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5 조선일보 선정 산/서울대공원, 청광종주

과천 청계산 서울대공원~옥녀봉~매봉~망경봉~석기봉~응봉 일주

안태수 2016. 4. 5.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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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 서울 성남 의왕을 잇는 청계산을다.


겨울 동안 원정 산행은 자제했다. 가족의 근심스런 눈총도 부담스러웠고 동계훈련 장소로서 서울 근교 산도 훌륭

하기 때문이다. 관악산, 청계산, 과천 대공원산림욕장, 국립현충원 둘레길을 나름대로 10km 이상 코스를 정해 놓

고 그날그날 기분에 따라 코스를 선택해 걷는다. 새벽에 나갈 때도 있고 점심나절에 혹은 해가 늬엇늬엇 질 때도

있다. 집을 나서서 한 바퀴 돌고 오면 약 5시간 소요된다. 일주일에 두 번 이상 갈려고 무진 애를 쓴다. 마음 같아

선 매일 가고 싶지만, 움직이는 것보다 가만히 있는 것이 더 편할 때가 있어 나이가 들어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구나 실감한다. 책 읽고 산에 가는 일을 마치고 나면 남는 시간은 괴롭다. 덩그런 집에 마누라는 왜 그리 바쁘

노 혼자 밥 챙겨 먹고 놀려면 남은 인생이 한심하게 느껴진다.         



(11:10) 대공원역 2번 출구

마누라가 나보다 먼저 나가는 꼴이 보기 싫어서 먼저 배낭을 꾸려서 집을 나선다. 산에 갈 때는 배낭은 필수품이

다. 미끄러져 뒤로 넘어져 본 사람은 안다. 배낭 맨 아래에 뽕뽕이 같은 거로 채우고 그 위에 여벌의 비상 옷가지

를 담아 충격에 대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점심을 먹고 산행을 하기로 하고 간식만 준비한다. 사과 1개, 커피 50

0mL, 떡 한 조각, 생수 500mL 한 병, 혼자 입 다물고 걸으면 입안에서 군등내가 나기 때문에 사탕 같은 단 게 필

요하다. 과천 대공원역 출구는 경노들로 북적인다.


과천 대공원 광장, 청계산 전경

과천 쪽에서 청계산은 서남향이다. 청계산과 관악산 사이에 과천시와 서울대공원(약 300만 평)이 자리 잡고 있

다. 공원과 시가지가 들어서기 전에는 넓은 구릉지였기 때문에 주차장을 비롯한 광장, 동식물원, 놀이시설, 편의

시설 등의 조성이 쉬웠을 거라 생각된다. 지하철 출구를 빠져나오면 언제나 황량하고 쓸쓸한 생각이 든다. 겨울에

는 바람이 몰려다니고 여름에는 강한 햇빛이 도로에 반사하여 숨 막히게 한다, 멀리 보이는 청계산 능선 아래 듬

성듬성 서 있는 나무, 보도블록, 아스팔트포장, 회색 시멘트 색깔이 눈부시며 녹색이라곤 먼 산에 그림처럼 아련

하다.  


코끼리열차 전용도로


서울대공원 관리사무소

관리사무소 앞마당에 누운 소나무 네 그루가 마주 서 있다. 소나무 가지 색깔과 건물 벽돌색이 비슷하여 눈에 잘

띄지 않지만, 자세히 보면 명품 소나무다. 


과천 대공원 호수

호수는 일부 접근이 가능하고 대부분은 가까이할 수가 없다,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는데 출입을 금하는 이유는 뭘

까? 인간의 접근을 막으니 죽음의 호수가 되어 가는 분위기 보는 것조차 지루하다. 


(11:40)대공원 內 식당 '호수정'

호수정 좌측으로 옥녀봉 가는 등산로가 있다. 공원관리사무소에서 안내판을 설치하지 않은 것을 보면 공원에서

옥녀봉 가는 것을 달갑지 않게 생각하는 모양이다.  


안동우거지국

주방 아주머니가 나를 알아본다. 남에 집에 가서 잘 얻어 먹으려면 부엌에다 대고 절을 잘 해야 한다는 것이 평소

지론이다. 우거지 量이 장난이 아니다. 


과천 현대미술관 가는 차도를 가로 질러 절개지 위로 사람이 다닌 흔적을 따라 올라가면


경마장과 대공원을 나누는 철책선을 따라 등산로가 나타난다.


쉼터도 나오고


공원과 경마장 바깥 쪽으로 몰아내는 철책 담장을 빠져나와


군데군데 경로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무슨 얘기를 나누나 귀 기울여보면 총선을 앞둔 선거 얘기다. 경로들엔

새누리당이 압도적인 지지를 받는 듯하다. 경로정책 하나만 잘 세워도 선거판은 뒤집힐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절대 빈곤 노인은 국가가 책임진다."

 

길 위에 누운 고사목 이런 나무들을 눈여겨 보아두면 산길이 밝아진다.


청계산 화장장 '서울추모공원'


화물터미널에서 올라오는 능선과 만나는 곳으로 과천 대공원 능선은 이정표라곤 여기가 처음이다.


(12:40) 옥녀봉(375m)

과천 대공원에서 출발하여 약 1시간 걸려 옥녀봉에 도착했다. 옥녀봉은 언제나 밝은 빛이 감돌아 따사롭고 감미

롭다. 대공원 서울랜드 광장에서 옥녀봉을 바라보면 왜 옥녀봉이라고 부르는지 이해가 간다. 처녀 젖가슴처럼 군

더더기 없이 봉긋 솟은 모양이 이마를 탁 치게 한다.


과천시가지와 관악산 조망

희뿌연 가스가 없는 날은 비 온 후 갠 날이다. 오늘 일기예보는 밝은 태양에 구름은 없다. 파란 하늘에 관악산 속

살까지 드러내는 날은 일 년에 과연 몇 번이나 될까? 맑은 것이 맑지 아니한 것은 혼돈 때문인가? 이제 구분도 못

하는 나이로 접어든다.  


옥녀봉에서 매봉 망경대 조망


황혼 연인들

우리 나이에 마누라와 손잡고 걸으면 팔푼수에 낀다. 나는 마누라와 걷는 속도가 다르다. 그리고 나는 주위를 두

리번거리면서 걷고 마누라는 앞만 보고 걷는다. 둘이 손잡을 겨를이 없다. 나이가 들어서가 아니라 신혼 때부터

그래 왔다. 일정한 거리를 두고 서로 분실하지 않을 만큼 먼눈으로 살피기만 한다. 우스갯소리가 생각난다. 산에

놀러 온 사람 중에 부부와 연인을 구분하는 방법으로 두 사람이 배낭을 멨으면 연인이라고 하던 말이다.  


원터골에서 올라오는 능선과 만나서


매봉으로 간다. 다행히 눈 녹고 비 온 후 땅이 굳기 시작해서 질퍽거리지 않고 먼지도 날지 않는다. 청계산은 이런

날이 좀처럼 없다. 가끔 한번은 참을 수 있지만, 나처럼 자주 다니는 사람은 신경 써서 날을 잡는다. 


여기서 깔딱고개 시작이다. 정상인 매봉까지 1.4km 쉬지 않고 40분 거리. 나무계단이 정상까지 설치되어 있다.

처음 설치되었을 때는 계단 하나하나에 기증자 명칭과 계단 고유번호가 붙어 있었는데 지금은 계단번호만 간혹

눈에 띄고 나머지는 다 지워지고 떨어져 나간 상태다. 기억에 눈에 보이는 첫 번째 계단 고유번호가 235번, 매봉

직전 계단 고유번호는 1,483, 정상까지 약 1,250개의 나무계단이 깔렸다는 얘기다.


깔딱고개 나무계단


깔딱고개 종착지


헬기장 쉼터


돌문바위

올해에 산에 다니면서 기도발이 받는 곳에서는 산신령님께 부탁할 기도문을 세 가지를 준비하고 다닌다. 많이 준

비하면 효험이 떨어진다. 우리집에 예견되는 경사 중 ①초등학교에 입학한 손녀 학교생활 잘 적응 ② 큰며느리 5

월 순산 ③본인 올해 안전산행 기원 순서대로 한 바퀴 돌면서 축문 외우듯이 왼다.  


특전용사 충혼비


1982년 6월 1일 특전단 용사 낙하 훈련차 수송기로 이동 중 기상 악화로 청계산 상공에서 비행기 추락 장교 포

함 탑승자 전원(53명) 사망 유해는 국립묘지 안치.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매바위


매바위서 본 서울 서초 강남권

나름대로 복장을 갖추어 입고 집을 나서면서 마누라 보고 "폼 나나.?" "갑자기 웬 폼 타령이야?" "오늘 청계산 간

다." "관악산은 신림동 뚱뚱한 아줌씨들이 많이 오니깐 신경 안 써도 되지만, 청계산은 강남 빵빵한 아줌씨들이 많

이 오니깐 신경 좀 써야 되." 

 

(13:30) 매봉(582.5m)

상도동으로 이사 오면서 원지동 원터에서 오르던 청계산을 과천 대공원에서 오르는 코스로 바꾸었다. 정상에 도

달하는 시간은 양쪽 약 2시간 정도로 산행시간은 비슷하지만, 과천 쪽을 선호하는 이유는 산 밑까지 가는 시간이

짧고 코스가 한산하여 집중해서 걸을 수 있어 좋아한다.


다음 목적지 망경대를 가기 위해 매봉에서 북쪽 능선을 타야 한다. 매봉을 막 내려서면 안부에 탁자와 의자 몇 개

를 갖다 놓고 막걸리와 라면을 파는 아저씨가 있다. 가끔 있는 손님들과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늘 술에 취한 모양

을 하고 있다. 통성명은 없었지만 지나다니면서 아는 척은 한다. 대공원 쪽으로 처진 철망에 바람막이를 설치하여

겨울에도 항상 따뜻하다. 


아저씨와 함께하는 견공들

 

사자를 닮은 개 중국의 국견 4개월 된 '장오'

어느 날 아저씨만 있고 개들이 보이지 않아  "장오야" 하고 불렀더니 크게 짖으면서 숲에서 뛰쳐나와 내게 막 달려

드는 모습이 흡사 사자 같았다. 몸짓도 크고 목소리도 우렁찬데 하는 짓은 강아지다.


혈읍재에서 계단을 내려서면 옛골로 가고 계단을 끝까지 오르면 망경대 군사시설지역이 바위를 중심으로 철망이

처진 것이 보인다. 우측으로 사면을 끼고 허리를 돌아가는 길이 급하게 내려서는 길이라 자칫 놓치기 쉽다. 주의

를 하면 반대 사면으로 넘어가는 통로가 보인다.


망경대 이정표 이수봉 1.1km를 가리킨다. 철망이 처진 망경대를 중심으로 동쪽 사면은 서울 서초구, 서쪽 사면은

과천시 관할 서초구 쪽은 등산로가 잘 정비되어 있고 과천 쪽은 절벽과 바위 구간이라 등산로 정비가 되어 있지

않은 상태로 눈비가 오면 출입을 삼가라는 경고판이 늘 붙어있다.  


바위 투성이로 된 봉우리 망경대는 밑으로 우회하고 석기봉은 넘는다.


(14:50) 절고개 능선 삼거리에 도착한다. 좌측은 이수봉 방향이고 우측은 과천 매봉으로 간다. '성남누비길'이라

고 못 보던 표지판이 붙어 있다. 청계산을 두고 4곳의 자치구가 경계를 짓고 있으므로 제각기 관리하고 싶은 욕심

에 집안에 어른이 없는 집안 꼴이다. 청계산 일주 코스는 어디서 어디까지일까? 산 모양을 보면 서초동 화물터미

널에서 옥녀봉, 매봉, 망경대, 이수봉을 거쳐 옛골까지가 하나의 산군으로 보인다. 해긴 여름날 새벽에 서초 화물

터미널을 출발하여 어두워진 수원 경기대 후문으로 하산한 적이 있다.   


암봉인 망경대와 석기봉


셀프촬영


'의왕대간' 청계사 갈림길

한남정맥이 수원 광교산 형제봉 비로봉 시루봉을 거쳐 백운산 직전에서 지지대고개로 빠져나간다. 의왕대간은

지대고개를 출발하여 백운산 바라산 하우연고개 국사봉 이수봉 절고개 삼거리에서 과천매봉(응봉)에서 인덕원

미마을로 내려간다. 백운산에서 지지대고개까지는 한남정맥과 겹쳐진다. 


헬기장


(15:50) 과천매봉(응봉 369.3m)


요즘 등산복 바지의 아랫단이 폭이 좁게 나와 등산화를 충분히 감싸지를 못해 보행 때 흙과 작은 돌멩이가 신발

안으로 자꾸 들어와 걷는 데 여간 불편하지가 않아 궁리 끝에 스패츠를 작용해보니 문제가 깔끔히 해결된다.

   

문원동 가는 길

능선을 따라 과천으로 내려가면 좌측은 문원동이고 우측은 서울대공원이다. 서울대공원 쪽은 무단출입을 막기 위

해 철망이 처져 있다. 그런데 군데군데 구멍이 나 있는데 누구의 짓인가? 산림욕장 길을 걷다 보면 산에서 내려오

는 사람들을 가끔 보는데 그들은 소위 개구멍을 통과한 사람들로 부분 경로다.

 

대공원으로 나가는 길


대공원內 외곽 차도로 내려선다. 산 길은 끝나고 차도로 따라 내려가면 광장과 주차장이 나온다.


(16:40) 대공원 주차장 2번 출구 앞이다. 트랭글 gps를 종료시킨다. 총 주행거리 13km, 소요시간 5시간 30분,

 휴식시간 30분이다, 과천 청계산을 말꿈 형태로 한 바퀴 돈 셈이다. 점심 무렵 산행을 시작했기 때문에 산행 내

내 햇빛과 같이했다. 산수유, 진달래 봄꽃들이 움을 틔우고 소나무는 연두색 새순을 하늘로 밀어낸다. 자켓을 벗

어 배낭에 묶고 가벼운 티셔츠 차림으로 휘바람 부는 연습을 하면서 룰룰랄랄 산길을 달린다.   






                                                       2016년  3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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