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1 중산리~천왕봉~성삼재

백두대간 지리산 (중산리~천왕봉~연하천대피소) 종주①

안태수 2018. 6. 15.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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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지리산 종주 9년 만에 어게인.


지리산 종주 산행은 언제나 힘든다. 천왕봉 정상에서 노고단 고개까지 25.5km 두 지점을 오르내리는 접속 거리

중산리 천왕봉 간 5.4km, 성삼재 노고단 고개 간 4.3km(차도) 그리고 반야봉 왕복 2km, 노고단 왕복 1km를 합

하면 38.2km가 된다. 나는 중산리부터 걸었으니 1.7km 더 보태면 39.9km 걸은 셈이다. 전문 산악인은 중 무

로 하루 만에 해치우는 경우도 있으나 사람마다 차이가 심하게 난다. 비단 산행뿐만 아니라 같은 인간이면

구상에서 이룩한 일들을 보면 그 차이는 상상을 초월한다.     



빨치산토벌전시관 주차장 (경상남도 산청군 시천면 중산리)

오후 12시 30분 서울 남부터미널에서 경남 산청군 신안면 하정리 원지까지 3시간 10분이 걸려 도착했다. 다시

45분을 기다려 진주 출발 산청을 거쳐오는 중산리행 시외버스를 탔다. 원지에서 중산리까지는 약 40분 걸린다.

중산리는 시외버스와 관광버스의 종점이고 약 1.7km 전방 탐방안내소에도 소형 주차장이 있다. 주차장 면적이

협소한 관계로 선착순에 들어야 한다. 


중산리 천왕봉 등산로 입구

 

중산리 마을 안내판


지리산 중산리 탐방안내소


거북이 식당 및 민박

중산리 지리산 탐방안내소 바로 옆에 붙어 식당과 민박을 같이하는 집이다. 2년 전 친구들과 천왕봉만 등산할

먹고 자고 한 집이다. 주인이야 날 알아볼 턱이 없지만 나는 기억한다. 말 한마디에 천 냥 빚을 갚는다고 그때

기를 상기시키니 억지로 친절을 강요한 기분이었다.  


(05:00) 중산리 탐방안내소 출발

낮에 피곤하지 않으려면 밤에 잠을 푹 자 두어야 한다. 산을 다니기 위한 여행은 아무리 피곤해도 산에서 잘 순

없다. 저녁 식사 후 간단하게 몸을 씻고 일기를 쓴 후 내일 일정을 머리에 쑤셔 넣고 알람을 저장하고 불을 끈

후 잠을 청한다. 눈을 감으면 수면 상태가 유지되고 눈을 뜨면 다시 깨어난다. 되도록 눈을 뜨지 않으려고 애쓴다.

오늘 일예보는 정오 전후 약간의 비가 오고 하루 종일 흐리다고 한다. 덥진 않겠지만 조망은 포기해야 한다.   


비글(Beagle 영국)

갑자기 개 한마리가 나타났다. 우수에 젖은 눈망울로 올려다본다. 내 손을 개 코에다 대며 냄새를 맞게 한다. 서

로 놀라게 하기 없기 약속이다. 덩치는 작지만 사냥개라고 한다. 특히 토끼사냥이 전문이다. 개의 특징은 몸집이

단단하고 짖는 소리가 크며 사람 낯을 안 가린다고 한다. 비굴하게 쳐다봐서 비글이란 이름이 붙었는가 야간 산

행 안내견 역할을 톡톡히 해주었다.


중산리 야영장


통천문


칼바위


(05:50) 장터목 갈림길

중산리 계곡을 따라 올라오다가 능선길과 갈라진다. 계곡을 계속 따라가면 장터목대피소(4.0km)가 나오고 능

으로 올라가면 천왕봉(4.1km) 가는 등산로다. 도중에 로타리대피소(2.1km)와 법계사가 있다. 산등성이처럼

능선이다. 직선으로 올라갈 수 없으니 한 번씩 꺾어 올라간다. 그때마다 새로 만나는 경사는 최고 난이도

의 깔딱고개이다.

    

나무계단


돌계단


(06:45) 망바위 통과


데크 구간

모퉁이를 돌 때마다 내가 오기를 기다렸다가 내 눈과 마주치면 이내 앞을 나간다. 내 배낭 속에는 저놈에게 보상

해 줄 먹을 만한 게 없다는 게 안타까운 일이다.


통신사 기지국


헬기장

여기쯤이면 큰 능선 하나는 넘어섰다. 안부 사이에 로타리대피소와 법계사가 숨어 있고 다음 봉우리가 개선문,

마지막 천왕봉이 바위 톱을 드러내고 있다.


(07:30~08:20) 로타리대피소 아침

버너를 놓고 왔다. 전쟁에 나가는 놈이 총을 두고 온 꼴이다. 대피소에서 가스는 팔아도 버너는 취급 안 한다.

여도 없다, 재주껏 빌려 쓰라는 조언이다, 마침 조리를 끝내고 식사를 하는 팀에게 구걸하여 아침 식사 준비를

다, 수프를 만드는데 떡이 된 바나나를 넣고 푹 끓였더니 특식이 되었다. 다음에 바나나를 오래 두어 물컹해지

바나나 수프를 만들어 먹자.

 

(08:20) 지리산 법계사 일주문 통과

오늘 연하천대피소까지 가야 한다. 전 번에 답사한 기록도 있고 힘을 비축해야 하고 한 바퀴 돌아볼 여유가 없다.


경사가 심해지니 암반을 드러낸다. 녹색 사이로 희끔희끔 바위가 얼굴을 내민다. 바위 위로 난간과 로프가 설치

되어 있다.


바위굴

바위굴만 보면 생각난다. 삼척 두타산에서 수행 굴을 찾아 나선 스님하고 마주쳤다. 나 보고 좋은 굴 못 봤느냐

고 묻길래 지나온 산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스님 복장으로는 도저히 갈 수 없다고 말해준 적이 있다.     


정향나무


(09:25) 개선문 통과

기암괴석


산 지 죽은 지 가문비나무


구상나무

주목, 구상나무, 가문비나무, 분비나무 넷을 동시에 놓고 봐야 구분되지 개별로 봐서는 영 모르겠다. 


전망 좋은 쉼터도 오늘은 구름 뿐이다.


천왕샘(남강 발원지)

천왕샘에서 솟구친 물은 중산리 계곡을 타고 내려오면서 지류를 모아 시천천으로 흐르다가 시천면 원리에서 덕

천강을 만나 진주 남강으로 흘러든다. 불행하게도 남강 발원지로 무색할 정도로 수량이 없고 물고랑도 없다. 남

강 발원지란 안내판도 슬그머니 사라졌다. 내가 잘 못 본 것인가? 


철제계단


마지막 깔딱고개


나무계단

(10:20) 천왕봉 도착


智里山 天王峰 (1,915.4m)


천왕봉 정상석과 기념촬영

날씨 탓으로 조망이 없다. 없으면 없는 데로 상상력을 동원하여 독심술을 펼친다. 중산리, 대원사, 칠선계곡, 노

고단 사방이 뿌연 구름에 가려 바람이 불 때마다 가끔 산봉우리만 내비친다. 발걸음이 잘 떨어지지 않는 산, 언

제 또 올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솔직히 말하면 특별히 다시 와야 할 이유도 없다. 오늘로 지리산은 마지막이다.

그동안 마음속에 아쉬우믕로 남았던 모든 것들을 빠짐없이 그려넣어 하산할 작정이다. 천왕봉 산신령님께도

절로 하직 인사 올린다. '산신령님의 것은 풀 한 포기 그대로 두고 갑니다. 앞으로도 제발 널리 구비 보살펴주소서'

        

노고단 진행 방향

황토 흙으로 바닥을 다져 놓은 공터는 용도가 무엇인지...


(10:30) 난간을 붙잡고


나무계단

장터목 하산길에 고산의 위용을 보여주는 봉우리들은 멀리서 보면 험준한 산봉우리 같지만 다가가면 한 갖 돌

기일뿐.   


통천문


제석봉(1,808m)

우리나라에서 세 번째 높은 산인데도 천왕봉에서 흘러내리는 능선에 올라 타 있어 산이라고는 볼 수 없을 정도

로 완만하다. 너덜겅, 구상나무, 철쭉군락지이다.

고사목 지대


(11:25) 장터목대피소 도착

장터목대피소에서 연하천대피소까지 13.3km 남았다. 불을 피울 수 있는 곳은 대피소뿐이다. 취사장, 매점 버너

를 빌리만 한 데가 없어 점심으로 떡과 사과로 때우고 갈 길을 재촉한다. 

 

(12:00) 장터목 출발

1996년 8월 4일 친구와 셋이서 캄캄한 새벽 백무동을 출발하여 오후 장터목 산장에 도착하여 공터에 텐트를

고 잠을 자다가 밤새도록 퍼붓는 비에 눈으로 지새우다가 천왕봉 일출 구경한다고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의

꽁무니를 따라 천왕봉 올라 다행히 일출을 보고 내려와 세석 갈림길에서 한신계곡으로 하산했다. 지금은 국

원 어디에서나 비박과 야영은 금지하고 있다.


이런 오솔길은 흔치 않다. 대피소 예악이 힘들어 연하천대피소 한 곳 밖에 못 했다. 놀며 쉬며 진행하려면 하루

걷는 거리 10km를 기준으로 대피소 2곳은 예약을 해야 한다. 여유작작 도사 흉 내려다간 큰코다친다.  


쥐오줌풀


(12:30) 연화봉(1,730m) 통과

지나는 길에 봉우리를 넘는 경우와 우회하는 경우가 있다. 넘는 경우 오르막을 오르내리다가 표시물이 없으면

모르고 지난다. 우회하는 경우 가깝게 접근해도 봉우리 형태를 갖추고 있어 알아보기 쉽다.   


구상나무 숲길


삼신봉(三神峰)

삼신봉 우회 통과


(13:35) 촛대봉 이정표


촛대봉 세석 자연관찰로 (아고산대)


촛대봉(1,703.7m)


촛대봉 지나 세석평전이 펼쳐진다. 등산로는 너덜겅을 다져놓은 돌밭이다. 편한 것처럼 보여도 스탭이 자주 꼬

편하지 않다. 철쭉은 무리지고 구상나무는 드문드문. 


눈개승마


구상나무 오솔길


(13:55) 세석갈림길 백무동 6.5km, 거림 6.0km.

대피소까지는 약 100m 간밤에 자고 늦게 출발해도 괜찮은 사람과 오늘 자려고 일찍 도착한 사람들로 북적인다.

나처럼 통과하는 사람은 힘 빼가며 들릴 일이 없다.



(14:20) 영신봉(1,651.9m) 우회 통과


영신봉부터 등산로는 바위가 부서져 내려 앉은 주로 너덜겅이다.


나무계단


(15:10) 칠선봉(七仙峰 1,558m) 통과


천왕봉 전망대는 날씨 관계로 조망이 없다.


함박꽃나무


(16:35) 선비샘

지리산은 물이 많이 난다. 종주 산행을 할 때 물이 귀한 산을 만나면 하루 종일 쓸 물을 짊어지고 다녀야 하는데

물의 무게가 장난이 아니다. 지리산은 대피소마다 물을 살 수 있고 샘도 많아 500ml 두 병이면 충분하다. 그리

찬물 따뜻한물 고집하지 말고 현지 온도에 맞춰진 물을 마시는 것도 갈증을 해소하는 좋은 방법이다.       


(16:50) 덕평봉(1,522m)부터 길이 좋다.


안부


오솔길


자갈 깔린 벼랑길


여유를 부리는 산꾼도 만나고


마치 잔도처럼 절벽 아래로


돌이 떨어지는 것을 막을 방어벽도 쌓고  데크까지 깔았다. 동네 뒷산도 아니고 지리산 정도 되면 미주알 고주알

안전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산행은 위험을 수반하는 활동이라는 것을 인식시키는 게

더 중요한 일이다. 


(17:30) 벽소령대피소는 리모델링 중이다.


벽소령대피소 출입 통제소

연하천대피소 예약자는 5시까지 벽소령대피소를 통과해야 한다. 30분이 지났다. 연화천대피소에 전화를 걸어

예약자 확인시키고 현재 위치를 알려준다.  


벽소령대피소 매점

먼저 도착한 사람들이 쉬고 있다. 함께 연하천대피소로 가는 중이다. 이분들이 대피소에 예약자 확인 할 때 나도

사리 끼어 확인했다. 대피소 이용료 결제 관계로 마누라 이름으로 예약되어 남편으로 바꾸는데 약간의 착오

있었다. 옛날에는 남녀 혼숙이었는데 불미스런 사고가 잦아 남녀 따로 나누었다고 한다. 깜빡했으면 예약하고

겨 날뻔했다.       


벽소령대피소 이정표

연하천 대피소까지는 3.6km 대피소 직원이 등산로는 양호하고 1시간 30분이면 도착한다고 한다.


석문 통과


(18:25)형제봉(1,452m) 통과


형제봉 바위


너덜겅


(19:20) 삼각고지(1<480m) 지킴터 통과


백두대간 지리산에도 야자매트 출현하다.


(19:45) 연화천대피소 도착

대피소 직원의 도움으로 간단하게 신고를 마치고 침상을 배정받고 바닥 매트와 담요를 빌렸다. 여기도 마찬가지

로 판매용 버너나 렌트용 버너가 없다. 배낭을 정리하고 저녁거리로 간편식 햇반과 미역국, 반찬으로 깍두기

리고 1인용 코펠을 챙겨 들고 취사장으로 갔다. 마침 벽소령에서 만난 사람들이 조리가 끝나 버너를 쉽게 빌릴

수가 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손수건을 물에 적셔 얼굴, 몸 일부, 발을 닦고 잠자리에 든다. 대피소 밤은 늘 그렇다.

짐 정리하는 소리, 헤드 랜턴 불빛, 몸 뒤척이는 소리, 밤이 깊어지면 코 고는 소리까지 열린 마음으로 잠을 청해

야 한다.   







                                                       2018년 6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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