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42 마등령~황철봉~미시령

백두대간 미시령~황철봉~저항령~마등봉~마등령

안태수 2015. 9. 25. 09:10
728x90

 

 

 

남진南進하는 백두대간


백두대간 하루 목표 구간을 무사히 완주하기 위해서는 언제나 새벽에 출발해야 한다.

오늘 출발지는 미시령 정상이다. 지리산 천왕봉을 출발하여 계속 북진을 하고 왔는데 마등령 미시령 구

간은 마등령과 접속하는 일이 여간 불편하지 않아 南進하기로 한다. 마등령에서 새벽에 출발하려면 마

등령에서 1.4km 떨어진 오세암에서 1박을 해야 하는데 숙박을 허락할지도 모르고 비선대, 희운각은 거

기까지 가는 데 하루가 걸린다. 미시령에서 마등령, 오세암, 영시암, 백담사로 하산한다면 당일로 산행

을 마칠 수 있다. 해 있을 무렵 속초에 도착했다. 바다가 보이는 호텔을 숙박지로 정하고 저녁 식사를 하

기 위해 해변으로 나왔다. 석양은 바다를 붉게 물들이고 백사장은 귀가하는 사람들로 어수선하다. 여름

끝물이라 바다에 뛰어든 사람은 없고 해변을 조용히 산책하는 사람들이 주류를 이룬다. 도심과 가까운

청초 호수공원, 속초해수욕장, 조도, 속초가 아름다운 항구라는 것을 유감 없이 보여 준다.       



(05:40) 미시령 옛길 통제소 도착

새벽에 호텔을 나와 근처에 있는 고속버스터미널에 왔다. 택시가 항상 대기하고 있는 곳이다.

"미시령 고개까지 갑시다." 속초에서 미시령까지는 20km 안 되는 거리 요금은 20,000원 정도 금방 간다.

기사 아저씨는 산에 관심이 없는 분이다. 설악산 자락에 살면서 제대로 된 등산은 한 번도 안 해봤다고 한다. 

미시령 터널과 옛길로 갈리는 지점에서 조금 올라가니 도로 통제소가 나온다. 미시령은 눈이 많고 산사태가

자주 발생하는 지역이라 양쪽 통제소를 두고 있다. 통제소 차단기가 내려져 있고 '공사 중으로 미시령 옛길

전면 통제 서울, 인제 방면 우회 바람' 안내문이 붙어 있다. 고니 태풍 때 산사태가 나 도로를 통제한 지도 꽤

오래된 것 같은데 기사와 나만 모르고 있었던 모양이다. "미시령까지 거리가 얼마지요?" "모퉁이 두 번 만 돌

아가면 됩니다." 거리를 짐작도 못 하는 눈치다. 멀리 미시령 산마루가 보인다. 잠시 돌아갈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하루종일 걸어 도착한다면 미시령 옛길을 어부지리로 걷게 되는 기회가 되는 셈이다. 택시기사를

돌려보내고 차단기를 넘는다.      


울산바위

호텔에서 나올 때 보니 일출 시간이 06시 01분이다. 헤드랜턴을 착용하고 출발한다.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미시령 터널 길과 질주하는 차량 불빛, 희미하게 그어지는 미시령 옛길, 산등성이를 타고 올라오는

울산바위, 세상에 공짜라는 게 없다 이런 장관을 보여주기 위해서 나를 걷게 하는구나!

   


울산바위, 달마봉을 이렇게 가까이서 본다.


일출


도로 1차선을 막고 흙막이 공사가 한창이다. 나 같은 사람 말고 미시령 넘는 사람 어디 있겠나? 

교통 안내인만, 배치한다면 소통에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  


미시령 정상이 보인다. 도로 통제 때문인지 멀리서 봐도 쥐 죽은 듯 고요하다.


(07:10) 드디어 미시령 도착 미시령 옛길 통제소에서 여기까지 6.5km 초장부터 힘 다 뺐다. 휴게소는 문

이 닫혀 있고 미시령지킴터는 사람이 있는 듯 창문 하나가 열려 있다. 인기척을 할까 말까 하다가 묵인하는

거로 알고 빨리 현장을 떠난다. 참고로 마등령~황철봉~미시령~신성봉~대간령은 통제구간으로 언제 해지

될지 모른다. 백두대간 종주팀들이 단속을 피하려고 꼭두새벽에 통과하면서 너덜에서 고생한 얘기 많이 들

었다. 철조망 끝나는 지점에서 안으로 진행하면 된다.   


미시령 표지석과 기념촬영


미시령에서 바로 올려다보이는 봉우리까지는 철쭉을 중심으로 하는 잡목으로 덮인 숲, 사람 하나 겨우 빠

져나갈 터널 길을 앞만 보고 걷다 보면 봉우리는 금새 발밑이다.


백두대간 진부령 방향 미시령, 상봉, 신선봉 조망


등산로임을 알리는 붉은 포장끈

비교적 확실한 등로를 따라 왔다. 탐방금지 구역으로 설정된 지역에는 등산로 안내판이 설치되어 있지 않

고 그나마 산꾼들이 매달아 놓은 리본마저도 자연을 훼손한다며 제거해버리는 실정이다. 각종 표시물과

안전 시설물은 입산 통제와 상관없이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싶다. 점봉산 북릉 조난 사고도 표시물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일어난 것이다.     

 

(08:15) 울산바위 갈림길이다. 위험 표시선을 넘어서면 울산바위 가는 등산로다. '위험'표시에 울산바위

방향을 표시해 주면 얼마나 좋았을까.? 사실 마등령 미시령 구간을 종주 계획하면서 걱정 많이 했다.

①출입통제 구역, ②진입과 탈출이 멀다, ③이정표 및 시그널 全無한 상태, ④지독한 너덜, ⑤통과 예정시

예측 불가, ⑥조난과 사고에 대한 걱정 등 중에서 이정표가 없다는 것이 제일 맘에 걸렸다.  


古死木


(08:35) 너덜은 이런 식으로 시작한다. 굵은 암괴는 아래로 작은 돌은 상층부에 쌓인다.


너덜의 양이 점점 많아지면서

너덜은 바위가 부서져 경사면 따라 흘러내린 모양을 말한다. 원래 마그마가 땅속에서 암석 상태로 굳어 흙

에 덮여 있다가 융기작용으로 지표 위로 솟아올라 얼었다 녹는 작용을 반복하면서 부서진 바윗덩어리가 되

어 운반, 퇴적으로 생긴 것이라 한다. 내가 본 것 중에는 대구 비슬산, 광주 무등산, 서부능선 귀때기청봉,

중 황철봉 너덜이 규모가 가장 큰 것 같다.  


산 사면 전체를 너덜로 변한다. 야광봉이 길잡이 노릇 한다. 너덜을 통과할 때 주의를 해야 한다. 방향 감

각을 잃기 쉽고, 길 흔적이 없으며, 움직이는 돌 때문에 넘어질 위험, 비에 미끄럽고, 눈에 바위 사이로 발

이 낄 수 있음 등을 명심하고 목적지 방향을 계속 확인하며 진행해야 한다. 거의 네 발로 기니깐 속도는

나는 대신 힘든 줄은 모르겠다. 


 너덜① 통과


너덜② 통과


눈측백


너덜 덕분에 완벽한 울산바위를 조망한다.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만든 '안전길잡이' 표시물과

 

야광봉을 만나니 세상 근심 다 사라진다.


너덜③ 통과하니 바로 황철북봉이다.


(09:30) 너덜이 시작한 지 거의 1시간 만에 황철북봉에 도착했다. 떡, 참외, 음료수를 아침으로 때운다.


황철북봉(1,318.8m) 표시판과 기념촬영


황철북봉에서 보면 뒤로 서북능선과 앞이 저항령~마등령 능선이다.

 

마등봉 뒤로 대청, 중청 조망

황철북봉에서 황철봉까지는 동쪽 사면으로 너덜이 늘려 있어 다행히 너덜을 피할 수 있었다.  


(10:25) 황철봉 도착 황철북봉에서 황철봉까지는 3~40분 거리


파쇄가 진행되고 있는 암봉


1,360봉에서 마등봉, 대청 조망


황철봉 저항령 구간 너덜


너덜


너덜④ 통과


(12:00~30) 저항령 도착

저항령은 신흥사 방향으로 가는 저항령계곡과 백담사로 가는 길골과 갈라진다. 길골 가까운 곳에 샘이 있어

야영지로 훌륭하다. 


점심을 만들어 먹기 위해 1인용 코펠과 버너를 가지고 왔다. 혼자 먹는데 거창하게 할 것까지는 없고 그

동안 안 해보던 방법을 시도해본다. 간편식 햇반과 미역국이다. 끓는 물에 넣고 5분 정도 더 끓여주면 완

성이다. 코펠과 버너가 필수품, 물도 빨리 끓고 조리도 쉽게 끝났다. 산에서 먹은 음식 중에서 가장 훌률

했다. 헬리콥터가 머리 위를 날아다녀서 그게 신경 좀 쓰였다.


너덜⑤ 통과

붉은 화살표 표시는 길잡이에 큰 도움이 안 된다. 가끔 눈에 띄여 확인할 수 있는 정도이고 야광봉은 밧줄로

이어져 있어 확실하다.

   

(12:40)1,249.5봉 도착 이 봉을 저항봉 혹은 걸래봉이라고도 하는 모양이다. 정상에 유난히 많은 종류의

야생화가 무리를 지어 서식하고 있는데 걸래봉이라니 당치도 않는 소리. 


황철봉 남쪽 사면은 암벽투성이로 너덜이 생긴 원인을 알 것 같다. 저 바위가 부서져 내리면 너덜이 된다.

지금도 너덜 생산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1,249.5봉 북쪽 사면도 바위는 잘게 갈라져 너덜을 진행하고 있다. 저항령계곡과 신흥사 속초가 빤히

보인다.


1,249.5봉 서쪽 사면 바위를 보니 생각나는 바위가 있다. 무주 적상산 장도바위가 바로 그것, 최영장군이

바위를 장도로 내려쳐 길을 냈다고 하는 바위와 닮았다.  


(12:40)1,249.5봉부터 비슷한 암봉 서너 개를 정면으로 넘지 못하고 비스듬하게 좌우로 우회하며 통과한다.

닥에는 너덜이 만들어져 있고 올랐다가 내려서기를 몇 차례 반복한다. 


1,249.5봉 마등봉 구간 능선


쑥부쟁이


배초향



1,178봉에서 마등봉, 대청 조망


작은 너덜⑥ 통과


마등봉이 코 앞이고


마등봉 오르기 직전 안부에서 공룡, 천불동, 저항령계곡, 달마봉, 설악동소공원, 속초 동해가 一望無際하다.


마등봉 작은 돌 너덜 시작 지점


마등봉 올라가는 마지막 너덜 뱀이 기어 가듯 너덜 사이로 발자국이 나 있다. 

 

지나온 저항봉, 황철봉을 돌아보고 

드디어 너덜⑦ 정상에 도착한다.


울산바위와


공룡능선, 화채봉능선, 서북능선이 두루 보이는 마등봉에 도착했다.


 (14:50) 마등봉 도착으로 오늘의 백두대간은 여기까지다. 처음 염려했던 것보다 등산로는 확실하게 나

있었고 중요 지점마다 산꾼들의 리본이 달려 있었다. 너덜과 오르막이 발목을 잡아 시간이 많이 소요됐지

만,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해 기쁘다. 전번 마등봉에서 착각한 지점을 확인한다. 이제 백담사까지 7.4km

부지런히 내려가야 한다.  


마등봉(1,326.7m) 마등령에서 10분 거리에 마등령(백담사), 마등령삼거리(비선대), 마등봉 순이다.

내가 가진 지도에는 마등봉을 세존봉, 세존봉을 진대봉으로 표기되어 있다. 마등봉은 마등령의 유명세

에 가려 자칫 이름마저 지워질 뻔한다. 설악의 가장 중심부에 위치하여 동서남북으로 장관을 끼고 있

으며 특히 북으로 황철봉은 마등봉에 올라야 제대로 본다. 


마등봉 정상석과 기념촬영


마등봉에서 보는 공룡능선, 천화대능선, 천불동 연봉, 화채봉능선


마등령 삼거리 비선대 갈림길


마등령(15:10) 설악의 중심축에 해당하는 자리 내, 외설악을 가르는 분기점으로 비선대, 백담사, 미시령,

한계령, 사방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어느 길이든 설악의 명물들과 만난다. 네 개 코스를 다 답사하고 나니

설악을 아는 데 큰 도움이 됐으며 설악에 혼자 남겨두더라도 길 잃을 염려는 없겠다. 


마등령 이정표

오늘 구간을 무사히 마치고 홀가분한 기분으로 백담사로 하산한다.


계단구간도 지나고


오세암 이정표


(16:00)오세암五歲庵

오세암은 설악산 內에서 가장 깊은 곳에 있는 암자로 신라 643년(선덕여왕 12) 자장율사가 창건하고 관음

암이라 하다가 조선 1643년(인조 21)에 설정이 중건하면서 그 유명한 5세 동자의 설화로 오세암으로 바뀌

었다. 그리고 김시습金時習, 한용운韓龍雲이 머물렀던 곳으로도 유명하다.



백담사 가는 길

헬리콥터가 하루종일 하늘을 나는 이유가 밝혀졌다. 불사를 위한 건축자재를 실어나르는 중이었다.

김시습과 만해가 기거한 당우는 흔적이라도 있는가? 오세암이 요사채로 바뀌면서 관음은 '천진관음보전'

으로 전각을 옮겨 가고 동자는 새 당우(동자전)로 이사를 했다. 암자라기보다 거찰로 바뀌어 가는 모습에

발길을 돌린다.


가야동계곡


영시암 이정표


영시암永矢庵


(17:00) 영시암 통과

절은 설악산 서쪽 산자락 넉넉한 평지에 수렴동계곡을 마주하며 아늑하게 자리를 잡고 있다.

백담사를 출발하면 한숨 쉬어갈 만한 장소에다 오세암 봉정암 가는 가파른 길목이라 여기까지만 와도 수

렴동은 두루 보게 된다. 하산하는 한 무리 산행팀과 합류를 한다. 


수렴동계곡


계곡을 걷너는 다리


영시암, 오세암, 봉정암 가는 길 불사인가? 등산로 정비인가? 대한민국은 잘 사는 나라다. 그 안에 사는

우리만 모르는 것 같다. 죽을 때가 다 된 우리야 아무리 깨달아봐야 소용없고 젊은이들이 알아야 할 텐데...  


수렴동계곡과 나란히 설치한 데크


수렴동계곡 용아장성릉


(18:00) 설악산 백담탐방지원센터 통과

보살 두 분이 우리와 반대로 가면서 "백담사 막차가 6시예요. 서두르세요."한다. 나는 무슨 의미인지 금방

알아차리지 못했다. 영시암에서 단체 산행팀의 선두가 추월해 간다. 관심 안 두고 나대로 할 짓을 하면서

단체팀과 섞이기도 하고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며 계곡을 따라 내 걸음으로 내려왔다. 백담탐방센터 가까이

왔을 때 5분 전이다. 단체팀은 뛰기 시작하면서 나도 동료인 줄 알고 "사장님 뛰세요."하며 배낭을 잡아끈다.

얼김에 뛰었다. 그동안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뛰지 않겠다던 결심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버스가 마지막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백담사에서 용대리까지 꽤나 먼 길 막차를 놓였더라면 백담사를 나가는 절차를 구걸

해야 하는 신세가 될 뻔했다. 백담사 구경은 다음으로 미룬다.       






                                                       2015년 9월 14일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