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5 조선일보 선정 산/가평 화악지맥의 산

가평 북면 적목리 조무락골 석룡산 일주

안태수 2021. 12. 18.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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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춥고 눈 오기 전에 한강 이북 山 탐험

 

월간 山에서 창간 40주년 기념으로 발간한 315명산 지도첩이 있다. 나 보다 9살이 많은 등산 선배인 큰 형님이 내가 산에 다닌다고 하니 사서 보내 준 것이다. 그때는 백두대간과 산림청 선정 우리 명산 100을 열심히 다니고 있을 때라 한번 훑어보고는 책꽂이에 꽃아 두었다. 어느덧 백두대간 종주가 끝나고 우리 명산 100을 완답하고 나니 앞으로 어떤 산을 어떻게 다녀야 할지 막막했다. 책꽂이에 잠든 315 명산 지도책이 눈에 들어왔다. 100 페이지 지도에 페이지 당 평균 3,15 산이 수록되어 있다. 1 페이지부터 시작하자, 그렇게 시작한 것이 3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매 페이지마다 수록된 산을 다 챙기는 것보다 한데 묶을 수 있는 산을 모아 종주하기도 하고 숙박하며 인근 산을 오르기도 했다. 그렇게 엮지 못할 산은 다음으로 미루며 100 페이지를 다 넘겼다. 다시 1페이지부터 미룬 산을 답사하는 일정에 들어갔다.       

 

(08:40) 조무락골(경기도 가평군 북면 적목리 489-1) 입구이며 화천군 사창리 가는 75번 국도 변 석룡산 등산로 삼팔교 분기점이다. 공영주차장은 북쪽으로 3,7km 떨어져 있고 이곳에는 공식적인 주차장이 없어 개인 주차장을 이용해야 하는데 바깥에 사람이 안 보인다. 

 

  

석룡산 등산 안내도

적목리 삼팔교가 석룡산 등산로 기점으로 3개 코스가 표시되어 있다. 안내도에는 주차장 표시가 없다. 조무락골 안쪽으로 차가 지나다닐만한 비포장 임도가 개설되어 있었다. 차를 몰고 들어갔다가 만약에 길이 없으면 차를 돌릴만한 곳이 있을까? 걱정하며 약 100m 정도 전진했다가 확신이 들지 않아 다시 후진하여 제자리로 되돌아왔다. 계곡과 산비탈 사이 조마조마한 길 나이가 드니 후진이 더 어려웠다. 

 

 

조무락골 민가 유료주차장(@5,000)

계곡 안쪽으로 사람이 사는 것 같았다. 용기를 내어 다시 진입을 시도했다. 약 500m 들어오니 입구와 달리 넓은 공터에 펜션 같은 건물과 농막이 있으며 넓은 마당에는 주차 구역까지 표시해 놓았다. 캠핑장으로 사용하는 모양이었다. 차를 세우고 나오니 건물에서 사람이 나와 주차비를 요구했으며 석룡산 등산로 설명을 해주었다. 

 

  

조무락골 등산로 팻말

 

 

조무락골 석룡폭포

캠핑장 주인에게 석룡폭포가 어디 있느냐고 물었더니 "초행이라면서 석룡폭포를 다 아시고" 놀랍다는 표정을 지으며 여름에 비가 많이 왔을 때 찍은 휴대폰 동영상을 보여 준다. 우리나라 계곡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지형이며 沼이다. 조무락골은 화악산과 석룡산 북서쪽 사면의 계곡으로 토양이 흙산이라 산 규모에 비해 조몰락한 편이다. 

 

    

임도와 접속하다. 어디로 가는 임도일까?

 

 

임도 모퉁이를 돌아서니 마지막 민가(조무락골 산장)가 나타나고 석룡산 등산로 2코스(4,9km)와 3코스(5,9km) 안내 이정표 서 있다. 3코스 계곡길을 선택하여 진행한다.

 

 

계곡 건너기

 

 

 '요산의 하루'

1 시간 정도 골짜기를 올라오니 벤치 2개가 놓여있는 쉼터가 나타났다. 한적하다란 말이 잘 어울리는 계곡과 숲이다, 늦가을 포근한 날씨 낙엽은 숨 죽여 엎드리고 흐르다 만 물소리는 여울져 내려간다. 반대편 벤치에 카메라 세팅하고 셀프 촬영 놀이에 열중하다. 

 

   

새들이 노래하고 춤추고 논다는 조무락(鳥舞樂)골 

 

 

(09:35)복호동폭포 갈림길(왕복 0,1km) 이정표

 

 

복호동폭포 이정표가 없었다면 그냥 지날 칠 뻔했다. 나무계단과 폭포 전망데크가 설치되어 있다. 옛날 화전민이 많이 살아 그때 마을 이름인가 했는데 그게 아니고 폭포의 형상을 두고 한 말이라고 한다. 호랑이가 배를 들어내 놓고 누운 형상이라고  글쎄올시다. 물이 말라 붙으면 바윗길 정도로 비칠 뿐이다. 

 

  

복호동폭포

 

 

(10:15)중봉 갈림길(740m)

임도는 여기서 끝난다. 조무락골도 물길을 잃고 기세가 꺾여 움푹 들어간 경사면을 타고 여러 갈래로 흩어진다. 쌍룡폭포와 와폭은 지도상의 폭포, 나의 안목으로는 보이지 않아 포기하고 좌측 산등성이로 기어 올라간다. 우측 가파른 능선은 화악산 중봉 등산로이다. 

 

 

임도와 계곡을 동시 탈출하여 경사면을 오르다가 조무락골이 내려다 보이는 곳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다. 화악산도 바라보고 중봉도 감상한다. 화악산은 상봉은 군사시설이 들어선 곳이라 중봉이 임시로 주봉 노릇을 하고 있다. 9년 전 화악리 건들내 왕소나무집에서 1박 하고 이른 아침 출발하여 화악산 중봉, 애기봉, 수덕산을 종주한 일이 생각난다. 

 

 

참나무가 먼저냐 잣나무가 먼저냐면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뽑는다고 이곳 산지는 잣나무가 숲의 지배자다. 

 

 

능선에 진입하다.

 

 

하늘이 열리고 산 그림이 그려진다.  보이는 산은 화악지맥의 화악산과 중봉 줄기이다. 화악지맥은 한북정맥 도마봉에서 갈라져 나온 지맥으로 우리나라 중앙에 위치하며 최고봉인 화악산은 서울 경기지방에서 제일 높은(1,468.3m) 산이다. 화악산을 기준으로 북으로 석룡산, 서쪽으로 언니통봉, 남으로 수덕산, 동쪽으로 촉대봉 등 사방으로 1,000m가 넘는 산들로 가지능선 뻗치고 있다. 

 

 

등산로를 가로 질러 쓰러진 나무는 톱질을 하여 길을 텄고 

 

 

양지바른 능선에는 벤치를 놓아 쉬었다 가라 한다. 

 

 

쉰말고개(화악지맥)에 도착하다.

 

 

쉰말고개(방림고개) 이정표

 

 

방림고개(쉰말고개 1,050m) 표지

 

 

낙엽 너설 바위 참나무 사잇길

 

 

자작나무

 

 

석룡산 암석은 퇴적암인 사암(모래)이나 이암(점토) 같아 보인다.

 

 

석룡산 바위

 

 

고사목(古死木)

죽음은 누구나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잊히지 않는 죽음을 맞이하고 싶어 한다. 고목도 마찬가지로 자연의 유산으로 남아 숲의 다양한 생명체에게 삶의 터전과 생명을 거듭나게 하는 자원으로 남기를  바랄 것이다. 죽은 나무는 봄에 새 잎이 돋다 나지 않는다. 잔 가지는 다 떨어져 나가고 몇가지 굵은 가지와 중심 줄기만 남아 선채로 죽어 있다. 쓰러지려면 산만큼의 세월이 필요하겠지요.

 

  

(12:00)석룡산 도착

석룡산은 한북정맥 도마봉에서 갈라져 나온 화악지맥에 서북쪽 끄트머리에 솟아있다. 서울 경기지방 최고봉 화악산을 호위하며 北으로 백운산, 西로 국망봉, 南으로 명지산, 東으로 촉대봉과 우리나라 중부 산악지대를 형성하고 있다. 산골 오지 마을이 요즘의 캠핑 열풍에 휩쓸려 골짜기마다 캠핑장이 들어서는 바람에 여름 피서지로 최고의 각광을 받고 있는 것 같다.

 

          

석룡산 정상석(石龍山1,147m)

 

 

석룡산 정상석과 기념촬영

 

 

석룡산 정상 밴취, 썬배드가 놓여 있는 전망데크에서 점심(비니&위니 통조림, 떡, 사과, 커피)

 

 

(12:20)하산 시작

산릉은 잡목으로 뒤엉켰고 바닥은 낙엽이 발목까지 덮인다. 등산로를 찾기란 쉽지 않다. 오랜 산행 경험이 본능화 되어 나뭇가지의 휘임, 바위의 색깔, 잡초가 누운 모습 이런 것들이 모여 길이 되어 안내한다. 

 

 

산악회 '자연기행' 리본 발견

 

 

'준, 희'의 화악지맥 (1,143,2m) 표지

 

 

석룡산, 화악산, 중봉 전망

 

 

도마봉(6,3km) 갈림길(1103봉)이다. 이어 한북정맥은 도마치봉, 삼각봉, 백운산, 광덕산, 복주산 수피령(56번 국도)까지이다. 2016년 가을 도마치봉에서 백운계곡으로 하산하기 전에 이쪽을 바라보며 한북정맥 산봉우리를 하나 둘 세던 생각이난다. 오늘은 석룡산에 올라 한북정맥의 퍼즐을 끼어 맞추고 있다. 

 

  

이런 암봉을 만나면 좌, 우로 우회로가 있는지 타넘어야 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지나온 암봉 뒤로 화악산 전망

 

 

하산 능선 모습이다.

암봉 뒤로 화악산과 중봉 감상 산등성이에 깊은 골이 조무락골이다. 뒤로 희미한 산 그림이 한북정맥이고 그 앞 낮은 줄기가 명지지맥이다. 역광과 가스 때문에 카메라가 이를 따라잡을 순 없지만 눈은 호강한다. 

 

 

암봉 사이 좁은 안부 좌, 우 바위 위 루트를 확인 후 타넘기로 결정

 

 

긴 하강 루트에 안전 로프 설치 구간

 

 

괴목

참나무 6형제 중 가장 높은 곳에서 자라는 신갈나무이다. 이렇게 눈에 확 띄는 물체들을 기억해 두면 유용한 길잡이가 된다.

 

 

이 후 사라진 이정표

 

 

이정표 방향으로 진행하다가 무명 삼거리에 도착했다. 지나고 보니 1코스, 2코스 갈림길이었다. 이런 곳에 이정표가 꼭 있어야 하는데, 좌로는 가지능선이 계곡(조무락골)으로 뻗었고 진행 방향은 낙엽으로 덮였다. 반경 50m 안쪽을 훑으며 루트를 확인한 결과 좌 쪽에 붙은 용머리 산악회 리본을 따라 하산한다.

 

 

첫 번째 임도와 접속이다. 결과적으로 2코스 기점으로 가는 임도이다. 용도는 잣 숲을 관리하기 위한 임도라고 한다. 마을 사람들이 잣을 채취하기 위해 만든 임도와 접속하는 산길이 고랑이 되어 물길이 되고 낙엽이 쌓여 불안한 등산로 구실을 했다. 

 

 

잣나무 숲과 참나무 숲 경계 능선

제3공화국 때 산림청이 발족하며 새마을 운동과 결합하여 벌거숭이 국토를 푸르게 하는 산림녹화사업이 전국적으로 시행되었다. 지역 특성에 맞는 조림을 강구하여 경기 북부 산악지대에는 유실수로 잣나무를 재목으로 낙엽송을 심었다고 한다. 지금의 이 푸르름은 그때 전 국민이 참여한 나무 심기의 결과물이다. 

 

 

목적지가 지워진 이정표가나타났다. 하산 방향으로 진행한다.

 

 

임도와 두 번째 접속하여 임도를 따라 내려갈까 망설이다가. 결국 산책보다 등산을 택했다.

 

 

낙엽송 숲을 헤치고 임도로 내려서다. 

 

 

임도와 세 번째 접속하고 난 후 임도의 정체가 풀렸다.

 

 

조무락 계곡 접속

 

 

조무락 계곡 마지막 민가 석룡산 2코스 기점으로 복귀했다. 

 

 

(14:20) 조무락 분기점으로 하산 완료

캠핑장 주인과 만났다. 아침에 주차비를 받은 친구가 아들인 모양이었다. 주차비 납부를 확인하고 잠시 잡담을 나누었다.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원주민이면 옛날 화전민의 후예일 가능성이 높다. 이 일대가 자기 소유라고 한다. 진입로가 협소하고 비포장인 이유를 물었더니 군청과 이해관계가 해결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뚱딴지같은 질문을 한다. 우리나라 단풍 중에 어디가 제일 좋으냐고 묻는다. 전국 산을 다 돌아다니는 나에겐 이런 질문을 자주 받는다. 愚問으로 들려도 賢答을 한다. '내장산'이라고, 얼마 전에 노란 낙엽송과 푸른 잣나무 숲을 배경으로 화악산에 서리가 내린 장면의 핸드폰 사진을 보여주며 이곳이 최고라고 한다. '우물 안 개구리'는 이를 두고 하는 말이다.

 

        

 

 

 

 

 

 

2021년 11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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