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지방 마지막 남은 巨峰 탐방
2015년 3월 초 산정에 잔설이 한창 남아 있을 때 황석산, 거망산 종주 등산을 했었다. 산행 내내 맞은편 용추계곡을 사이에 두고 어깨를 나란히 하는 산줄기가 금원산, 기백산 능선이었다. 언젠가 저 산도 올라야겠지 하며 마음에 담아둔 산을 오늘에야 오르게 되었다. 금원산은 백두대간 남덕유산에서 갈라져 나온 월봉산에서 다시 거망산, 금원산으로 나누어진 산이다. 경남 함양군과 거창군의 경계를 짓고 덕유산 못지않은 산세를 갖고 있다.
(08:20) 금원산 자연휴양림 주차장(해발 530m) 도착
집에서 282km 달려 경부고속도로 회덕에서 대통고속도로로 갈아타고 무주 IC를 빠져나와 무주리조트, 무주 구천동, 신풍 터널(백두대간 빼재), 수승대를 거쳐 거창군 위천면 상천리 산 61-1 금원산 자연휴양림 주차장에 도착했다. 예상 산행거리 17km, 8시간을 산행하고 오후 6시까지 하산을 완료하려면 새벽 4시에 서울을 출발해야 했다.
금원산 자연휴양림 관리사무소
매표소에서 긍원산 안내도를 한 장 얻고 상세 설명도 들었다. 관리사무소에서 좌측으로 임도 포장도로를 따라 약 10분 정도 올라가면 산림휴양관이 나오고 모퉁이 돌면 바로 기백산 등산로 입구가 나온다고 한다.
종합이정표에 기백산 4,2km 표기
유안청계곡, 배나무골 합수하여 큰 소(沼)를 이루다.
(08:55) 기백산 1코스 등산로 입구
주차장에서 1,2km, 20분이면 충분한 거리를 화장실 다녀오고 산림휴양관에서 등산로 입구 찾느라 왔다 갔다하며 15분을 더 허비했다. 여기서 기백산 정상까지 2,5km 임도(휴양림 순환도로)를 버리고 계단을 타고 산비탈을 오른다.
나무데크 계단
(09:20) 산비탈을 거슬러 올라와 능선에 진입한다. 이 능선이 기백산까지 계속된다.
산죽이 눈에 많이 띄이고 가끔 땅바닥에 착 달라붙은 철죽 그리고 키큰나무는 참나부가 대부분이다. 순탄하고 부드러운 능선 앞으로도 지금만 같아라.
(09:30) 휴양림 순환 임도(해발 848m)와 접속 후 나무계단 오른다. 등산 중에 이런 큰 임도를 만나면 김이 빠진다. 차로 여기가지 올라오면 되는데 하는 생각으로 지금까지 한 등산은 헛 일 한 것 같은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철쭉, 진달래 어떻게 불러야 할지? 꽃 색깔에 자줏빛이 감돈다. 키가 무릎밖에 오지 않아 엎드려 찍은 사진이다. '줄사철나무'처럼 '줄철쭉'이라 부를까?
침목계단
뜨문뜨문 바윗길도 있고
기백산 구조표시목에 위치 번호(4-3), 코스명(4코스), 지나온 거리(1,5km), 남은 거리(2km), 현재의 고도(1,022m)가 표기되어 있다.
기백산(1,15km) 이정표
자작나무 서, 너 그루가 하얀 수피 때문에 멀리서도 눈에 확 띈다, 주변 참나무보다 키도 더 크고 굵다. 이정표 보다 더 이정표 같다.
죽은 참나무를 짤라 만든 통나무 계단을 지나면 능선이 사라지고 펑퍼짐한 산비탈이 펼쳐진다.
비탈진 경사면에 나무도 듬성듬성 자라고 너덜의 잔해가 땅에 묻혀있다. 흔들거리며 비틀거리고 미끄러지는 발걸음 띄기가 힘든 구간 약 1km를 40분이나 걸렸다. 산이 크고 높으면 시각적으로는 험준하게 느껴지고 직접 부딪치면 완만한 사면, 평탄하고 수목이 사라진 능선이 만만하게 여겨진다. 그래서 속도를 내다간 체력 안배를 못해 후반에 힘들어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여유로울 때 더 여유를 즐겨라.
(11:05) 기백산↔금원산 간 주릉 도착
주릉 사거리에서 0,2km 떨어진 빤히 보이는 곳에 기백산 정상이다.
(11:10) 기백산 도착
내가 1착이다, 조금 있으니 금원산 쪽에서 경로 연인 한쌍이 다가오고 이어 왁자지껄한 소음을 내며 한 무리 등산팀이 용추 일주문 코스로 올라온다. 사진도 찍어주며 정상 등정을 같이 즐겼다.
기백산(箕白山 1,331m) 정상석과 기념촬영
누룩덤, 금원산 전망
운무에 햇빛이 반사되어 멀리까지 산 그림이 잘 안 나온다. 금원산 지나 北쪽으로 덕유산이고 東쪽 시계 방향으로 합천 가야산, 거창 우두산이 南쪽으로 지리산 백두대간이 西쪽 골짜기 넘어 황석산과 거망산이 그 뒤줄로 장안산, 백운산, 남덕유산이 겹쳐 지난다. 남쪽 지방의 거봉과 명산들이 다 모여 있다.
누룩덤①
책바위라고도 한다. 솔직히 어떤 형상이 잘 떠오르지 않는다. 흙산 마루에 특정한 곳에 바위가 둥개 둥개 쌓인 모습이다. 기백산, 금원산, 현성산 기반암은 화강암이다. 화강암이 편마암을 관입한 곳도 있다. 바위가 둥글게 모났고 수평으로 갈진 박리 현상은 화강암 같은데 반정이 눈에 잘 드러나지 않아 편마화강암이다.
누룩덤에 올라 기념사진 남기고
누룩덤 우회로
기백산↔금원산 간 3,2km 능선이다. 사람 키 높이의 참나무와 철쭉이 주요 수림이고 무릎 아래엔 산죽이 널렸고 간간이 억새도 자라고 있다. 보는 사람에 따라 말잔등 같다고 그러기도 하고 소등 같다고도 그런다. 수목한계선의 풍경이다. 완만한 능선처럼 보이지만 실제 걸어보면 깔딱 오르내림은 없지만 인내가 필요한 지구력을 요한다.
현성산 전망
누룩덤② 모습
황석산, 거망산 전망
큰구슬봉이
사평마을 갈림길
길섶 양지꽃, 산죽, 철쭉, 키 작은 참나무
(12:50) 수망령(715m) 갈림길 도착
거창군 안의면 월성리 내계 마을과 함양군 북상면 상원리 용추사를 잇는 10km 남짓 고갯마루이다. 東으로 금원산과 기백산 西로는 월성산, 거망산, 황석산의 경계이다. 비경의 고갯길이라고 하는데 언제 함 넘어봐야겠다. 백두대간 덕유산 구간 주행 중 서봉(장수덕유)에서 다리에 지가 나 칠흑 같은 밤에 두 시간여 엉금엉금 기어 삿갓대피소에 도착하여 대피소 지기의 아량으로 1시간 더 점등 혜택을 받고 저녁 만들어 먹고 취침,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니 억수 같은 소나기가 퍼부어 대간 길을 다음으로 미루어라는 산지기의 조언을 받아들여 월성리 황점으로 하산한 추억이 있다.
수망령 갈림길 구 이정표
금원산이 빤히 보이고 정상으로 오르는 나무계단이 선명히 보인다.
안부에는 쉬어가라는 정자가 있고 금원산 수목원으로 내려가는 직 코스, 3코스 갈림길 이정표가 있다.
기백산↔금원산 능선
(13:30~50)금원산 동봉(1349m) 도착 점심
동봉은 정상석 없이 돌탑이 대신한다. 두 팀이 먼저 도착해 있다. 중년 부부는 차를 가지고 수망령 임도 끝까지 올라왔고 또 한 사람은 나처럼 종주하는데 현성산에서 반대로 올라왔다. 기백산에서 반쯤 남긴 김밥과 수프, 오렌지, 커피로 이들과 어울려 점심을 했다.
헬기장
(14:00) 금원산(서봉) 도착
평범한 정상이다. 키 작은 나무들로 가려 사방을 가려 기백산에서 보는 조망과 별 차이가 없다. 백두대간이 지리산에서 덕유산까지 약 100km 남짓 거리에 명산을 품고 南에서 西를 지나 北으로 뻗었고 東으로 가야산, 우두산이 자리 잡고 기백, 금원, 황석, 거망산을 유명산 반열에 올려놓았다. 이런 산에 올라오면 우주, 태양, 하늘, 구름, 바람, 나무, 바위들과 교감하며 사방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감정이 충만해진다.
금원산(金猿山 1,353m) 정상석과 기념촬영
금원산 정상 이정표이다. 하산 코스는 금원산 등산로 1코스를 따라 현성산 능선을 타다가 지재미골 갈림길에서 1코스를 버리고 종주코스로 갈아탄다. 지재미골을 통과하는 1코스 거리가 7,4km라고 표기되어 있는데 지도상의 5,1km 와는 큰 차이가 나 신뢰할 수 없다.
(14:50) 1코스 지재미골 가섭암지(마애삼존불), 문바위 갈림길이다. 다섯 종류의 이정표들이 일관성이 없이 갈팡질팡이다. 이럴때는 어쩐다지. 산에서 안전을 지키기 위한 많은 여건 중에 이정표의 역활이 크다. 이정표만 잘 갖추어져 있다면 길 잃을 염려는 없어진다. 길을 잃는 것이 안전을 가장 위협하는 행위다.
갑짜기 문바위 갈림길이 튀어나온다. 지금까지 흙길을 내려오다가 너설이 점차 바위덤과 암릉으로 바뀐다.
(16:05) 970봉 필봉, 수승대 갈림길
쇠물푸레나무
돌덩어리. 바위, 거력, 암괴, 기암괴석 집채만한바위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현성산은 기백산↔금원산 흙산과 달리 암산이다. 바위 같이 척박한 토양에 잘 견디는 소나무가 무성하여 늘 푸른 산세를 간지하고 있다. 같은 지맥에서 이렇게 지질을 달리 하다니 신기하다.
930봉(연화봉)과 현성산 모습
930봉 서문가바위
바위 이름을 봐서는 어떤 형상이 떠오르질 않는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徐家와 文家 姓 氏의 姓을 따서 바위 字를 붙였다. 옛날 옛날에 마을에 누가 쳐들어와 난리가 나 다를 산속으로 숨어들었는데 마침 서가, 문가, 여자 셋이서 바위굴에 숨어지내다가 여자가 아이를 낳았다고 한다. 아이의 아버지를 가릴 길이 없어 두 성씨를 함께 썼다고 한다. 서유기에 나올 법한 얘기다.
지나온 930봉, 970봉 모습
땅속에서 형성된 화강암이 지표로 올라와 팽창하면서 여러가지 풍화작용을 받으며 양파껍질 처럼 벗겨지는 현상을 박리현상이라 한다.
현성산 모습
'산으로의 비행' 비석
요즈음 이런 밑도 끝도 없는 추상적인 문귀가 유행한다. 감성을 자극하는 유아 같은 발상이 드디어 산의 비석까지 등장하는구나!
현성산 안내판 주요 지점 거리
금원산→서문가바위(4,3km)→현성산(0,6km)→마애삼존불, 문바위(1,5km)→금원산 휴양림관리사무소(0,6km) 〓 7km
(16:55) 현성산 도착
동쪽 사면은 깎아지른 절벽을 이루고 서쪽 사면은 그다지 급하지 않는 경사가, 주릉은 암봉과 슬랩, 기암괴석이 즐비한 암릉이 한눈에 들어온다. 동쪽을 제외한 전망은 기백산과 금원산이 다 가리고 동쪽으로만 조망이 트이는 것이 옥에 티다.
현성산(玄城山 960m) 정상석과 기념촬영
현성산 또 다른 정상석
현성산 이정표에서 문바위(1,5km)로 진행
경사진 슬랩구간 로프 잡고 하강
중턱에 묘지 한 基 문인석, 홍유석, 비석을 갖춘 걸 보니 권세가의 묘인 모양이다.
하강 계단로
가섭암지
집채 만 한 바위들로 꽉 찬 골짜기에 산 정상에서 굴러떨어진 것인지 당초 그자리에 박혔던 돌인지 돌사태가 난 지역이다. 바위틈 사이를 비집고 올라가니 바위굴이 나타났다.
거창 가섭암지 마애여래삼존입상(보물 제530호)
☆고려 시대 석조 불상
지재미골 입구 문바위(門岩)는 가섭암지 매애여래삼존임상 수호암으로 우리나라에서 단일 바위로는 제일 크다고 한다.
(18;15) 금원산 자연휴양림 주차장
아침에 올랐던 임도를 저녁에는 반대 방향에서 내려왔다, 삼거리 휴양림관리사무소에서 합류하여 주차장까지 내려왔다. 다들 떠나고 내 차만 덩그러니 남았다. 먼저 '트랭글 GPS'를 종료하니 16,5km 거리에 걸은 시간 9간, 쉰 시간 1시간 총 10시간이 걸렸다. 산 높이 값을 한다고 더디고 숨찼고 힘들었다. 모처럼 빡신 산행을 한 것 같아 피곤했지만 상쾌했다. 다음 목적지는 남원 고리봉과 곡성 동악산이다. 남원에 베이스캠프를 설치하고 두 차례로 나누어 오를 작정이다. 남원 오천 변 '산리지 호텔'까지 80여 km를 1시간 10여 분 달려 7시 30분에 도착했다. 체크인 하고 인근 식당에서 갈비탕으로 저녁하고 샤워하고 곧장 깊은 잠에 빠졌다.
2021년 4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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