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에 올라서니 사방팔방이 명산이어라
알람 6시에 맞추어놓고 5시에 일어나버렸다. 오랜 산행 습관으로 알람 전에 언제나 눈이 뜨인다. 눈 뜨면 일어
나야 하고 움직여야 한다. 배낭 꾸리는 데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식구하고는 항상 전날 작별을 하기
때문에 새벽에 깨우고 할 일은 없고 조용히 문을 열고 나서기만 하면 된다. 경기도 양주까지 가는 차편은 무진
장 많다. 환승도 이루어져 일반요금으로 시외까지 거뜬히 간다. 상도동에서 7호선을 이용하거나 노량진까지 가
서 1호선을 타거나 비슷한 사안을 두고 어느 편이 시간이 덜 걸리는지 갈 때마다 머리를 굴린다. 7호선은 도봉
산역에서 1호선으로 이동하여 양주행으로 갈아타야 한다. 어느 노선이든 시간을 아끼려면 운이 따라야 한다.
오늘은 침이 튀는 쪽 노량진역으로 간다. 한산한 전철 안 1시간 반가량 이동하려면 막 읽을거리가 필요하다. 후
지와라 산야의 '돌아서면 언제나 네가 있었다'가 배낭 속에 들어있다.
(07:50) 동두천 지행역
시, 군 행정구역 광역화로 도시가 엄청나게 커져 동두천만 하더라도 지행, 동두천 중앙, 보산, 동두천, 소요산 5
개 전철역이 있다. 동두천 舊도심(지행역과 보산역 사이) 그리고 미 제2사단 정문 앞을 지나다니던 때의 모습은
기억조차 없다. 50년이란 세월이 세상을 이렇게 바꾸어 놓는데 100년도 못사는 인간이 세상 걱정하며 사는 것
을 보면 우스운 일이다.
동두천 외국어고등학교
지행역 2번 출구로 나와 똑바로 보이는 산이 동두천 6 산줄기이다. 오늘의 산행지 칠봉산은 제생병원 건물에 가
려 안 보인다. 산 중턱 재생병원을 목표로 큰길 따라가면서 도로표지판을 살펴보면 동두천 외국어고등학교, 제생
병원 표지판이 계속 나타난다.
산등성이에 흉물스럽게 서 있는 재생병원
보호수
지행(紙杏)은 옛날 종이 골이다. 조선 시대에 닥나무로 종이를 만들던 골짜기다. 이 마을 지켜온 500년 수령의
노거수 느티나무이다.
지행천 천봉사 앞 이정표 지행역↔칠봉산 5.8km.
찔레꽃
죽산안씨(竹山安氏) 세마공파(洗馬拱把) 제실
安氏 원조 이원(李瑗)은 807년 중국 당나라 종실에서 신라로 건너와 살면서 지춘, 엽춘, 화춘 삼 형제를 두었는
데 나라에 공을 세워 '安'字 성을 받았다. 장남 지춘이 안방준(安邦俊)으로 개명하고 죽산안씨 시조가 되고 둘째
엽춘은 안방걸(安邦傑)로 개명하여 광주안씨의 시조가 되었다. 순흥안씨(順興安氏) 의 시조는 둘째 안방걸의
후손 고려 때 자미(子美)이다.
지질공부
도로 공사 현장에서 산지 지층의 단면을 관찰할 수 있는 기회 흙이 두툼하게 덮여 있는 소위 말하는 흙산이다.
(08:45) 쉼터
죽산안씨 제실에서 재생병원 입구까지 약 200m 거리가 30도에 가까운 경사에 시멘트로 포장되어 있다. 도로
포장이 끝난 지점부터 임도로 바뀌어 군인들이 이용하는 모양이다. 넓은 공터에 숲이 우거져 거늘도 많고 정자,
운동기구, 평의자도 여럿 놓여 있어 쉬기 좋은 곳이다.
요산의 하루
마침 당산골에서 올라온 중년 남자를 만났다. 통상 산에서 부딪치면 간단히 인사하고 제 걸음으로 헤어지기 마
련인데 이 친구는 왠지 나하고 걷는 속도가 비슷해 칠봉산까지 같이 가게 되었다. 동두천이 현재 살고 있는 곳
이어서 이 일대 산에 대해서도 훤하다. 언제 천보산 장림고개에서 양주역까지 약 20km 능선 일주를 권한다.
복천사 갈림길
(09:25) 칠봉정(七峰亭)
칠봉산은 峰이 7개 있다고 붙인 이름이다. 峰봉로 이어지는 안부로 내려서 다시 올라서면 고만고만한 봉우리가
정상까지 늘어서 있다. 언덕이라 해도 좋으련만 조선 건국의 시조 태조 이성계가 말년에 양주에 거처하면서 사
냥하러 오른 산이라고 한다. 현재 ①발리봉과 ②매봉은 양주시에 속해 있고 ③깃대봉, ④석봉, ⑤ 투구봉, ⑥돌
봉(정상), ⑦솔리봉은 동두천에 속해 있다. 각 봉마다 유래가 있지만 옮기기엔 그렇다.
③깃대봉
임금이 사냥 중임을 알리는 깃발을 꽂는 봉우리.
정상까지 동행한 친구
④석봉
임금님이 돌이 많다고 말한 곳.
6.25 전사자 유해발굴지역
전쟁 초기 국군 7사단 1개 연대와 포병대대가 북한군 4사단과 접전을 벌인 지역으로 국군 전사자 유해 8位 와
탄피 등 유해 30여 점 발굴됐다.
1호 발굴 지역
⑤투구봉
임금님이 잠시 쉬면서 투구를 벗어 놓은 峰
헬기장
말봉 전망대
저 바위에 올라가면 전망이 기가 막힌다. 의왕시 백운산까지 봤다. 다음 차례는 관악산에서 칠봉산 찾아보기이다.
진달래바위
바위 틈으로 진달래가 자라고 있는데 꽃이 피면 신비스럽다고 동행한 친구가 알려준다.
(09:55) ⑥칠봉산(七峰山 돌봉 506m) 도착
발리(바리)봉, 매봉(응봉)은 양주에 깃대봉, 석봉, 투구봉, 말봉, 돌봉(칠봉산), 솔리봉은 동두천에 있는 산봉우
리 7개를 통칭하여 부르는 산 이름이다. 옛날에 임금님이 사냥 왔을 때 일거수일투족마다 따라 붙인 산지 지명
이다. 믿든지 말든지. 예를 들면 임금님이 떠나며 돌이 많으니 뜻하지 않은 일에 조심하라고 당부한 곳이라고도
한다.
칠봉산 정상석과 기념촬영
서울 외곽 산 한 눈에 조망하다.
양주 옥정지구신도시 파노라마 사진
동두천 6 산 소요산, 국사봉. 왕방산, 해룡산 조망.
천보산 일주 코스 조망
장림고개를기준으로 동두천 칠봉산과 양주 천보산이 나누어 진다. 양주역까지 약 20km의 능선 구간.
돌문바위
숲으로 가린 등산로
⑦솔리봉
임금님이 군사를 거느리고 떠날 준비를 하던 곳.
(10:25) 솔리봉 전망대
등산 나온 동네 주민과 환담을 나누다. 56년생 나보다 아홉이 아래다. 선생이나 연구원 같은 첫인상이다. 말도
조곤조곤하게 하고 행동도 여자처럼 나약하다. 심장과 무릎 진통을 등산으로 단련시키는 중이라고 한다. 적극
적인 지지 의사를 밝히며 등산이 얼마나 건강을 유익하게 하는지 둘이 입에 거품을 물고 토론했다. 목이 마르다
며 배낭에서 1.8L짜리 패드병을 끄집어낸다. 내 눈을 의심케 할 정도로 참이슬이었다. 물컵에 가득 따라 나부터
권한다. 극구 사양하고 얼른 작별을 고했다.
(11:00) 장림고개 통과
해룡산 (동두천 6 산) 갈림길 이정표
천보산 5보루
(11:30) 천보산(千寶山 423m) 도착
산은 꼭 높아야 좋은 산이라는 선입감이 일시에 무너지는 곳이다. 구름이 잔뜩 끼어 하늘은 흐리지만, 다행히 미
세 먼지가 일지 않아 시야는 맑다. 남북을 흐르는 천주지맥은 南西는 가파르고 東北은 완만하게 경사를 지으며
정상을 기점으로 고도를 점점 낮추며 남녘으로 사라진다. 그 뒤로 서울의 바깥 산이 서울을 둘러싸고 있는 모습
을 확연하게 드러낸다. 내가 다 아는 산이고 수십차례 오르내린 산들이다. 어찌 반갑지 않을쏘냐?
천보산 정상석과 기념촬영
천보산 정상에서 양주 옥정지구 신도시와 불곡산, 도락산까지 조망.
지나온 칠봉산 전망
회암사 갈림길 이정표
천보산 정상에서 곧장 회암사로 내려간다. 절벽과 바위 구간이 얼마나 가파른지 그리고 바위가 부서져 모래가
되는 과정(풍화작용)을 적나라하게 들어내 보인다. 마사토라고도 하며 평지에 깔리면 고운 흙 취급받지만 산지
에 깔리면 눈처럼 미끄럽다. 엉덩방아 찧기 조심.
좋은 바위에 명품 소나무
천보산 정상 모습
암벽 밧줄 구간
절벽 밧줄 구간
나무계단
마사토와 낙엽이 뒤섞인 등산로
바위 위를 지나
회암사 전망
회암사를 둘러싸고 있는 천보산 능선
사찰 후원으로 내려서면 언덕 위에 고려 말기 회암사를 크게 중창한 나옹선사 추모비 '양주 화엄사지 선각왕사
비'(보물 제 387호) 모조비가 있고 경내로 내려서면
함초롬히 굳게 문을 닫아 걸고 있는 삼성각 옆을 지난다.
경내 대웅전과 관음전 사이를 빠져나가면 조사전 좌측으로 경내를 포근히 감싸고 있는 언덕 위에 화엄사지 보물
이 있다. 맨 아랫단에 '무학대사비' 그 위에 '양주 화엄사지 무학대사 탑'(보물 제388호)과 '양주 화엄사지 무학
대사 탑 앞 쌍사자 석등'(보물 제389호)이 나란히 서 있고 그 뒤로 회암사를 창건했다는 인도 승려 '지공선사부
도및석등'도 있다. 마지막 계단을 오르면 지공의 제자 '나옹선사부도및석등'이 자리 잡고 있어 이는 모두 양주시
유형문화재이고 회암사지의 성지였음을 보여준다.
대웅전을 빠져나와 요사체 옆으로 계곡을 낀 차도를 따라 하산 한다.
회암사 입구 천보산 등산 안내판
일주문
(12:35) 천보산 회암사(天寶山 檜巖寺) 일주문
양주 회암사지 곁으로 내려간다.
(12:45) 양주 회암사지박물관 버스 종점
회암사지 답사와 천보산 등산으로 5월에 들어 두 번째 지나는 길이다. 이번 답사기는 산행과 회암사 답사를 구
분해서 작성키로 했다. 둘 섞어 놓으면 주제가 사라지고 산만해지기 때문이다. 멀리서 보니 버스가 대기하고 있
어 반가웠다. 기사가 여자다. 남자보다 훨씬 친절하다. 여자한테 일자리를 빼앗겨도 할 말이 없겠다. 1시 출발
이다. 고읍 주공아파트 앞에서 내려 목욕하고 스시집에서 초밥으로 점심 먹고 다시 양주역 가는 버스 타서 양주
에서 1호선 전철을 타고 노량진까지 원위치로 회귀했다.
2018년 5월 20일
'315 조선일보 선정 산 > 동두천6산'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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