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41 희운각~공룡능선~마등령

백두대간 희운각~공룡능선~마등령~마등봉

안태수 2015. 9. 21.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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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의 새벽 잠을 깨우다.


산장의 밤은 밤새도록 소란스럽다. 늦도록 소곤거리며 대화하는 사람, 코 고는 사람, 몸을 뒤척이는 사람,

뽀스락거리는 사람, 이런 것들을 참아내려고 용 쓰다 밤을 다 샌다. 깨어나면 밤에 일어난 일이 모두 기억

되어 한잠도 못잔 것처럼 느껴지지만, 8시간이라는 긴 수면 시간이 비몽사몽 순식간에 지난 것이다.

눈 뜨면 누워 있지 못하는 성격 탓에 짐을 챙겨 밖으로 나오는데 내 뒤를 이어 두 사람이 따라 나온다.

식당에서 같이 아침을 만들어 먹으며 자연스럽게 일행이 되었다. 두 분 다 건장하고 산을 사랑하고 또 친

한 사람이라 느껴졌다.  



(04:55) 희운각대피소 출발

일출 시각은 아직 1시간을 더 기다려야 한다.

사방으로 별빛이 쏟아지고 북극성이 주먹만 하게 보일 정도인 것을 보면 오늘은 맑은 날임이 틀림없다.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태양이 떠오르는 시간에 맞춰 신선대에 도착하여 일출이나 감상하고 설악의 장엄함에

잠시 취했다 가자


(05:05) 무너미고개는 천불동계곡과 가야동계곡을 나누는 분수령이며 그 사이로 뻗은 능선이 공룡능선이

고 무너미고개는 그 시발점이다. 공룡능선은 무너미고개(1,050m)부터 신선대(1,225m), 1,275봉, 큰 새

봉, 나한봉(1,297m), 마등령(1,220m)까지 5.1km 구간에 놓인 크고 작은 암봉들의 행렬을 말하며 마치 

공룡의 등처럼 울퉁불퉁 튀어나온 모습을 하고 있다. 봉우리마다 평균 고도차 250m를 유지하면서 급하게

오르내리는 지형으로 평지는 전무하여 진행 속도가 많이 늦으며 5km를 5시간 소요라는 국립공원관리공단

에서 제시한 통과 예상시간이다.    


어둠 속에 맞이한 신선대 직전 대형 슬랩 어제 저녁 내린 비에 아직도 물이 흐르며 바위는 축축하게 젖어

있다. 바위에 철주를 박아 쇠밧줄을 메어 놓았지만, 발이 자꾸 미끄러져 팔로 의지해야 하니 금방 숨이

빠진다.

  

(05:45) 신선대 이정표만 헤드 랜턴에 반짝인다. 속초는 벌써 일출이 시작되었지만, 신선대는 산에 갇혀

아직 밤중이고 여명은 벌써 하늘을 밝힌다.


신선대 전망소 공룡능선 안내판


일출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며 눈 깜짝할 사이 공룡능선 전부가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한다. 바위는 적색을

띠며 강한 음양 發하며 운해는 산 아래에 갇혀 꼼짝도 못 하는구나 바람 한 점 없어도 바위가 흔들리며 바

람을 인다. 눈과 사진과 글솜씨가 따로 놀아 그저 안타까울 따름이다.

 


범봉을 주봉으로 하는 천화대


서울 이영오님, 순천 문정수님 젊은 두 분의 리드에 편한 산행이 되었다.


(06:20) 희운각 1.5km 지점


이런 험로를 계속 반복하며 지나야 한다.


1,275 주변 암봉들

저기도 전문적으로 오르는 사람이 있다. 클라이밍하는 사람들로 설악산 관리공단에 입산 허가를 받아

야 한다. 산을 즐기는 방법도 여러 가지다. 나처럼 걷기만 하는 사람(등산), 비박하며 숙식하는 사람,

바위만 찾아다니는 사람(등반), 눈과 얼음만 쫓아다니는 사람 등 다양하지만, 처음엔 이것저것 구분 없이

출발했다가 결국엔 한 가지에 빠져버린다. 등산은 발로 걷고 등반은 발과 손으로 기는 것을 말한다.


범봉 주변 암봉과 뒤로 울산바위 조망


잠시 휴식


사람이 있어 좋다. 사람과 자연이 함께할 때 자연은 더욱 아름다워진다. 사람이 산에 사는 짐승들보다 더

자연스럽다. 사람의 인위적인 모든 행위도 자연의 범주에서 봐야 한다. 사람은 자연을 더욱 아름답게 하는

기술을 지니고 있다. 인간의 모든 행위를 역사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포용하고 수용되어야 한다. 우주는 인

간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관용적이며 우주에서 가장 신비한 것은 인간이다.


지나온 신선대


대청, 중청, 소청 조망


쉬어갈 곳이 너무 많다. 시간이 넉넉하고 초장에 힘이 남아돌아 여유를 부린다. 공룡능선과 마등령은 설

악산 내, 외설악을 가르는 경계 지점으로 설악의 가장 깊은 곳에 있어 당일로 이곳에 당도하면 체력이 바

닥이 나  네 발로 기어야 하는 상태, 그때는 풍경이고 뭐고 눈에 뵈는 게 없다. 가쁜 숨과 갈증 하산할 일

로만, 머릿속이 꽉 차있다. 중청, 소청, 희운각 대피소에서 1 박할 것을 권한다.   

  

1,275봉이 거느린 바위 群像 릿지하시는 분이 탐을 내는 천화대 능선


암벽을 끼고


이름 없는 기암괴석을 돌아


바위의 향연 속으로 빠져든다.

이런 지형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설악산의 출현이 궁금해진다. 옛날에 땅속의 마그마가 돌덩어리로 굳

어져 지표 속에 숨어 있다가 융기작용으로 땅 위로 솟아올라 온 현상이라고 하며 지금도 융기하고 있다고

한다.


이 바위도 다른 곳에 있었다면 널리 추앙받았을 터인데

 

(07:00) 1,275봉이 점점 가까워 오고


1,275봉을 가까이서 본다.


(07:20) 희운각 2.4km 지나고 마등령 2.7km 남은 지점을 가리키는 이정표 통과


속초, 울산바위, 천화대(범봉) 북서쪽 사면 암릉 모습. 


무명봉


큰 새봉


공룡능선에서 대청 조망이 가장 훌륭한 곳이라고 이영오님이 말을 꺼낸다. 신선대에서 넘어오는 송곳 같은

침봉과 그 뒤를 대청, 중청, 서북능선이 감싸고 있는 모습.


공룡능선이 지금처럼 등산로 정비 되기 전에는 일반인의 접근은 어려웠고 전문 산악인들이 등반 장비를

갖추고 다녔다고 한다. 이젠 기본 체력만 된다면 누구라도 다닐 수 있도록 보도가 정비되어 있고 철주,

밧줄, 쇠밧줄, 계단, 데크 등 안전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다.


1,275봉 직전 바위 협곡 오르기


(08:10)1,275봉 안부에 도착


1,275봉의 북서쪽 사면 절리가 경사면으로 발달하여 낙석의 위험이 느껴진다.


큰 새봉, 나한봉, 마등봉 조망


나한봉


1,275봉을 뒤로 하고 큰 새봉으로 진행한다.


큰 새봉의 머리 부분까지 올라가서 뒤로 돌면 나한봉이다. 


기암괴석들이 群像을 이룬다.


1,275봉의 북서쪽 경사면의 위용을 유감없이 본다. 경사면을 따라 절리 촘촘히 발생하여 바깥쪽부터 떨

어져 나갈 지경이다.


이제 큰 새봉 오를 차례다.


대청, 중청, 소청, 용아장성릉, 가야동계곡 조망


(09:00)큰 새봉에서 지나온 1,275봉을 보다. 


나한봉은 구름에 쌓여 있고


(10:10) 나한봉 도착 마등봉 조망


책바위


병풍바위


황철봉과 구름에 가린 마등봉(세존봉)


(10:30~11:00) 마등령은 옛날에 오세암, 백담사로 갈라지는 마등령삼거리로 표기되어 있었고 지금의 마

등령삼거리는 옛날 마등봉으로 현재 마등봉(세존봉)과 비선대로 갈라지는 곳을 말한다. 이영오님이 갑작

스러운 제안을 한다. "사장님 따라 미시령까지 가면 안 되겠습니까?" 그사이 정이 들었다고 악명 높은 황철

봉 너덜을 노친네 혼자 간다는 것이 안 서러웠던지 따라나설 것을 자청한다. 나야 당연히 찬성이지 안 그래

도 마등령 황철봉 미시령 구간이 통행금지구역으로 묶여 있어 이정표, 길잡이 시그널이 없는 것을 가정하면

잘 걷는 젊은 후배가 동행해 준다면 백만 원군을 얻는 거나 다름없는 일, 흔쾌히 승낙하고 지도를 꺼내 대략

의 코스 설명을 해준다. 셋이 점심을 해서 나눠 먹는다. 


(11:10) 마등령삼거리에서 문정수님은 비선대로 가고 우리는 마등봉으로 간다. 오늘 같이한 얘기를 블로

그에서 볼 수 있도록 블로그 이름을 가르쳐주고 방명록에 메시지 남길 것을 부탁한다. 


마등령삼거리에서 마등봉으로 가는 백두대간은 저항령, 미시령, 대간령까지 국립공원 특별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어 출입을 제한하고 있다. 내 평생에 해제될 것 같지 않아 무단 통행을 시도한다.  


마등봉 직전


(11:30) 마등봉(1,327m) 도착해서 잠시 주변을 살펴본 후 바로 우측으로 난 길로 빠진다.

생각하고 말고 할 것없이 당연하게 여겼다.   


백두대간 저항령은 마등봉에 오르자마자 급하게 U턴한다. 무심히 올랐다간 나처럼 다른 길로 빠진다. 뒤돌

아보면 올라왔던 길과도 착각을 일으킬 정도다.

 

마등령 계곡 샘터를 만나다.

저항령계곡 쪽에서 구름이 몰려온다. 조금 전까지 맑고 쨍쨍하던 하늘이 안개에 휩싸여 계곡은 어둡고 음

습함으로 변한다. "길 있습니까" "예" 이영오님은 잘 내려간다. 가끔 갸우뚱하지만, 거침없다. 나는 본능적

으로 길을 잘들었음을 직감하고 계획된 일정을 포기하고 하산을 결심한다. 저항령계곡과 만나는가? 30

분쯤 경사면을 내려가다가 계곡을 만나 계곡따라 내려가는데 사람 소리가 들린다. 계곡을 지나가는 데크를

보고 안도의 숨을 쉰다.    


(12:00) 마등봉에서 황철봉 가는 길을 착각하여 계곡(마등령계곡)을 내려오다가 만난 샘터와 비선대

가는 길. 초행이라 산속을 헤맬 각오를 단단히 하며 왔는데 아는 길과 만나니 천만다행이다. 

 

(12:15) 금강문 통과


이 바위를 타고 넘고


유선대


유선대 주변 암봉들

무명바위


능선이 끝나고 비선대로 급강하는 돌계단은 너덜과 섞여 무릅을 죽여 놓는다.


장군봉 클라이밍 금지


장군봉 금강굴 200m 남음


(14:50) 비선대 도착


비선대 주변


(16:20) 설악동 탐방지원센터

왼쪽으로 신흥사 돌아가는 길목에서 문정수님이 앞서 간다. 이름을 몰라 "어이", "여보세요" 하고 막 부르니

뒤돌아보다 우리를 발견하고 깜짝 놀란다, 미시령 가실 분이 설악동으로 나타났으니 놀랄 수밖에 길 잃은

설명을 하고 하루에 두 번씩이나 만나는 인연과 무사한 설악산 산행을 자축하기 위해 동동주와 파전으로

하산주를 나눈다. 이어 택시로 속초로 나와 순천까지 가는 문정수님은 터미널에서 하차하고 이영오님과

나는 인근 목욕탕에서 이틀간 땀에 찌든 몸과 마음을 씻어낸다.  






                                                        2015년 9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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