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과 나무 바위와 시름하기
5월은 행사가 많은 달이다. 벚꽃놀이부터 시작해서 부처님오신날, 어버이날, 어린이날, 가족 생일까지 합쳐 집
주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나에게 이런 행사들은 취지와 어울리지 않게 부담스러운 것들이다. 늘 혼자 다니
던 버릇 때문에 가족과의 만남도 만날 때 잠시일 뿐 누가 누구를 위함인지 시간이 점차 지나면 그 환경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어 진다.
(08:30) 서울대공원
서울대공원에서 바라보면 청계산은 과천의 산이다. 남북으로 길게 뻗은 산줄기를 기준으로 서초, 성남, 의왕,
과천 4개 시와 경계를 맺고 있다. 그중에 서초와 과천의 등산로가 가장 활발하다. 개인적으로 동작구로 이사 오
면서 과천에서 오르는 등산로를 즐겨 찾는다.
공원 산책로
과천 체육공원 야구장
청계산 서쪽 자락을 대공원이 다 차지하고 있어 등산로는 공원 가장자리로 말굽 형태로 굽어 있다. 출발과 도착
은 공원 입구 좌우 가장자리에서 시작한다. 좌측 코스는 옥녀봉을 보고 올라가고 우측 코스는 과천 매봉을 향해
올라간다. 정상(망경대)은 중간쯤 되는 지점으로 원점 회귀나 종주나 거리상으로 별 차이가 없어 늘 종주해 버린다.
(08:40) 과천 청계산 등산로 입구
갈참나무
계단을 다 오르자마자 마주치는 갈참나무가 인상적이다. 수령이 100년은 되었을 법한 줄기가 산에 나무들을
압도하고 있다. 가을에 단풍이 돋보여서 '갈'字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우리나라 산에는 참나무와 소나무가
반 이상 차지하고 있고 참나무와 소나무가 7:3의 비율로 섞여 있다. 여름 산은 참나무가 숲의 왕이다.
상수리나무
우리가 소위 말하는 참나무는 나무 이름이 아니고 통상적으로 나무를 한 묶음으로 부르는 과(科)이다. 하필이
면 나무 이름에 '참(眞)'字가 붙었느냐 하면 나무 중에 나무, 진짜 나무라는 얘기이다. 참나무의 열매를 통칭 도
토리라고 하는데 상수리나무 도토리로 만든 묵을 임금님의 수라상에 올렸다 하여 '상수리'란 이름을 얻었다고
한다.
굴참나무는
우리나라 전 지역에 자생하며 장수나무이다. 나무 줄가에 세로로 깊은 골이 파여 '골'이 '굴'로 변했고 수피가
유별나게 두꺼워(1㎝) 너와집 같은 지붕을 짓는 데 사용했다.
신갈나무
눈썰미가 부족한 지 산에 그렇게 많이 디니며 참나무 다섯 종류 아직도 명확하게 구분을 못한다. 어느 날 한심하
다는 생각이 들어 참나무 집중 탐구를 시작했다. 정확하게 구분하는 방법은 수피, 잎사귀, 꽃, 열매를 놓고 비교
하면 되는데 현장에서는 이해를 하다가 자리를 뜨면 도로아미타불이다.
떡갈나무
잎에서 음식물을 상하지 않게 하는 방부성 물질이 나와 큰 잎으로 떡을 주로 싸서 보관했다고 하여 떡갈나무라
는 이름이 붙여졌다. 도토리 하면 떡갈나무의 열매를 말하며 베어내어도 잘 자라 산에 나무꾼이 나타나면 부들
부들 떨던 나무가 떡갈나무였다고 한다.
과천시립공원 갈림길
문원동 주민들이 많이 이용하는 등산로이다. 한 해가 다르게 등산로에다 각종 안전시설을 설치하여 이젠 공원처
럼 아담해졌다. 전 구간에 야자매트가 깔리고 웬만한 봉우리에는 계단이 놓였으며 조금만 너른 공터가 나오면
어김없이 운동기구가 설치되어 있다.
(09:30) 과천 청계산 매봉(응봉)
서울 서초구 청계산 매봉과 과천 청계산 매봉이 같은 지명을 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과천은 응봉이라는 예쁜
이름이 있었다.
너설길
과천 청계산 매봉을 기점으로 되돌아 가는 사람과 청계산을 종주하는 사람으로 나누어진다. 또 심한 산꾼들은
관악산을 내려와 과천대로를 건너 문원동을 지나 과천 매봉에 올랐다가 이수봉, 옛골, 인릉산, 대모산 구룡산으
로 하루 종일 산을 타는 사람도 있다. 관악산과 청계산을 잇는 주요 지맥에 해당된다.
물푸레나무
껍질을 벗겨 물에 담그면 물이 파래진다고 한다.
소나무 재선충병 방재지역
'요산의 하루'
진달래와 산벚꽃
야광나무
매화말발도리
진달래와 철쭉
산괴불주머니
자주괴불주머니
각시붓꽃
살갈퀴
꽃마리
석기봉
산객들이 뜸한 등산로 눈에 익은 산길, 풍(風) 좀 보태면 눈 감고도 찾아갈 수 있는 길이다. 길섶에 봄 야생화가
피고 지는 중이다. 모처럼 코를 처박고 야생화 탐사에 나섰다. 위에 열거한 것들은 머릿속에 뚜렷이 박혀 있는
꽃들이다. 손녀와 공원을 거닐던 중 "할아버지는 모르는 꽃이 없네요" 하며 쳐다보기에 얼른 생각나는 말이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단다"라고 말해 주었다.
석기봉 우회로
갈림길에서 어느 길로 갈 것인지 망설이는 것을 종종 본다. 석기봉과 망경대를 잇는 루트는 절벽에 암벽 구간이
다. 대신 우회로 보다 빠르며 석기봉, 망경대 바위에 올라 대공원과 관악산 조망은 언제나 훌륭하여 나는 늘 이
코스를 이용한다.
석기봉 전망
자세히 들여다 보니 바위에 물결이 있고 활처럼 휘었다. 퇴적층이 압력에 의해 휘어진 것인가? 암석 공부도 크다
란 숙제로 남아 있다.
변성암 그 다음은 복잡해서 모르겠다.
(12:00)망경대
바위에 걸터앉아 잠시 넋을 뺀다. 마주 보는 관악산은 요산의 진산, 산 전체에 희끗희끗한 것은 화강암 바위가
드러난 곳이다. 초보자들한테는 무서울 수도 있지만 몇 번 부딪치고 길을 익히면 두 발과 양손으로 하는 등반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뱃살도 빠지고 팔에 가는 근육이 붙는다. 그러면 관악산이 더 친밀하게 느껴진다.
망경대 군부대 녹슨 철조망은 현재 軍의 위상을 잘 말해주고 있다. 한 마디로 군기가 빠졌다.
망경대에서 본 매봉 능선
관악산과 서울대공원 전망
혈읍재
조선(연산군) 중기 유교 성리학자 일두 정여창이 무오사화에 연루되어 사사한 스승 김종직의 죽음을 슬퍼하며
피눈물을 흘리며 넘었다는 혈읍재
(12:25) 매봉(582.5m)
특전용사 '충혼비'는 빠트리지 않고 참배
몇 년 전 영산홍을 심더니 이젠 철쭉이 되어 가는구나!
매봉 깔딱계단(1,483계단)
(13:20) 옥녀봉(375m)
옥녀봉에서 화물터미널로 하산하다 보면 바위가 울퉁불퉁하게 자란 봉우리에서 좌측으로 뻗은 가지 능선이 있
다. 왠지 과천공원이란 화살표 팻말만 있고 사람이 다니는 것을 꺼리는 듯한 인상을 준다. 이 길은 3급 등산로
에 해당하며 일반에게 소개가 되어 있지 않고 그 흔한 이정표 같은 것도 없다. 대공원을 자주 이용하는 노인들의
전용 등산로이다.
(14:15) 서울대공원 호수정
안동국밥이 맛있는 집인데 그것도 사람이 북적일 때 일이고 지금처럼 설렁할 땐 내키지 않는다. 시장기가 한창
달아오르지만 참아보면 이상야릇한 쾌감을 준다. 건강한 삶을 바로 느끼게 하는 배가 고픈 거, 많이 걸어 다리
가 아픈 거, 바위나 나무 같은 데 부딪친 약간의 상처 등의 조그마한 자학을 즐긴다.
2019년 4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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