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따라 소문따라/제주올레

제주올레 9코스 (대평포구~박수기정~월라봉~화순항)⑱|

안태수 2018. 2. 22.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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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올레 제일 짧은 구간 볼거리라도 많아야지


제주도 대평리 펜션에서 잠을 자고 있던 중 새벽 1시에 휴대폰이 울렸다. 아가씨의 다급한 음성이다. "잠원동 빌

딩 지하 스튜디오인데요 물바다가 되었습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지금 한파가 끝날 줄 모르고 기승을 부

리는 절정이 아닌가. 수도관이 동파된 모양인데 이 시간에 무슨 수로 해결한단 말인가. 관리인은 목에 혹 제거 수

술을 받고 집에 요양 중이고 먼저 가깝게 사는 청소 아줌마에게 전화를 하여 지원을 부탁하고 동사무소, 구청 민

원실 전화는 ARS로 시간만 낭비한다. 지금 잠을 자지 않고 민원을 처리를 해주는 119가 생각이 났다. 제주 119

에서 서울로 연결받아 신고를 하니깐 15분 만에 출동하여 수도 계량기를 잠가주고 돌아갔다. 새벽 4시에 관리인

이 도착하고 작업인부를 수배하여 오전 10시에 상황이 종결되었다. 휴대폰 하나로 급한 상황을 처리할 수 있는

좋은 나라이다.


대평올레 펜션 (서귀포시 안덕면 감산리)

간 밤에 제대로 잠을 못 잤다. 아침 첫 비행기로 서울로 돌아갈 작정이었으나 마침 관리인이 전화를 걸어와 새벽

에 현장에 도착하여 작업 인부를 구해 기다리고 잇는 중이라고 한다. 염려 마시고 제주도 일정 잘 마치고 귀가하

시라고 한다. 십 년 묵은 체증이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펜션 객실

혼자 살기에 딱 좋은 방 풍경이다. 침대, 평판 TV, 싱크대, 냉장고, 식탁, 화장실, 샤워룸, 에어컨, 꼭 필요한 집기

가 다 갖추어져 있다. 더 이상 뭐가 필요한가? 아직도 다 내려놓지 못한 게 있다. 그것 또한 기다림에 속한다. 포

구를 향해 드나드는 작은 고기잡이 배, 이를 보호하기 위한 방파제, 등대, 먼 바다, 갈매기는 시도 때도 없이 날아

다닌다.


(08:00) 제주올레 9코스 대평포구 출발점

구름이 많이 끼어 하늘은 온통 잿빛이다. 바다 날씨는 언제 변할지 모르는 일 늘 일기예보는 태양이 반쯤 빛났

다. 장기간 집을 떠나면 날씨와는 무관해다. 배낭 속에는 항상 비상 식품과 장비를 담고 다니기 때문이다.     


박수기정

대평포구 아침은 흐린 가운데 약간의 바람이 분다. 수평선은 멀리 가지 못하고 해안 언저리에 갇혔다. 박수기정이

라는 주상절리대가 해안선을 가로막고 그 너머로 제주도 최남단 송악산과 형제섬이 안개에 서려있다. 올레는 해

안으로 나가다가 박수기정을 올라타고 정상으로 간다. 박수(바기지 물)와 기정(절벽)은 바가지로 떠 마실 수 있는

샘물이 솟는 곳이라는 뜻이라는데 절벽 위에 샘물이 있는지, 절벽 중간 인지, 바닥에서 솟는지 막연하다. 130m

높이 기암절벽의 주상절리대가 병풍처럼 펼쳐있다.


앞막은골천

박수기정 아래 해안으로 가는 길이 막혀 절벽을 가로지른다. '막은골과 송항'이라는 안내판이 서 있다. 절벽으로

막힌 계곡(川)과 말을 실어내던 항구가 있었던 모양이다. 계곡은 잡풀에 가려있고 송항은 언제부터 대평포구

바꿨다.     


몰질

말이 다니던 길, 말길, 공마로(貢馬路) 몽고 이어 원나라에 제주도에서 말을 길러 공물로 바침 


몰질 돌밭 길이 지금은 올레


대평포구 전망

절벽 꼭대기전망대이다. 해발 130m 높이의 절벽을 대각선으로 조성한 30도에 가까운 경사로를 단숨에 올라왔

다. 올레 안내서에는 이 코스를 난이도 '상'으로 표기하고 있다. 9코스 전체 구간이 중산간과 오름을 통과하는 곳

으로 해안은 멀어지고 100~200m를 넘나드는 구릉지 약 5km 2시간가량을 걸어야 한다. 전형적인 제주도 중산

간 지형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옛날 곶자왈이던 곳에 불이나 자연 초지가 조성되어 말을 길렀다고 한다, 몰

길, 송항이 생긴 이유가 이 때문이다.    


크고 넓은 밭 (한밭)


소나무가 우거진 길 (소낭길) '한밭소낭길'



기정(절벽)길

바다 조망을 위해 절벽으로 바짝붙여 조성한 길


이두어시

절벽 주상절리대가 이단 병풍바위처럼 자리 잡아 뛰어난 전망을 제공한다.

봉수대터


우마 통제용 게이트

배관용 스틸파이프로 엉성하게 조립, 땝질하여('ㄷ'字) 길을 막아 놓고 우마의 출입을 막고 있다. 올레에서 제일

꼴불견이다.  


제주올레 나무화살표


제주올레 거리 표시판


볼레낭길

보리수 군락지로 네팔 히말라야 아열대림 산간 지역 비슷한 지형이다.   

월라봉에서 화순항, 산방산을 바라보고 있는 바위가 내 눈에는 펭긴처럼 보이는구나.


한전남부발전소


송악산과 산방산, 형제섬


'요산의 하루'


화순항(포구) 전경


월라봉(다래오름 201m) 정상 올라가는 나무계단

박수기정에 올라서서 월라봉은 직선으로 손에 잡힐듯한 거리다. 올레는 이를 마다하고 구릉지를 구불구불 빙빙

돌려 월라봉 입구에 내려놓는다,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면 무엇 때문에 돌고 돌아온 지 한심할 지경이다. 올레는

또 무슨 꿍꿍인지 월라봉 정상은 포기하고 또 월라봉 허리를 한 바퀴 돌려 산을 내려온다.   


일제 동굴진지

월라봉에는 일제 강점기 때 만든 총 7개소의 동굴 진지가 있다. 일본은 미국으로부터 본토를 사수하기 위해 제주

도를 진 기지로 정하여 모슬포 일대에 동굴, 해안동굴, 땅굴, 포대, 격납고 등 군사시설물을 구축하고 6~7만 명

의 군인을 주둔시켰다. 미국은 오키나와를 상륙하여 제주도가 살아남은 것이다.  


안골마을


월라봉 감귤 농장


안덕계곡

용암이 흐르다 멈춘 계곡으로 기암괴석이 계곡을 장식하고 있다. 잡목에 가려 지나치다가 물소리에 놀라 계곡의

정체를 발견한다. 


제주올레 거리 표시판


화순항이 눈 높이로 다가온다.


화순 마을로 들어가는 길을 따라 내려가면


안덕계곡 하류 박수기정, 월라봉, 안덕계곡, 창고천, 황게창을 아우르는 종합유원지.


황게창은 붉은 게 서식지에서 따온 명칭



황게창 유원지

여기가 올레 9코스 종점인 줄 알고 gps를 중지시켰다가 중간 스탬프 찍는 곳인 것을 알고 급히 취소 얼마 떨어지

지 않는 곳이 화순항 종점인데 이거 철거하시지요.    


마을 수호신 당산나무 (팽나무)


'그녀의 이야기' 소문난 카페&펜션은 문을 굳게 닫아 걸고


화순항


(10:30) 제주올레 9코스 종점 화순항 도착

마침 안내소에 직원이 있어 인증사진 잘 찍었다. 계속해서 10코스 (화순~모슬포) 17.3km를 이어 걷는다. 제주도

두 친구와는 사계포구에서 점심때를 맞추어 만나 같이 점심하고 10코스 잔여 코스를 우정 걷기로 약속했다.         






                                                       2017년 1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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