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 세상/일본 가미코지 북알프스

일본 중부 북알프스 (키타호다카다케~가라사와~요코오~도쿠사와~묘진~가미코지)트래킹⑥

안태수 2018. 9. 2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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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만년 세월 속에 할퀴고 깎인 바위 군상들


지나고 난 일이지만 같이 이곳까지 와서 낙오자 때문에 두 팀으로 나누어 다른 루트로 하산하게 된 것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가이드가 일행들을 조금만 더 다독거리고 현명하게 이끌었다면 절대로 무리하지 않고

함께 도착할 수 있었겠다는 결론을 얻었다. 기타호다카다케(3,106m)에서 호타카산장(2,996m)까지 거리는

2km, 남은 거리 전체이다. 중간에 가라사와다케(3,110m)까지 1km는 내리막과 오르막이 반반 섞여 있

마지막 호다카 산장까지 1km는 내리막이다. 넉넉 잡아 저녁 7시까지 4시간이나 남아 충분히 달릴 수 있는

거리였다. 나 같면 기어가더라도 몰아세우겠다. 악명 높은 다이키레토를 무사히 통과한 것만으로도 북알프스

능선 대미를 장식한 것이나 다름없다. 가라사와로 내려오면서 카르 지형과 만년설, 야생화 초원은 예정

없던 의 선물이었다.              

   



(06:00) 키타호다카다케 小屋 출발

일본도 장마철이라 비가 오락가락한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밤새 함석지붕 두드리는 빗소리를 자장가 삼아 높은

산 깊은 밤을 보냈다. 5시에 기상해서 아침 먹고 6시 출발이다. 아침 날씨는 구름이 온통 시야를 가리고 기온은

17도를 가리킨다. 오전 중에 갠다고 하니 멋진 광경을 기대한다. 트래킹 중 산장 세 곳을 들려 숙식을 했다.

이곳 산장의 음식이 제일 따끈했다. 

 

기타호다카다케(北穗高岳 3,106m) 

산장은 정상 바로 밑 동쪽 사면 바위틈에 걸쳐 지었다. 산장 뒤로 돌계단 몇 개를 올라서니 그토록 가팔라 보였

던 정상이 구름 속에서 갇혀 머리만 내민다. 어디서 불어오는지 모를 찬바람이 간담을 서늘케 하며 고산이 주는

공포감을 자아내게 한다. 헬기 착륙장도 있다. 산장은 생활용수를 제외한 모든 생필품을 헬기로 공급받는다. 

 

이정표에서 기타호다카다케(北穗高岳) 분기점(남봉)까지 가서 오쿠호다카다케(奧穗高岳)와 가라사와(涸沢)

나뉜다. 내가 리딩을 맡아 책임이 무겁다. 안전한 곳까지 간격을 유지하며 이동하고 한 사람이라도 힘들면

쉬어가기로 한다. 기타 주의 사항은 그동안 갈고닦은 실력으로 대처하기로 한다. 나는 일행들을 시야에서 놓치

으려고 중간에 자리 잡고 진행한다.


           

키타호다카다케 남봉 우회로는 짧은 급경사 바윗길로 산사태 눈사태 통로이다.


(06:20) 키타호다카다케 분기점

제 선두팀은 오쿠호다카다케(奧穗高岳) 산장에서 자고 오쿠호다카다케를 올라 기미코타이라(紀美子平)

다케사와(岳沢)로 하산(9.15km)하고 우리 팀은 가라사와(涸沢), 요코오(橫尾谷) 계곡으로 하산 (18.2km)

한다. 미 팀이 倍나 더 돌아간다. 가이드의 코스 선택이 옳았는지 의문이 가는 대목이다.  


남릉 테라스 텐트 사이트

테라스는 암벽 등반 중에 휴식을 취할 정도의 공간을 말하는데 능선 테라스는 깍아지른 경사를 수반하는 경우가

많아 훌륭한 전망처가 된다. 집을 지을때 전망이 좋은 쪽으로 베란다는 내는 것과 같다. 가라사와가 한 눈에 들어

온다. 거대한 분지가 분화구처럼 아침 가스가 가물가물 피어 오른다.

   

(07;20) 산장을 떠난 지 1시간 20분이 지날 즈음 고대하며 기다리던 햇빛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쵸오네(弔尾根)

능선 아래 가라사와 휘테(ヒュッチ)의 빨간 지붕이 구름과 초록 사이로 선명하고 만년설과 자갈밭이 언뜻 황폐

보이지만 야생화가 만발하는 천하의 명소이다. 


가라사와(涸沢) 카르(Kar)

서북릉 빙하의 침식 작용으로 계곡의 윗 부분이 말꿉 형태로 움푹하게 파여나간 분지를 말한다. 히말라야는 쿰

부라고 하며 우리나라는 빙하지역이 남아 있지 않아 거의 볼 없는 지형이다.  

  

가라사와 카르

풍화작용은 산사태와 눈사태를 수반하며 쉼 없이 계속된다. 가라사와에서 오쿠호다카다케 등반은 카르 지역을

횡단하여 암벽을 오르는 루트이다. 보기만 해도 통쾌하다.  


남릉루트취부점(取付点)

암벽을 비스듬히 내려서는 구간이다, 암벽, 쿠사리(쇠사슬), 하시쿠(철사다리)가 길게 이어져 상, 하행 병목현상

을 빗는 곳이다. 무작정 기다릴 수 없어 적당한 선에서 줄을 끊고 하행을 시도 했다.  


남릉 루트 취부점 너덜구 간을 통과하면 야생화 꽃밭이 전개된다. 탐방 루트를 벗어나면 바위 틈사이로 삐져나

온 암석화부터 땅에 누운 눈향나무까지 초록 수풀은 온갖 이름 모를 꽃으로 덮여있다. 야생화에 관심이 많았더

라면 도저히 빠져나오기 힘든 지경이었다. 집에 돌아와서 몇 송이 담아 온 꽃을 찾아보느라 날 샜다.  


코바이케이쇼우(小梅蕙草 흰여로 こばぃけぃそぅ)


아자미(薊 엉겅퀴 ぁざみ)


미야마킨바이(深山金梅 좀양지꽃 みゃまきんぼぃ)


이와키쿄(岩桔椩 바위도라지 ぃゎぎきょぅ)


어수리


야마하하코(山母子 산모자 ゃまははこ)


요츠바시오가마(よつばしおがま)


요로이구사(よろいぐさ 구릿대)


이질풀


원추리


원숭이

깔끔하게 단장한 원숭이 한 마리가 숲 속을 오가며 한참 따라오다가 무엇에 필이 꽃혔는지 가만히 앉아 응시를

한다. 나도 따라 앉아 눈 맞추기를 기대했으나 실패하고 말았다.  


(09:00) 기타호다카다케 남릉을 다 내려선 지점이다. 3시간이 걸렸다. 예정 시간보다 40분이나 더 지체했다,

야생화 때문이다. 하산 중에는 고산증세가 완전히 사라져 어제까지 빌빌대며 예정 코스를 기피한 장정들이

은 활기차게 정상 속도를 유지하며 내려온다.    

가라사와 고야(涸沢小屋 2,245m))에 전원 합류하여 휴식시간을 갖는다. 맥주도 마시고 간식도 나누어 먹으며

다음 목적지 요코오(橫尾1,620m)까지는 5.2km 고도 600m를 낮추며 가라사와 계곡과 요코오 계곡을 따라 계

속 내려간다. 고도 2,000m 지점에 도달하면 우리나라 고산지대와 같은 식생과 환경을 만나게 될 것이다.  

   

가미코지가 북알프스 등반의 주요 기점이라면 가라사와는 북알프스의 중간 지점으로 올라가는 거점으로 야리가

다케나 오쿠호다카다케를 선택적으로 등반할 수 있는 곳이다. 넓은 자갈밭에 텐트 사이트가 열려 있고 산장도

두 군데나 있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찾는지 짐작이 간다. 

     

'요산의 하루'

가라사와 小屋과 카르 지형, 만년설, 오쿠호다카다케를 중심으로 하는 쵸오네(弔尾根 : 능선이름)를 배경으로...


(09:25) 가라사와 小屋 출발


텐트 사이트 (해발 2,200m) 통과


가라사와(涸沢)라는 지명은 산간의 넓고 얕은 골짜기에 물이 흐르고 풀이 무성하게 자라며 습지가 있는 지형을

말한다.

  

가라사와 골짜기가 계곡의 형태를 짓는다. 항상 밀려갈 태세로 버티고 있는 큰 바위들이 걸려 있고 얼음장 같은

만년설이 녹은 물이 흐른다. 산장에서 못한 세수하고 머리 감고 물통에 한가득 채운다. 하산 길은 무척 신날

같다. 

  

좌측통행


산사태가 난 S字 급사면 지역 통과


가문비나무


자작나무


(10:45) 혼타니바시(本谷橋 1,800m)

급한 산길은 거의 다 내려왔다. 너덜, 하상(河床), 산사태, 바위길, 오솔길 등 다양한 형태의 길과 높 낮이를 오

르 내리면서 많은 사람들이 쉬고 있는 다리까지 왔다. 일본은 지금 태풍 중인데도 계곡엔 물이 말랐다. 웅덩이

갇힌 물 주변으로 삼삼오오 모여 햇볕도 아랑곳 하지 않고 쉬고 있다. 하산하는 사람들은 느긋하고 등산하는

람들은 긴장을 하는 장소이다.


혼타니바시

     

혼타니바시 이정표

한글, 영문, 한문으로 표기 되어 있다. 本谷橋 해발1,800m, 사라가와 2.4km, 요코오(橫尾) 2.8km

 

다리를 건너면서 요코오 계곡으로 바뀐다. 요코오까지는 계곡 옆길로 난 평지와 다름 없는 완만한 내리막이다.

본격적인 숲이 전개된다. 일본의 대표적인 삼나무를 비롯하여 소나무, 참나무 눈에 익은 나무들이 숲을 꽉 채우

고 있다.

 

암자 터 통과


橫尾大橋


(11:50) 요코오(橫橋 1,620m) 도착

우리 일행은 네 팀으로 나누어 하산하는 중이다. 누가 나눈 것이 아니라 체력이 나눈 것이다. 혼타니바시 다리를

무사히 통과했다는 사인을 받고 염려는 끝냈다. 어제 가이드와 미팅에서 가미코지 고나시타이라 산장에 3시까

도착하기로 했다. 지금 출발하면 충분하다. 내가 이곳 상황을 알릴 겸 먼저 떠나고 나머지는 여기서 다 모여

뒤따라 오기로 한다.

   

요코오 야영장 부근 안내도


新村橋 갈림길 통과


아즈사가와(梓川)


쑥부쟁이


곰취


자연관찰로


산죽밭


(13:10) 도쿠사와(德沢 1,562m) 통과

깜짝 놀랄 일이 벌어졌다. 길은 외길인데 뒤따라 올 사람이 산장에 먼저 도착해 있다. "지름길로 왔어요" 중간에

쉬고 계시길래 놀래 주려고 살짝 통과했다고 한다. 큰 그루터기에 걸터앉아 아즈사 강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

을 때였나 보다.   


고목나무 그늘


(14:05) 묘진(明神 1,550m) 도착

잠깐 여유가 있는 것 같아 다리를 건너 묘진 호수와 신사에 나섰다. 한 바퀴 돌아보려며는 1시간은 족히 걸리겠

는데 입장료까지 받아 먼발치에서 보는 것으로 끝냈다. 반가운 일이 기다리고 있었다. 후미가 도착해서 쉬고 있다. 


묘진바시(明神橋)


여걸 삼총사


묘진신사 도리이


묘진다케 안내도


(14:30) 조용한 숲 길 목적지가 가까이 왔다. 


(15:05) 드디어 고나시타이라 산장 도착


선두 팀과 반갑게 조우하여 가미코지 버스터미널로 이동한다.


아즈사가와(梓川)와 갓바바시(河童橋)


아즈사가와 물놀이 장면

음식은 지정된 장소에서 식탁, 벤취, 평의자 등에서만 먹고 우리처럼 아무 데나 자리 깔고 둘러 앉아서 왁자지껄

먹는 장면은 어디도 없다. 기껏해야 바지 걷고 물가를 거니는 정도, 물이 맑지 않을 수가 없지...

오늘은 일본의 일 년에 한 번 있는 山의」이라고 한다. 산의 문외한이라도 오늘은 산을 찾는다. 기념일을

뜰이 챙기는 일본 풍속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일본 북알프스라면 일본사람도 쉽게 올 수 있는 곳이 아닌데 많은

사람이 찾았다. 덕분에 일본 산행문화도 엿 볼 수 있었고 TV 방송국과 인터뷰도 했다.      


(16:00) 가미코지(上高地)버스터미널에서 대기하고 있던 전용버스를 타고 역순으로 돌아간다.


가미코지 터널


(16:15) 히라유(平湯) 프린스호텔 도착

나는 일본 온천 마을은 좋아해도 온천은 별로라고 생각한다. 도무지 온천 시설이 낙후되어 목욕 맛을 못 느낀

다. 우리나라의 금방 지은 목욕탕 얼마나 좋은가? 예상대로 조그마한 대중탕과 야외탕 미지근한 물이 무미건조

하다. 모르고 여탕에 들어가 유카타를 벗고 탕 내를 두리번거리는데 야외탕 쪽에서 여자 목소리가 들린다. 남녀

혼탕가 하고 주춤거리는데 뒤에서 인기척이나 돌아보니 우리 일행 중 여자분이 미안하다는 소리를 지르며 달

아난다. 분위기가 이상해서 앞에 있는 칸막이 옷장을 쳐다보니 여자 속옷들이 걸려 있다. 이래저래 일본 온천은

망친꼴이 되었다.     


이튿날 나고야 공항

비행기 스케줄과 여행 일정이 빡빡하게 결합하여 관광의 기회는 조금도 없었다. 비행기에서 내리자 곧장 산행지

발치로 이동하고 산행이 끝나고는 하룻밤을 보내야 할 형편이니 온천장에서 재우고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공

으로 달려와 비행기를 타야 한다. 중간에 반나절만 틈이 있다면 나고야城, 오다노부나가의 기후성, 설국의 시

와고, 제2 교토 다카야마 중 한 곳은 들릴 수 있는데...

공항 출국 검색대에서 정밀 조사를 받았다. 원인은 스틱 때문이었다. 사전에 길이 60cm를 초과하면 기내 휴대

품으로 반입을 할 수 없다는 규정에 따라 완전히 분해하여 규정에 맞추었는데도 검색요원은 확인하겠다며 줄자

를 들고 나왔다. 그러면서 배낭에 든 것 다 끄집어 내어 하나하나 다 확인받았다. "고멘나사이"를 연발하며 생

생글 웃는 바람에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고 즐거운 검색을 받았다.      






                                                    2019년 8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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