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따라 소문따라/제주올레

제주올레 20코스 발에 물집이 생겨 느리게 걷다

안태수 2017. 5. 14.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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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최고의 긴 길을 걷다.


백두대간은 숨이 넘어가고 제주올레는 발바닥에 불이 난다. 걸음에도 미학이 있고 철학이 있다고 한다. 말 만들기

좋아하는 사람들의 언어 유희다. 걷는 데는 여러 가지 유형이 있다. 자세히 보면 똑같이 걷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

다. 직립보행의 완결은 보폭을 70cm 전후를 유지하며 가슴을 펴고 눈은 전방을 응시하고 손을 앞뒤로 흔들면서

코로 숨을 쉬며 보무당당하게 걸으라고 한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에도 좋다고 건강하게 보이고 매우 아름답게 보

인다. 이내 따라 하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이런 식으로 걸으면 평지에서 시속이 약 4~5km 된다. 걷는 속도도 남

을 흉내 낼 수가 없다. 자주 걷는 사람은 나름대로 걷는 요령이 있으며 장거리 걷기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놀며

쉬며 걸으면 된다. 말이 쉽지 노는 거 쉬는 거도 쉽지 않다. 무턱대고 걸으면서 놀 거리 쉴 거리부터 우선 익혀나

가자. 내가 쉬는 일은 밥 먹을 때, 물 마실 때, 지도를 확인할 때. 사진 찍고 메모할 때가 다다.        


(12:40) 김녕 성세기 해수욕장 주차장에서 제주올레 20코스 간세 발견

평지를 계속 걸으면서 발바닥 한 부위에만 압력이 가해지니 앞꿈치가 불이 난다. 드디어 물집이 생겨 속살아 바닥

에 닿는 느낌이다. 일부러 신발을 꽉 쪼이는 것을 신고 왔는데 소용이 없다. 고통도 일종의 쾌락으로 받아들이면

승천하는 기분이다.  


대성휴계소 횟집 앞으로 제주올레 20코스가 지나가고


김녕 성세기해수욕장에 제주올레 리본이 펄럭인다.


뒤 돌아 보니 오수에 젖은 김녕포구는 숨을 멈춘 듯 적막하고


올레는 뱀이 기어가듯 해변을 따라 들쭉날쭉 반복하며 졸음을 쫓는다.


덩개해안

용암 해안 용암지대 구릉지 땅 하와이섬에서 용암대지를 실감 나게 걸어 본 적이 있다. 용암이 흘러가면서 여러

형태의 지형을 형성하는 과정이 선명하게 나타나 있었다. 하와이는 현재 진행형이고 제주도는 과거의 일이다.

바닷물이 바위를 깎고 그 위를 모래와 흙을 실어 날라 영겁의 세월동안 생물이 죽고 살기를 하는 윤회와 변화의

과정을 지금 순간 지켜보고 있다.        


해변 바위 사이에 자라는 '암대극'


풀이 자라는 곳에는 '갯완두'

덩치가 있거나 군락을 지어야만, 눈에 띈다. 야생화 탐사는 안 되겠고 즐기기나 하자. 


(13:10) 올레는 덩개해안을 벗어나 해맞이해안로와 만나 차도를 걷는다.


김녕 월정 지질 트레일 '환해장성'

환해장성은 제주도 해안을 한 바퀴 잇는 城을 말한다. 고려 시대 몽골의 침입을 막기 위해 성 쌓기를 시작하여 삼

별초의 난 때에는 고려 관군을, 조선 시대에는 왜구의 침탈을, 근세에는 이양선을, 6.25전쟁 후는 북의 간첩들 침

투를 막기 위해 쌓았다고 한다. 그동안 정부의 방치 속에 건축자재 등으로 많이 훼손되어 지금은 일부 구간만 역

사의 유물로 남아 있다.


김녕 월정 지질 트레일 코스 (14.6km/5시간)

김녕어울림센터를 시작으로 월정리 해변을 돌아 김녕리 해변으로 다시 돌아오는 걷기 코스로 해안과 내륙지대를

오간다. 이 코스 안에 제주의 특수한 지질층을 형성하는 용암대지에 오름, 용천, 용암굴, 투물러스(용암언덕), 빌

레길(너럭바위) 같은 지형과 바당길(바다길), 밭담길, 산담(무덤), 성벽, 돗대불(등대) 등 민간의 삶의 공간이 담

겨 있으며 본향당, 해산당과 같은 민속 신앙도 남아 있다.


투물러스(Tumulus 용암언덕) 소개   


김녕 월정 지질 트레일 투물러스(Tumulus 용암언덕)

용암이 평편한 대지 위를 흐르며 천천히 식는다. 그 위를 뒤따라 오던 용암도 더 이상 흐르지 못하고 시루떡 마냥

겹겹이 쌓인다. 거북이 등처럼 사방으로 절리가 생기는 이유는 용암이 식으면서 점도가 높은 점을 중심으로 줄어

들면서 생기는 현상이다. 평면 절리가 융기 때문에 뒤틀린 경우도 있다. 절리는 아무리 봐도 신기하다.    

 

한여도


(13:30) 구좌읍 김녕리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통과


바다 한가운데 해양풍력발전기


월정리 카약 체험장


해안로를 버리고 모래언덕으로 접어든다. 제주 6박 7일 이삿짐 담은 배낭 밭담길에 잠시 벗어 놓고 휴식.


모래사구 지대


(14:00) 월정리 포구를 바라보며 마을 뒷길로 동네를 들어간다. 


제주시 구좌읍 월정리 카페 '가좌상회'

시원한 얼음이라도 팔 것 같아 안으로 들어갔다. 실내외 장식들이 기물스럽고 젊은 손님들로 가득 찼다. 늙은이에

겐 생소한 메뉴 무엇을 주문해야 할지 당황하면 안 된다. 그 많은 메뉴 종업원도 일일이 설명할 수 없는 노릇 원하

는 것을 정리해서 말하고 그중에서 골으면 된다. 예를 들면 커피 말고 얼음이 들어가는 최고의 단맛이 나는 음료

주문했다. 서울과 같은 값이다.   


주문 대기가 길다.


한라봉 차

한라봉을 갈아서 얼음에 꿀을 탄 모양이다. 땡볕에 더위 먹은 사람에게 최고의 음료다. 지나오면서 비슷한 카페를

여럿 만났다. 평일인데도 집집마다 손님들이 많다. 다 젊은이들이다. 노는 폼들이 백수 같지는 않다.  


(14:30) 월정 해수욕장


해변 카페거리


테라스가 딸린 카페 외국 같은 분위기 연출


구좌읍 행원리 제주구좌농공단지

월정 해변을 빠른 걸음으로 벗어나 행원리로 들어섰다. 행원리 올레는 바다를 거치지 않고 내륙 마을을 돌아 나온다.  


풍력발전기를 가까이서 보고


좌가연대 (봉수, 봉화대)


산림지대 제주올레 나무화살표


한동리 해맞이해안로로 나와


올레는 마을 안으로 들어간다.


건축 공사장에 갇힌 '간세'


제주올레 플레이트 화살 표시 따라 해변으로


다시 한동리 해맞이해안로 나와 한동리와 이별하고



평대리(벵듸, 벵디는 넓은 들의 제주 방언) 마을 안으로 들어선다.


밭담 사이 '간세'


평대리 전경


제주올레 플레이트와 화살 표시


세평로

이 도로를 기준으로 평대리와 세화리로 나누어 진다. 


세화 해수욕장 해변을 따라


하도리 해녀박물관에 도착했다. 박물관 관람시간은 끝나고 내일은 문을 열기 전에 여기를 떠나게 되었으니 인연

이 없는 모양이다.  


(17:30) 제주올레 21코스 하도리 해녀박물관 스탬프 찍는 곳.


민박 '올레 21' (구좌읍 세화리)

남자 주인이 깐깐하게 생겼다. "하룻밤 자는 데 얼마니까?" "오만 원" "펜션도 사만 원하던데" "펜션보다 더 낳습니

다." 가관이다. "방 한 번 봅시다." "펜션보다 못하고 현금으로 사만 원만 받의소" 당장 목욕이 필요하다. 민박집에

서 세화초등학교 지나 목욕탕까지 1km 15분 걸어서 도착했다. 가는 길에 약방에 들려 밴드도 쌌다.


발 앞꿈치와 발가락 2개에 물집이 생겼다. 목욕 후 핀으로 물을 빼고 후시딘을 바른 후 밴드를 단단히 붙였다.

따갑고 시린 증상은 없어지고 대신 발가락 주위가 욱신욱신하다. 목욕탕 부근에서 소머리 국밥으로 저녁을 먹고

버스 타고 숙소로 돌아왔다. 오늘 하루 총 35km 10시간 걸었더니 피곤하다.  









                                                        2017년 4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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