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와서 비 온다고 돌아갈 수는 없다
어제부터 오던 비가 오늘도 계속 내린다. 빗줄기는 더 굵어지고 하늘은 더 어둑 컴컴해졌다. 호텔 창밖을 내다보는 심정은 찹찹하기 그지없다. 오늘은 정선으로 이동하여 사북리에 있는 두위봉을 오를 예정인데 이렇게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앞으로 빗줄기가 더 굵어지며 하루 종일 계속된다면 돌아서야 할 것만 같다. 일기예보는 변동이 없다. 최종적인 판단은 산 밑발치에 가서 결정하기로 하고 아침 8시 용평리조트를 출발했다. 착한 내비가 그림만 내 보내고 음성은 벙어리가 되는 말썽을 부렸다. 시각, 청각이 많이 떨어져 두 가지 기능을 합하여 지리를 파악하는데 그림만 보고 차를 몰려니 여간 힘들지 않았다. 민둥산역에서 카센터를 발견하고 하소연을 했더니 500m 전방에 내비 전문집이 있다고 한다. 이런 시골동네에서 바낙워 단숨에 달려왔다. 올해 초 카센터에서 CD 플레이어를 죽이고 USB로 사용하기 위해 오디오 시스템을 손 된 적이 있는데 내비에서 카 오디오로 가는 선을 빼고 나니 내비 자체 오디오에서 음성이 터졌다. 수리비를 주려고 하니 극구 사양한다. 행복한 날의 시작이다.
도사곡 휴양림 관리사무소
용평리조트를 출발하여 진부, 정선, 민둥산역에서 지장로를 따라 약 4km 이동하다가 도사곡 휴양림으로 들어서서 약 1km 정도 더 들어와 도착한 곳이다. 관리사무소 직원이 친절하게 응대를 한다. 이 길 따라 약 1km 정도 가면 길 끝에 야외공연장이 있는데 두위봉 등산로 입구입니다. 차를 주차하시고 등산하시면 됩니다.
도사곡 휴양림 끝에 있는 야외공연장이다. 공연이 없으면 주차장 역할을 한다.
(09:15) 두위봉 등산로 입구이다. 등고선을 찾아보니깐 해발고도 약 700m 정도가 된다.
'요산의 하루' 시작이다. 배낭 커버를 씌우고 방수 재킷을 입고 한 손에 스틱 다른 한 손에 우산을 들었다. 비는 하루 종일 이런 상태롤 내릴 것 같다. 나그네가 '하루 해를 가다 보면 소도 보고 중도 본다'는 속담이 있다. 다른 마음 들기 전에 서둘러 출발한다. 오로지 등산에만 전념하기로 한다.
등산로 입구부터 임도가 시작되고 사방은 전나무가 숲을 이룬다.
임도에 침엽이 깔린 등산로
도사곡 큰도사골은 상수도보호구역으로 휀스 설치
임도는 골짜기 납작한 박석들을 골라 바닥을 깔았다
도사골 횡단 목교
큰도사곡 지류에서 흘러드는 상수원
(10:35) 제1샘터
정선 두위봉 자락 천연 청정지역을 흐르는 맑고 달고 시원한 물은 1 급수로 도사곡휴양림에 의해 집중적으로 관리하고 있으며 등산로 잘 정비되어 있고 이정표도 또한 확실하게 세웠져 있다.
▶도사곡휴양림→제1쉼터(2,2km)
제1샘터 이정표(←두위봉 3,10km, 주목군락지 0,9km, 제2샘터0,5km)
너설(고생대 퇴적암)
큰도사골 단풍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두위봉을 한 바퀴도는 둘레길(?) 임도에 올라서다.
임도 횡단 등산로 팻말
(11:00) 제2샘터 이정표
▶도사곡휴양림→제1쉼터(2,2km) →제2샘터(0,5km) = 2,70km
525 개 통나무가 깔린 계단이다. 위를 쳐다보니 비탈이 간단치 않아 보인다. 마음 단단히 먹고 머리를 땅으로 처 박고 일정한 페이스를 유지하며 올라간다. 페이스를 유지하려면 계단을 세는 방법이 좋다.
정선 두위봉 주목(천연기념물 제433호) 군락지
두위봉 정상 북사면 해발 1,340m 능선에 자리 잡고 있는 수령이 약 1,400년 추정되는 고목으로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 사는 장수 나무라고 한다. 세 그루가 30m 정도의 간격을 두고 경사지에 서 있으며 나무마다 둘레를 치고 주변 잡목들을 제거하고 아래 위 문을 달아 보호하고 있다. 살아 천 년, 죽어 천 년, 누워 천 년 상록 침엽 교목으로 추운 지방에 사는 식물이다.
▶도사곡휴양림→제1쉼터(2,2km) →제2샘터(0,5km)→주목군락지0,4km) = 3,10km
주목①은 높이 17m의 거목으로 나이는 약 1100년 추정
주목②는 수령이 1400년 추정
주목③은 수령이 1200년 이들 나무의 나이는 국립산림과학원이 나이테 측정기로 검증한 결과이다.
(11:35) 두위지맥 화절령 갈림길 도착 (←백운산, 화절령3,3km, 두위봉 2,4km→)
비가 계속 내려 싐터를 보고도 그냥 지나치고 구름에 전망이 가려 전망처도 지나간다. 산이 크고 높으니 산에 있는 돌, 나무, 잡초까지 억세고 우람하고 괴이하다.
▶도사곡휴양림→제1쉼터(2,2km) →제2샘터(0,5km)→주목군락지0,4km)→화절령갈림길(0.2km) = 3,30km
1,379,8봉(암봉)
두위봉 지층은 고생대 오르도비스기(510백만 년 전~430백만 년 전) 조선누층군 석회암질 셰일층이라고 한다.
1,458,9봉
괴목(신갈나무)
두위봉 정상 모습
정상 직전 가파른 비탈을 오르다가 앞으로 꼬꾸라져 팔목만 한 그루터기에 외쪽 가슴 부근이 부딪혔다. 약간의 통증을 참으며 일어섰다. 손에 우산과 스틱이 들려있었으니 손을 쓸 수가 없었다. 우산은 망가지고 앞 쪽 무릎과 가슴에는 온통 진흙이 묻었다.
(13:00) 두위봉(1,470,8m) 도착
구름이 전망을 가렸지만 동쪽 백운산과 함백산, 태백산에서 그리고 북쪽 민둥산에서 두위봉을 바라본 적이 있다. 東(도사곡, 백운산, 함백산), 西(단곡, 예미산)), 南(매봉산), 北북(자미, 자못골, 민둥산)으로 각 10km의 능선을 가진 거대한 단일 산체였다. 오늘에야 두위봉 올랐는데 이 자랑 질 어느 산 산신령께 할꼬 하늘도 무심하지...
▶도사곡휴양림→제1쉼터(2,2km)→제2샘터(0,5km)→주목군락지0,4km)→화절령갈림길(0.2km)→두위봉(2,4km) = 5,70km
두위봉 정상 표지판과 기념촬영
우산에 목에 걸고 배낭 커버를 벗겨 배낭을 열고 비니&위니 통조림, 바나나, 떡을 꺼집어 내어 엉거주춤한 자세로 서서 늦은 점심을 먹었다.
(13:20) 두위봉 정상 이정표 (←자미원 4,75km, 민둥산역 5,22km, 도사곡휴양림 5,30km →)
하산은 자못골(민둥산역)로 예정하였지만 차를 회수하는 일이 상당히 불편해 진정한 등산가라면 왔던 길을 되돌아가지 않는다는 전통마저도 무시하고 수치스러웠지만 왔던 길로 되돌아가기로 한다.
철쭉과 잡목으로 둘러싸인 산등성이 등산로를 숲으로 가리고 있다.
1,379,8봉 통과
구절초는 국화과 국화족 국화속 식물이다.
여름부터 가을까지 온 산야를 수놓는 소위 말하는 들국화의 한 종류이다. 잎 모양이 쑥과 비슷하고 꽃 잎이 넓고 주름이 있으며 꽃대에 꽃을 하나만 피운다. 꽃은 하얀색이 많으며 가끔 연분홍색을 띠는 경우도 있다.
(14:25) 다시 화절령 갈림길 도착
주목군락지(주목 세 그루) 전경
(14:40) 주목군락지 보호휀스 철문 통과
투구꽃은 미나리아재비과 투구속 식물이다.
제2샘터 통과
(14:55) 임도 횡단 큰도사골로 진입
(15:10) 제1샘터 통과
상수도 보호구역
무명샘
목교
큰도사골
(16:00) 도사곡 휴양림 야외무대에 도착하여 하산을 완료했다. 넘어지면서 흙 묻은 등산화, 바지, 재킷을 흐르는 계곡물에 대충 씻고 마른 옷으로 갈아입었다. 2박 3일 동안 강원 제왕산, 평창 발왕산, 정선 두위봉을 무사히 마치고 돌아간다. 일기는 거역할 수 없는 자연의 순리이며 천기이다. 인간이 피해 갈 수는 있지만 맞닥트리면 순응을 해야 한다. 다행히 하루 종일 같은 양의 비를 내려 산행 리듬을 잃지 않았고 이렇게 큰 산을 혼자 누비고 다녔다는 사실이 감개무량했고 자랑스러웠다.
2023년 09월 27일
'315 조선일보 선정 산 > 정선 민둥·백운·기우·조양, 두위'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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