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명山 100/영동 민주지 천태

영동 천태산

안태수 2016. 5. 11.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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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산 가까이 두고 모르고 돌아선 山


조급한 마음을 아직도 다 떨쳐버리지 못했구나. 걸어 다니는 시인 '신정일'을 닮아보려고 우선 뛰는 것부터 없

는 노력을 한 결과 근래에 뛰어 본 기억은 별로 없다. 전철, 엘리베이터, 버스, 횡단보도 등 용케도 참아냈다.

그런데 이들과 맞닥뜨릴 때는 언제나 갈등이 앞선다. 기다림의 조급함은 다음 행적의 불확실성 때문에 인내심

지 갈아먹는다.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여행하는 것은 항상 이러한 문제와 부딪친다. 일정표대로 움직일 수 없

는 상황이 계속 일어난다. 서울강남터미널에서 6시 출발하는 버스를 타고 대전복합터미널에 도착하여 같은

장소에서 20분 정도 기다렸다가 옥천 가는 시외버스로 갈아탄다. 8시 50분 옥천시외버스터미널에는 누교리

는 버스는 없고 옥천역에서 하루 4회 운행하는 군내버스가 9시 출발한다. 택시를 타고 옥천역에 도착할 무

스는 이미 떠나고 있었다. 2시간이나 기다려야 할 처지 택시기사가 지혜를 발휘해 다음 정류장에서 버

를 앞다. 실제로 얼마나 조급한 상황인가? 담담히 지켜보려니 세상만사가 내 의지를 시험하는 듯하다.        



(09:30) 충북 영동군 양산면 누교리


누교리 삼거리에서 우회전하면 천태산 정상이 바로 보이고 산 아래까지 쪽 곧은 길이 한갓 짓다.


천태산은 양산 8경 중 1경인 영국사寧國寺를 품고 있는 절이다. 양산은 금강의 중류에 해당하는 곳으로 금강

아름다운 곡선이 굽어지며 만든 암벽, 기암괴석, 대臺 위 정자 등이 송호국민관공지를 만들었다. 그중 1경

영국사는 천태산과 더불어 나라 안 소문이 자자한 곳이다. 평일은 어쩔 수 없이 넓은 주차장이 텅텅 비고

음식점은 한 곳만 문이 열렸다. 

 

천태산계곡 표지석을 지나면서 산행이 시작된다. 천태산 등산로는 영국사를 가운데 두고 팔字 모양을 하고 있

다. 팔자 아래 작은 원을 중심으로 작은 봉이 솟아 있고 가운데 구릉지가 영국사가 차지하고 위 큰 원이 천태산

산정을 이루고 있다. 영국사까지 가볍게 산책하는 코스와 이를 합쳐 정상까지 크게 한 바퀴 도는 코스가 있는

데 천태산은 암산岩山이라고 소문이 났다.


이정표가 거창하다.


이곳 사람들은 천태산을 충북의 설악이라고 하며 설악하면 우선 바위가 떠오른데 초반 진입로 부터 바위 크기

대단하다.

  

잠시 설악 천불동 계곡을 걷는 기분이다.

 

큰 암반에 「天台洞天」이란 음각 글씨가 새겨져 있다.


안내판, 이정표 겸용으로 쓰다 보니 간이칠판처럼 보기가 그렇다.

 

삼신할멈바위


영국사 삼단폭포(용추폭포)


삼단폭포


영국사 일주문

일주문 자리가 명당이다. 해발 260m 지점 8字 매듭 부분에 해당하는 곳으로 자연스럽게 고개를 만들고 있다.

일주문까지 나무계단이 운치를 깎아내리고 있지만, 일주문 현판을 쳐다보면서 팔자걸음으로 스님을 흉내를

내 다. 매표소와 간이 매대가 일주문과 너무 가깝게 붙어서 일주문을 거슬리게 한다.

 

매표소

입장료 1,000원 경로, 유공자 무료 1,000원 정도는 절에 보시도 할 수 있다. 주민증과 유공자증 둘을 꺼내 들

위시를 한다. 통과하고 나면 늘 잘못했다는 생각이 난다. 

  

일주문 지나자마자 팔자 매듭에 해당하는 장소 망탑 방향으로 좌회전하면 망탑오솔길 등산로 초입과 만난다.


천년기념물 은행나무가 영국사 전경을 가린다. 우측 능선 화강암이 훤히 들어나 보이는 곳이 그 유명한 천태산

암벽 75m 등반코스다.


영동 영국사 은행나무 (천년기념물 제223호) 수령 약 1,000년, 높이 약 31m, 둘레 약 11m.


천태산 등산코스는 A, B, C. D 4개 코스가 있다. 이 중에 B(폐쇄), C(안전시설 미비) 코스는 진행이 어렵고 A

스로 정상 갔다가 D 코스로 하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취향에 따라 반대 코스를 이용하는 것도 괜찮다.

그런데 암벽등반은 오르는 것이 내려오는 것보다 안전하다.


천태산 등산로 A 코스 출발점

이 도로는 누교저수지 방면에서 명덕리 지나 영국사까지 연결된 일방차도 막힌 도로다. 천태산을 완전 정복하려

면 천태산 주차장에서 산행을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스럽다. 군내버스 누교리 하차 장소가 두 군데인데 둘 다 천태

산 가는 길이다. 운전기사는 첫 번째 정류장에서 '누교리 내리십시오' 하고 같은 탑승객은 '날 따라 내리십시오'

하며 두 번째 누교리에서 하차한다. 천태산이 바로 보이는 장소다.


시작부터 바위에 붙는다.


밧줄 구간①

밧줄을 놓고 오를 수 있는 경사면 눈, 비 오는 날은 조심 바람. 


손발 홀드를 이용 힘으로 끌어올려야 함.


밧줄 구간②

바위가 매끄러워 발을 딛고 버티기가 힘듦 밧줄을 단단히 잡아야 함. 


제법 긴 밧줄 구간③

바위 사이 크랙 난 부분에다 발을 딛고 밧줄에 의지해 진행하는데 팔심이 필수적임.

 

(11:20) 밧줄 구간④

드디어 75m 암벽 등반로 밑에 도착 경고문을 찬찬히 읽는다. 노약자, 부녀자, 초보자는 우회 안전로를 이용하고

암벽 통과자는 철주, 밧줄의 이상 유무를 확인하고 밧줄은 한 사람씩 이용하기 바람이다. 팔심으로 올라갔다.


밧줄 구간⑤

계속되는 대형 슬랩 바위 전체가 하얀 윤기가 도는 매끈한 표면 약간 긴장이 되며 떨어지면 죽는다고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 찍어 볼 엄두가 안 났다.

 

어느 정도 경사면인지 궁금해 아래를 내려다보니 현기증이 난다. 아니라도 쪼그리고 앉았다가 혹은 엎드렸다가

일어 설 때 머리가 빙 도는 현기증 증세가 일어나 친구한테 물었더니 노년의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바딱 일어나지

말고 고개를 숙이고 천천히 일어나서 뜸을 들였다가 고개를 들면 괜찮다고 한다. 열심히 익히는 중이다. 

 

밧줄 구간⑥


(11:40) 드디어 75m 암벽을 무사히 통과하다.

작년에 운동 종목을 하나 더 했다. 스포츠클라이밍으로 암벽 등반을 하기 위한 기술을 익히는 운동으로 실내 훈련

장소를 '암장'이라 하며 교대역 부근에 있다. 평소에 내가 혼자 산을 다니는 것을 주의 깊게 지켜보던 원로 산악인

이며 동기인 박동욱 원장이 나를 볼 때마다 걱정, 염려, 조언을 아끼지 않고 산행에 유익한 山書와 정보를 기꺼

 제공해왔다. 든든한 후원자이다. 산에는 갖가지 형태의 바윗 길이 있다. 바위지대를 안전하게 통과하기 위해선

바위를 다루는 기술이 꼭 필요하다며 나를 암장으로 불러낸 것이었다. 3개월 간의 클라이밍 훈련을 마쳤다.                             


(12:00) 능선 정상부에 도착


천태산 정상을 향하는 앞선 부부를 뒤 쫓아


(12:10) 천태산 정상에 도착


천태산(天台山 714.7m) 정상석

천태산은 산림청 선정 ♣우리 명산 100에 속해 있다. 선정 사유를 사전에 숙지하고 오지만, 한 차례 올라보고 판

단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객관적인 자료보다. 현장에서의 느낌을 우선한다. 걸음이 더디며 눈요깃거리가 많고 정

상에 오르면 사방이 눈 아래야 하며 그저 좋아야 한다. 사진을 담아보면 찍을 거리가 많다는 것은 명산을 판단

는 쉬운 방법의 예, 바위가 많으면 흔히 악산이라고 하는데 '악' 는 '클 악岳' 字를 말한다. 산에 구이 많은 것

은 험며 바위가 많다. 바위가 많으면 능선이 아름답고 기암괴석, 암봉이 발달하여 쉼터와 조망처가 빼어난다.

천태산이 명산 100에 든 이유를 알 것 같다.        


천태산 정상 이정표를 보며 산세를 익힌다.


D 코스 등산로는 정상부 능선을 걷다가 산릉이 자연스럽게 끝나는 지점에서 영국사로 하산이 시작된다.


헬기장도 만나고


B 코스 폐쇄를 알리는 이정표


크다란 바위에 올라서니 천태산 동쪽 사면이 영국사를 품고 있는 모습이 훤히 내려다 보이고 北東間 속리산이 가

물가물 거린다.


東南間은 영동 민주지산, 무주 덕유산 방향이고


서쪽은 얼마 전에 다녀 온 금산 서대산, 대둔산이다.


거북이 등짝 같은 바위


고래 등줄 같은 암릉


암릉 ,바위, 돌이 혼재 된 능선


바위가 있는 쉼터


전망석


D 코스 하산로 나무계단


남고개 시작


남고개 정상


산악회 리본 퍼레이드 대한민국 산악회는 다 다녀간 듯하다.


남고개 종료 지점

흙이고 아니고 마사토다. 더 보드라워지면 모래 된다. 화강암의 풍화작용으로 만들어지는데 빗물이 운반하

 강이나 바다에 퇴적하면 강과 바다를 아름답게 꾸미는 모래사장이 된다.


영국사 뒤로 내려온다. 좌측으로 크게 꺾어 50m 정도 가면 고려 중기 대선사 원각국사비 와 주인 모르는 승탑 2

기, 보물 두 점이 있다. 옆에는 잘 생긴 소나무가 보호를 받으며 명품의 길을 가고 있다. 


영국사 전경

신라 후기에 세워진 절, 고려중기 대선사 원각국사, 대각국사가 수도하고 공민왕이 홍건족의 난을 피하여 피신 한

곳 등으로 유명하다. 명성에 비해 불사가 부실한 것을 보면 아쉽다.


잔디밭에 딩구는 고래바위


영국사 일주문은 앞, 뒤가 다 아름답다.


일주문 바로 옆 천태산 계곡 나무다리 건너고


다리 위에서 삼단폭포 상단 물 떨어지는 거 구경하고


망탑봉에 도착한다. 삼층석탑을 호위하는 물개바위(흔들바위)


누에바위 ,코뿔소바위, (흔들바위)


어느 것이 진짜 흔들바위인지?


영동 영국사 망탑봉 삼층석탑(보물 제535호)은 고려 중기 제작된 불탑이다.


경사면 전체가 암벽으로 노출된 장소(클라이밍하는 사람 다녀갔는지?)


모처럼 물소리 들으며 계곡(천태계곡)을 따라 내려간다.



(14:20) 드디어 하산 완료

저 숲을 나가면 천태산 주차장이고 그럼 보은은 어떻게 가나? 주차장에서 오후 2시 영동 가는 막차 버스는 이미

떠났고 다음 버스는 누교리 삼거리까지 걸어가야 한다. 이것저것 다 각오한 일이지만, 앞일이 술술 잘 풀렸으면

하는 바람은 노욕이라 치부할 수는 없겠지. 일단 식당에서 점심을 먹는다. 잔치국수를 시켰더니 얼마나 양이 많은

지 반은 들어내고 먹었다. 넓은 주차장에는 차량 4대가 달랑 주차하고 있다. 어느 차든 시동 걸리는 소리가 나면

달려갈 심산으로 국수 먹으면서 계속 주시한다. 드디어 발견 정중히 길을 묻는다. '영동행' "신세 져도 되겠습니

까?" 승낙이 떨어졌다. 이렇게 좋을 수가! 




                                                        2016년 5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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