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에 내리자 비는 걷히고 하늘은 점차 갠다
제주 올레길이나 한번 걸어봐?
백두대간을 완주했다면 걷는 데는 이력이 나 있을 거로 생각하겠지만. 그렇지 않다. 2015년 10월 31일 백두대
간 진부령을 끝으로 장기간 계속 걷는 일은 없어졌다. 정기적으로 산행은 하지만, 10km 안팎의 거리가 대부분이
다. 다시 그 긴 산길을 걸으라고 하면 자신 없다. 그렇다고 하릴없이 이곳저곳 기웃거릴 수는 없다. 둘레길은 산
이 힘들어지면 그때 내려와 걷자는 생각에는 지금도 변함없다. 우리나라는 걷기 천국이다. 지방자치단체 최말
단 기관인 군에 이르기까지 문화관광 사업의 목적으로 걷는 길을 운영하고 있다. 그 많은 걷기 길 중에서 어
느 길을 선택하느냐는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우선 명성이 자자한 길부터 걸어보자.
(08:35) 공항 제주올레 안내소
안내소에 특별히 할 질문은 없다. 올레길을 숙지하고 온 때문이 아니다. 아는 길도 물어 가라고 공항을 빠져나가
는 길과 올레 지도 한 장 얻기 위함이다. 지도는 상세도가 아니고 제주도 그림지도 위에 코스별로 지명을 표시한
게 전부다.
국내선 도착 1번 게이트를 빠져나와
제주 왕복 비행기 표를 사는 데 애를 먹었다. 요즘은 상거래는 인터넷으로 거래가 많이 이루어진다. 그중 항공권
은 인터넷이 아니면 살 수 없을 정도다. 여행사를 통하면 되지만, 직접 방문해야 한다는 번거로움이 있다. 소문에
제주 왕복 항공권을 5~6만 원에 살 수 있다고 한다. 항공사 홈페이지에 접속하여 요금조회를 해 보니 육지에서
마지막 비행기와 제주도에서 첫 비행기로 손님이 없는 시간이다. 숙박비를 계상하면 그게 그거다.
고가도로 입구 공항 교차로 가는 길을 찾아가면 된다.
얼마 전에 컴퓨터가 고장이 나서 하드 디스크를 교체했다. 그때 인터넷 상거래용 인증이 지워졌다. 카드 결재은
행에 가서 다시 인증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인터넷 상거래를 자주 하는 편은 아니라서 미루고 있다가 이번 항공
권을 구매하면서 회원사인 대한항공을 포기(휴대폰 결제 제도 없음)하고 제주항공에서 휴대폰 소액결제로 구
매했다. 서울서 첫 지하철을 타고 김포서 첫 비행기를 타고 제주공항에 도착했다.
고가도로 옆으로 공항 녹지대가 형성되어 있다.
제주공항 녹지대에는 제주산 나무 전시회를 방불케 한다.
제주올레 표지물 리본 발견
(08:50) 제주국제공항 올레 만남의 장소
공항 밖으로 진출한다.
공항 입구 교차로
파란색 라인 표시가 제주올레길 표시인 줄 착각하고 쫓아갔다. 소문에 제주 올레길은 일본 규슈가 벤쳐마킹할
정도로 잘 되어 있다고 들었다. 그리고 사단법인 제주올레 이사장 서명숙의 제주올레 탄생 비화를 기록한 '꼬닥
꼬닥 걸어가는 이 길처럼' 책도 읽어봤다. 내려오기 전 제주올레는 21개 코스와 4개의 연장 코스로 되어 있으
며 다 합쳐 총 425km 거리에 코스당 평균 거리는 17km로 알고 준비는 일주일간 제주도에 머무는데 필요한 옷
가지가 대부분이다.
'제주 환상 자전거길' 제주도 자전거 일주 코스 명
월성사거리
(09:10) 첫 번째 올레 이탈
산에서 길을 잃으면 낭패가 나지만. 올레는 그렇지 않다. 모르면 말면 되고 그 자리에 주저앉아도 그만이다. 불안
할 게 하나도 없다. 올레 사무국에서 마련한 안내 표지물 따라 가기만 하면 된다. 길 찾으려고 특별히 준비할 게
없다. 공항 제주올레 안내소에서 주는 지도 한장이면 충분하다. 좌측으로 공항 담장과 붙어 가는 시멘트 포장길
이 올레길인데 그만 파란 자전거 길로 가버렸다. 리본은 사라져버리고.....
공항 담장 길 계속 없음에서 돌아 나옴.
(09:20) '오라농수산' 가게 앞에서 리본을 발견하여 역 추적했더니 공항 담장길이 막히는 지점에서 돌아 나와
'오라농수산' 앞 자전거 길에서 합류한다.
'한라마을' 바다가 보이고
용담동 해안도로(서해안로)가 나타난다.
여기서는 길 좌우로 올레 표지 리본이 휘날린다. 영문을 모르겠다. 공항에서 용두포구까지는 공항올레길이다.
상식적으로 공항올레길은 제주올레길과 가장 가까운 17코스와 합류하는 지점까지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다.
나머지 공항올레길은 포기하고 17코스에 진입한다.
(09:35) 서해안로(올레 휠체어 구간)
제주올레 플레이트
코스번호, 총거리, 현재지점까지 거리, 진행방향 화살표시, 한가지 더 추가하면 현재지명이 있으면 더 좋겠다.
왜나하면 '내가 있는 곳이 어딘지 알면 길을 잃지 않지요'
제주도의 대표적인 해안선 용두동 해변
(09:55) 용두암 표지석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용두암길 15
용두암龍頭巖
용두암
용연 구름다리
제주올레 패스포트(\20,000)와 올레 상세 지도를 사기 위해 용연공원에 있는 제주시 관광안내센터를 찾아갔다.
제주올레 공식안내소에만 판매한다는 사실에 놀랐다. 패스포트는 여권 크기로 구간별 인증소에서 스탬프를 찍는
다. 기념으로 간직하며 제주올레와 협약한 영업점에서 활인 혜택도 주어진다.
용연 정자
구름다리 교각
용연龍淵(취병담)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곳을 기수역이라 한다. 한라산 한천의 물이 지하로 흐르다가 용두에서 지상으로 솟는
다. 노르웨이의 피오르 해안을 연상시킨다.
(10:30) 라마다프라자 제주 호텔
공항청사 1번 게이트를 출발하여 용한로와 탑동로가 만나는 탑동 공영주차장(약 6km/2시간) 앞 횡단보도를 건
너서 올레를 놓였다. 올레 안내 표시물인 나무화살표의 이해가 부족했다. 화살촉을 두 갈래 길로 봤고 화살을 진
행 방향 길로 봤다. 반대로 본 것이다. 과잉 친절이라 생각한다. 공영주차장에서 택시기사, 탑동로 해안도로에서
마스크를 쓰고 걷는 아줌마, 올레길 차림의 중년 부부 모두가 해안도로를 가리킨다. 제주에서 길을 물어볼 때는
현지인인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탑동로 해안도로를 따라 가도 가도 올레 표시물은 나타나지 않는다.
(11:05) 산지천 용진교
용진교 교각에서 드디어 잃어버린 올레 화살표를 만났다. 반가운 건지 씁쓸한 건지 그림지도를 꺼내 주변을 살
폈다. 올레 18길(간세라운지~조천 만세동산)이 시작되었고 화살표도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알고 보니 올레는
탑동 횡단보도를 건너 시내 쪽으로 방향을 틀어 제주의 명소 관덕정, 오현단, 동문시장을 거쳐 이곳을 지난다.
18코스는 초장부터 엉터리가 되고 말았다. 하지만 내방식으로 17코스를 이어 18코스를 시작한다. 공항에서 여
기까지 대략 9.5km 2시간 30분째 걷고 있는 중이다.
아침식사 (컵 오뎅 \1,000)
안내 표시물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더듬거리며 왔지만, 언짢은 일은 전혀 없었다. 날씨도 맑아 하늘이 파랗게 빛
났고 바닷바람이 강하게 불어 비린내도 실컷 마셨다. 18코스 중반부터 제주 도심을 벗어나 본래의 제주를 만날
것을 생각하니 발걸음이 가볍다.
2017년 4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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