산 서쪽을 횡단하여 영실을 들렸다가 서귀포 중문단지로 간다. 영실매표소까지 약 30km

거리 1시간이 걸렸고 다시 영실통제소까지 2.5km는 대중교통은 없고 셔틀 택시를 타야 한다 1회 운행에 7,000

원 탑승객 數대로 나누어 낸다.       


영실통제소(1,280m)

한라산은 산체가 크기 때문에 아기자기한 굴곡은 없다. 영실도 마찬가지지만 도솔천(계곡), 병풍바위, 오백나

바위상이 몰려있는 암벽 리지를 제외하곤 용암이 천천히 흐르며 굳은 대지에 쌓여있다. 제주도 말로 '드르'는

만한 들판이다.    


영실통제소 출발

윗세오름까지 3.7km 거리, 고도 420m 정도 올리는 비교적 완만한 오르막이며 병풍바위 상단까지 1.5km가 유

일하게 가파른 능선이다. 다행히 데크가 잘 설치되어 걷기 편하다.   


조릿대 사이 데크로드


영실 도솔천 주변 소나무 숲


다목적 표지판


평상복 차림의 탐방객


도솔천(계곡) 다리 건너자마자 능선에 붙는다.


주능선까지 침목으로 만든 계단이 주욱 놓여있고


해발 1,400m 표지석


병풍바위 오백나한 전망대

영실 계곡을 안고 도는 능선을 진달래 능선이라고 한다. 지명에는 없는 이름이다. 능선 좌측으로 끝없이 펼치

'드르'는 적당히 붙일 말이 없다. 능선, 고원, 들판, 다 어울리지 않는다. 한라산 어깨에 해당하는 지역으로

담 발치부터 동, 서, 남, 북 장형으로 넓게 골고루 퍼져있다. 이 일대가 소위 말하는 진달래 군락지인 것이다.

콕 찝어서 진달래능선이라고 할 수 없는 이유다. 우측 능선으론 병풍바위와 오백나한바위가 절벽을 따라 길게

늘어서 있다.


병풍바위


오백나한像

스카이라인에 뾰족뾰족 솟은 바위가 羅漢像이다. 오백장군이라고도 부른다. 오백장군은 제주 창조 설화에 등

하는 '설문대할망'의 아들이다. 가까이 갈 수 없어 허망하게 들릴뿐이다.  


볼레오름(좌) 어슬렁오름(우)

오름 368 답사는 일찌감치 포기했다. 사진을 찍기 위해 탐방로에서 한 발작 벗어났더니 마침 뒤따라오던 공원관

리공단 직원에게 주의를 들었다. 그런데 어찌 저 오름들을 다 오를 수 있겠냐?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영실 탐방로 전경


볼레오름(좌) 어슬렁오름(중앙) 사제비오름(우)


'요산의 하루'


병풍바위 상단 벼랑 데크로드


엉뚱폭포


오백나한 뒷태

마침 지나가던 공원관리공단 직원에게 '엉뚱폭포'의 위치를 물었다. 여름에 폭우가 쏟아지면 오백나한봉 아래

산사태나 눈사태가 지나가는 통로 (바위골짜기, 린네)에 물이 흐르는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까마귀와 잘 어울리는 풍경이다. 엊그저께 내린 눈과 새벽이슬에 눈꽃과 상고대가 수묵화를 뿌려놓았다. 꿩만한

까마귀가 주위를 배회하며 사람 무서워하지 않고 시커먼 눈으로 노려본다. 가까이 비행할 때는 덮칠 것 같아 움

린다. 탐방객들이 주는 음식물 때문이다.



선작지왓에 들어서다


한라산 백록담 서벽과 첫 대면을 하는 장소이다. 백록담 발치부터 한라산 어깨에 해당하는 평지 고원  초원지대

너설이 깔린 조릿대 위로 구상나무가 숲을 이루며 봄에는 털진달래, 산철축, 눈향나무, 시로미, 야생화가 만

발하는 한라산 최고의 경승지 선작지왓 (632,485㎡/191,662평)에 들어선다. 


족은오름(전망대)과 사로미


윗세족은오름 전망대에서 백록담 서벽, 장구목, 민대가리동산, 윗세누운오름 전망


한라산 선작지왓 (명승 제91호)


데크로드 탐방로


노루샘


윗세오름 표지목

선작지왓에 갇히면 어느 게 오름인지 도통 알 수가 없다. 이미 오름 지대에 들어선 것이다. 윗세오름은 영실 탐

방로가 어리목 탐방로를 만나기 전에 나란히 있는 세 오름이다.  해발 1,100m 부근 삼형제오름의 위에 있는

오름 윗세오름으로 불렀다. 아래 것은 족은오름(1,698.9m), 중간에 누운오름(1,711.2m), 붉은오름

(1,740m) 順이다. 족은오름은 정상에 전망대가 설치되어 있고 나머지 두 오름은 탐방로가 없다.  


윗세오름 대피소

한라산 영실, 어리목, 남벽분기점, 돈내코, 남벽순환 코스 분기점이다. 옛날에는 백록담 서벽과 남벽 코스가 열

려 있었는데 지금은 폐쇄 조치가 내려진 상황이다. 훗날 개방된다면 붐빌 곳이다. 현재는 이 세 곳 탐방로를 이

용하는 사람들의 이정표이자 쉼터이다.  


윗세오름 안내소

일몰 전에 하산할 수 있도록 입산통제를 철저히 하고 있다. 남벽분기점 경유 돈내코로 하산 경우 이곳 통제소의

제 시간을 숙지해야 한다.     


(10:30~50) 남벽분기점, 돈네코 탐방로 분기점 출발


남벽 탐방로


구상나무 눈꽃과 와 조릿대 단풍


구상나무


조릿대


백록담 서벽

한라산 백록담이 가장 아름다운 자태로 솟아있는 남벽 분기점 코스 중간쯤 조릿대가 무성한 구상나무 숲 사

로 백록담 서벽이 나타났다. 구름을 잔뜩 머금고 간밤에 온 눈을 뒤집어쓰고 서서히 나타나는 서벽은 바윗살

통하게 오른 풍만한 골격미를 뽐낸다.    


방아오름


윗세오름(붉은오름)


방아오름


남벽 아래 웃방아오름


웃방아오름 아래 '방아샘'

샘의 기능을 상실한 것 같다. '방야샘'이라 새겨진 표지석 글자도 지워졌고 물이 나오던 작은 구멍도 잡석으로

덮어 놓았다. 지명에서 사라질 모양이다.  


방아오름 전망대


백록담 남벽 버트레스


백록담 남벽 화구벽


남벽 조면암 돔


남벽분기점(1,600m) 전망대


(11:50) 남벽통제소

통제소를 들여다보니 이 깊은 산골 오지에 근무자가 달랑 1명 있다. 바깥으로 불러내어 오름 설명을 부탁했다.

근무한 지 얼마 안 되어 모른다고 한다. 남벽 부근에 있는 3개의 오름 이름조차 모른다면 한심한 직원이다. 돈

코 하산길이 시작하는 지점이다. 돈내코 안내소까지 7km 꽤나 먼길이다. 2009년 12월 돈내코 탐방로가 15

만에 재개방할 때 다녀온 후로 두 번째다. 거의 직선으로 난 코스에 반질반질한 화강암 바위를 밟으며 조릿

대가 난무한 앙상한 숲을 지루하게 내려기억이 난다.       

알방아오름


아귀계곡 발원지 용암이 흐른 흔적


화산 쇄설물 너덜겅


넓은 드르 전망대

돈내코 지구 일대는 현무암 용암으로 덮혀 있다고 한다. 현재는 각종 식물이 자라고 있어 탐방로에 한정하여 관

찰할 수 있다. 화산탄 같은 쇄설물은 돌이 되어 딩굴고 끈적끈적한 용암은 그 점성에 따라 미끈한 암반도 형성하

고 거칠고 조악한 바위도 만들었다. 다리에 많은 부담을 주는 코스이다.     


화장실


평궤대피소(무인)

제주어로 '궤'라하면 작은 용암 동굴이나 함몰지를 말한다. 움푹 들어간 평평한 바위를 이용해 지은 대피소.


크고 작은 돌이 퉁불퉁한 지형을 이루고 있다.



둔비바위(두부바위)


적송(赤松)지대


살채기도

소나 말을 방목할 때 출입구에 설치한 제주고유의 문인 '살채기'에서 나온 지명


굴거리나무


사스레나무 군락지


썩은물통은 표고버섯 재배시 사용했던 물웅덩이


해발 700m 표지석


한라산둘레길 갈림길


밀림(密林)지대에 서식하고 있는 나무는 동백나무. 사스레피나무, 단풍나무, 서어나무, 구상나무, 소나무, 굴거

리나무, 사로미, 조릿대 등이 주요 수종이다. 


해송(海松) 조림지


밀림지대 탈출


돈내코 지구 넓은 드르, 서귀포 보문포구 섶섬, 서귀포항 문섬, 새섬, 법환포구 범섬 조망.


하산 데크로드


편백나무


돈내코 도착


(14:30) 돈내코지구 안내소(500m) 도착

한라산 남쪽 기슭 일대를 돈내코 지구라 일컫는다. 점성이 낮은 용암의 주류가 여러 차례 천천히 흘러가면서 식

은 용암대지이다. 그 후 흙이 덮이고 수목이 자라 오늘날과 같은 환경으로 변했다. 전반적인 코스 현황은 윗세오

름에서 방아오름 전망대까지 약간의 요철이 있는 구릉 지대이고 이후 남벽분기점, 돈내코까지는 평탄한 지형과

완만한 경사를 지어 지루한 거 빼고는 큰 힘은 들지 않는다.   


주차장 가는 길



돈내코 서귀포시 충혼묘지


돈내코 충혼묘지 마을버스 정류장

한라산 돈내코 탑방 코스는 탐방객들에게 인기가 없다. 그 이유가 코스가 길고 밋밋하여 지루하게 느껴지고, 돈

내코 코스의 하이라이트인 남벽분기점이 윗세오름에서 더 접근성이 편하고 탐방로도 아기자기하고,  돈내코에

드나드는 교통편이 매우 불편하기 때문이다.    


(15:15)서귀포산업과학고등학교

남벽분기점부터 오른쪽 무릎에 통증이 오는데 처음 경험하는 통증이었다. 관절은 아니고 뼈에서 오는 통증 같았

다.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고 늘 배낭에 넣고 다니든 무릎보호대도 빠졌다. 경미한 통증이라 걷기에 열중하다

보면 저절로 낮겠지 하며 걷다가 돈내코 안내소에 도착했다. 돈내코부터 버스를 타고 갈 요량으로 버스가 다니

길을 따라 걸었다. 아스팔트 포장길을 4km나 걷는 동안 뒤따라오는 버스가 없어 서귀포산업과학고등학교 앞

스정류장에 도착하고 말았다. 차를 기다리는 동안 통증이 더 심해져 은근히 걱정이 된다. 서귀포에서 제주로

어와 숙소에 짐을 풀고 뒷골목에 있는 목욕탕으로 달려가 휴식을 취한 다음 제주 두 선생님의 저녁 초대를 받

주올레 완주 축하를 받았다.                







                                                     2018년 11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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