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평 화악지맥 몽,가,북,계 종주 산행
주중에 인터넷으로 용산 가평 간 일요일 편도 기차표를 예약한다. 가평은 여러 번 다녀와서 교통 상황을 잘 알고 있다. 경춘선은 청량리 춘천간을 연결하는 철도를 말하며 일반전철(상봉역)과 급행열차인 itx 청춘열차(용산역)가 운행한다. 그리고 마석, 청평, 가평, 강촌 등 젊은이들의 꿈의 여행지가 줄지어 있어 주말에 예약은 필수이다. 돌아오는 열차 편은 하산 종료 시간을 예측할 수가 없어 부득이 상황에 맡기기로 한다. 올해 원거리 산행을 처음 시작하는 날이다. 산행지 선택에 고민할 필요가 없도록 미리 계획을 짜 놓았다. 백두대간, 우리 명산 100을 마치면서 조선일보 '월간 산' 창간 40주년 기념 별책으로 발간한 '315 명산 정밀지도첩' 구입해 100페이지 중 1페이지부터 순차적으로 나아가기로 했다. 어느덧 24 페이지를 연다.
(07:20) 가평역
오늘 최저기온 3도 낮 최고기온 15도 일교차가 심하고 구름이 있으며 바람도 약간 분다. 아침 기온만 대비하면 산행 중에 날씨 탓으로 고생하는 일은 없겠다. 용산역에서 가평까지 1 시간 걸린다. i새벽같이 부지런을 떠는 사람이 없어 itx 첫차는 늘 텅텅 빈다. 오늘도 마찬가지...
(07:50) 홍적고개(409m)
역 광장에서 택시를 탔다. 홍적고개 가는 시내버스를 타려며는 역 광장에서 첫차가 06:45분, 다음 차가 08:30분, 첫차는 이미 떠났고 다음차는 1시간 10분이나 기다려야 한다. 택시 타기로 작정을 했으니깐 주저없이 택시를 부른다. 홍적고개까지 약 21km 요금이 25,100원이 나왔다.
홍적고개 우측으로 난 임도가 등산로 입구이다.
지도 케이스를 집에 두고 온 것을 알았을 때는 개찰구에서 인터넷으로 예약한 승차권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발견되었다, 케이스에는 승차권, 산행지도, 수첩, 필기도구가 들어 있다. 택시 기사한테 지도를 두고 온 얘기를 했더니 '가평 등산 안내도' 소책자를 선물한다. 그리고 산을 내려와서 다시 역으로 픽업을 부탁하고 명함도 받았다.
몽덕산 2.2km, 가덕산 4.4km, 북배산 7.2km, 계관산 11.2km 상세한 이정표 때문에 초행길인데도 마음이 든든하다.
임도를 따라 올라오다가 우측 펜스가 열린 곳에서 홍적고개를 넘어온 주능선(화악지맥)과 연결된다.
낙엽이 푹신하게 깔린 등산로가 눈 가는데 까지 이어진다.
잣나무 숲이 우거진 좌측 사면은 춘천이고 참나무가 자라고 있는 우측 사면은 가평이다. 마루금은 춘천시와 가평군의 경계를 짓고 등산로가 된다. 잣나무 향내가 머리를 맑게 하고 기분도 상쾌하게 만든다.
몽덕산까지는 西에서 東으로 진행한다. 계속 역광이 비쳐 장면마다 실루엣으로 그려진다, 몽덕산은 전형적인 흙산으로 험로가 없다. 완만한 오르막과 요철이 심하지 않아 봉우리마다 우회하지 않고 바로 넘는다. 그러나 양 사면이 날카롭게 맞닿아 벼랑길처럼 공포감을 자아낸다.
山이 아니랄까봐 잠시 너설길도 나타나고
북쪽 사면 응달진 곳은 눈이 남아 있다.
몽덕산 도착
(08:50) 몽덕산(蒙德山 660m) 도착
시속 2.2km로 달려왔다. 완만한 오르막 내리막에 요철 구간도 별로 없어 산책하는 기분으로 걸어왔다. 햇볕도 많고 기온도 많이 올라 더위를 느껴 목으로 바람 들어오지 말라고 착용한 버프를 제거하고 장갑도 벗어 버린다.
다음 산 가덕산으로 진행한다.
고도가 점점 높아지면서 동쪽 사면으로 철조망이 처져 있고 마루금은 더욱 가팔라진다.
잔설이 남은 구간
가파른 고개에는 반듯이 로프가 설치되어 있고
홍적리 마을(아랫홍적) 갈림길 이정표
양지 바른 곳은 눈이 녹아 질퍽하다.
억새는 가을, 겨울, 봄, 꽃이 피는구나!
길 잃은 염려는 추호도 없다. 억새가 길게 이어져 등산로를 밝힌다. 가덕산이 모습을 드러낸다.
(10:10) 가덕산(加德山 858m) 도착 기념촬영
삿갓봉 갈림길
가덕산 바로 아래 헬기장에서 보따리를 푼다. 공터 사방으로 억새가 도사리고 해리포터를 표시하는 판석 쪼가리가 엉덩이 받침대로 안성맞춤이구나 바람도 피해 가는 따듯한 곳에서 점심은 이르고 시장기를 달랜다, 옥수수 빵 한 조각 그리고 커피, 사과 몇 조각으로...
다음 북배산 전모가 일직선상에 들어온다.
이정표 두 개가 나란히 서 있는 곳이 홍적고개에서 5.5km 떨어진 지점으로 목적지 계관산까지는 절반 거리이다.
큰멱골 갈림길 이정표
북배산 전망
눈 사면 로프 설치 구간
(11:30) 북배산(北培山 867m) 도착 기념촬영
북배산 정상 작은멱골 갈림길 이정표
춘천시 서면 서상리 툇골 신매저수지 갈림길
마땅히 이정표가 있어야 할 위치다. 현수막 때문에 혼선을 막았다. 우측으로 꼬부라진 길로 계관산 간다.
(12:10) 북배산과 계관산 중간 쯤에 마침 죽은 나무 두 그루로 앉을 수 있도록 걸쳐 놓아 점심 장소로 훌륭해서 김밥, 수프, 바나나로 식사를 즐겼다.
계관산 전망
마루금을 따라 계관산까지 누렇게 펼쳐진 선이 억새 자국이다. 사이사이에 싸리나무와 심은지 얼마 되지 않은 떡갈나무가 섞여 있다. 사람 키만한 게 끝이 없다. 산행 중 싸리나무는 매우 성가시게 한다. 모자도 벗기고 배낭도 붙들고 다리도 휘감으며 심하면 스틱도 붙잡고 놓아주질 않는다. 그래도 정겨운 것들, 싸리꽃이 활짝 피는 여름이 그립다.
산행 중 유일하게 만난 바위
싸리재고개 이정표 고목 참나무가 징표이다.
억새, 싸리나무, 작은 떡갈나무가 산행 내내 나와 더불어 서로 붙어 산다.
계관산 직전 계단
(13:35)계관산(鷄冠山 큰촛대봉 665m) 도착 기념촬영
운무가 끼어 먼 산은 희미하게 그리메를 드리운다. 경기 제1봉 화악산만 찾으면 나머지 산들은 줄줄이 엮인다. 화악산 좌로 비스듬하게 위로 한북정맥 백운산, 아래로 명지산 연봉과 연인산이 처져있다. 계관산 우측으론 삿갓봉과 의암댐, 춘천댐이 남쪽으로는 삼악산이 버티고 있다. 경기 가평 명산에 둘러싸여 훌륭한 조망 때문에 덩달아 명산 반열에 올랐구나!.
계관산 정상에서 싸리재 마을과 개곡리 등산로 입구로 내려가는 두 갈래 하산로가 있다. 당초 싸리재로 하산하기로 계획하고 왔으나 택시 기사가 개곡리 코스를 소개하는 바람에 현장을 보고 결정하기로 했다. 싸리재는 정상에서부터 급강하하는 계곡 코스이고 개곡리는 능선을 계속 이어나가는 완만한 코스이다. 두말할 것도 없이 개곡리 코스를 선택한다.
뒤돌아보니 북배산이 손짓하면 닿을 것 같고
맞은편엔 삼악산 연봉이 실루엣으로 떠오른다.
억새 군락지
664.7봉(작은촛대봉) 삼악산 갈림길
작은촛대봉에서 계속되는 능선은 화악지맥으로 삼악산을 향하고 개곡리는 가지능선을 타고 우측으로 크게 휘어 개곡리 등산로 입구까지 나아간다.
굴참나무
참나무 잣나무 경계 조림지
활처럼 휘어진 등산로
모처럼 소나무를 만나다.
계관산 연봉 아래 푸른 숲은 잣나무 군락지이다,
가일고개(개곡리 등산로 입구)
여기서 개곡리 버스종점까지 4.1km, 계관산은 2.8km '애 보다 배꼽이 더 크다' 란 속담은 이를 두고 하는 말이다. 임도와 접속하여 개곡천을 끼고 버스종점까지 타박타박 걸어야 한다. 나야 걷는데 이력이 난 사람이니깐 전혀 불평을 하지 않는다. 대부분 사람들이 늘어놓는 불만을 들으면 "걷는 게 억울하냐?" "환자가 아니면 걷는 것을 축복으로 여겨라!" 노년까지 건강하게 살다가 단숨에 죽을 수 있는 좋은 생활습관이다.
개곡리 임도
화강암 석상
현무암 석상
(15:10) 계관산성
문이 굳게 닫혀 정체가 궁금했다. 담 너머로 거대한 석상과 핑크색 건물을 촬영하여 집에 와서 검색해 보니 지도에도 안 나타나고 인터넷에 제대로 된 설명이 없다. 숙제로 남기고 임도를 부지런히 내려오다가 마을이 집중으로 나타나는 곳에서 택시를 불렀다. 20분 정도 걸린다고 한다. 17km를 7시간 걸었다. 택시 기사가 깜작 놀라며 이렇게 빨리 내려오실 줄 몰랐다고 한다. 천천히 집에 가는 일만 남았다. 가평역에서 가장 가까운 사우나에 하차하여 목욕하고 걸어서 가평역에 도착했다. 요즘 기차표 자동 판매가 대세이다. 자판기 앞에 서면 나도 모르게 주눅이 든다. 아예 도움이를 불러 발권을 했다. ltx 입석이다. 용산역에 내려 건너편 플랫폼에서 인천행 전철로 환승하여 노량진에서 내렸다. 아뿔싸 ltx와 전철은 환승이 되질 않는다. 개찰구 검색대가 계속 차단된다. 또 도움을 청해 무사히 빠져나왔다. 아직도 해가 있다.
2019년 3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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