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1 중산리~천왕봉~성삼재

지리산 (연하천대피소~반야봉~노고단~성삼재) 종주②

안태수 2018. 6. 25.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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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제2봉 반야봉으로 질주하다.


간밤에 잤는지 못 잤는지 비몽사몽 끝에 새벽 5시경 잠이 깼다. 주섬주섬 배낭을 챙겨 바깥으로 나왔다. 아침

비를 하기 위해 혹시 놀고 있는 버너가 있는지 찾아다닌다. 결국 어제 연하천까지 동행한 분들의 버너를 빌려

편식 떡국을 끓여 먹었다. 후식으로 커피까지 타 마시니 입안이 개운하다. 세수와 양치는 물수건으로 처치하

아는 분들을 찾아 작별 인사를 나누고 출발을 서두른다. 오늘 일정은 연하천 대피소에서 반야봉 왕복 2km를

포함하여 성상재까지 약 15km 거리이다. 해발 고도가 차츰 낮아지고 등산로도 평범한 산길로 바뀌고 거리도

제보다 많이 짧아진다. 한결 느긋한 마음으로 옛 생각을 떠올리며 풀 한 포기 돌멩이 하나 이정표 등 무엇이든

기억을 해 내려고 애쓴다.


  

(06:30) 연하천대피소 출발

산행 준비하느라 분산하다. 잠에서 일어나는 사람, 세수하는 사람, 밤 짓는사람, 밤 먹는 사람, 설겆이 하는 사람

화장실 이용하는 사람, 짐 싸는 사람, 출발하는 사람 등으로 소란하다.     


연하천 대피소에서 명선봉을 오르는 단숨에 오르기엔 벅찬 제법 긴 나무계단을 오른다. 약 10분은 오른 것 같다.

벌써 연하천대피소로 다가오는 분이 있다. 노고단 대피소에서 새벽 3시에 출발하여 11km를 4시간 만에 달

사람이다. 시속 3km 평지의 속도나 다름없다. 지리산 종주 당일치기이며 중산리가 목적지이다. 오래 붙들

야기하기가 민망할 정도였다.


(06;45) 명선봉(1,586.3m) 우회


백당나무


가마득한 급경사 나무계단 구간


(07:15) 너덜 구간

이번에는 40대 초반 젊은 부부팀이다. 역시 새벽 3시에 중산리를 출발하여 연하천 대피소를 목전에 두고 있다.

중산리까지 간다고 한다. 여자가 있어 무시하는 투로 대피소를 예약했느냐는 질문에 무박 종주라고 한다. 종주

경험도 있다고 한다. 나보다 고수한테 괜한 염려를 했다. 헤어지면서 젊은 부인이 듣기 좋은 소리를 해주었다.

'등산 차림이 멋집니다'.


오르막 오솔길


고사목

뿌리가 없다. 암반 위 얕은 토양 때문에 뿌리를 깊숙이 내리지 못해 일어나는 현상이다. 누굴 탓하면 안 된다.

요즘 우리나라는 이상하게 남의 탓으로 돌리는 습성이 만연해지고 있다. 그것은 자기가 우주의 주체라는 것을

모르기 때문이다.   


(08:20) 토끼봉(1,534m)  


토끼봉에서 노고단 진행 방향 전망

40대 아주머니 두 분, 청계산 수준의 복장으로 노고단 대피소에서 중산리까지 당일치기로 가고 있다고 한다. 랜

유, 무와 대피소 예약 여, 부를 확인해 보니 필요 없다는 듯 태연하다. "우리 종주해봤어요" 지금 시각에 토끼

봉과 화개재 사이를 가고 있다면 중산리까지는 어림도 없다. 믿기지 않는다. 다행스러운 게 대피소 통제소에서

지정한 시간에 게이트를 통과하지 못하면 출입을 막고 강제 하산시킨다.   


흰정향나무


야자 매트 등산로

전형적인 예산 낭비 현장이라고 생각한다. 야자 매트가 지리산 백두대간까지 깔렸으니 조만간 우리나라 전

로에 야자 매트가 깔릴 날도 멀지 않았다. 그것에 드는 비용이 얼마인지 천문학적인 숫자가 나올 것이다.

야자 매트는 내용 연수가 있다. 사람이 많이 다니는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의 차이가 난다. 서울 현충원 둘레길 같

은 경1년이 지났는데도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망가져 땅에 묻힌 곳도 있다. 산에 일 껍하나 못

버리한다. 야자나무 껍질은 괜찮고 사과 껍질은 쓰레기란 말인가? 다음에는 어떻게 처리하는지 지켜보겠다.

국립공원이 그 해답을 찾기 바란다. 

       

큰 바위를 우회해서


(08:45) 화개재에서 남원 뱀사골과도 연결된다. 


화개재에서 삼도봉까지 750m 거리 이곳 나무계단 구간이 240m나 된다. 탐방객의 안전과 자연보호 차원에서

만들었다고 한다. 여러 번 쉬면서 약 20분이 걸려 다 올랐다. 지리산에서 최장 계단인 것 같다. 


삼도봉 직전


큰 바위를 우회하면


(09:30) 삼도봉(三道峰 1,499m) 도착


삼도봉 표시물


三道란 경상남도(하동군), 전라남도(구례군), 전라북도(남원시)을 말한다.


삼도봉에서 반야봉까지 왕복 2km이고 고도차가 233m 난다. 반야봉은 삼각뿔처럼 생겨 한눈에 봐도 오르기 힘

들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지리산 종주하면서 애써 외면했다. 그게 늘 맘에 걸렸다. 이번 종주 산행의 목적

반야봉과 노고단을 오르는 것이 목적이었다. 반야봉을 오르기 위해 삼도봉을 거쳐야 하는데 이곳까지 빨리

수 있는 코스는 남원의 뱀사골과 구례 피아골, 성삼재이다. 대부분 접근성을 고려하여 성삼재를 많이 이용한

다. 성삼재에서 반야봉까지 왕복 약 20km이다. 아무나 함부로 도전할 수 있는 코스는 아니다.      


(10:05) 반야봉 갈림길


병꽃나무


반야봉 아래 암벽 구간


반야봉 직전 키 작은 잡목지대


(11:00) 반야봉(般若峯 1,732m) 도착

정상은 돌투성이 너설지대이다. 그새 많은 사람이 정상에 올라와 있다. 지리산 제2 천왕봉답게 중원을 호령하

있는 산세, 백두대간에서 살짝 비켜나 있어 지리산 종주 능선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다. 큰 카메라 든 사람에

게 인증부탁하고 나를 추월해 간 젊은 여인에게도 인사를 받았다. 그늘진 곳에 앉아 잠시 쉬었다가 하산을 한다.    


반야봉 정상석과 기념촬영

般若는 지혜이며 또 모든 지혜의 으뜸이라 한다. 반야경전 중에서 260자 반야심경은 팔만대장경의 진수요 석

래의 설법 결론이며 모든 중생의 심경이라 했다. 반야는 우리 같은 사람이 오를 경지가 아니라 부처가 되고자

하는 보살의 경지라고 한다. 과연 무아지경이었다.      


천왕봉 방향


노고단 방향 파노라마 사진


철재계단


암반구간


반야봉 삼거리


(11:40) 노루목(1,480m)

점심으로 준비한 떡, 사과, 오렌지 다 먹고 배낭을 가볍게 하여 임걸령까지 내리막 길을 신나게 내려온다.  

 

(12:30) 임걸령(1,320m) 통과

임걸령에서 노고단 고개까지 약 3.3km는 완만한 오르막이다. 중간에 돼지평전을 지날 때는 고원 같은 느낌을

다. 지리산 종주를 두고 남진이나 북진이냐 어느쪽이 더 수월하냐는 논쟁은 북진이 훨씬 쉽다. 등고선을 놓고 보

면 단번에 알아볼 수 있다. 천왕봉에서 성삼재까지는 고도가 계속 낮아진다.

       

임걸령 샘터가 수량이 가장 많다. 이참에 식수통을 몽땅 비우고 500ml 한 병에만 물을 가득 채웠다. 성삼재까

충분하다.


임걸령 피아골 갈림길


능선 우회로


신갈나무 보호지 (국가장기생태연구지 서울대학교농업생명과학부)

돼지평전


(13:15) 돼지령(1,424m)


미나리아제비


왕시루봉 갈림길


(14:10) 노고단고개 도착


(14:15) 노고단 탐방 안내소

노고단 탐방은 사전 예약제이다. 인터넷은 물론이고 당일 모바일 예약도 받는다. 방송으로 뭐라고 말을 하는데

윙윙 울려서 도통 알아들을 수가 없다. 예약을 하지 않았다고 하니 지금이라도 휴대폰으로 예약을 하라고 한다.

휴대폰으로 예약할 줄 모른다고 시치미를 떼며 손으로 쓰겠다고 우겼다. 주민등록증을 보여주고 뒷일은 알아서

처리하기로 하고 노고단까지는 왕복이라서 배낭은 한 귀퉁이에 두고 가도 분실의 염려는 없다고 한다.


방송국 중계소

    

노고단 정산 돌탑


(14:30) 노고단 (老姑壇 1,507m) 도착

노고단 정상석과 기념촬영

지리산 주 능선 천왕봉 성삼재 간 東, 西 25km 사이 천왕봉(東), 반야봉(中央), 노고단(西) 지리산 3대 주봉이

잡고 있다. 능선 20여 개 봉우리 중 독자적인 산괴를 이루고 있어 사방 어디에서나 존재감을 드러낸다.

노고단은 신라시대부터 제사를 지냈다고 한다.   

 


(14:45) 다시 노고단 고개


노고단 대피소 가는 길



(14:55) 노고단 대피소 통과


노고단 대피소에서 성삼재 가는 돌계단길(2.16km)과 편안한길(3.1km)이 있다.어디로 갈 것인가를 놓고 내기

붙었다. 달리기 없기다. 둘다 1시간 거리인데 편안한 길이 훨씬 안전하고 수월하다.  


돌계단 길

편안한 길은 차도를 따라 난 길이기 때문에 산등성이를 빙빙 돌아가는 반면 계단 길은 직선으로 산등성이를 내

온다. 가파른 계단을 내려오려면 관절에 무리가 따르며 주의가 필요하다. 항상 지름길이 유혹하지만 체력을

아끼기 위해 편안한 길이 좋다.    


마사토가 곱게 깔린 편안한 길


무넹기 (코재 1,250m) 화엄사 5.7km 갈림길


(15:40) 성삼재 탐방지원센터 도착


성삼재(姓三재 1,090m) 주차장

차고 달콤한 아이스커피나 스무디같이 과일과 얼음을 갈아만든 음료가 필요하다. 커피집도 있고 편의점도 있

입맛대로 고를 수 있어 좋았다. 그늘에 앉아 쉬고 있는데 국립공원 직원이 옆에 다가와 지리산 이야기, 교통정보

를 들려주고 택시까지 불러주었다.     


(17:30) 성삼재 휴게소에서 만복대 배경 사진

일단 구례까지 가서 서울로 가는 교통편을 알아봐야 한다. 성삼재 막차가 17시 30분에 있다. 2시간 동안 성삼

재에 있어야 한다. 구례 가서 목욕하고 저녁 먹고 하려면 택시 타는 게 좋다. 택시비는 35,000원 갈등이 생긴다.

성삼재 전용 택시를 불렀더니 차가 고장이 나서 약 30분을 기다려야 한다. 여기서 저녁을 먹고 성삼재 한 바퀴

돌아보며 적당히 시간을 떼우면 택시비가 세이브된다. 택시 예약을 취소하고 휴게소 식당에서 육개장을 시켜

고 세월아 가거라 한다. 마침 주인아주머니가 대구 출신이다. 덤으로 취나물 쌈까지 얹어 준다. 배낭도 맡아주

다음에 들리면 서로 알아보기로 약속도 했다. 정시에 버스가 출발하여 시암재, 화엄사 입구, 구례터미널까지

40분 만에 도착했다. 10분 후에 서울로 가는 우등버스를 기다린다.       





                                                       2018년 6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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