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번째 오르는 지리산 天王峰
지리산은 마음먹는다고 함부로 오를 수 있는 산이 아니다.
주봉인 천왕봉까지 등산하고 내려오려면 최소한 이틀 은 필요하다. 나는 이번을 포함해서 세 번 천왕봉을
올랐는데 첫 번은 백무동에서 장터목대피소를 거쳐 천왕봉 올랐다가 한신계곡으로 하산하고 두 번째는
성삼재에서 백두대간 코스로 천왕봉까지 갔다가 대원사로 하산했다.
천왕봉을 내려오면서는 엄청난 고통에 언제 이곳에 다시 오겠나! 항상 되뇌어보지만, 그 말은 결국 다시
오겠다는 약속으로 바뀌고 만다. 지리산은 백두대간의 종착지며 3개도(경남, 전남, 전북) 와 5개 군(함양,
산청, 하동, 구례, 남원)에 걸쳐 있는 남한의 제1의 山岳 群이다. 지리산에 솟은 수 많은 봉우리 중에서 주봉
인 천왕봉은 그 높이 때문에 어느 봉우리도 천왕봉은 가릴 수 없다. 남쪽 산들을 오르면 다 천왕봉을 향하는
형국이다. 어느 산에 오르던 지리산 방향을 찾아 눈길을 옮겨 다니는 것이 습관이 되어 버렸다.
(05:10) 중산리 야영장 입구(649m)
중산리 탐방안내소와 우리가 잤던 거북이 민박집은 중산리 등산로 입구 제일 마지막에 있는 집이다.
민박을 나서면 바로 입산 통계를 위한 개수대를 통과한다. 사람은 우리 셋과 야간 근무를 하는 직원 한 사람.
칠흑 같은 어둠이다. 어젯밤 마신 술이 걱정된다. 나는 원래 술을 못하니깐 두 양반 마시는 거 구경했지만,
술이 어느 정도 취한지는 짐작한다, 똑같은 소리 계속하고 목소리 통제력을 상실하고 자세가 삐뚤어지고 눈이
감기면은 인사불성 직전이다. 내일 새벽 2시에 출발하자 3시에 출발하자 결론을 못 냈지만 내심 5시 출발에
알람을 지정한다. 밤 11시에 TV와 불을 끄고 취침에 들어갔다.
통천(通天) 길
탐방안내소에서 5분 거리인 듀류교를 지나면 바로 야영장과 자연학술원 길로 나누어지는데 학술원까지는
셔틀버스를 운행하고 있고 노약자들이 이용하는 코스로 학술원(순두류)에서 시작해서 로터리대피소에서
합류한다. 우리는 야영장, 통천문을 지나는 주 등산로를 간다.
잠결에 선풍기가 회전하다가 막혀 "딱딱" 맞닥뜨리는 소리가 계속 들리고 발 아래가 축축한 느낌이 든다.
일어나서 불을 켜고 살펴보니 선풍기 날개가 TV 탁자에 닿아 있고 방바닥에는 물이 고여 이불도 젖어 있다.
비가 창문을 통해 들어온 건가? 물병이 엎질러진 건가? 둘 다 이상 없어 귀신 곡할 노릇이다.
牛步는 정신없이 자고 厚岩이 따라 일어나 같이 정리하고 다시 잠자리에 든다.
(05:55) 칼바위
어둠에 갇힌 계곡을 올라오느라 왜? 이곳 지명을 칼바위라고 부르는지 알 수가 없다,
칼바위에서 길이 나누어진다.
계곡 길은 장터목대피소(4.0km)로 가고 능선 길은 로타리대피소(2.1km), 천왕봉(4.1km)으로 간다.
천왕봉을 오르는 사람들은 계곡으로 장터목으로 해서 정상에 올랐다가 능선으로 해서 로타리대피소로 내
려오든지 아니면 반대로 하든지 취향에 따라 선택하고 우리는 갔던 길로 왕복하기로 한다.
칼바위까지 1.3km는 넓은 계곡을 따라오면서 보통 계곡처럼 천천히 오르내리면서 쉽게 왔다.
지금부터는 능선길로 접어든다. 고개가 젖힐 정도의 가파른 오르막에 돌계단이 촘촘히 깔려다. 牛步는 과거
젊은 시절 창원서 근무하면서 지리산은 자주 찾았다고 한다. 그래서 오늘 산대장을 맡고 앞장을 선다.
厚岩과 나는 초행길이라 뒤로 쳐져 牛步만 뒤쫓는다.
대부분 산은 가파르게 고도를 높였다가도 평탄한 안부나 능선길이 나타나기를 반복하며 고도를 점차 높이
는데 중산리에서 천왕봉 구간은 짧은 거리 대신 경사도를 25도에서 35도를 유지하면서 끝까지 올라간다.
가는 길에 숲 속으로 커다란 바위벽이 외부로 돌출되어 있는 모습이 마주친다. 이름을 지어 지명으로 사용
하면 좋겠다.
종종 40도에 가까운 경사도가 나타나며
나무계단도 쉽지 않다.
(07:00) 망바위 이정표 (중산리 2.5km 지점)
牛步의 앞장은 여기서 끝이다. 어제 마신 술기운으로 지금까지 선두로 달려왔는데 술이 깨기 시작하니
다리가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다고 한다. 내가 알기로 두 사람은 적당히 산을 좋아한다. 언제나 산에 가기를
희망하면서도 생활을 핑계를 대며 말로만 다니는 축에 속한다.
도봉산 오르는 실력으로 근 20년 만에 도봉산보다 3배나 높은 천왕봉 오르는 것이다.
망바위
厚岩이 牛步를 추월하여 선두를 탈환한다.
통신사 기지국이 있는 작은 안부의 평탄한 길에서 厚岩이 선두에 나선다.
데크로드는 비탈진 경사면을 안전하게 돌아가기 위해서 설치
등산로에서 우측으로 조금 떨어진 숲으로 가려진 바위샘
가파르고 비좁은 산길을 헤집고 오다가 갑자기 넓은 공간을 만나니 정상에 도착한 기분이다. 넓은 공간을
헬기장으로 쓰기 위해 주변 나무를 제거하고 사방을 트이게 하였다. 지리산 주 능선이 시야에 들어오고 중
앙에 천왕봉이있다. 하늘을 감싸고 있던 구름이 이따금 바람에 쫓겨나니 그 빈자리에 파란 하늘이 나타난다.
바위에 이름을 붙여 지명으로 활용하자.
(07:50) 로타리대피소 (1,335m) 도착
식당에서 오늘 아침과 점심용으로 김밥을 준비해 왔다. 대피소에서는 라면과 햇반을 팔고 있는데 조리는
본인이 해야 하므로 코펠과 버너가 있어야 한다. 대피소 주변은 음식을 장만하는 사람들로 북적이며 온갖
음식 냄새와 쓰레기에서 나오는 악취가 코를 진동한다. 컵라면이나 일회용 음식을 팔면 버너나 코펠을 가
지고 다니는 사람도 줄어들 것이고 대피소 수입도 오르리라고 생각이 드는데 어떤가? 어떤 문제점이 있는가?
산불 예방도 하고 산꾼들의 짐도 가볍게 해주고 대피소의 수입도 올리고.
뜨거운 국물은 포기하고 두 줄의 김밥 중 한 줄로 아침을 나머지는 점심으로 남긴다.
(08:20) 대피소 (1,335m) 출발 천왕봉까지 2km 남았다.
나 같은 경우 백두대간을 걸으면서 쉬는 시간을 포함한 평균 시속이 2km 이상이다. 내 계산대로 하면
천왕봉(5.4km)까지 3시간이면 된다는 얘기다. 그런데 두 사람의 능력을 고려하여 상행 4시간, 하행 3
시간, 7시간을 예정하였으나 실제로는 3시간이 더 소요된 10시간이 걸렸다. 그중에 3시간은 아침 먹고
쉬는 시간이었다.
대피소 샘터를 지나면서 천왕봉까지 남은 2km는 40도에 가까운 경사도를 유지하면서 걷는 속도를 시속
1km 미만으로 떨어트릴 것이다.
법계사는 하산시에 들르기로 하고
암반 벼랑 구간을 지나면서 패잔병처럼 퍼지고 앉았다.
가마득한 경사도에 재대로 걷지를 못한다.
장승
(09:25) 개선문 (1,700m) 도착 천왕봉까지 800m 남음
厚岩, 牛步, 樂山
牛步의 죽을 象
지리산 천왕봉 등산은 출발 한 달 전에 공시했다. 그동안 체력훈련도 하고 등산에 필요한 옷과 장비도
구입하고 마음의 준비도 하라는 여유를 준 것이다.
출발 며칠 전 牛步가 카카오톡으로 문자 메세지를 올린다. 준비 운동으로 북한산 올라봤더니 힘이 따려
천왕봉 등산이 걱정되며 그리고 중산리 천왕봉 코스는 밋밋하고 힘만 들지 별 재미는 없다고 하며 나크리
태풍까지도 염려한다.
厚岩의 건재
厚岩은 지리산 천왕봉 산신령님께 매년 문안 인사 올린다고 한 약속 지키지 못해 죄송하다고 용서도 빌고
새로운 精氣도 받아 온다면서 의복도 갖추고 장비도 보충하고 기대에 부풀어 있는데
樂山은 짤막하게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메세지를 보낸다.
정상이 가까워 질수록 경사도가 40도를 육박 이정도 경사면이면 시간당 1km 전진하기도 힘듦.
지나가는 사람을 붙들고 말을 건네는 것도 쉬는 방범 중의 하나
(10:10) 천왕샘 (진주 남강 발원지) 도착
사람들이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린다.
바위틈에서 새어 나오는 물을 작은 플라스틱 바가지로 받아서 마신다,
물이 새어 나오는 곳에 바가지를 대면 일부만 바가지로 들어가고 나머지는 바닥으로 고여 흘러나간다.
厚岩이 물을 바가지에 쉽게 담을 수 있는 방범을 제시한다. 고여있 는 물을 바가지로 뜨는 것이다.
이 아가씨가 음악을 크게 틀어 놓고 듣다가 厚岩에게 충고를 듣는다.
아가씨가 음악을 좋아하는 모양인데 여기에 아가씨와 다른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거든요.
자연의 소리를 듣고자 하는 사람에게 방해된다는 것을 아셔야 합니다.
이제 정상까지는 300m가 남았다.
가문비나무 군락지 사이로 마지막 계단 오르기
정상 직전 안간 힘을 솓아 부어야 하는 돌계단
정상에서 돌계단 아래까지 길게 늘어트린 밧줄
(10:25)마지막 능선에 올라서면 별 볼품이 없는 돌 무더기가 하늘 아래 놓여 있고 주변으로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다. 여기서 부터 더 오를 곳이 없음을 소리친다. 날씨가 흐려 사방으로 조망은 형편 없지만, 힘들여
올라온 정성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쾌감이다. 나는 산을 오르면서 언제나 같은 생각을 힌다.
언제 이곳에 다시 올 수 있을까?
지리산 천왕봉(1,915m)
천왕봉 첫 번째 등정은 1996년 8월 4일 厚岩, 牛步, 나 셋이서 캄캄한 새벽 백무동을 출발하여 능선을 타
고 오후 장터목 산장에 도착하여 야영장에 텐트를 치고 하룻밤을 보내면서 밤새도록 퍼붓는 비에 잠 한숨
못 자고 뜬눈으로 지새우다가 천왕봉 일출 구경한다고 일어나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들의 뒤꽁무니 잡고 천
왕봉을 오르던 일, 다행히 일출은 우리의 수고를 보답이라도 하듯 제대로 된 모습을 다 보여주었고 한신계곡
으로 하산하면서 무릎이 아파 쩔쩔매든 일들이 어제일 처럼 기억한다.
천왕봉 정상석과 기념촬영
천왕봉 두 번째 등정은 2009년 5월 5일 09시 드디어 백두대간 종착지인 지리산 天王峰(1915.4m)에
도착했다. 손을 높이 들어 펄쩍펄쩍 뛰면서 만세도 불러보고 싶고 목이 터져라고 소리도 질러보고 싶다.
"韓國人의氣像 여기서 發原하다"라는 글씨가 새겨진 표지석을 얼싸안고 내가 이곳까지 와 있다는 사실에
스스로 감탄한다.
정상 주변
厚岩은 사람이 모이는 곳이면 항상 中央에 나선다.
천왕봉 뒤로 대원사(11.7km)로 향한 이정표
(10:40) 중산리까지 왔던 길로 하산한다.
(14:00) 출렁다리
(14:10) 칼바위
이 바위 때문에 장터목과 로타리대피소 갈림길을 칼바위라고 부르는 모양이다.
탐방로 내 중산리 계곡은 출입금지 구역으로 설정되어 있음
중산리 야영장
(14:40) 지리산 중산리탐방지원센터 도착
서울로 돌아가면서 목욕을 하고 저녁을 먹고 저녁 10시까지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 도착하면 된다.
목욕은 산청에서 고속도로 타기 전에 하여야 하고 저녁은 고속도로 휴게소를 이용하면 된다. 탐방안내소
에서 가까운 목욕탕(덕산)을 소개받고 택시기사로 부터는 사우나(남사)를 추천받았다. 두 곳 다 단성IC
직전이라 운전사 마음대로 정하기로 하고 부담 없이 달린다. 남사예담촌 입구 "지리산참숯굴"에서 목욕을
하고 대통고속도로 금산휴게소에서 저녁을 먹는다. 오는 도중 덕유산 육십령 터널을 전후로 하여 억수같이
퍼붓는 소낙비를 보면서 지금쯤 지리산에도 같은 비가 온다면 우리는 다행히 비를 피하는 행운을 갖게 된
것이다. 밤 9시 고속버스터미널 도착
지리산 거북이 식당 민박
여름 휴가철과 겹쳐 숙박시설 예약하기가 힘이 들었다. 현지 분위를 감 잡을 수가 없으니 인터넷과 지도는
결정적인 도움은 안 된다. 전화로 상담하면 비수기와 달리 상당한 배짱을 부린다. 몇 군데 전화를 넣어 겨우
승낙을 받아내고 출발하면서 전화를 했더니 부득이한 사정으로 손님을 받을 수 없다고 한다. 하는 수 없이
현지에 도착해서 즉흥적으로 정하기로 한다. 마침 식당과 민박을 겸하는 집으로 등산로 바로 입구에 위치한
집을 구하고 더 이상 편리할 수가 없음에 만족한다..
2014년 8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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