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이 없는 건지 잃어버린 건지 4시간 여 헤매다.
원정 산행은 언제나 새벽에 출발한다. 그래야 당일 산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전주 근교산 탐방이 아직 남았다. 전주는 완주와 접경을 이루며 동쪽으로 갈수록 의외로 중, 저 높이의 산이 많다. 산이 많다는 것은 산맥이 첩경을 이루기 때문이다. 산에 길이 안 나면 사람이 살 만한 환경이 못 돼 지도에 등고선만 그어지고 영원히 버림받은 오지가 되고 만다. 도시와 가까워 쉬운 산이라고 생각했다간 큰 코 다친다. 경부고속도로, 천안논산 간 고속도로, 익산 IC를 빠져나와 동상면대아리 대아저수지 호반로 고갯마루 새재 대아 휴게소까지 210km를 달려왔다.
(09:30) 새재 휴게소
대아저수지 호반도로 제일 높은 곳이다. 마침 우리 또래 주인이 집 앞에 서성이고 있었다. 주차가 문제 될까봐 말을 걸었다. 친절하게 주차위치까지 정해주며 가게로 들어와서 커피 한 잔 하고 가라고 한다. 산행 정보도 알 겸 따라 들어갔다. 통성명을 나누고 등산지도를 꺼내놓고 등산 지점(새재)과 하산 지점(산천마을)을 확인하고 나중에 수목원에서 픽업해주기로 약속했다. 완주 봉동에서 공인중개사를 하여 지리에 밝았다.
새재 대아정
산에 올라가지 않고 대아저수지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정자다. 호수를 찾는 사람은 많을 것 같은데 휴게소는 주차장도 넓고 경치도 좋은데 왠지 구멍가게 수준이고 정자는 콘크리트로 지었는데 청소 상태가 상당히 불량했다.
새재 운암산 등산로 입구
시작점 고도가 해발 200m이고 도로 절개지 위로 등산로가 나 있다. 날씨는 맑은 가운데 바람은 적고 약간의 미세먼지가 끼여 먼 시야를 가리고 기온은 최저 영상 3도 최고 16도를 예상한다. 등산하기 좋은 날이다.
새재 운암산(2,75km) 이정표
산악회 리본 따라
시작하자 마자 곧장 도로 절개지 능선에 진입한다.
우측으로 육군 부사관학교 유격 훈련장 경고판이 서 있고
초입 등산로는 노간주 집단 서식지 사이로 계속된다.
산비탈이 온통 바위(퇴적암 셰일) 부수러기가 널부러진 너덜겅이 나타났다. 잘게 부서진 바위가 산비탈에 이렇게 쌓였으면 위로 올라갈 수록 바위투성일 게다. 그냥 산이 아니구나. 산 이름에 '巖'자가 들어가면 암석이 노출된 산지이다.
운암산 해발고도 300여 미터 지점에 물탱크가 있다. 식수용인지? 발전용인지? 저수지가 있고 댐도 있는데
물탱크를 지나 바위길을 밧줄 잡고 오르면 운암산 주릉 정상부까지 요철이 심한 가파른 능선을 오르내려야 한다.
안부에 바위에 새긴 암각문 발견 자세히 보니 묘비석(處士善山金公)이다. 봉분이 거의 사라질 지경이면 자연 폐묘 순을 밟고 있는 중이라고 봐야 한다. 참고로 나의 원적에 계시는 증조부 산소도 이제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절차를 밟고 있다.
리지(암릉)
명품 소나무①
소나무는 늘푸른큰키나무로 우리나라 산림 면적의 40%를 차지하며 한국인 가장 좋아하는 나무이다. 소나무는 햇볕을 많이 받아야 잘 자란다. 타 수종과 성장 경쟁을 피해 산꼭대기 바위틈에서도 자라는 강인함을 가졌다.

515봉
대아저수지 전망
완주 8경 중 하나로 운암산, 동성산, 위봉산 계곡을 막아 조성한 인공호수이다. 댐의 규모는 길이 255m, 높이 55m, 낙차 47m, 저수량 5,464만 톤으로 호반도로가 20km나 된다.
완주군 고산면 소향리는 좌청룡(동성산), 우백호(봉수대산), 배산(운암산), 임수(대아저수지) 수구가 탁 열린 명당자리다.
566봉 모습
566봉에서 지나온 능선을 보면 급경사지에 날카로운 바위투성이에다가 소나무가 빼곡히 자라고 있는 모습이다.
566봉에서 운암산까지 암벽능선 전망, 불과 1km 거리에 올망졸망 솟은 봉우리가 시간을 더디게 하고 힘을 부치게 한다.
566봉의 위용
대아저수지 운암 상회 모습
566봉 남사면 퇴적암(역암층) 습곡 지형 관찰
567봉 넘어 운암산 이어 보기
명품 소나무②
명품 소나무③
명품 소나무④
운암산 모습
명품 소나무⑤
운암 상회(1,3km) 갈림길 이정표
명품 소나무⑥
(11:30) 운암산 도착
대아저수지를 품은 암릉미가 넘쳐나는 바위산이다. 깎아지른 암벽 능선에 등 굽은 소나무, 참나무, 진달래, 철쭉, 고산준령 부럽지 않은 험준한 산세다. 낮은 산이라 가볍게 시작했다가 네발로 기어 다닌 등반을 했다. 얼마나 오지인가 하면다른 마을로 넘어가는 고개도 없다. 첩첩산중 골짜기마다 막창이다. 덕분에 기억하기 싫은 아찔한 추억도 만들었다.
운암산 푯말과 이정표 대아수목원(2,3km), 칠백이고지(금남정맥) 방면.
운암산 돌탑, 석축, 봉수대
운암산 표석과 셀프 촬영
운암산 안부 이정표 대아수목원(1,96km), 저승바위(1,34km), 칠백이고지 방면으로 진행
명품 소나무⑦
산천마을(수목원 윗 마을) 갈림길 이정표
(12:15~50) 569봉에서 점심(고르게, 떡, 스푸, 사과, 커피)
569봉에서 지나온 운암산(중앙), 고래바위(좌) 전망
무명암봉
저승바위 모습
(13:05) 저승바위 도착
저승바위 안부 이정표 산천마을(1,79km)
지나고 나면 아는 거, 여기서 산천마을로 하산해야 하는데 산행 시간이 너무 짧아 칠백이고지 갈림길까지 가서 산천계곡 위 은천골로 하산할 작정을 하고 계속 능선을 따라 진행했다.
노랑제비꽃
(13:45) 여기서 부터 알바를 시작했다. 마지막 본 산악회 리본이며 이정표도 없다. 여기가 금남정맥 칠백이고지와 연결되는 등산로가 맞는가? 바로 보이는 좌측 봉우리(566봉)에서 왼쪽은 칠백이고지 방향이고, 우측 봉우리는 산천마을 윗동네 은천골 큰 바위 능선으로 하산하는 루트로 생각과 하고 진행했다.
(14:15) 좌측 봉우리에 올라가지 않고 비탈을 트래버스하여 우측 봉우리에 도착했다. 묘터 같은데 봉분은 눈에 띄지 않았지만 어딘가에 하산하는 길이 있겠지 하는 생각에 큰 불안은 없었다.
목적지 방향으로 뻗은 평평한 능선을 내려가다가 갑자기 능선이 끊어지는 가지능선이었다. 좌 우로 깊은 계곡이 맞은편 산등성이 기슭과 닿아 있었다. 좌측 계곡은 목적지와 멀어지는 방향 같아 우측 계곡을 선택하여 길을 만들며 바닥까지 내려갔다.
여태껏 널찍한 계곡이 맞은편 기슭과 만나 협곡을 이루었다. 빠져나가는 길이 있을까 하단까지 내려가 보니 폭포 상단이었다. 폭포를 비집고 내려갈만한 루트가 없어 맞은편 산등성이로 기어 올라갔다. 길을 잃으면 무조건 계곡을 따라 하산하라고 권유한다. 이런 경우는 예외다. 계곡을 포기하고 주릉과 가장 가까운 지점으로 이동하기 위해 가지능선을 서~너개 트래버스 하여 저승바위 안부에 올라섰다.
(16:10) 산천마을 갈림길 이정표를 보자 한숨을 놓았다. 2시간 25분 간 산속을 헤맨 것이다. 보온병 물이 아직도 뜨겁다. 커피 한 잔 타 마시며 조금 전에 일어난 일들을 곱씹어 본다. 길이 있으면 따라가면 된다. 길을 잃으면 처음 자리로 되돌아온다. 길이 없으면 만들어야 한다. 불안, 당황, 걱정, 노 땡큐!
(16:50) 사근박골 임도 접속
산천마을 전경
(17:05) 산천마을 운암산(3,5km) 등산로 입구
(17:15) 대아수목원 입구
수목원 주차장에 도착하여 새재 대아정 휴게소 사장님께 전화를 걸어 아침에 약속한 대로 픽업을 부탁했다. 1~2시 정도 하산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많이 늦었다고 한다. 산이 하도 아름다워 산속에서 놀다 왔다고 둘러댔다. 호반도로를 천천히 달리며 호수 얘기도 들려줬다. 전북 일원에 맑은 물을 공급하는 상수원이라고 한다. 맑은 물은 운암산과 동성산의 가파른 산세가 길을 막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운암상회와 운암산 연봉
돌아가는 길에 차를 잠깐 세워달라고 부탁하여 운암상회와 운암산의 멋진 암봉을 사진에 담았다. 새재 휴게소에서 차를 회수하여 전주 덕진구 아중지역 호텔(오페라21)까지 약 30km를 달려왔다. 요즘 여행객이 없어 예약도 안 하고 대실했다. 아중 지역은 전주의 숙박, 사우나, 주점, 음식 등 유흥시설이 새롭게 들어선 신흥지구이다.
2021년 03월 23일
'315 조선일보 선정 산 > 전주 완주 고덕,만덕,운암,종남,완산칠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전주 완산칠봉 완산내칠봉~완산외칠봉 종주 (0) | 2021.05.16 |
---|---|
완주 대흥리 종남산 왕복 산행 (0) | 2021.05.01 |
전주 고덕산 동서학동 삼경사~남고산성~정상 왕복 (0) | 2020.12.24 |
완주 정수사~만덕산~은내봉~민목 종주 (0) | 2020.12.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