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리산 백두대간과 함께 가는 충북알프스
문경 가은 희양산 봉암사 참배 마치고 나오는 길은 교통 통제를 하고 있다. 진입하는 대형차량만 통과시키고 나가
는 차는 경찰의 안내에 따라 농로로 우회시킨다. 큰 불편함 없이 가까스로 빠져나와 충북알프스 장고개와 가까
운 화서(화령)로 간다. 농암, 쌍용계곡, 화북, 갈령을 지나 화서에 도착한다. 화령 공용버스정류장 부근에서 소머
리국밥으로 점심을 먹고 단골 택시를 불러 갈령으로 가서 내 차는 주차하고 장고개로 간다. 멍청하게 핸드폰을 차
에 놓고 오는 바람에 다시 가서 가져오는 소동을 벌여 아까운 돈만 축냈다. 택시기사와 긴 작별을 한다. 백두대간
추풍령을 넘으면서 속리산 비재까지 큰재, 신의터재, 갈령 고개마다 나를 데려다 준 인연이다. 내 전화번호가 좋
아서 잘 기억하고 있으며 즐거운 산행을 응원한다.
(11:50) 장고개(400m)
초여름 5월 한낮의 해는 강열하고 뜨겁게 대지를 달군다. 신록도 눈이 부시고. 하늘은 뭉개 구름이 파란 하늘을
뒤덮고 고개 넘는 바람이 더위를 식히려고 안 간 힘을 쓴다. 고갯마루 신선은 4km 뒤로 도망가고 형제들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더 높은 천왕봉을 내달린다.
화남 산양산삼 농원 가건물 그늘 아래서 산행 준비를 한다. 지도에 적힌 지명도 확인하고 gps도 작동시키고 스틱
도 편다. 오늘 충북알프스 진행 구간은 장고개에서 천왕봉 지나 문장대까지다. 충북알프스는 중간에 못재에서 백
두대간과 만나 문장대까지는 같이 간다. 그래서 백두대간과 중복되는 구간은 생략하고 백두대간 기록을 이어 쓰
기로 한다.
장고개를 출발한지 10분 만에 첫 봉우리를 지난다.
두 번째 헬기장이다. 주변으로 벌목을 하여 사방이 훤하다. 여름에 숲이 우거지면 조망은 형편없어진다. 여름 풍
경과 겨울 풍치가 다르게 보여 착각을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높은 바위가 길잡이가 된다.
산신각(栗嶺山王閣)
움막처럼 지었다. 어떤 지도에는 움막으로 표시한 곳도 있다. 충북알프스는 구병산 신선대를 지나면서 경북 상주
땅으로 접어든다. 남의 땅에다가 충북알프스를 그어 놓은 것이다. 신선대에서 백두대간 못재와 만난는 지점까지
이정표와 등산로 관리가 부실했던 이유가 생각나며 화남 산양산농원 소유 구병산 아래 100만 여평의 사유지와도
실랑이가 있는 모양이다. 충북알프스 트레일 조성사업은 아직도 미완성이다.
산신각은 이름 모를 작은 고개에 있다. 산짐승이나 나물이나 약초를 캐는 마을 사람들이 넘나드는 길이다. 우리
눈에는 그저 물 내려가는 도랑처럼 보인다. 잠시 쉬었다가 맞은편 다음 봉우리를 향해 능선을 오른다.
(13:05) 동관음재(458m)는 장고개에서 2.5km 지점에 있으며 산속 동관음 마을을 연결하여 다시 장고개길과
만나다.
폐묘 한 자리 마사토가 곱게 덮였다. 당시 묘를 설 때는 양지바르고 배수가 잘 되던 명당자리였을 건데 명당도 세
월이 가면 변하는 모양이다. 삼형제봉은 못재 방향으로 바위봉이 나란히 세 개 있는 것을 말한다. 산길을 힘들게
걷다 보면 오르막인지 내리막인지 모르고 걷는 때도 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지도에는 제법 굵은 활자체로 표기되
어 있는데 gps는 없는 봉우리로 나타난다.
밧줄 잡고 바위 오르기
가운데 나지막한 능선이 비재에서 출발한 백두대간이다. 우측이 화서 백두대간 위 봉황산이다.
삼형제봉 마지박 봉우리
삼형제봉 바위들
바위 옆을
삼형제봉에서 속리산 연봉 조망
삼형제봉 전망바위
경북 상주시 화서면과 보은군 속리산면과 경계를 이루고 있는 저 산이 삼형제봉 인줄 착각하다.
(14:05) 백두대간과 충북알프스가 만나는 못재에 도착한다.
충북알프스를 내려오다가 못재를 발견한다. 못재를 중앙으로 동쪽으로 면한 등로는 백두대간, 서쪽은 충북알프스
다. 못재에는 못재 설명판이 커다랗게 붙어 있는데 안 보인다. 백두대간과 충북알프스가 만나는 두 지점을 확인하
기 위해 뒤로 거슬러 못재가 훤히 보이는 곳까지 올라갔다. 우측으로 간판이 보인다. 쫓아 내려가니 예전에 봤던
충북알프스 표지판과 못재 설명판이 나타난다.
못재 설명판
못재는 백두대간 마루금 해발 678m에 있는 5~600평 규모의 못으로 백두대간 상 유일한 못이다. 못에 얽힌 이야
기로는 상주에서 후백제를 일으킨 견훤이 보은의 호족 황충과의 싸움에서 매번 승리하자 황충이 견훤이가 못재에
서 자주 목욕을 한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견훤이가 지렁이 후손임을 아는 황충이가 못에 소금을 뿌려 견훤의 힘을
빼서 승리했다는 이야기다.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못이 말라있다는 사실이다. 주변 환경도 수려하니 요즘 토목
공사 기술도 좋겠다 진짜 못을 만들면 어떨지?
못재
헬기장
못재를 가운데 두고 충북알프스는 백두대간과 겹치기도 하는데 정도正道는 반대편으로 나 있다.
※표지판 참고
백두대간 기억을 되살리며 부지런히 주위를 살핀다. 평소에 산길을 걸으면서 눈여겨 봐 두는 표시물이 있다. 이정
표의 모양, 쓰러진 고목, 특별하게 생긴 바위, 철탑, 특수한 지형, 각종 인위적이 시설물 등 꼼꼼히 기록도 해 둔
다. 형제봉 암봉 구간을 우회하는 급경사 내리막길 밧줄 잡고 내려갔다가
바위를 끼고 다시 오르면
(15:05) 갈령삼거리 도착(739m)에 도착한다.
이정표, 이정표를 감싸고 있는 둥그런 의자, 거리 표시판. 단번에 알아본다. 반갑고 반갑다. 배낭을 벗어던지고 걱
정 없는 시간을 보낸다. 오늘 일정은 여기서 마치기로 했으니 홀가분한 기분은 날아갈 것만 같다. 오늘 먹으려고
준비한 음식들을 다 끄집어 내놓고 오래도록 즐긴다.
갈령삼거리 이정표
여기서 충북알프스 문장대까지는 과거 백두대간 종주기를 이어 쓰기로 하고 갈령으로 하산한다.
갈령 삼거리에서 형제봉까지는 0.7km 갈령 삼거리를 지나면서 천왕봉까지 계속 오르막의 연속이다. 형제봉은 쉬
었다가 오는 길이라 금방 도착한다.
할배바위
어딘가 할매바위도 있겠다.
형제봉(832m) 정상석
추풍령을 지나 신의터재 화령까지는 해발 3~400m 높이의 구릉 지대로서 산이라기보다 둘레길을 걷는 분위기다.
화령을 지나 봉황산(748m)을 오르면서 대간은 다시 고도를 높이며 그동안 느슨한 마음을 가다듬게 한다. 형제봉
은 속리산 연봉의 호의무사처럼 천왕봉으로 오르는 길목에 우뚝 솟아 천지를 굽어보고 있다.
구조 표시목 (16-13)으로 1구간당 500m를 표시한다. 지금까지 오면서 14, 15 말뚝은 없었고 처음 나타난 말뚝
이다.
피앗재
보은군 속리산면 만수리 1km/30분 거리에 산장이 있으니 탈출할 사람은 이 길로 하산하면 가깝게 보은으로 나갈
수 있다.
725봉
피앗재에서부터 천왕봉까지는 안부와 봉우리를 반복하면서 계속 오르막으로 이어진다. 바위가 튀어나온 전망대
에 오르면 천왕봉의 멋진 모습과 속리산 연봉이 반갑게 맞이한다.
충북알프스 구병산 연봉 조망
703봉과 천왕봉
속리산에는 산죽이 많다. 사람 키만큼 큰 것이 등산로를 꽉 메우고 있는 곳도 있다. 산죽이 무성하면 주위에 다른
식물들이 자랄 수 없다고 하는데 사람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닌가? 자연은 자연의 순리에 맡기자.
703봉
전망바위에 올라 형제봉과 지나온 능선 조망
속리산국립공원 안내판 천왕봉 0.6km, 30분 거리 지독한 오르막을 예고한다.
(13:15~13:45) 천왕봉(1058m) 도착
천왕봉은 두 번째 올라온다. 천왕봉은 속리산의 주봉이며 한강, 금강, 낙동강의 삼파수 분수령을 이루고 한남금북
정맥의 분기점이다. 속리산 최고봉에 올라서니 속리산군이 얼마나 광대한지 입이 쩍 벌어진다. 끝도 없는 산맥들
이 사방으로 흩어져 여기가 어딘 줄도 잊는다. 천왕봉과 문장대를 잇는 능선에는 기암괴석으로 즐비하다. 이름만
들어도 금방 알 것 같은 비로봉, 입석대, 청법대, 문수봉이 제각기 다른 모습으로 도열하듯 줄지었고 울긋불긋 멋
을 부린 등산객들의 화려한 옷차림은 흰 화강석 바위에 섞여 아름다운 조화를 이룬다. 맑고 파란 하늘은 세상을
품은 듯 꿈적 않고 있다. 화령식당 아주머니가 싸준 점심 도시락을 펼친다. 스티로폼 도시락 2개에 하나는 밥을
담고 다른 하나에는 반찬을 싼 은박지가 일곱 개가 담겨 있다. 하나하나 풀어보니 찬이 지극 정성이다.
천왕봉(1,058m)정상석과 기념촬영 마치고
문장대로 간다.
상주시 화북면 장각동 천왕봉 등정 최단거리 코스 4km
상환석문
비로봉
입석대
휴게소 지붕 밑에 신선대 표지석
칠형제봉
청법대는 부처상을 하고 있으며 일곱 개 봉우리 맨 앞에 있다고 하는데 확인이 안 된다. 칠형제봉 쪽으로는 등산
로가 없어 접근이 불가능함.
천왕봉 방향 문수봉, 신선대, 비로봉, 천왕봉 조망
문장대 조망
문장대 휴게소가 있던 쉼터에 도착하면서 제일 먼저 대간부터 찾는다. 문장대에서 늘재까지 백두대간 생태계 보
호구역으로 기한 없이 통행금지구역으로 묶여있고 이를 위반하면 10~30원 이하 벌금을 부과한다고 공시하고 있
다. 어디로 갈까 망설여진다. 법주사나 화북탐방센터로 하산하는 길은 훤히 열려 있고 사람들이 부지런히 오르내
리고 있다. 우선 문장대에 올라 대간 길부터 확인한다.
(15:30) 문장대 원래 구름 속에 묻혀 있다 하여 운장대(雲藏臺)라 불렀는데 조선 세조가 다녀간 후 문장대 (文藏
臺)로 고쳐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해발 1000m가 넘는 바위 봉우리에 바위 틈새로 상 하행 철계단을 놓아 사람들
을 오르내리게 하며 꼭대기에는 마당처럼 평평하며 중간에 물웅덩이도 몇 개 있고 사방으로는 안전 난간대가 설
치돼 있다. 바람이 없는 날도 바람이 불고 구름은 언제나 돌아다니는 곳으로 나는 기억한다.
백두대간 문장대 밤티재 구간(비탐방구역) 암릉이다. 헬기장으로 기어 들어가 순식간에 바위 속으로 몸을 감춘다.
2016년 5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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