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감고도 한 바퀴 돌 수 있는 현충원 길
서울이라는 대도시에 살면서 나만의 산책로를 가진다는 것은 대단한 행운이다. 동작구 상도동으로 이사 오기 전
서초구 잠원동 살 때 한강 고수부지가 가깝게 있었다. 한강은 자전거나 달리기 장소로 적당하지 걷기 코스로는 별
로다. 길바닥은 아스팔트 포장이 대부분이고 큰 나무가 없어 햇빛을 피할 방법도 없다. 여름에는 햇빛을 감당하기
어려우며 겨울에는 강바람을 이기지 못한다. 강을 따라 조성한 넓은 길은 거리감이 없어 금방 지루해 지고 자전거
나 달리는 사람에 부딪힐 위험도 항상 따른다. 그래서 정기적인 산책 코스로 적당치 않다고 생각한다.
신림동, 봉천동, 상도동, 흑석동은 관악산이 한강으로 빠지기 전 산자락에 형성된 마을들이다. 그리고 남부순환
로, 동작대로가 산등성이를 가르고 그사이를 고층 아파트가 매우면서 산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겨우 국립묘지
만 남아 산 모양을 하고 있다. 내가 이곳으로 이사 와서 처음으로 국립현충원 외곽 산책로를 찾았을 때 시멘트 블
록으로 쌓은 담장이 형무소 담처럼 보였다. 국가 최대의 성지를 흉측한 블록으로 감싸고 있는 데 대해 많은 불만
이 있었지만, 참배객의 안전을 도모한다는 원칙 때문에 이해했다. 그 후 현충원도 진화하기 시작했다. 엄숙한 추
모 분위기에서 산책과 휴식을 겸한 추모공원으로 변화하면서 외곽을 둘러싸고 있던 블록 담장이 철책으로 바뀌고
상도통문을 필두로 사당, 동작, 흑석문이 열리고 2016년 말 비계통문이 마지막으로 설치되면서 현충원 외곽 둘
레길 약 5km가 완전개통을 하게 된 것이다. 이제 국립현충원은 개방된 공간으로 사방에서 출입이 자유로워졌다.
(13:30) 중앙대학교 후문 동작충효길 1코스 고구동산길 (배수지~중대후문~상도통문)
상도동으로 이사 온 지 10년이 지났다. 매일 산(관악산)만 갈 수는 없는 노릇, 적당한 산책코스를 물색하다가 현
충원길을 알게 되었다. 지금 사는 아파트 뒤로 상도근린생활공원이 있어 국사봉까지 왕복 약 3km 정도 산책로가
만들어져 있지만, 거리가 짧아 잘 이용하지 않고 가끔 마누라 산책길에 호위무사로 뒤를 따르곤 한다.
집에서 걸어 10분이면 이곳 중앙대 후문 동작충효길 나들목에 도착한다.
고구동산길 안내 표시판
시작부터 작은 능선이 중앙대학교 캠퍼스와 흑석동 산 아래 동네와 경계를 지으며 서달산으로 이어진다. 학교 쪽
사면은 제법 경사가 져 길도 없고 내려다보면 으스스하여 사람이 함부로 다닐 수 없을 정도다. 사람의 발길이 잘
닫지 않아 참나무, 단풍나무, 은행나무가 아름드리로 자라 울창한 숲을 이루어 깊은 산속을 연상케 한다.
잣나무 숲길
동작충효길을 조성하며 심은 잣나무가 이젠 제법 숲을 형성하여 솔 냄새도 풍기고 피톤치드도 뿜는다.
데크 로드는 경사면의 토사 유실도 막고 안전한 산책로도 담보하고 운치도 있다. 가을에 이곳에서 중대 캠퍼스
쪽을 내려다보면 단풍나무와 은행나무 숲이 장관을 이룬다. 서달산 자락에서 제일 늦도록 가을을 지키는 곳이다.
서달산 수목학습원(자연학습장)
주변 아파트 주민들이 많이 이용하고 인근 어린이 집 야외학습장이며 걷기 동우회의 동작충효길 걷는 단골 코스다.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이용하는 숲속 도서관이 있고
음식물을 편히 먹을 수 있는 식탁도 준비되어 있으며
정자도 있고
식수대도 있어 조그만한 면적에 편의 시설이 잘 갖추어져 사람들이 늘 많다.
흑석동 중앙대학교에서 상도동 숭실대학교 넘어가는 도로는 서달산을 가로지른다. 산속에 난 길이라 잠시라도
도심을 벗어난 기분에 빠진다. 고갯마루의 생태 다리는 야생동물 통로도 이용하고 도로를 건너지 않고 서달산으
로 연결한다.
서달산 자락길(右) 피톤치드 숲
국립현충원 둘레길, 동작충효길, 고구동산길, 서달산 자락길, 길은 하나인데 이름이 많아 헷갈린다. 국립현충원
둘레길은 내가 작명한 것으로 현충원 담을 따라 한 바퀴 돈다. 동작충효길은 지방자치단체의 경쟁적인 둘레길 조
성사업의 성과로 탄생한 길이다. 동작충효길은 7개 코스로 총 25km에 이른다. 그중 국립현충원을 통과하는 코스
가 1코스 고구동산길(배수지공원~상도통문 3.2km) 2코스 현충원길(상도통문~동작역 2.6km)이다. 서달산 자락
길은 2016년 12월 말에 흑석동 한강명수 아파트 앞 비계고개에서 서달산 절개지에 계단을 설치하고 길을 뚫어
현충원 외곽 둘레길을 완전히 소통하게 된 것이다.
서달산 정상 이정표
(14:00) 달마공원 (서달산 179m)
달마공원 동작대
달마산 거북바위
서달산 달마사 주변으로 거북이 형상을 한 바위가 유난히 많다. 바위 표면은 마치 거북이 등짝처럼 검은색을 띄며
결이 져 있고 여러 마리가 어우러져 있는 모습이다.
숭실대 갈림길에서 좌측은 서달산 자락길 우측 계단은 동작충효길
(14:15) 국립현충원 상도통문
동작충효길 2코스 현충원길(상도통문~사당통문~동작통문~동작역 2.6km)
전망대 쉼터
평지를 걷는 것보다 구릉지를 걷는 것이 훨씬 운동이 많이 된다. 현충원 담장 따라 걷는 둘레길은 동작역에서 정
문 지나 비계고개까지 평지를 제외하고 나머지는 산릉 지형을 하고 있다. 해발 60m~180m 사이 약 4km 구릉을
오르내려야 하니 노약자가 쉬어 갈 장소가 필요한 게지.
편백(노송나무)조림지
작년 봄에 잡목을 걷어 내고 편백 묘목을 심어 여름 가뭄에 제대로 생명을 부지할까 조바심을 가지고 지켜봤는데
다행히 몇 그루를 제외하고는 다 살았다. 지금 보기에는 서글프지만 조금만 관심을 끊으면 몰라보게 자랄 것이다.
(14:30) 국립현충원 사당통문
잣나무 숲
메모리얼 게이트
현충원에 잠든 사람이 아니더라도 추억하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이 문을 통과하면서 기억 속에서 꺼집어내 같이
산책을 해보자.
업어주기 조형물
내가 누굴 업어준 기억을 되찾아 본다. 아버지는 내가 군인으로 월남전에 참전했을 때 돌아가셨다. 당시 싸움터에
나간 자식에게 사망 소식은 좋지 않다는 미신 때문에 알리지 않아 귀국 후 아버지 빈소를 대하고 목 놓아 울기만
했다. 어머니는 7남매 자식 집을 돌아다니는 일로 분주하게 사시다가 둘째 형님 집에서 아침 식사 잘 드시고 자리
에서 일어나다 쓰러진 후 병원으로 옮기던 중 돌아가셨다. 작은형님이 어머니를 업고 병원으로 달린 이야기만 들
었지 임종은 못 봤다. 손녀가 태어나고 걸음을 걸으면서 아장아장 걷는 모습이 하도 귀여워 안아도 주고 업어주기
도 하면서 같이 산책하는 기회가 유일하다.
허리 휜 소나무
아직 받침대 없이 제 스스로 버티고 있지만, 언제 뿌러질 지 걱정이다.
(14:55) 국립현충원 동작통문
체력단련장
동작역, 이수폭포 갈림길
전망대
현충로 국립현충원 동문 지나 동작역으로 건너는 고가다리 앞 이수 방면의 절개지 꼭대기에 있는 정자이다. 한강,
남산, 북한산 전망대로는 최고의 장소다. 조망을 가리지 않게 나무를 잘랐으면 좋겠다.
277 계단 (약 55m 높이)
동작역 구반포 동작대교 용산 남산 전망
구반포 한강 수변 신, 구 아파트
동작터널
(15:10) 동작역
동작충효길 3코스 한강나들길 (동작역~노량진역)
국립현충원 둘레길 현충로 구간(동작역~현충원 동문~정문~흑석고개)
국립현충원 새 담장
전면 작업이 아니고 부분적으로 교체하다.
국립현충원 정문
국립현충원 구 담장
왜 돈 들여서 뜯어고치는지 고풍스러운 멋만 잃는구나.
(15:25) 국립현충원 서달산 둘레길 나들목(흑석동 고개)
2016년 12월 말에 완공된 국립현충원 둘레길 최종으로 뚫린 현장이다. 계단을 오르면 현충원 철책과 바로 만난
다. 여기가 개통되기 전에는 현충원 동문으로 들어가 흑석통문으로 나와야 한 바퀴가 완성되었다. 이제 불필요하
게 현충원을 들락거릴 일은 없어졌다. 현충원 둘레길을 걸으며 늘 소망하던 일이 이루어졌다.
좁고 비탈진 길을 나무를 깔며 길도 넓이고 경사도 맞추고
(15:40) 국립현충원 비계통문
현충원 출입 마지막 문이 될 것 같다. 경비원에게 문 이름을 물어보니 비계통문이라고 한다, 조금 전 흑석동 한강
아파트 앞 서달산 자락길 입구가 비계고개, 흑석동으로 조금 내려가면 고가다리가 비계다리라고 하니 비계가 이
부근의 옛 지명인 모양이다.
(15:50) 국립현충원 흑석통문
서달산 덕수봉 쉼터
서달산 달마사
이사 온 지 10년, 늘 지켜보고 있었는데 절은 점점 커지고 불사가 없는 날은 하루도 없고 언제 끝날는지?
달마사 거북바위
달마사 거북바위와 부처상
(16:00) 달마사 전망대
달마사 후문이 있는 곳이다. 국립현충원 담장 외곽 길로 한 바퀴 도는 데 약 5km 2시간 걸린 셈이다. 도중에 사진
도 찍고 대화도 나누고 느릿느릿 걸었다고 보면 되겠다. 평소에는 빠른 걸음으로 집에서 출발하여 원점 회귀하는
데 2시간 반 정도 걸린다. 그리고 어디서 출발하던 현충원 둘레길이 완성되어 진,출입이 다양하니 많은 이용을 바
란다. 나는 여기서부터 왔던 길을 다시 간다.
서달산 자연관찰로 (야생화 화원, 수목학습원, 자연학습원, 체력단련장)
음지라 아직도 눈이 그대로 쌓여있다.
신발털이대(좋은 나라다)
(16:25) 중앙대학교 후문
날짜를 정해 놓고 걷는 것은 아니지만 일주일에 한 번은 관악산, 또 한 번은 현충원 둘레길을 걷는다. 두 곳 약 10
km 이상 걷는 거리를 정해 놓고 중간에 쉬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관악산은 4시간, 현충원 둘레길은 2시간
반 걸린다. 걸을 때 늘 숨이 차 있으며 몸은 항상 땀에 젖게 한다. 음식은 일절 먹지 않고 물도 될 수 있는대로 적
게 마신다. 평소에는 거실에서 아령, 덤벨, 역기, 벤치프레스 등으로 근력 운동을 1시간 가량하지만, 바깥 일이 생
기면 못 할 때도 있다. 체력 관리하는 큰 그림을 그려 놓고 가급적 지키도록 노력한다. 한 10년 꾸준히 실천하고
왔으니 운동 스트레스에서 완전히 빠져나와 이젠 몸에 밴 것 같다. 다행인지 성인병으로 먹는 약은 아직 없다.
三補 중에 行步가 제1이라 하지 않았는가!
2016년 2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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