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 세상/네팔 안나푸르나 ABC

네팔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생츄어리코스 란드룩~히말파니~뉴브릿지~지누단다~촘롱(2일차)

안태수 2016. 11. 16.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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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깜한 새벽 별을 헤다.


밤에 잠을 잘 잤다. 롯지에는 나무침대, 매트리스, 시트, 베개가 기본이고 이불은 제공하지 않는다. 침낭을 주로

사용하며 각자가 준비해야 한다. 출발 전에 현지에서 렌트도 가능하다고 했지만, 15일간 사용하는 거 이참에 구

매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 인터넷 쇼핑몰에서 이것저것 따져봤다. 우리가 트래킹 하는  ABC 최저 기온은 살얼

음이 얼 정도의 0도 수준으로 내한온도 영하 10도ㄹ를 유지하면 충분할 것 같고 충전재는 우모(거위, 다운)는 가

격도 만만찮고 관리도 힘들어 우모의 반대 개념인 합성 소재를 선택했다. 영하 10도를 견뎌 내려며는 충전재가

1,000g 이상이어야 한다. 덕분에 밤에는 따뜻하고 포근했다. 


새벽 눈 뜨자마자 일기를 관찰하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롯지 불빛을 피해 건물 뒤 언덕에 올라서니 별빛이 쏟아

진다. 그냥 별들이 하늘 가득하다. 고개를 뒤로 젖히고 정신없이 올려다보다가 문득 내 나이가 어딘데 하며 바윗

돌에 걸터앉아 좀 더 편안한 자세로 별구경을 한다. 아는 별이라곤 북두칠성, 북극성, 삼태성과 오리온 좌, 카시오

페이아 그리고 달과 은하수가 전부다. 설악 점봉산 북릉에서 조난한 날 밤하늘과 똑 같았다. 

   

(06:25) 란드룩 일출 (안나푸르나 South, 히운출리)

안나푸르나 첫 일출을 순조롭게 목격한다. 약간의 떼 구름이 안나푸르나 South 峯을 휘감고 있지만, 앞으로 몇 날

을 더 가야 한다고 보면 시집오는 새 색씨처럼 살포시 가린 얼굴이 더 인상적이다.   


(06:25) 롯지의 아침 요산

롯지는 너무 깨끗하다. 휴지 한 장 버려진 거 없다. 카트만두와 포카라의 지저분함과는 영 딴판이다. 같은 국민인

데 다르게 사는 이유가 뭘까? 새벽에 롯지 주변을 청소하는 사람을 유심히 봤다. 쪼그리고 앉아서 쓰레기를 손으

로 줍듯이 샅샅이 훑고 있었다. 롯지는 능선이나 고갯마루, 강이 합쳐지는 곳에 안나푸르나 연봉이 잘 드러나는

전망처에 세워졌다. 대부분이 목조 1, 2층 건물로 벽돌조 함석지붕을 이었으며 2, 3, 4, 6인용 숙소와 공동 화장

실, 샤워장, 식당으로 구성되어 있다. 식당 메뉴는 유럽 방문객이 많아 양식이 주종을 이루고 한식을 제공하는 롯

지도 있다. 물은 산에서 호수로 끌어다 쓰는데 풍부한 편이고 전기도 가느다란 송전탑을 거쳐오는데 아쉬운 대로

책을 읽는 데 무리가 없었다. 문제는 스마트폰과 카메라의 충전을 롯지 관리소에서 일정 비용을 부담해야 하고 와

이파이는 지정된 장소에서만 가능한데 그것도 동시에 여럿이 접속하면 불통이 된다. 세계의 오지 히말라야에서

호사를 부릴 생각은 추호도 없고 있는 그대로에 적응하려고 노력했다.  

(07:45) 란드룩 안나푸르나 전망처


(07:45) 란드룩 전망처에서  안나푸르나 South, 히운출리 順 조망


(08:00) 란드룩(Landruk 1,.565m 날씨 맑음 기온 17도) 출발

하루 일정은 6, 7, 8로 시작한다. 6시 모닝콜 불랙티 서비스, 7시 아침식사, 8시 트래킹 順이다.

히말피니(1,340m)까지 약 3km 약 200m 고도를 낮춘다. 언제나 출발은 상큼하다. 다들 새롭게 각오를 다지며

순탄한 내리막길을 빠른 걸음으로 내려간다. 우리의 국화 같은 꽃이 집집마다 만발해 오가는 트래커를 즐겁게 해

준다.


간드룩, 촘롱 이정표


지금 모디 강 강바닥까지 내려간다. 아마 트래킹 코스 중 제일 낮은 곳(1,340m)으로 하강하게 되는 셈이다. 내려

가는 일은 신나지만, 고도를 높여야 할 일은 끔찍하다.


작은 출렁다리


(08:20) 안나푸르나 연봉 조망


폭포가 참 다양하다. 산이 가파르고 높으니 끝 간 데가 안보이고 계곡이 만들어질 틈이 없으니 하늘에서 떨어지는

물로 착각할 정도다. 비 오는 날 처마 밑으로 떨어지는 비를 연상시킬 정도로 폭포 줄기는 종잡을 수 없이 널려 있다.


모디 강(Modi Khola)

江은 들판을 지날 때 붙여지는 이름이다. 여기서는 산속을 지나오니 계곡이라 불러야 마땅한데 강이라고 하니 로

마법을 따르기로 한다. 


요산 강 바닥까지 내려섰다


폭포

갑짜기 굴 속에서 물이 쏟아져 나온다.


대원 기념촬영


(09:00) 히말피니(Himal Pani 1,340m 란드룩 3km) 통과


여성 대원들은 어처구니 없는 듯


출렁다리 건너기


용감한 한동호 선생


빙하수(빙하가 녹은 물)


다리를 건너 다음 능선 마루에 서면 좌로 란드룩 가는 길이 나오고 진행 방향으로 10분 정도 능선을 오르면  


뉴브릿지에 도착했다. 안나푸르나South, 히운출리, 강가푸르나, 안나푸르나Ⅲ, 마차푸차레 조망처라고 명시되어

있는데 하늘이 너무 밝은 것은 흰 구름 탓, 우리 눈엔 설산과 흰 구름이 분간이 안 된다. 안나푸르나는 흰 구름과

숨바꼭질하고 있다.


(09:40) 뉴브릿지(New Bridge 1,400m 히말파니 0.6km) 통과


모디 강 협곡


다음 도착지 지누단다가 능선 위에 빤히 보인다. 현재의 고도 보다 약 300m 더 올라야 하며 1시간 이상 걸리는

거리다.


산지(구릉마을) 다랑논엔 벼가 자라고

네팔에는 40여 종족이 살고 있는데 종족간에 언어도 다르고 문화도 다른데 서로 어울려 잘 살고 있다.

구릉(Gurung)족은 해발 2,000m 이상 고산지대에 사는 종족을 말하며 험난한 고산지대에서 나무 열매, 약초, 사

냥 등 수렵생활을 해 온 종족이다. 구르카 용병, 포터의 대분분이 구릉족 출신이라는 것을 봐도 이들이 얼마나 억

측스럽게 사는지 알만하다.  


말이 운송수단을 감당하고 있다.


출렁다리가 많다는 것은 계곡이 빈번하다는 얘기다.


폭포

급류가 마치 폭포처럼 요란하다.


돌계단  


(11:15~13;10) 지누단다(Jhinu Danda 1,780m 뉴브릿지 2km 기온 27도) 도착. 12시 점심(소고기 비빕밥)


(13:10) 지누단다 출발하는 포터

촘롱까지 1km 약 2시간 45도 이상의 경사면을 올라간다. 2,000m가 넘으면서 숨이 차오르는 시간도 짧아진다.

속도를 냈다가는 더 많은 회복시간이 필요하며 천천히 가는 게 빨리 가는 길이다. 


지금까지 지나온 길이 한눈에 보인다.


지누단다가 능선 끝머리에 조그마하게 붙어 있다. 산이 곧고 높아서 구불구불한 길은 허락하지 않는다. 거의 수직

코스로 출발지 강바닥이 빤이 보인다  다음 목적지 촘롱으로 이동한다. 


나야가온(Nayagaon) 통과 중 전봇대, 선 좀 보이소.


맞은 편 간드룩 롯지 조망


요리사 일행이 뒤따라온다. 취사도구와 식량을 바구니에 담아 이마로 저 나른다. 우리와 같이 출발하여 추월하고

다음 롯지에 먼저 도착해서 茶(낮에는 시원한 쥬스, 오후에는 밀크티) 서비스하고 음식 준비를 하는 기민성에 놀

라고 고마울 따름이다.


트레일 중 평지를 제외한 오르막 경사지에는 어김없이 돌계단을 놓았다. 돌계단을 오르면서 한마디로 이 많은 돌

을 어디서 날라왔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강바닥에서 저 날랐을까? 산을 깎았을까? 하기야 중국의 만리

장성과 우리나라 서울 북한산성도 돌로 다 쌓지 않았는가 네팔 고산족이 그랜드 피아노를 혼자서 80km를 걸어서

옮겼다는 얘기가 있다. 돌만 있으면 어디든 저 나르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 돌은 어디서 구하느냐가 문제다. 반듯

한 판석으로 깔았다. 히말라야는 바다 밑에서 솟았다고 하니 퇴적암이 발달한 지형이다. 가끔 트레일 보수공사 현

장을 지나칠 때 산기슭을 절개해서 보수용 돌을 채취하는 장면을 목격했다. 결국, 길을 만들면서 계단용 돌도 동

시에 채취했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걷는 내 마음이 편하다.

(14:30) 아래 촘롱 통과

ABC 허브답게(페디, 칸데, 비레탄티, 푼힐 고라파니) 롯지가 상 중 하 세 곳으로 분산되어 있다. 특히 유럽에서

모여든 트래커가 눈에 많이 뜨고 한국, 일본, 중국, 등의 순서다.  


(14:50) 중간 촘롱 통과


타르촉(불교 경전을 새긴 깃발)

라마 경전을 깃발에 새겨 하늘에 달아 놓으면 바람이 읽어 만물에 전한다. 인간도 마찬가지 경전의 구구절절을 외

지는 못하지만, 경전은 바람이 되어 호흡이 되어 정신이 되고 육신과 같이한다는 믿음의 상징이다. 

(15:00) 촘롱(Chomrong 2,170m 지누단다 1km, 란드룩 6.6km/7시간 소요, 기온 17도)

양말과 수건은 빨고 티셔츠는 땀에 젖은 채로 바깥에 내다 걸었다.

트래킹 일정을 꼼꼼히 챙겨보면 유재원 대장님의 세심한 주의가 눈에 뜨인다. 촘롱까지 오후 3시 그것도 천천히

착하고 보면 다음 롯지까지 가서 일정을 단축하고 싶은 충동이 생길 것이다. 긴 휴식을 일정에 넣은 것은 고산

에 대한 충분한 대비책이라고 생각한다. 롯지에서 공식적으로 하는 일이라곤 도착과 동시 방 배정, 짐 정리, 샤워,

세탁, 저녁 식사, 취침이다. 시간이 많아 남아도는데 마음에 맞는 사람과 담소를 하고 약간의 술을 마시는 사람도

있다. 나는 메모 검토 일기 쓰기와 다음 일정을 챙기는 데 정신없다. 


저녁(닭백숙)




                                                      2016년 10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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