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제2봉 반야봉으로 질주하다.
간밤에 잤는지 못 잤는지 비몽사몽 끝에 새벽 5시경 잠이 깼다. 주섬주섬 배낭을 챙겨 바깥으로 나왔다. 아침
준비를 하기 위해 혹시 놀고 있는 버너가 있는지 찾아다닌다. 결국 어제 연하천까지 동행한 분들의 버너를 빌려
간편식 떡국을 끓여 먹었다. 후식으로 커피까지 타 마시니 입안이 개운하다. 세수와 양치는 물수건으로 처치하
고 아는 분들을 찾아 작별 인사를 나누고 출발을 서두른다. 오늘 일정은 연하천 대피소에서 반야봉 왕복 2km를
포함하여 성상재까지 약 15km 거리이다. 해발 고도가 차츰 낮아지고 등산로도 평범한 산길로 바뀌고 거리도
어제보다 많이 짧아진다. 한결 느긋한 마음으로 옛 생각을 떠올리며 풀 한 포기 돌멩이 하나 이정표 등 무엇이든
기억을 해 내려고 애쓴다.
(06:30) 연하천대피소 출발
산행 준비하느라 분산하다. 잠에서 일어나는 사람, 세수하는 사람, 밤 짓는사람, 밤 먹는 사람, 설겆이 하는 사람
화장실 이용하는 사람, 짐 싸는 사람, 출발하는 사람 등으로 소란하다.
연하천 대피소에서 명선봉을 오르는 단숨에 오르기엔 벅찬 제법 긴 나무계단을 오른다. 약 10분은 오른 것 같다.
벌써 연하천대피소로 다가오는 분이 있다. 노고단 대피소에서 새벽 3시에 출발하여 11km를 4시간 만에 달려
온 사람이다. 시속 3km 평지의 속도나 다름없다. 지리산 종주 당일치기이며 중산리가 목적지이다. 오래 붙들고
이야기하기가 민망할 정도였다.
(06;45) 명선봉(1,586.3m) 우회
백당나무
가마득한 급경사 나무계단 구간
(07:15) 너덜 구간
이번에는 40대 초반 젊은 부부팀이다. 역시 새벽 3시에 중산리를 출발하여 연하천 대피소를 목전에 두고 있다.
중산리까지 간다고 한다. 여자가 있어 무시하는 투로 대피소를 예약했느냐는 질문에 무박 종주라고 한다. 종주
경험도 있다고 한다. 나보다 고수한테 괜한 염려를 했다. 헤어지면서 젊은 부인이 듣기 좋은 소리를 해주었다.
'등산 차림이 멋집니다'.
오르막 오솔길
고사목
뿌리가 없다. 암반 위 얕은 토양 때문에 뿌리를 깊숙이 내리지 못해 일어나는 현상이다. 누굴 탓하면 안 된다.
요즘 우리나라는 이상하게 남의 탓으로 돌리는 습성이 만연해지고 있다. 그것은 자기가 우주의 주체라는 것을
모르기 때문이다.
(08:20) 토끼봉(1,534m)
토끼봉에서 노고단 진행 방향 전망
40대 아주머니 두 분, 청계산 수준의 복장으로 노고단 대피소에서 중산리까지 당일치기로 가고 있다고 한다. 랜
턴 유, 무와 대피소 예약 여, 부를 확인해 보니 필요 없다는 듯 태연하다. "우리 종주해봤어요" 지금 시각에 토끼
봉과 화개재 사이를 가고 있다면 중산리까지는 어림도 없다. 믿기지 않는다. 다행스러운 게 대피소 통제소에서
지정한 시간에 게이트를 통과하지 못하면 출입을 막고 강제 하산시킨다.
흰정향나무
야자 매트 등산로
전형적인 예산 낭비 현장이라고 생각한다. 야자 매트가 지리산 백두대간까지 깔렸으니 조만간 우리나라 전
등산로에 야자 매트가 깔릴 날도 멀지 않았다. 그것에 드는 비용이 얼마인지 천문학적인 숫자가 나올 것이다.
야자 매트는 내용 연수가 있다. 사람이 많이 다니는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의 차이가 난다. 서울 현충원 둘레길 같
은 경우 1년이 지났는데도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망가져 땅에 묻힌 곳도 있다. 산에 과일 껍질 하나 못
버리게 한다. 야자나무 껍질은 괜찮고 사과 껍질은 쓰레기란 말인가? 다음에는 어떻게 처리하는지 지켜보겠다.
국립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