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5 조선일보 선정 산/서울 불수사도북

불*수*사*도*북④ Y계곡~도봉산 자운봉~오봉갈림길~우이암~우이동

안태수 2016. 6. 28.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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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명 높은 Y 계곡과 맞닥트리다.


Y 계곡은 도봉산 아래 사는 친구한테 부탁하여 딱 한 번 같이 건넌 적이 있다. 혼비백산 통과하다 보니 아직 계곡의 모양이 머릿속에 잘 그려지지 않는다. 떨어지면 당장 죽을 것만 같은 절벽 사이를 가마득하게 내려갔다가 다시 반대편 암벽으로 올라온 기억만 난다. 친구는 그 후 Y 계곡은 쳐다보지도 않고 우회를 한다. 우회로도 만만치 않다. 암벽 밑둥치까지 내려갔다가 암릉이 이어지는 능선까지 다시 올라오려면 조그마한 산을 하나 오르는 기분이다. 그래서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Y 계곡을 통과하면 시간과 힘을 절약할 수 있다. 

  

 

(13:10) Y 계곡 입구 노약자, 고소공포증, 심약자는 우회하라는 경고문이 붙어 있다.

 

 

수락산, 불암산 조망

요즘 서울은 늘 가스가 낀 날씨다. 일기예보는 맑음인데 하늘은 희뿌옇다. 높은 데로 올라가면 파란 하늘이 보일까 자꾸만 위 만 쳐다본다.

 

 

자운봉(740m) 만장봉(718m) 선인봉(708m) 신선대(726m)

도봉 3봉에 넋 잃은 여인들! 도봉산 최고봉 자운봉은 높이가 740m로 우리나라 산중에서 그리 높은 산은 아니다. 강원도 설악, 오대, 태백, 경북의 소백산에 갖다 놓으면 허리춤밖에 안 오고 충청의 월악, 속리산과 견주면 어깨높이까지 간다. 작은 규모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4,047봉 등산지도에서 가장 유명세를 치르는 산 중의 하나다. 보통 산을 흙산 혹은 돌산으나눈다. 돌산에는 화산 활동으로 생긴 화강암과 현무암으로 나누는데 우리나라 돌산은 70%가 화강암이다. 화강암은 석영의 함유량에 따라 밟기와 강도가 차이가 난다. 도봉산, 북한산은 화산 활동이 가장 아름답게 일어난 곳이며 태생부터 미를 간직하고 태어난 것이다. 내가 다녀 본 바위산 중에 다섯손가락 안에 든다.

 

 

Y 계곡 시작이다.

앞 선 아줌마들 씩씩하게 내려간다. 몸매와 차림새는 아직 초급자 냄새가 물씬 풍기는데 이 험한 코스에 도전한 것을 보면 주변으로부터 대단한 산꾼으로 칭송을 받기 위함일 것이다. "얘 나 Y 계곡 통과했어." 일종의 경력 쌓기다. 전문가의 히말라야 14좌 완등 경쟁과 다를 바 없다.

 

 

牛步 출발

바위틈을 비집고 길을 만들었다. 굵은 와이어로프를 이중으로 설치했다. 팔심만 있으면 추락할 이유는 없다. 동행중에 약한 상대를 골라 마음의 위안으로 삼으면 도움이 된다. 마누라와 관악산 초입을 오를 때 일이다. 조그마한 바위를 통과하게 되었는데 바위를 붙들고 영 발을 뛸 생각을 안 한다. 아무리 꼬셔도 다리에 힘을 주지 않는다. 이런 경우는 산행을 포기하고 돌아와야 한다.

y계곡은 전체구간이 약 200m 된다고 한다. 내가 보기에는 내려가는데 30m, 올라오는데 40m, 경사도는 거의 7~80도 정도 나머지는 진 출입을 위한 안전거리일 것이다.

 

 

이 여인을 보라!

 

 

바로 뒤에 내가 섰다. 여자는 혼자 움직인다. 한눈에 범상치 않음을 느낀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완벽한 등산 복장이다. 하강 중간에 루트를 이탈하여 홀드를 잡고 수평으로 다음 암벽을 트래버스 해버린다. 내가 우물쭈물하는 사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다. 멍하니 바위 너머로 사라지는 뒤꽁무니만 쫓는다.

  

 

Y 字 중간 지점을 향하여

 

 

하염없이 올려다보는 牛步

 

 

산 얘기를 나누다가 혼자 백두대간 종주한 것을 밝히면 산 얘기의 주도권은 자연스럽게 나한테 넘어온다. 어떤 이는 벌떡 일어나 "백두대간 정기 좀 받읍시다" 하며 내 손을 잡는다. 백두대간을 혼자 종주하면서 자신과 어쩔 수없이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그중 길과의 대화는 가장 중요한 일이다. 옳은 길인가.? 코스를 이탈하지 않기, 지도 확인, 안내서 숙지 이런 절차를 거친 길을 세월이 흘렀다고 어찌 잊으랴! 산에서 산의 고수를 알아보는 감각이 요하다. 무턱대고 남을 가리키려다 망신당하는 일을 종종 본다. 예를 들면 산에서 길을 물으면 아는 것만 답하고 모르는 것은 분명하게 모른다고 해야 한다. 다른 사람을 곤경에 처하는 일은 삼가기를 바란다.

 

 

하늘로 치솟은 Y 계곡 한쪽 날개

 

 

牛步의 咆哮

 

 

樂山의 화이팅

 

 

자운봉과 신선대도 식후경이다.

 

 

(13:50) Y 계곡 통과 끝지점이다. 외국인들이 당황하고 있다. 'only one way'라고 외치자 알았다는 사인을 보내온다. 

 

 

자운봉과 신선대 사이 협곡은 Y 계곡 못않게 위험 구간이다. 도봉탐방지원센터와 가장 가깝게 연결되기 때문에 많은 등산객이 이용하는 중요 등산로다. 협곡을 빠져나가면 만장봉의 거벽이 한쪽 하늘을 막아서고 급경사 내리길은 선인봉 아래까지 계속된다. 암벽 등반하는 사람뿐 아니라 협곡을 빠져나오면서 잦은 사고에 대비경찰산악구조대가 상주하고 있다. 북은 신선대 우측 우회로를 따라간다.

 

   

뜀바위 구간 (출입제한 지역 안내판)

 

 

마당바위(0.6km) 갈림길, 주봉. 도봉탐방지원센터(3.2km)

 

 

주봉

 

 

주봉을 비롯한 뜀바위 암릉

 

 

칼바위, 우이암까지 도봉 주능선 구간

 

 

칼바위, 오봉

 

 

칼바위 우회로(계단 설치구간) 통과

 

 

칼바위 (출입제한 지역 안내판)

 

 

오봉 일원 암릉 우회로 계단 구간

 

 

(14:40) 오봉(1.0km) 우이암(1.4km) 갈림길

 

 

오봉 일원 (출입제한 지역 안내판)

 

 

도봉 주능선

 

 

오봉과 가래봉

 

 

칼바위, 오봉 일원 암릉, 도봉 4봉 조망

 

 

도봉선 최고 전망바위에서 칼바위 배경으로 樂山

 

 

헬기장

오후 3시부터 30분간 소나기가 지나갔다. 갑자기 굵은 빗줄기가 떡갈나무 잎을 요란하게 두드린다. 아침 일기예보에 비 소식이 없어 배낭을 꾸릴 때 우의를 일부러 빼놓고 왔다. 늘 배낭에 넣고 다니다가 무엇에 홀리었는지! 우보가 우산과 우의를 가지고 왔다. 일부러 챙긴 것이 아니고 항상 배낭에 넣고 다니는 습관 때문이다. 우보는 우의를 입고 나는 우산을 든다. 한참 쏟아붓는 소낙비는 피했다. 헬기장에 도착하니 햇빛이 난다. 우보 돌아온 장고 폼이다.

 

 

보문능선 갈림길 4야영장(0.5km), 도봉탐방지원센터(3.0km), 자운봉(1.8km), 오봉(1.7km) 도봉산에서 나지 않는 돌로 조경을 했구나!

 

 

우이암 전망대 올라가는 계단

 

 

우이암 전망데크에서 본 도봉산 일원

 

 

도봉산 일원

 

 

우이암 배경

 

 

(15:55) 우이암牛耳岩 도착

우이암이 성모 마리아상을 연상시킨다는 친구 말이 생각난다. 친구도 동행 예정이었는데 선약으로 빠졌다. 왔으면 한바탕 신나게 설명을 늘어놓았을데. 

 

 

정면에서 본 우이암

 

 

우이암~우이령牛耳嶺 구간 출입금지 지역 안내판

서울 강북구 우이동과 경기도 양주시 장흥면 교원리를 잇는 고갯마루, 양주에서 서울로 오는 가장 빠른 길, 1969년 1.21사태로 폐쇄, 2009년 통행 목적이 아닌 탐방 목적으로 제한적 개방을 하고 있다. 우이 남능선(우이암~우이령~육모정고개~영봉~하루재~백운대)의 완전 개통을 꿈꾸어 본다.

   

 

바위틈으로 계단을 깔고

 

 

미로 같은 길을 한참 더듬어 내려가면

 

 

다람쥐나 산짐승이 다닐 법한 예쁜 길이 계속된다. 우이암에서 방학동, 우이동으로 하산하는 길은 한갖 짓다. 등산로도 희미하여 길 찾기가 까다롭고 이정표마저 귀해 몇 차례 물으며 갔다. 정상에 우이암 말고는 특별히 볼거리는 없다. 

   

 

원통사(무수골) 갈림길 우이동 입구(1.9km)

 

 

제법 넓은 쉼터가 나온다. 3代로 구성된 가족처럼 보이는 팀이 쉬고 있다. 우리가 도착하자 통채로 자리를 양보하고 떠난다. 

 

 

방학동(무수골) 갈림길

 

 

다음 코스 우이 남능선 영봉, 상장봉 조망 결기를 다지다.

 

 

우이동

 

 

우이동 입구

 

 

우보 도착

 

 

(18:00) 우이동 우이천 한일교 먹자거리 도착

우보가 힘들 텐데 참고 잘 따라왔다. 오늘 도봉산 등산 온 사람 중에 제일 못 걷는 사람이라고 놀린다. 우보의 등산 속도를 자세히 보면 오르막 내리막 평지 할 것 없이 일정한 속도를 유지하며 신기하게 걸으면서 쉰다. 나름대로 걷는 노하우가 있어 요철이 심한 전 구간 15km를 무사히 주파했다. 보통사람의 두 배 느린 속도는 등산이 끝나고 이동할 때까지 계속된다. 정신을 번뜩 차리게 하려 시원한 냉커피를 편의점에서 구하고 뭉친 근육을 바로 풀려고 목욕탕으로 달려간다. 피로가 가시고 살 맛이 날 때 얼음 둥둥 띄운 냉면이 제격이다.     

 

 

 

 




2016년 6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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