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22km 중 후반부 6km는 죽을 맛이었다.
가미코지(上高地)는 일본 혼슈 나가노(長野)현 마스모토(松本)시 중부산악국립공원 內 히다산맥 깊숙한 오지
에 자리 잡고 있다. 해발 3,000m나 되는 고봉들의 산맥에 갇힌 1,500m 고지에 아즈사강이 흐르고 大正池란
호수도 있고 습지도 있으며 평탄한 숲도 있다. 그 길이가 자그마치 10km가 넘어 왕복 하루 해거름이다. 일본사
람들은 일본의 요세미티라고 부른다. 그런 소리 충분히 들을만한 하다. 북알프스의 산행 기점, 아름드리 삼나무
숲, 야생화 천국, 산악경승지, 히다산맥의 주봉인 일본제 5위 봉 야리가타케 보유, 일본답게 잘 정돈된 상태로
조용하고 고요하게 흘러간다. 간밤에 안개인지 이슬비인지 밤새도록 흩날려 아침에 일어나보니 촉촉이 젖은 보
도가 나뭇가지 사이로 햇살에 말리고 있다.
가미코지 아침
(07:20) 가미코지(上高地 1,505m) 고나시타이라 출발
일본 북알프스까지 원정 올 정도가 되면 등산에 관한 한 일가견이 있는 사람들이다. 이런 분들을 상대할 때는
질문에 대답 말고는 유구무언이 상책이다. 더군다나 제일 연장자가 되어 어른 노릇하려다가 왕따 당하는 일에
조심해야 한다. 단체 산행은 경험이 없어 대열 중간에 끼도록 노력한다.
이정표
직접 해 먹든 산장 음식이든 산에 오면 밥맛이 없어진다. 아침은 산장식 도시락이다. 직접 조리한 것이 아니고
미리 준비해 두었다가 용기에 담아낸다. 따뜻한 음식이라곤 장국밖에 없다. 원래 아침을 먹지 않으니 먹는 둥
마는 둥 시늉만 하고 물리친다.
목교를 건너면서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원시림이라기보단 그리 오래되지 않은 고유림이 삼나무를 중심으로
여러 수목이 어우러져 잘 자라고 있다. 차가 충분히 다닐 수 있는 평편한 마사토와 자갈이 깔린 잘 다진 길은 비
에도 유실될 염려가 없어 보인다. 산행 중에 이런 길을 만나면 넋 놓고 걷는다. 그런 정겨운 길이다.
平坦な道(평탄한 길)
고나시타이라(小梨平) 캠프장에서 묘진(明神)까지 약 2km는 아즈사가와(梓川) 강변 습지를 옆에 끼고 간다.
물이 어디서 흘러드는지 맑고 투명하게 솟는 물에 아침 물안개 사이로 물오리가 새끼를 데리고 산책을 즐긴다.
上高地國有林 안내판
산죽밭
아즈사가와(梓川)
해발 1,500m에 강이 흐른다. 우리나라 같으면 강의 발원지 위치이다. 물이 마른 것을 보면 건천인 모양이다.
갓바바시(河童橋) 주변에 제법 물이 흐르는 것은 대정지(大正池)가 댐의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강 양쪽
호안으로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다.
(07:55) 묘진(明神館 1,550m) 도착
로지에 도착하면 누가 뭐랄 것 없이 자연스럽게 쉰다. 로지에는 숙박시설을 포함하여 편의점, 식당, 기념품가계
공중화장실 등이 기본적으로 갖춰 있고 묘진에는 묘진다케(明神岳) 전망, 호다카(穗高)신사 참배, 묘진이케
(明神池) 관람을 위해 올라오는 사람도 많다. 우리 일정에는 다 빠져 있어 아쉬웠다.
묘진다케(明神岳) 전망하며 참도를 따라 묘진교(明神橋) 건너 묘진이케(明神池) 감상하고 호다카(穗高)신사
참배하고 돌아 나오는 코스이다.
수원 부부팀은 백두대간을 3회나 종주한 경력의 소유자이다.
남양주 김정렬 부부팀은 일본 북알프스 시로우마다케(白馬岳)를 다녀온 일본 북알프스 유경험자이다.
습지
주변 뛰어난 경관으로 잠시 쉬어 가는 곳
묘진에서 도쿠사와(德沢)까지 약 4km는 대부분(ほとんど) 평탄한(へぃたん) 길(どう)이다. 이정도 평탄한
길이면 평균 시속 4m가 난다.
오쿠호다카다케(奧穗高岳) 연봉 감상
아즈사가와(梓川)
(08:45) 도쿠사와(德沢 1,562m) 로지 도착
지도를 보면 지명에 사와(沢)라는 단어가 많이 붙어 있는데 사와는 습하고 풀이 무성한 곳이나 산간의 넓고 얕
은 골짜기를 두고 하는 말이다.
도쿠사와 로지(Lodge ロッヂ) 모습
(09:00) 도쿠사와에서 요코오(橫尾)까지도 약 4km 거리이다. 길이 아즈사와 강변을 따라 나 있고 평탄하여 1
시간이면 닿는 거리이다.
수령이 꽤 되어 보이는 고목도 보이고
新村橋를 건너서 또 다른 길로 정상을 가는 등산로가 산속으로 사라진다.
모싯대
곰취라고 우긴다.
(09:45) 요코오(橫尾 1,620m) 산소(山莊 さんそう) 도착
요코오 大橋
산행 마지막날 우여곡절 끝에 저 다리를 넘어 올 줄 꿈에도 몰랐다.
요코오 광장
가미코지에서 야리가다케까지 22km, 요코오는 딱 절반 거리에 있다. 여기까지 11km를 쉬는 시간 포함하여 2시
간 25분 시속 4.5km 빠른 속도로 달려왔다. 다음 이치노보(2.6km), 야리사와 로지까지는 4km 남았다. 거기
까지는 평탄한 보도로 등산로라기보단 본격적인 산을 오르기 위한 접속구간이라 보면 된다.
요코오 광장
(10:00) 요코오 출발
갑짜기 길이 좁아지며 산속으로 들어가 완만한 오르막을 오른다.
길은 우측 경사가 심한 산기슭에 바짝 붙어 고랑마다 물이 폭포처럼 흘러내리는 곳을 통과한다.
나무수국
섬쑥부쟁이
투구꽃
아즈사가와 발원지가 야리사와 계곡과 위의 죠넨 계곡 두 지류로 나누어진다.
(10:45) 이치노보(一の保 1,705m)橋 건너다.
곧 이어 니노보(二の保)橋를 건넌다.
휴식 중인 일행과 조우
槍見河原
어느새 아즈사 강은 사라지고 심산유곡에 돌입 바닥이 들어나 있는 계곡을 따라 상류로 올라간다. 맑은 물이 졸
졸 흐르는 소리를 들으며 더위와 갈증을 잊고 울퉁불퉁한 돌길을 걸으며 상념을 지운다.
(11:30) 야리사와(槍沢 1,850m) 도착 소고기덮밥(규동)으로 점심을 한다.
(12:40) 야리사와(槍沢) 로지 점심 후 출발한다. 야리사와는 북알프스의 발치에 해당하는 곳으로 본격적인 등
산이 시작되는 곳이다. 목표 야리가다케까지는 5.9km 거리이고 고도는 1,330m 차이가 난다. 권장 주파 시간
은 6시간이고 여행사의 목표 시간은 5시간이다. 시속 1.5km를 내야 하며 시간당 고도 200m 이상 올라가야
한다. 난이도 최상급이다. 지리산 중산리에서 천왕봉 오르는 것과 비슷하지만 상대적으로 높은 고도에서 부족한
산소를 감당해야 할 부담이 있다. 본인도 모르게 고산증세에 시달린다.
산을 오르시 시작한다.
붉은 너덜 위로 흰 바위산이 도사리고 있다. 궁금증을 자아낸다.
낙석주의 구간 통과
(13:15) 바바타이라(ババ平 1,990m) 캠프장 통과 마지막 야영장인 것 같다. 베이스캠프로는 적당한 위치인 것
같다.
오마가리(大曲) 통과
규모가 큰 계곡이 크게 굽어 있는 곳을 지난다. 빙하시대 빙하가 흐르던 지역이다. 빙하가 급격하게 흐르면 침식
작용이 왕성하여 V자 협곡을 짓고 완만하게 흐르면 U자 강을 만든다. 멀리 야리가다케 연봉이 시야에 들어온다.
빙하고원
붉은색으로 진행 방향을 그어봤다. 야리가다케는 아직 모습을 들어내지 않고 있다.
이질풀
산골무꽃
투구꽃
(15:15) 덴구바라(天拘原 2,348m)분기점 통과
일행 중 선두 가이드 포함 7명은 시야에서 사라지고 중간에 나 홀로 가고 있고 후미 단체 7명 (남3, 여4)은 사분
오열되어 저 아래에서 헤매고 있다. 출발 전에 아스피린 한 알씩 나누어 먹는 것을 봐서 특별한 고산증세는 없이
호흡곤란과 다리 근육의 피로가 잦은 모양이다. 이럴 때 가이드의 위치는 어디일까? 선두일까? 후미일까? 선두
는 베테랑들로 구성되어 최소한 안전사고와 길을 잃을 염려는 없다. 후미는 예정시간에 도착할 수 없을 정도로
곤란을 겪고 있다.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후미의 진행을 관찰한다.
덴구바라는 야리가다케(槍ケ岳)~오쿠호다카다케(奧穗高岳)를 잇는 능선의 동쪽 사면으로 가파른 거대한 고원
이다. 수목한계선을 훨씬 뛰어넘어 야생화, 눈향나무 같은 고산식물이 자라고 빙하에 쓸려가던 바위와 돌들이
남아 너덜겅을 이루있다. 움푹 패인 곳은 호수되고 만년설도 쌓여있다. 하늘의 괴물이 사는 곳이라 한다.
덴구바라
덴구바라
水沢
빙하수 같다. 이런 높은 곳에 물이 있다니 반가워 머리도 감고 물통도 채우고 신났다.
너덜겅 흰 마루 표시 따라가기
우리나라 설악산 서북능선 귀때기청봉 그리고 백두대간 황철봉 너덜은 여기 와서 보니 수준이 상당히 높은 너덜
임을 알 것 같다. 황철봉은 출입을 통제하고 있지만 저런 흰 마루 표시는 해 놓는 게 좋을 것 같다. 길 놓칠 염려
는 조금도 없다.
눈향나무
방향을 바꿀 때마다 흰 화살표시가 등장한다. 희긋희긋한 것은 만년설이고 가로막고 있는 언덕은 덴구바라 기
점 같다.
휘테 오오야리(Hutte, ヒュッチ 大槍) 갈림길
우리나라 국립공원 있는 대피소를 일본은 민간이 운영 관리하고 있다. 명칭은 로지(Lodge ロッヅ), 산소(山莊
さんそう), 휘테(Hutte ヒュッチ), 고야(小屋 こャ)와 같이 다양한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16:40) 한 이정표에 세 개의 표지판이 붙어 있다. 무전으로 야리가다케 1.25km 표지판 방향으로 진행하라고
한다. 같은 방향으로 생소한 셋쇼우 휘테(殺生 ヒュッチ)표지판도 나란히 붙어 있다. 뒤따라 오는 일본 사람을
기다렸다가 확인한 후 출발한다.
덴구바라 기점에서 내려다 보는 전경
병풍바위와 만년설 그리고 너덜겅
반료우 굴(播隆窟)
1834년 일본인 최초로 야리가다케를 등정한 播隆(파륭, 반료우)이라는 스님이 전진기지로 사용한 동굴이라고
하며 그 후 다섯 차례나 이 산을 올랐다고 한다.
일본인 연인
갈림길에서 기다렸다가 자기들을 셋쇼우 휘테로 가며 야리가다케 산장 가는 길을 가리켜준다. 덕분에 귀한 사진
도 얻을 수 있었다.
'요산의 하루'
(17:30) 셋쇼우(殺生) 분기점
이제 야리가다케는 1km 사정거리에 들어왔다. 정상도 보이고 산장이 있는 안부도 보인다. 정상에 사람 소리도
들리고 먼저 도착한 우리 일행이 안타깝게 내려다보이는 모습도 어렴풋이 보인다. 산은 더 가팔라지고 호흡은
규칙적인 운동을 넘어섰다. 진작부터 종아리에 조금씩 경련(쥐)이 났지만 고양이 걸음으로 대처하며 참고 왔다.
호흡곤란, 종아리 통증은 고산증세라 생각한다.
구름 사이로 파란 하늘이 나왔다 들어갔다 한다. 파란색을 배경으로 하늘을 가르는 실루엣 능선은 톱날처럼 날
카롭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듯이 깊은 골짜기는 만년설이 쌓였다.
셋쇼우 휘테(殺生 Hutte)
오야리 휘테(大槍 Hutte)
야리가다케(槍ケ岳 3,180m) 일본제 5位 峰
야리가다케는 일본제 5위봉이며 히다산맥 북알프스의 주봉이다. 히다산맥 중심에 자리 잡고 있으며 기후현과
나가노현의 경계에 있다. 참고로 일본 알프스는 히다(飛驒)산맥을 중심으로 하는 북알프스와 기소(木會)산맥의
중앙알프스, 아카이시(赤石)산맥의 남알프스로 나눈다. 중부산악공원은 일본 100명산이 29좌, 3,000m급 이상
봉우리가 21좌 중 18좌를 보유하고 있다. 일본 최대의 산악지대이다.
붉은색 선을 따라 지그재그로 급등하는데 1시간 걸렸다.
오오바미타케(大喰岳 3,101m)
야리가다케 산장과 정상 사이 안부
야리가다케 분기점
니시다케(西岳), 오덴쇼다케(大天井岳) 방향
(18:25) 야라가다케 산소(槍ケ岳 山莊 3,060m) 도착
선두는 산장에서 정상까지 왕복을 마친 상태이고 나는 지금 시각에 도착했고 후미는 1시간 후라야 도착할 것
같다. 정상 등정은 내일 새벽 일출로 미룰 수밖에 없다. 다큐멘터리에서 여러 번 봐 온 산장 건물이다. 잿빛 암석
사이로 빨간색 건물이 유난히 붉게 보였다. 국내 대피소와 같은 기능을 하면서도 많이 업그레이드되어 있다. 건
물 안에 들어서면 등산화 보관 장소 따로 있고 슬리퍼 신고 일체의 행동을 한다. 다양한 규모의 숙소, 휴게실, 식
당, 화장실, 건조실 등 최소한의 편의시설이었지만 불편한 점이 전혀 없었다. 알프스에서 산장을 운영하는 민간
인 연합회 같은 것이 있어 규정대로 운영한다고 한다. 무겁게 낑낑 짊어지고 다닐 필요 없이 돈만 준비하면 만사
OK.
2018년 8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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